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빛날 5인]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썰매 불모지에 '메달밭' 일구다

"소외된 종목 선수들에게도 관심과 사랑 주시길"

머니투데이 더리더 조철영, 임고은 기자입력 : 2018.01.02 13:00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종합 4위를 목표로 선수와 코치진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며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대회 조직위원회와 관계자들도 성공적인 올림픽 개최를 위해 손님맞이에 분주하다. 
올림픽에서 전통의 강세 종목인 쇼트트랙을 비롯해 스피드스케이팅에 대한 국민적 기대는 굉장히 크다. 여기에 또 하나의 메달 유망 종목으로 떠오른 것은 바로 봅슬레이와 스켈레톤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썰매 종목’에선 불모지나 다름없 었던 한국이 올림픽에서 메달을 기대한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지원과 투자 그리고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선수를 발굴하며 한국의 썰매를 이끌어온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의 투지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더리더>는 지난달 21일 평창 알펜시아리조트에서 이용 감독을 만나 불모지를 개척해 세계 정상급 국가대표팀으로 일군 이야기를 들어봤다.

봅슬레이, 스켈레톤 일명 썰매 종목으로 분류되는데 설명을 부탁드린다
▶봅슬레이는 2인승과 4인승 두 개의 종목으로 나눠진다. 2인승은 170kg, 4인승의 경우 210kg의 썰매를 밀고 나가야 한다. 그러려면 스피드와 파워를 겸비해야 한다. 스피드(가속)를 내기 위해선 몸무게의 비중이 중요하다. 몸무게 78kg로 210kg의 썰매를 끄는 건 무리다. 그렇다고 너무 뚱뚱하면 스타트 스피드가 안 나온다. 우리 선수들이 지금 체중이 100~110kg가 되는데 체지방률 7~8%다. 최대 중량 제한이 있다. 무거우면 무거울수록 (썰매가) 잘 나가기 때문에 국제 연맹에서 최대 중량 제한을 설정했다. 봅슬레이는 정말 박진감 넘친다. 얼음판 위 경기이기 때문에 스파이크를 신고 달린다. 스파이크를 얼음판에 찍으면서 나가는 동작에 있어서 4명이 밀고 나가면 얼음이 관중석까지 튀어 오른다. 4인승의 경우 630kg 무게로 시속 약 145km/h 속도가 나온다. 아마 전 종목을 통틀어 가장 빠른 무동력 스포츠가 아닐까 싶다.
봅슬레이가 박력이 넘친다면 스켈레톤은 섬세한 종목이다. 혼자 타는 경기고 납작 엎드려서 타는 경기이기 때문에 큰 힘이 들어가면 스피드가 안 나온다. 좌우로 흔들리고 힘이 분산되어 편안하게 얌전한 자세로 조용히 숨죽이면서 타야 하는 섬세함을 요하는 스포츠다. 머리를 전향으로 타는 종목이라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몸 중심이 낮기 때문에 보기와 다르게 위험성이 크지 않다. 속도는 135km/h 정도다. 썰매 종목은 코너를 보면서 타는 것보다는 이미 그 코너를 외워서 신체적으로 움직이는 게 특징이다. 
봅슬레이 월드컵 경기는 두 번의 경주에서 승부를 가린다. 올림픽은 4번의 경기에서 승부를 본다. 평창 봅슬레이 경기장은 1,650m인데, 이 거리를 48초, 50초에 주파한다면 0.1초 순간의 판단이 승부를 좌지우지한다. 올림픽에서 경기는 4번의 승부를 합산하기 때문에 단 한 번의 실수도 용납될 수 없다.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 왼쪽부터 원윤종, 서영우 선수.
[사진제공=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윤성빈 선수

