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이 나타내고 있는 통치행태의 특성 (2)

김정은은 2012년 7월 숙청의 첫 표적으로 김정일 사망 이후 당시 군부 실세로 꼽히던 리영호 총참모장을 전격 해임했다. 그의 해임은 군 통제 강화과정에서 비협조적 태도를 취한 데 대한 문책성 인사로 알려졌다. 이후에도 그의 숙청작업은 계속되었는데, 김정일의 장례식 당시 영구차를 호위했던 김정각, 김영춘, 우동측 등 ‘군부 4인방’도 김정은시대 개막 이후 모두 숙청되거나 일선에서 물러났다. 특히 2013년 12월에는 자신의 고모부이자 김정일의 사망 이후 북한 2인자로 군림하던 장성택을 전격 처형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중국은 여러 차례 북한에게 개혁·개방을 권유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야 변방과 동북아가 평화로워진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북한은 중국의 이런 요구에 소극적이었다. 그래서 중국은 내심 개혁·개방에 우호적이고 국제사회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는 북한 지도자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 측면에서 김정남이 중국에 제격이었다. 왜냐하면 그는 오랜기간의 외국생활을 통해 세상의 흐름에 눈을 떴고 국제적 감각을 갖춰 중국과 보조를 맞추기에 안성맞춤이었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친중파였던 장성택도 김정남을 후계자로 밀어 중국은 김정남에 대한 기대가 클 수밖에 없었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사정을 간파한 김정은은 3대세습 체제의 안정을 위해 극도의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보여진다. 바로 이런 맥락에서 볼 때, 해외 언론 인터뷰에서 3대세습을 정면 비판한 적이 있는 이복형 김정은은 ‘눈엣가시’로 비쳐졌을 것이며, 그에 따른 당연한 귀결로 ‘살해’라는 카드를 택했을 것이다. 이것이 바로 김정은이 ‘2인자’로 불리던 장성택을 쳐내고, 이후에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는 김일성과 건국공신(?)인 ‘빨치산혈통’에 이어 ‘백두혈통’ 제거에 나선 모습이라 추정되는 이유이다.
특히 김정은의 김정남에 대한 피해의식은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원장이 “루쉰(魯迅)의 소설 ‘광인일기’에 나오는 주인공처럼 피해망상증이 너무 심해 김정남이 자신을 처형할 수 있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분석한 것처럼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 역시 핵과 미사일로 말썽을 피우는 김정은에 대한 감정이 쌓여 있었을 것이다. 그 발단이 된 사안은 여러 가지가 있었을 것이나, 그 중 대표적 사례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춘절(春節) 기간이자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취임을 한 달 앞둔 2013년 2월 12일 감행한 제3차 핵실험이다. 중국은 북한에 핵실험·미사일발사가 미국의 군사적인 간섭을 불러올 것이라며 자제를 요청했다. 미국의 핵항공모함·전략폭격기 등이 한반도에 출현하면 중국 또한 긴장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북한의 도발은 계속됐다. 여기에 덧붙여 치중파로 분류되는 장성택마저 처형되자 중국은 단단히 벼르게 됐다. 중국도 의도적이든 아니든 김정은이 오해할 만한 행동을 하기도 했다. 대북 소식통은 “중국이 다롄(大連) 인근의 휴양지에 외부인의 출입을 금지시켜 놓고 김정남과 고위 탈북자들이 그곳을 이용하게 했다”고 전했다. 아마도 이런 행동들이 김정은으로 하여금 ‘중국이 급변사태에 대비한 플랜 B를 세우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사게 한 측면이 있을 것으로 보여진다. 국가정보원 산하 연구기관인 국가안보전략연구원은 2016년 말 펴낸 ‘김정은 집권 5년 실정 백서’에서 김정은 집권 5년간 총살·숙청된 인원이 340명에 달한다고 추정했다. 간부들의 경우는 2012년 3명, 2013년 30여명, 2014년 40여명, 2015년 60여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고위 간부 3명을 포함해 일반 주민 등 총 140여명을 처형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도 지난 2월 김정남 독살사건 직후에 김원홍 국가보위상이 숙청된 것으로 보인다는 소식이 나왔지만 김 보위상은 ‘혁명화 교육’을 받은 뒤 지난 5월 군 총정치국 부국장으로 복귀했다.
결국 김정남 독살사건이 북한에서는 김정은체제의 안정을 위한 숙청작업의 ‘완결판’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국내 반대세력의 대부분을 제거하고 마지막으로 ‘은둔의 황태자’로 불리며 해외 생활을 하던 이복형 김정남을 처리해 ‘체제전복의 싹’을 완전 잘라버렸기 때문이다.

