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화의 멋있는 음식] 대방어

머니투데이 더리더 최정면 기자입력 : 2018.01.03 10:39

▲고대화 대표프로듀서

고대화 아우라 미디어 대표 프로듀서


겨울입니다. 계속되는 추위에도 불구하고, 연말 각종 송년회로 술자리도 참 많은 때입니다. 요사이 웬만한 음식점에 가면, 메뉴에 대방어라고 크게 써 붙인 걸 자주 보게 됩니다. 대방어가 겨울진객이니 겨울별미니 해서 TV 여기저기에서 많이 다루어 대방어에 대해 들어보신 분이 많이 계실 겁니다. 사실 방어는 한국 사람들보다는 일본사람들이 많이 좋아하는 생선입니다. 한국 사람들은 생선회에 대해서 기본적으로 쫄깃한 맛을 즐기는데다가, 활어회를 좋아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광어, 도미, 우럭 같은 흰 살 생선을 활어로 눈앞에서 갓 잡아 생선의 쫄깃한 맛을 즐기는데 익숙해져 있는 거지요. 그런데 방어는 기름기 많은 붉은 살 생선인데다가, 활어로 눈앞에서 잡기가 거의 불가능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에게 아직 덜 친숙한 생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게다가 방어는 잡은 지 8시간 이상 지나야 선어회 상태가 되어 가장 부드럽고 촉촉한 맛이 극대화되기 때문에, 활어회가 대세인 한국 수산시장에 상륙이 늦은 거지요. 갓 잡은 방어는 사후경직 때문에 쫄깃한 맛은 있을지 몰라도 감칠맛이 덜하거든요. 그런데도 최근 꽤 퍼지는 대방어 붐은, 맛있는 생선의 올바른 소비라는 관점에서도 좋은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대부분 방어에 대해서 대강만 알지 실은 잘 모르실 수 있고, 그래서 진짜 제대로 된 대방어를 만나는 건 너무나 어려운 일이라는 걸 지금부터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난관은 비슷한 고기와의 구별입니다. 우선 방어와 꼭 닮았지만 맛은 다른 부시리가 선택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부시리의 맛도 방어 못지않지만, 방어는 여름이 제철인 부시리나 9월이 제철인 잿방어와는 종류가 다른 생선입니다. ‘겨울 방어, 여름 부시리’라는 말은 겨울에는 기름기가 찰진 방어가 맛있고 여름에는 쫀득한 부시리가 맛있어서 유래된 말입니다. 방어와 부시리는 외관상 구별이 쉽지 않으니, 잘 챙겨 보셔야 합니다. 일부에서 부르는 ‘히라스’라는 말은 일본에서 부시리를 ‘히라마사’라고 부른데서 잘못 이해되어 유래된 것이니 사용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일러스트레이션=박유하