올림픽에 출전하는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가대표 선수들 소개해 달라 
▶원윤종(33·강원도청) 선수는 노력형 천재다. 노력해서 본인 스스로가 재능을 만들어가는 친구다. 처음 만났을 땐 성결대학교 체육교육학과 학생이었다. 체육 선생님이 꿈이었다. 하지만 봅슬레이 선수로 와서는 본인이 타는 비디오를 수십, 수백 번을 반복해서 보고 확인한다. 그리고 수정할 것을 익혀 다시 본인의 것으로 만들어낸다. 노력도 하고 천재성도 있다. 내가 지도자로서 그 친구를 만난 것은 행운이다.
서영우(27·경기도BS연맹) 선수는 인천 체고에서 육상 100미터 단거리 선수로 1년간 뛰었다. 그런데 육상에는 재능이 없어서 그만뒀다. 성결대학교에 입학 후 영입했다. 그런데 운동에 재능이 있는 선수였다. 좋은 지도자를 만났다면 어떤 운동도 잘했을 것이다. 다른 선수가 서너 번 할 것을 서영우 선수는 한 번이면 된다. 게으른 천재라고 해야 하나(웃음). 그런데 정말 너무 잘한다. 얄밉지만 잘한다. 대표팀 선발전 때 처음으로 봅슬레이를 밀었는데도 경이로운 기록이 나왔다. 서영우 선수는 이 종목을 위해 태어났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윤성빈(24·강원도청) 선수는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친구다. 천재 이상의 단어가 있다면 그 단어를 쓰고 싶을 정도다. 재능도 있는데 노력도 많이 한다. 올해 다섯 번째 시즌이다. 올 시즌만 금메달 3개, 은메달 2개를 획득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이 친구의 전성시대가 올 것이다.

그동안의 성적은 어떤 편인가 
▶봅슬레이는 4년 만에 2015~16시즌 세계랭킹 1위를 했다. 그리고 작년엔 세계랭킹 3위였다. 남은 과제는 평창동계올림픽에서 2인승, 4인승 2개 메달을 색 구분 없이 획득하는 것이 목표다. 윤성빈 선수는 3년 만에 세계랭킹 3위까지 올라갔다. 4년 만에 세계랭킹 2위, 마르틴스 두쿠르스(33·라트비아)라는 선수 때문에 계속 2위만 하고 있다. 평창 동계올림픽이 끝나면 아마 넘어서지 않을까 생각한다.

루지 선수에서 현 국가대표 감독이 되기까지 스토리가 궁금하다
▶저는 강원도청 소속 루지 선수였다. 루지를 1995년(고등학교 2학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1998년 나가노동계올림픽에 국가대표로 출전했다. 이후 군에 입대했다. 입문 계기는 고등학교 체육 선생님의 추천이었다. 전북 전주가 고향이다. 중학교 때는 씨름을 했다. 전국대회 3관왕까지 했다. 그런데 씨름 특성상 체격이 또 중요했다. 작은 체격인 저를 선생님께서는 레슬링으로 추천해서 보냈지만 역시 좋은 성적은 거두진 못했다. 그때가 고 2 말 정도다. 바로 그때 루지 국가대표 선발전 공문을 보신 선생님 추천으로 루지에 입문하게 됐다. 당시만 해도 루지 국가대표 코치가 있었고 해외에서도 코치가 왔다. 국내 코치는 나를 주목하지 않았지만 외국인 코치가 나를 눈여겨봤다. 외국인 코치 추천으로 국가대표팀 마지막 3명 안에 들어가게 됐다. 그게 계기가 됐다.
그렇게 선수가 되고 나가노동계올림픽에 출전했다. 이후 군 입대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군 생활을 특전사에서 7년간 부사관으로 근무하고 제대하는 시점(2005년)에 평창동계올림픽 유치 붐이 일어났다. 
당시 27살, 특전사로 근무하면서 체력은 자신 있었다. 2006년에 다시 루지 선수로 뛰게 됐고, 2010년 밴쿠버동계올림픽에 루지 국가대표 선수로 출전했다. 그리고 은퇴했다. 
이후 서울 휘문중·고등학교 봅슬레이·스켈레톤팀 초대 감독으로 임명됐고, 1년간 후학 양성에 매진했다. 거기서 1년 정도 있다 보니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대한체육회에서 봅슬레이, 스켈레톤 티오(정원)를 확충했다. 연맹 측의 요청으로 2011년 1월에 국가대표 감독직을 맡게 됐다.

봅슬레이 국가대표는 한국의 ‘쿨러닝’이랄 만큼 유명해졌다. 이제 마지막 단추인 올림픽만을 남겨뒀는데 자신 있나 
▶한국의 ‘쿨러닝’이란 소리를 많이 들었다. 일단 첫 번째로 마음속으로는 메달의 색이 문제지, 메달 획득은 자신한다. 금·은·동은 정말 0.1초의 싸움일 것이다. 그래서 메달의 색은 그 상황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 어떤 선수도 금메달을 따겠다고 얘기할 수는 있지만 확신할 수는 없을 것이다.