김정은이 집권한 지 6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북한의 실상은 과거 선대 수령이었던 김일성-김정일시대와는 달리 매우 폭압적이고 공포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가운데 인민들의 실생활 향상이나 개선과는 동떨어진 김정은만을 위한 우상화, 신격화에 치중하고 있다. 특히 북한체제를 뒷받침하는 군 장령(將領)을 ‘노리개’처럼 대하는 가운데 “견장놀음, 잇따른 숙청 등”을 자행하고 있기 때문에 이로 인한 불평과 불만, 분노와 원한은 이중 삼중의 감시기제를 발동하고 있는 체제특성상 비록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반(反)김정은정서가 만연되고 있다.
이런 정서가 인민들의 불평불만과 직접 불이익을 당한 당사자들의 분노와 원한으로 연계된다면, 현 김정은체제가 언제까지 존속할 수 있을지 미래가 매우 불투명하게 투영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 덧붙여 인민들의 실생활 개선이나 향상은 외면한 채 핵-경제병진노선을 표방하면서 핵실험과 미사일발사에 집중적으로 자원을 쏟아붓는 정권자체의 비정상적 속성으로 인해 그 후유증 역시 가시화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즉 김정은은 ‘핵·경제 병진노선’을 표방하고, 집권 첫 해인 2012년 12월에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한 데 이어 2013년 3차 핵실험, 2016년 4차·5차 핵실험과 2017년 9월 6차 핵실험, 중장거리 미사일·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시험발사 등 핵·미사일 고도화에 집착하면서 유엔과 국제사회의 강력한 대북제재를 자초하였고, 여기에 혈맹국이었던 중국이나 한때 ‘사회주의국가의 비조(鼻祖)국’으로 의존해 왔던 러시아조차도 등을 돌리고 있어 북한의 앞날은 고립무원(孤立無援)의 외톨이신세를 더욱 심화시킬 것으로 예견된다.
또한 2009년 1월 8일(김정은 생일) 후계자로 내정된 이후 2010년 9월 28일 제3차 당대표자 대회에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으로 임명되어 후계자로 공식화 되어 현재에 이른 김정은은 오직 3대 세습권력을 공고히 하기 위해 자신의 고모부를 비롯한 고위 간부와 주민 340명을 공개 총살하고 숙청하는 반인륜적인 행위를 자행했기 때문에의 후계자로서의 정통성은 크게 훼손되고 있으며, 이는 김정일의 인물(능력)중심과 달리 ‘만경대와 백두’의 전통을 강조하는 혈통1)마저 위태롭게 하는 지경에 이르고 있다. 즉 북한당국이 집권 이전 김정은을 ‘청년대장’이라고 호칭한 데 이어 집권 이후 수령복(김일성), 장군복(김정일), 대장복(김정은)으로 이어지는 3대 세습의 순서를 적시하는 가운데 ‘만경대 혈통’과 ‘백두의 혈통’이라는 표현을 사용면서 김정은에게 수령과 장군을 잇는 3대 세습의 후계자 정통성이 있음을 강조하고 있으나, 앞으로 그 허구성이 하나둘 가시화된다면 정권자체의 존망을 위태롭게 하는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북한내부의 동정(動靜)을 예의 분석, 평가할 필요가 있으며, “만의 하나” 발생할 지도 모를 급변사태에 대비한 역량축적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하다고 하겠다.

1) 고유환, 김정은 후계구축 논리와 징후, 통일문제연구, 제53호, 2010년 상반기, 105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