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영혼 없는 ‘고목선 행정’ 안될 말”

[차홍규 교수가 만난사람]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정교한 행정 시스템 통해 주민생활의 불편함 없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차홍규 칭화대 교수입력 : 2017.12.19 11:09

▲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행정의 달인이지만 예술을 아는 최형근. 그와는 필자의 전시장을 찾은 때를 계기로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그는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고등학교 교사(문산고, 안성 일죽고, 평택고)를 시작으로 경기도청 공무원(농정국장, 기획행정실장, 기획조정실장), 경기도 부단체장(가평군 부군수, 화성시부시장, 남양주시부시장), 공공기관의 CEO(경기농림진흥재단,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로 경력만 보아도 가히 경기도 지방행정의 달인이라 할 수 있다.

자연스럽게 지방행정에 대해 대화를 나누어 보았다. 그는 ‘행정다운 행정 시스템’을 강조했다. 행정의 목적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정교한 시스템을 통해 주민들이 생활에 불편함을 느끼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행정다운 행정 시스템’이라 말한다. 또한 이를 실현하기 위한 마음을 늘 다짐하고 있다고 한다.

-‘행정다운 행정 시스템’이 무엇인지 듣고 싶다
“한마디로 따뜻하고 살아있는 행정을 말한다. 옛이야기를 통해 쉽게 접근해 보자. 어느 한 노파(老婆)가 조그만 암자(庵子)를 지어 젊은 스님을 모셨다. 노파는 20여 년을 한결 같이 의복, 음식 등을 정성스럽게 마련해주며 스님이 공부하는데 불편이 없도록 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 후 공부가 이루어졌으리라 생각을 하고 스님을 시험해보고자 인근에서 가장 예쁜 처녀를 보내 유혹해본 것이다. 이 처녀는 암자에 올라 음식공양을 드린 다음 스님의 품속에 안기면서 갖은 교태를 부리며 물어 말했다. “소녀는 오래 전부터 스님을 사모하였나이다. 저를 한번만 안아 주시겠습니까? 저를 내치시면 가는 길에 세상과 인연을 끊겠습니다.” 그러자 스님은 일언지하에 “나는 수도를 하는 도승(道僧)이오. 내게 있어 여인은 사마외도(邪魔外道)요. 썩 물러가시오.” 하자 젊은 처녀는 하는 수 없이 집으로 돌아와 스님과의 이야기를 낱낱이 노파에게 고했다. 그러자 노파는 노하여 소리쳐 말했다. “내가 사람을 잘못 보고 20년이나 헛수고를 했구나. 이대로 있다가는 나도 그놈과 함께 지옥에 가겠구나.” 노파는 곧 암자로 달려가 스님을 내쫓고 암자를 불 질러 버렸다.


지월록(指月錄)이란 책 속에 실려 있는 이 이야기는 아주 유명해 이른바 고목선(枯木善, 枯木禪)이란 화두로 발전됐다. 문자 그대로 ‘고목’이라 함은 ‘마른 나무’를 뜻함인데 선(善)은 선이되 따뜻하거나 살아 있는 선이 아니라 마른 나무처럼 메마르고 죽어 있는 선을 가리켜서 고목선(枯木善)이라 이름하고 있는 것이다.


국가공무원법 56조, 지방공무원법 48조(성실의 의무)에 “모든 공무원은 법규를 준수하며 성실히 그 직무를 수행하여야 한다”고 규정되어 있다. 오로지 법과 규정만 따지라는 말로 들리기도 한다.


법은 국회의원이 만들고 규정(조례)은 시•도의원이 만든다. 이분들이 만든 법과 규정이 100%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면 오로지 법과 규정만 준수하면 된다. 그러나 이건 불가능하다. 법과 규정을 만드는 의원들이 현실을 잘 알지도 못하거나, 설혹 잘 알고 만들었다 하더라도 현장에는 다양한 경우가 존재하고 시시각각 변하기 때문이다.


‘(관료가) 일을 처리할 때는 언제나 선례만을 쫓지 말고 반드시 민(民)을 편안히 하고 이롭게 할 수 있도록 법령과 제도의 범위 안에서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 공무원이라면 항상 간직해야 할 다산 정약용 선생님의 목민심서 율기(牧民心書 律己)에 나오는 내용이다.


