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병두 "MB 국정원, 박원순 등 야당 인사·민간인 불법사찰"…공작명 '포청천'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3일 이명박 정부의 국정원이 대북공작금을 유용하여 유력 야당 정치인을 비롯한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공작을 전개했다는 정황을 공개하고 있다./사진=뉴스1

이명박 정부 국가정보원이 대북공작금을 빼돌려 한명숙 전 국무총리,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 박원순 서울시장 등 유력 야당 인사와 시민단체 인사, 전직 언론인 등 민간인에 대한 불법 사찰에 사용했다는 의혹이 23일 제기됐다.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처음 이 제보를 받고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국가 안보를 위해 절대로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까지 넘어선 것으로 밝혀졌다"라며 이러한 의혹을 제기했다.

민 의원에 따르면 이 불법사찰 공작의 공작명은 '포청천'으로 최종흡 전 국정원 3차장 지휘 아래 진행됐다. 최 전 차장이 물러난 후에도 후임인 김남수 차장에 의해 계속되는 등 이명박 정부 5년 내내 대북공작금을 이용한 불법 사찰이 계속됐다는 것이 민 의원의 설명이다.

민 의원은 "차장이 바뀐 후에도 공작이 지속된 것으로 봐서 모든 결과물이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보고된 것으로 이해된다"며 이 전 대통령 책임론을 제기했다.

또 박근혜 정부에서 남재준 전 원장 부임 후 감사팀의 감사 시도가 있었으나 당시 대북공작국장이 "이것을 감사하면 대북 공작 영량이 모두 와해된다"고 만류해 감사가 중단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민 의원은 "박근혜 정부도 이 공작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구체적인 내용을 보면 사찰 대상자는 한 전 총리, 박 의원, 박 시장과 최문순 강원도지사, 정연주 전 KBS 사장 등이다.

또 해당 공작팀의 조직을 보면 보면 대북공작국이 아닌 방첩국 국장 C씨, 외사·산업스파이 담당 부서 단장 K씨가 지휘를 맡았으며 K씨 지휘 하에 내사 파트, 사이버 파트, 미행감시 파트 등 3개 파트에서 불법사찰이 진행됐다고 덧붙였다.

특히 K씨가 공작 담당 직원들에게 "승진은 책임질테니 벽을 뚫든 천정을 뚫든 확실한 증거를 가져와라"고 지시했다는 의혹, 사이버 파트에 불법 사찰 대상자 이메일을 건네주며 "PC를 뚫어라!"고 지시했다는 의혹도 함께 제기했다.

다만 민 의원은 이번 제보의 출처에 대해서는 "지금 공개할 수 없다"고 함구했다. 그러나 "팀원의 직급과 이름까지 공개했다"며 제보에 신빙성이 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