둘째, 잿방어나 부시리가 아닌 제대로 된 방어를 골랐다면, 먹는 철이 제철이냐가 중요합니다. 여름 방어는 개도 안 먹는다는 속설이 있을 정도로 맛이 없습니다. 농어목 전갱이과에 속하는 회유성 어종인 방어는, 겨울이 시작되어 바닷물이 차가워지면 살아남기 위해 몸에 지방을 축적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러시아 연방 극동에 있는 캄차카반도에서 지내던 방어가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해 동해를 거쳐 1년 만에 마라도 앞바다에 모습을 드러냅니다. 남으로 내려가는 순서에 따라 동해 방어가 주로 9~10월에 잡히고, 11월~2월까지는 제주연안에서 잡히는 거지요. 방어하면 제주 모슬포에서만 잡히는 줄 아시는 분들도 계시지만 방어는 동해 거진항과 통영, 그리고 제주 모슬포가 3대 산지로 유명합니다. 11월에도 동해 방어를 먹을 수 있지만, 바다가 차고 거친 1, 2월의 방어가 가장 맛있는 시간입니다.
셋째, 겨울에 제대로 방어를 골라잡아도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방어는 뭐니 뭐니 해도 크기가 중요합니다. 방어는 우리나라보다 일본에서 훨씬 사랑받아온 생선인데, 일본에서 방어는 출세어(出世魚), 즉 어린치어와 어른이 된 성어의 이름이 다른 고기입니다.(우리나라에서도 어촌에선 이름이 다릅니다). 어린치어와 성어는 생긴 것도 다르고 맛도 확실히 다르거든요. 치어는 노란색 세로 줄무늬가 있지만 커가면서 그 줄이 서서히 사라집니다. 간사이 지방의 이름을 기준으로 하면 60cm까지는 하마치고 60cm(곳에 따라 80cm)가 넘어가야 우리가 흔히 방어의 일명으로 아는 부리로 부릅니다. 즉 우리가 대방어라고 부르는 사이즈 정도가 되어야 비로소 부리(방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그보다 작은 것은 방어도 아니라는 말이지요. 그래서 일본에서는 이웃이 취직을 한다거나 하는 일이 있으면, 사회에 나아가서 크게 출세하라고 방어를 선물하는 전통이 있습니다. 방어는 클수록 기름이 오르고 부위별로 다양한 맛을 볼 수 있는 생선입니다. 1kg 내외는 소방어, 2~4kg은 중방어, 5~8kg은 대방어, 8kg 이상은 특대방어로 구분하는데. 여러 부위를 맛보고 싶다면 제철에 제주에서 종종 잡힌다고 하는 10kg 이상의 특대방어가 제일 좋습니다. 제철 대방어의 뱃살 맨 밑 부위는 배꼽살로 부르는데 운동량이 많아 단단하면서도 기름기가 많아 쫄깃한 식감과 기름진 방어 맛을 즐길 수 있고, 가장 귀한 부위는 머리밑과 뱃살이 만나는 가마살인데, 살살 녹는 맛이 천하 일미입니다.


방어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많이 잡힌 생선입니다. 조선음식서 《도문대작(屠門大嚼)》(1611년, 허균)에는 “방어는 동해에서 많이 나지만 독이 있어 임금님께 올리지 않는다”라고 쓰여 있는데, 이를 보면 예로부터 많이 잡힌 방어에 기름기가 많아 물류에 문제가 있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일본이 한반도 어장개척을 위해 기록한 《조선 통어 사정(朝鮮通漁事情)》(1893)에는 “조선인들이 방어를 즐겨먹지 않는 탓에 한반도 전역에 방어가 지천으로 깔려 있다”는 기록이 나옵니다. 우리가 쉬이 상하는 생선을 보관하고 유통하는 방법을 잘 몰랐고, 숙성된 선어회를 먹는 문화가 없어서 우리에게 조금 덜 친숙한 생선이지, 원래는 아주 오랫동안 우리나라에서 지천으로 잡히던 친숙한 생선이 방어입니다.
하여튼, 대방어의 뱃살은 부위별로 두툼하게 썰어 회로 먹어야 맛있습니다. 제주 모슬포 사람들은 한라산에 눈이 두 번 내려야 방어 맛이 든다고 한다지요. 제주 사람들은 기름진 방어를 먹으며, 거친 바다와 싸우며 겨울을 날 준비를 했다는 겁니다. 대방어는 클수록 좋은데, 그 큰 한 마리를 혼자서는 다 먹을 수 없으니 좋은 사람 여럿이 모여서 먹을 수 있으면 금상첨화이겠지요. 강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잘 숙성된 특대방어 한 마리를 두툼하게 썰어서 기름기 오를 대로 오른 뱃살 한 점 먹으면 혀에서 스르르 녹는 그 진하고 달콤한 맛이 온 몸에 퍼집니다. 여기에 차가운 소주 한 잔. 어둡고 깊고 찬 겨울바다를 헤쳐 나가는 한 마리 늠름한 대방어를 생각합니다. 참으로 겨울은 대방어의 계절입니다.


대전고 졸업
서울대 / 대학원 경영학과 졸업
KPMG 근무(한국 공인회계사)
SBS 기획팀, 제작본부 근무
SBS USA General Manager
SBS i 총괄상무
SBS USA 대표이사
2008년 SBS 연기대상 제작공로상 수상
2013년 아시아소사이어티 5주년 기념 공로상 수상(드라마를 통한 한류 확산 및 외교 기여)
前 올리브나인 미디어 대표이사
現 아우라 미디어 대표 프로듀서
現 한양대학교 경영대학원 겸임 교수


▶본 칼럼은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jungmyeon@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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