공무원이 오로지 법과 규정만 따진다면 ‘영혼이 없는 공무원’으로 전락한다. 공무원으로서 성실의 의무를 다했다고 할 수 있지만 이는 시민을 짜증스럽게 할 수도 있고 나아가서는 지역의 발전을 저해할 수도 있다. 선(善)은 선(善)이로되 죽어있는 이른바 고목선 행정(枯木善 行政)이 돼서는 안 되는 것이다.”

-지방행정의 꽃은 지방자치단체장이다. 내년에 지방선거가 있고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지방자치단체장의 꿈을 가지고 저마다 적임자라고 하고 있다. 자치 단체장의 전제조건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약간 과장된 부분도 있지만 N시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다. 로또복권에 당첨되듯이 시장(市長)이 된 분이 시정(市政)을 펼치자니 걱정이 태산이었다. 할 수 없이 전문가에게 한 수 가르쳐 주기를 청하였다. 전문가 왈(曰), 세 개의 봉투를 주며 “어려운 일을 당하면 열어 보라.”고 하였단다. 어느새 시장이 된 지 반년이 지났다. 직원들이 자기를 무시하는 것 같고 도무지 시정을 어떻게 이끌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전문가의 조언이 생각이 나서 첫 번째 봉투를 열었다. ‘먼저 사람을 사정없이 까라’ 새 시장은 전임자가 시작한 일은 무조건 중단시켰다. 바늘만한 잘못도 몽둥이만한 잘못으로 떠벌렸다.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지만 한해가 지나자 오히려 부메랑이 되어 돌아왔다.


다시 두 번째 봉투를 열었다. ‘언론을 장악하라’ 홍보예산을 대폭 늘리자 시장은 연일 언론 지면에 등장하고 지역방송의 메인뉴스로 떠올랐다. 시장이 하는 일들이 곱고 우아한 글귀로 포장되어 시민들에게 전달됐다. 그러나 이것도 잠시였고 사정(司正) 기관의 그림자가 자기 주변을 맴도는 것 같았다.


다시 세 번째 봉투를 열었다. ‘무조건 내 튀어라’ 온다 간다는 이야기도 하지 않고 외국으로 가서는 현재까지 돌아오지 않고 있다. 만담 수준의 사건이지만 새 시장이 되었을 때의 열정과 의지는 하늘을 찌른다. 전임자가 의욕적으로 했던 일을 대부분 중단시킨다. 시의 상징적 엠블럼도 교체하고 슬로건도 바꿔버린다. 새로운 비전이 발표되고 지역의 중장기 발전계획이 새롭게 작성된다. 전임자의 공적은 이름 없이 묻히고 모든 것이 새 시장의 업적으로 포장되고 둔갑되어 버린다. 그러다 어느새 임기는 끝나가지만 시의 엠블럼과 슬로건만 바뀌었지 드러낼만한 변화와 발전은 없다.”

-그렇다면 성공한 단체장이 되는 전제조건은 무엇인지
“첫째, 옛날을 기억하라. 전임자 공적을 깊게 알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또한 전임자와 지역 어른들에게 묻고 또 물어봐야 한다. 어려움을 당할 때에 바로 그분들이 가장 현명한 답을 줄 것이다. 둘째, 고도의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단체장은 최고(最高) 의사결정권자이며 최종(最終) 결재권자이다. 인구 20만 명 정도의 도시라면 천여 명이 넘는 공무원을 지휘해야 한다. 조직 구성원 누구보다도 한 치 깊게 한 뼘 넓게 그리고 한걸음 앞서 내다볼 수 있는 전문성이 절실히 필요하다. 셋째, 공무원이 시민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 인사가 공정,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면 공무원은 다른데 눈을 돌리지 않는다. 외풍(外風)과 외압(外壓)을 막아주고 신분보장을 확실히 해준다면 공무원은 시민을 위하여 발칙할 정도로 과감하게 일한다.”