지난달 19일 많은 분들 앞에서 강연을 한 것으로 안다. 강연의 주요 내용은 
▶우리 봅슬레이팀이 5년 만에 불모지에서 꽃을 피웠다는 얘기다. 누구든 어떤 일을 하더라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연구하고 노력한다면 언젠가는 하고 있는 일에서 꽃을 피우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게 첫 번째였다.
두 번째는 저희도 불모지에서 지금은 유망 종목이 됐다. 아직까지 해가 뜨지 않는 그늘에서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다. 1등만 바라보지 말고 꼴등 선수가 1등 선수가 되도록 지원해 주고 응원해줬으면 좋겠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이 얼마 남지 않았다. 마지막까지 대표팀에서 준비해야 할 가장 중요한 것은 
▶지금은 무엇을 향해 준비하는 것보다 실수를 줄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현대 스포츠에선 시합이 다가오면 다가올수록 선수들의 기량을 향상시키는 것보다 컨디션 조절과 부상 방지에 초점을 둔다. 우리는 홈 이점이 있기 때문에 경쟁 국가에 비해 유리한 점이 분명 있다. 우리 선수들의 컨디션 유지와 트랙에서 실수만 줄여도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의 동계 스포츠가 힘든 여건이다. 동계 스포츠 발전을 위해 정부, 관련 단체, 업계 등 노력해야 할 점은 
▶현대 스포츠는 정보화가 관건이다. 정보에 빠르게 대응하지 않으면 따라갈 수 없다. 봅슬레이도 마찬가지다. 썰매가 신모델이 나왔으면 그걸 빨리 신청, 구매해서 먼저 타보는 선수가 유리하다. 만약 우리가 2000년 모델을 타고 있고 다른 팀들은 2005년 썰매를 타고 있다면 이미 늦은 것이다. 이에 정부, 연맹에서 좀 더 세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도 우리는 현대자동차의 지원으로 괜찮은 편이다. 썰매 개발에서부터 선수까지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경기에만 몰두할 수 있다.

대한봅슬레이스켈레톤경기연맹의 역할은 어떤가
▶연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어떤 부분이냐면 금액적, 후원적인 부분에서도 문을 많이 두드려야 한다. 각 시도별 선수 양성도 많이 해야 한다. 거의 국가대표에 집중하기 바쁘다. 3명 키워서 올림픽 보내고 끝나면 또다시 3명을 키우고, 다람쥐 쳇바퀴 식이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과거 지도자 1명이 선수 5명을 지도할 때와 비교하면 지금은 대략 열 배가 늘어났다. 과거 3억 원이면 지금은 30억 원이 필요하 다. 인원이 늘어나는 만큼 예산도 늘어야 하고 기업과의 조율에 있어서도 효율적으로 활용하는 전문 경영시스템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연맹의 경우, 그런 면에서 부족하다. 연맹도 최선을 다하고 있지만 기업의 전문경영자가 연맹의 대표 혹은 수석부회장으로 오는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끝으로 국가대표팀을 성원해 주시는 국민들께 한마디
▶봅슬레이는 국민의 관심 밖, 소외됐던 종목에서 메달 유망 종목까지 왔다.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성원도 많이 해준다. 너무 감사한 일이다. 그러나 어떤 종목도 처음과 시작은 관심 밖이었고 어려운 시기가 있다. 봅슬레이, 스켈레톤처럼 급성장하는 종목에 응원도 좋지만 소외된 종목, 이제 시작하는 종목의 선수들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주면 선수들에겐 더없이 힘이 될 것이다.


이용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 1978년 6월, 전라북도 전주 출생 
– 1998 일본 나가노 동계올림픽 출전
– 2010 벤쿠버 동계올림픽 루지 국가대표 
–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전종목 출전 
– 現 강원도청 봅슬레이, 스켈레톤팀 감독 
– IBSF 봅슬레이, 스켈레톤 국제연맹 선수임원
– 연세대학교 체육교육 석사 졸업 
– 現 봅슬레이·스켈레톤 국가대표 총감독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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