-성공한 단체장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은 어디까지나 전제조건일 뿐인 것 같다. 지방 자치단체장이 정책오류를 줄이기 위하여 현실적으로 꼭 필요한 것이 있다면
“정책오류를 줄이고 집단사고(集團思考)의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 조직 내에 지적감시자(딴죽걸기)를 두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미국의 사회심리학자 ‘어빙 제니스’가 1972년 ‘집단사고(Group thinking)’ 위험성을 지적했다. “강력한 리더가 있고 이를 따르는 동질성과 응집력이 높은 우수한 집단에서, 자칫 엉뚱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이다. 여럿이 모여서 심사숙고해서 내린 ‘집단사고(集團思考)가 대형사고인 집단사고(集團事故)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결속력이 강한 조직일수록 점차 다른 의견에 대해 무시하고 배척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특히 조직의 리더가 카리스마가 있고 그동안 실패보다는 성공이 많았던 경우 그런 경향은 더 심하다. 조직 전체가 리더의 입만 쳐다보거나 리더의 조그마한 언급에 쉽게 동화되어 만장일치로 엉뚱한 결론을 내리는 위험에 빠지는 것이다.


미국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쿠바침공 실패는 가장 잘 알려진 집단사고의 실패사례로, 취임한 지 3개월도 안 된 1961년 4월, 쿠바의 ‘피델 카스트로’ 정권을 전복하려고 쿠바 망명객 1,400명을 고도로 훈련시켜 침공을 감행하였으나 결과는 사흘 만에 100여 명이 죽고 1,200명이 생포됐다. ‘미국을 국제사회의 조롱거리로 만든 이 무모한 침공 작전’은 집단사고의 위험을 알리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케네디 대통령과 국방장관, 법무장관, 안보보좌관 등 하버드대학 출신들이 똘똘 뭉쳐 침공 결정을 내리는 동안 반대 의견은 없었다. 실패 가능성에 대해서는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가장 우수한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치졸하고 수치스러운 군사작전을 결정했고 가장 참담하게 실패한 사례이다.


그렇다면 집단사고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조직 내에 전문적인 ‘딴죽걸기’를 두어야 한다. 일부러라도 반대 주장을 펴는 사람이 있어야 집단사고를 피할 수 있다.


세종대왕과 허조의 일화는 만인의 인구에 회자되고 있다. 세종대왕 시대의 이조판서 허조는 ‘딴죽걸기’의 끝판 왕이었다. 그는 대쪽 같은 반대론자로서 토론 전체가 집단적 착각에 빠지지 않기 위해 한계와 단점을 지적하는 역할을 맡았다. 이는 토론 전체가 매너리즘에 빠지거나 오류를 범하는 것을 방지한 것이다. 당연히 ‘딴죽걸기’를 수행하는 허조는 논쟁이 되는 사안을 정확히 꿰뚫어 보아야 했다. 반대로 찬성하는 사람들은 허조가 내놓는 반대 논리를 성공적으로 방어해야만 했다. 세종과 허조의 태도에도 주목을 해야 한다. 토론을 좋아하는 세종조차도 “고집불통이네!”라고 화를 내면서도 늘 끝까지 그의 의견을 경청했다. 허조가 제기한 문제점을 해결한 후 정책을 집행했다. 허조 역시 일단 결정된 이후에는 더 이상 반대하지 않고 정책시행에 최선을 다했다.


이처럼 지방자치단체 내에서 ‘딴죽걸기’는 필수조건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최대 목적은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새로운 정책을 펴거나 제도나 규범을 바꾸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지만 변화나 개혁의 긍정적인 효과만을 강조해서는 안 된다. 모든 일에는 빛과 그림자가 있다. 빛은 최대화하고 그림자는 최소화해야한다. 지방자치단체장은 인사권, 예산권, 감사권, 정보권을 쥐고 있어 무심히 던지는 말 한마디에 의사결정의 방향이 제시된다. 정책적 성공은 과장되기 쉽고 정책적 실패는 덮어지기 쉽다. 그러나 정책 실패가 수 년 이상 누적되는 경우 공적조직은 집단사고의 위험으로 치닫게 된다. 자치단체장은 정책추진에 오류를 줄이기 위해서 크던 작던 모든 결정에서 반드시 ‘딴죽걸기’의 임무와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행정의 목적이 ‘주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고 보다 편안한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 했다. 현실적이지만 현재형이다. 그렇다면 지역을 미래지향적으로 보았을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최근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된 ‘세계경제포럼(WEF) 2017’에서 올해를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되는 시기로 봤다.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변화 속도는 산업혁명의 10배, 규모는 100배, 임팩트는 3,000배라 한다. 10년 안에 지금의 직업 절반이 사라진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대학입시제도는 평균 3년에 한 번꼴로 바뀌었는데, 객관식, 주입식, 암기식 교육과 ‘오지 선다형 수능’의 틀 안에 갇혀 있는 공교육 패러다임으로 인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적합한 인재를 양성하기에는 참으로 역부족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맞는 교육 경쟁력으로 인재를 양성해야 한다. 가정과 학교에만 맡기기에는 전문성과 일관성이 너무도 부족하다. 기존 공교육 체제를 비판하고 반기를 들어야 한다.


<초등학교>는 유연하고 창의적인 사고력을 기를 수 있는 ‘거꾸로 교실’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교사가 가르치는 것을 동영상으로 만들고 DB화하면 학생들은 언제, 어느 장소라도 모바일(핸드폰)이나 PC를 통해 다운로드해 볼 수 있다. 동영상을 통해 수업은 집에서 하고 복습과 과제 해결은 학교에서 하면 된다. 예습과 수업은 집에서 하고 복습과 과제를 학교에서 하기에 거꾸로 교실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2007년 미국의 교사 존 버그만과 애런 샘즈가 처음 고안해 주목받고 있다.


<중학교>는 올바른 적성검사와 진로 선택을 도와줄 수 있는 ‘전문가 멘토링’이 필요하다. 단기간의 연수와 획일적인 자격심사를 통해 선발된 각 학교 진로상담 교사만으로 학생의 다양한 진로와 적성을 지도한다는 것은 역부족이다. 학교에서는 직업흥미검사, 다중지능검사, 직업가치관 조사 등 기초적인 조사를 통해 예비 진단을 하고 멘토링하여 개인차를 존중하는 과학적인 진로설계를 해야 한다. 올바른 진로 선택이 이루어지면 학생 스스로 미래를 조망할 수 있어 학업에 대한 흥미도 강화되고 외부 환경변화에도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


<고등학교>는 학업성취도 향상을 위해 ‘24시간 에듀케어 프로그램’이 필요하다. 전교생이 함께하는 기숙사를 건립하고, 학교 내에서 24시간 에듀케어 프로그램으로 학업성취도를 높이고 동아리 활동도 강화해야 한다. 공립 고등학교의 경우 5년 이상 한 학교에 근무할 수 없는 ‘순환근무제’가 있어, 교사들끼리 정보를 공유하고 협업을 통해 진학지도를 할 수 있는 분위기가 자리잡기 힘들다. 고급 진학정보를 빅데이터화 하여 학교 간, 교사 간 공유와 협업으로 실질적인 진학지도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은 당사자뿐 아니라 지역 구성원 모두에게 중요하다. 지역의 미래 일꾼을 만드는 일은 공동의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고도기술(High-Technology)을 교육과 연결한 에듀테크(Edu-Tec)를 통해 기존 교육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다. 정보통신기술(ICT)과 방대한 콘텐츠, 빅데이터, 실증된 에듀케어 프로그램으로 공교육을 보완하고 학교 내에서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제는 지방자치단체도 ‘에듀테크지원’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교육이야말로 지역의 모든 기관과 사회, 가정이 나서야 할 공통된 당면과제이기 때문이다.”

▲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농업분야에도 많은 식견과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농업의 새로운 가치에 대하여 의견을 말해 달라
“맞벌이로 어쩔 수 없이 고령의 어머니를 요양원으로 모신 분의 이야기이다. 어머니가 수시로 “내가 아무래도 이번 주를 못 넘길 것 같다”고 하는 바람에 온 가족이 매주 요양원을 방문하게 됐다. 가족을 보고 싶은 어머니의 핑계지만 안 갈 수 없었다. 그런데 요양원에 조그마한 텃밭이 만들어진 후 달라졌다. “내가 공들여 키운 토마토가 잘 익어 먹을 때까지는 살아있을 테니 안와도 좋다”는 말씀이다. 텃밭이 생기자 움직일 수 있는 노인 분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해가 뜨면 일제히 밭으로 나가 풀도 뽑고 벌레도 잡는다. 싹이 트고 열매가 익어가는 것에 삶의 의지를 느끼는 것이다. 요양원 텃밭은 바로 치유와 반려의 농업이다. 용인시 기흥구에 있는 삼성SDI는 회사 유휴공간을 활용하여 임직원 모두가 함께 할 수 있는 텃밭을 만들었다. 작물을 재배하며 사무실에서 하지 못한 이야기를 서로 나누며 수확물로 지역 저소득층을 위한 사랑의 김장나누기 행사도 한다. 사내 어린이집의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는 것은 덤이다. 회사 텃밭은 바로 소통과 공헌, 체험의 농업이다.


광주의 광수중학교 교장선생님 말을 빌려보자. 학교폭력에 가담한 학생에게 벌로 학교 텃밭의 풀을 뽑고, 벌레를 잡으며, 열매를 수확하도록 했더니 그 어떤 벌칙과 훈화보다도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학교 텃밭은 교육, 정서농업이 된다.


용인 서천 모아파트 주민들은 관리실 옆에 상추, 쑥갓, 오이, 고추 등을 심어 방학기간 동안 맞벌이 부부 자녀들의 점심식사로 제공했고, 그래도 양이 남아 아파트 주민들에게 무료로 나눠 주었다. 좋은 날을 택하여 전을 부치고 음식을 장만하며 한마당 큰잔치도 열었다. 모두에게 훈훈한 정과 공동체 의식을 부여한 이러한 아파트 텃밭은 공동체, 사회관계형 농업이 된다.


농업의 본질적인 기능이 ‘식량증산’이나 ‘안전한 먹거리 생산’이라는 데 반론을 제기할 사람은 없다. 이른바 ‘생산농업’, ‘먹거리 농업’이다. 더 많은 생산량과 더 높은 소득을 올리기 위해서 노동, 토지, 자본의 집약화가 필요하다. 고가의 농기계를 갖추고 수시로 농약도 뿌려야 한다. 정책당국은 농산물 가격을 안정시키고, 농민에게 적정소득도 보전해줘야 한다. 생산하는 농민이나 정책을 담당하는 국가기관이나 힘들고 고된 여정이라 생각하겠지만 생산농업, 먹거리 농업에서 한걸음 나가면 농업은 우리에게 새롭고 신선한 모습을 보여 준다.


자투리땅으로도 충분하다. 옥상도 좋고 상자나 화분을 이용하여도 좋다. 이제 농업이 우리의 삶과 주변을 풍요롭게 하고 도시의 멋을 디자인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

-고향의 발전을 위해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수원에는 삼성, 울산에는 현대가 있지만 이천에는 SK하이닉스가 있다. 2015년 8월 완공된 ‘M14’ 공장은 아파트 28층 높이다. 단일 건물로는 세계 최대의 반도체 공장이다. 완공 직후 월 생산량이 웨이퍼 3,000장 규모였지만 1년 만에 월 53,000장으로 늘었다. 생산량이 17배로 확대된 것이다. 앞으로 현재의 두 배인 월 최대 10만 장 규모까지 웨이퍼 가공량이 늘어난다. 2015년 줄곧 하락세를 보였던 D램 반도체 가격이 2016년 7월부터 상승세로 돌아선 것도 향후 전망을 밝게 하고 있다. 가격 상승기에는 생산량을 늘릴수록 이익은 눈덩이처럼 커지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가 호황을 맞이할수록 이천시의 세수도 늘고 있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2016년에 이천시에 낸 지방소득세만도 약 740억 원이다. 2만 명의 종사자가 내는 종업원소득세를 합치면 연간 1,000억 원이 넘을 것이다. 이천을 세계적인 반도체 기업 SK하이닉스와 손잡고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나 수원 ‘광교테크노밸리’ 같은 ‘新산업 테크노밸리’로 조성하여야 한다.


2015년에 완공된 성남 ‘판교테크노밸리’는 66만㎡(20만 평) 규모이다. 700여 개 기업에 7만여 명의 일자리가 만들어졌으며 지난해 매출액이 70조 원에 이르는 첨단산업의 메카로 성장하였다. 2008년 준공한 수원 ‘광교테크노밸리’는 27만㎡(8만 2천 평) 규모이다. 한국나노기술원, 경기과학기술진흥원, 차세대융합기술원 등 IT, NT, BT 관련 5개 공공연구기관과 200개 기업, 4천여 명이 입주해 있다.


이천 ‘新산업 테크노밸리’에는 첫째, 하이닉스 협력업체와 함께 정보산업, 차세대네트워크, 생명공학, 바이오신소재, 나노소재와 같은 첨단신수요 R&D가 들어와야 하고, 아울러 차세대 컴퓨팅, 전자기기,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등 첨단 융복합 산업시설이 들어와야 한다.


둘째, 특성화고인 ‘반도체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폴리텍대학’를 설립해야 한다. 마이스터고는 정부지원으로 전학생 무상교육이다. ‘폴리텍대학’도 연간 학비가 겨우 100만 원을 조금 넘는다. 이천의 젊은이들이 반도체 마이스터 고등학교나 폴리텍대학 졸업과 동시에 하이닉스와 新산업 테크노밸리 내 업체에 취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이닉스 사내대학과 편입을 통해 다른 대학교의 학사학위 취득도 가능하다.


이천 ‘新산업 테크노밸리’가 조성된다면 판교~광교~이천을 잇는 트라이앵글 첨단산업 벨트가 만들어진다. 이천은 ‘쌀과 도자기의 도시’에서 명실상부한 ‘세계적인 최첨단 산업도시’로 거듭나게 된다.”

▲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예술에 관심이 많아 내 전시장에도 오곤 했는데 예술의 대중화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는지
“러시아의 대문호 톨스토이(Tolstoy, 1828∼1910)가 말년에 집필한 「예술이란 무엇인가」에서 ‘예술이란 사람과 사람을 결합시키는 수단’이라고 했다.


예술은 성별, 세대, 계층, 이념을 넘어 사람과 사람을 동일한 감정으로 결합해 구성원 모두를 행복으로 이끄는 수단이 된다. 성별, 세대, 계층, 이념에서 한쪽으로 편향될 때 예술은 선전도구가 되어 버린다. 예술은 부드러운 전달력과 자유로움으로 우리 생활을 창조적이며 여유 있는 세계로 인도한다. 부드러운 전달력과 자유로움이 없으면 예술은 부와 명예를 얻기 위한 수단이 된다. 예술은 한 지점에 머무르지 않는다. 현실을 반영한다. 역동적이고 다양하며 새로움을 추구한다. 예술이 성별, 세대, 계층, 이념을 초월하여 부드럽게 전달되고 자유롭게 접근되며 끊임없는 자아성찰과 타자로부터의 비판, 상호교류가 있어야 대중화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미술을 하는 예술인으로 우리 같은 예술인에게도 한 말씀 부탁드린다
“행정의 달인이며 거장(Meister)으로 불렸던 고건 전(前) 국무총리가 “행정(行政)도 예술(藝術)이다”라고 말했다. 법에 어긋남이 없이 원리원칙에 근거하면서도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민의(民意)중심, 민본(民本)행정을 실현하는 것을 예술처럼 고귀한 가치를 담은 미적(美的) 작품으로 본 것이다. 음악, 미술과 같은 전통적인 예술에서 한 걸음 나와서 세상 모든 것을 하나의 예술로 볼 수 있는 안목이 있을 때 진정한 예술인이라 할 수 있다.”

최영근은 참 인간적이다. 그와 대화를 하다보면 참으로 편하다. 대화를 함에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상대방을 배려하면서도 어떤 가식이 없이 자연스럽게 말을 나누게 되니 마음을 열게 된다. 이 땅에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자천 타천으로 ‘행정의 전문가’라고들 한다. 그에게 ‘행정다운 행정 시스템이 무엇인가?’라고 다소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하자 그는 “따뜻하고 살아있는 행정을 말한다.”고 현답을 이야기한다. 그렇다 우리의 행정에는 따뜻하고 살아있는 행정이 너무도 부족하다. 민원에 대하여 공무원들은 천편일률적인 법과 규정을 앞세우며 안 되게 하는 것을 억지로라도 찾으려한다. 그는 “공무원이 시민만 바라보게 해야 한다.”고 한다. 즉 ‘인사가 공정, 투명하고 예측 가능하면 공무원들은 다른 데 눈을 돌리지 않는다.’고 한다. 요 며칠 기온이 많이 내려갔었는데 오늘따라 날씨가 유난히 따뜻하다. 따뜻한 행정, 따뜻한 날씨… 오랜 인터뷰였지만 귀가하는 마음은 따듯한 하루였다.



최형근 이천발전연구원장
1959년 경기도 이천 출생
서울대학교 농산업교육과 졸업
일본 도쿄대학교 대학원 자원경제학
화성시장 권한대행(2010)
경기도 북부청 기획행정실장
경기국제보트쇼 및 코리아 매치컵 세계요트대회 조직위원회 사무국장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조직위원회 집행위원장
경기농림진흥재단 대표이사
경기농식품유통진흥원 초대원장
現 이천발전연구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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