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욱 부산대 교수, “양자역학적 발상, 다양한 분야에 영감”

과학과 철학, 세상을 보는 틀은 유사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고은 기자입력 : 2018.01.31 16:51
만물은 원자로 만들어졌다. 밤하늘의 별도, 지금 읽고 있는 활자도, 모두 크고 작은 원자의 조합이다. 양자역학은 이 원자를 다루는 학문이다. 생소한 학문 같지만 모든 물질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최근 물리학과 양자역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어떤 이유인지 듣고자 지난 19일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를 만났다.

김상욱 교수는 “익숙한 인공지능이나 DNA 이런 것도 아닌데 왜 많은 관심을 받는 건지 사실 나도 궁금하다”고 반문하고는 “이전에 관련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도 서로 궁금해 하고 있다.”며 웃는다.

하지만 양자역학은 스토리가 굉장히 신선한 생각들로부터 출발했기 때문에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는 학문이라고 설명한다. 매순간이 창의성과의 전쟁을 하는 우리의 현실 앞에 신대륙 같은 발상을 주는 학문이라면 최근 부쩍 늘어난 관심도 제법 수긍이 간다.

같은 맥락으로 동양철학이나 특정 종교(불교)와 양자역학의 일부 개념에 유사성에 대해 적용하는 케이스도 색다른 포인트다.

여기에 관해 김 교수는 재미의 관점으로 접근해야한다고 충고한다. “과학이라는 것은 객관적이고 물질적 증거에 기반을 두는데 반해 철학은 그렇지 않기에 오류에 빠지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고 충고한다.
-양자역학의 매력에 빠진 계기가 있나
▶계기는 책 한 권이었다. 일본 작가 가다야마 야수히사가 쓴 《양자역학의 세계》(1967년 초판 발행)라는 책이다. 당시에는 과학 교양서적이 그 책밖에 없었다. 지금 보면 대단치 않은 책인데, 그 책 한 권에 꽂혔다. 그 전까지는 서울대가서 법관, 의사, 검사가 될 거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무엇인가 되고 싶다고 생각한 게 그 책을 읽고 처음이었다. 무슨 학과인지도, 어떤 직업인지도 잘 몰랐지만 정말 흥미로웠다. 수십 번 넘게 읽었다.
양자역학에서도 특히 ‘양자컴퓨터’, ‘양자정보’ 때문에 지난 20년 가까이를 공부했다. 정보는 지금 굉장히 중요하다. 그런 정보를 양자역학적 관점으로 보는 새로운 학문, 양자과학이 만들어졌다. 거기에 매력을 느껴 여기까지 왔다.

-그렇게 재미있는 양자역학이란 무엇인가
▶일반인들에게는 고도의 전문적인 학문이라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물리학에서는 그렇지 않다. 이공계열 학부생이라면 3학년 때 어느 분야에 있든 반드시 배우는 필수 과목이다.
쉽게 말하자면, 물질의 특성에 대해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것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주변을 둘러보면 수많은 물질이 있다. 눈앞의 책과 컴퓨터, 컵도 물질이다. 인간이 가진 가장 오래된 질문중 하나는 ‘물질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는가?’이다. 만물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양자역학은 이 원자를 설명한다. 원자가 왜 그렇게 생겼고, 왜 이 원자는 이 원자와 결합하고, 왜 사람은 탄소로 돼 있어야 하는 것이지. 모든 것을 설명한다.
또,‘본다는 행위가 물체에 어떤 영향을 주는가’, ‘물체가 본래부터 가진 이데아의 모습을 그대로 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변형된 것을 보는 것인지’를 묻는다. 정답은 변형된 것을 본다는 것이다. 우리 눈에 보이는 책상이나 의자 같은 것들은 크게 변하지 않지만 양자역학적인 (미시적인)대상들은 변화를 일으킨다.

-양자컴퓨터는 무엇인가
▶컴퓨터라는 것은 복잡해 보이지만, 사실 원리만 보면 간단하다. 키보드에서 A를 누르면 문자 A를 화면에 띄우라는 0과 1로 된 명령어가 만들어진다. CPU가 명령어를 해독한 후 거기에 상응하는 행동, 스크린 어느 부분에 검은색으로 픽셀을 띄우는 것이다.
우리 눈에는 키보드를 누르는 행위와 스크린에 A가 뜨는 것만 보인지만 결국 숫자가 들어갔다 나오는 것이다. 중간 과정은 0과 1의 숫자를 순차적으로 하나씩 읽어서 순차적으로 내뱉는 것뿐이다. 이게 오늘날의 컴퓨터다.
양자역학은 여기서 단 한 가지만 바뀐다. 0과 1을 순차적으로 입출력하지 않고 동시에 처리한다. 우리의 경험에 기반을 둔 고전역학은 0이나 1을 한 번에 하나밖에 가질 수 없는데, 양자역학은 동시에 0과 1을 가질 수 있다. 로직이 아예 바뀌는 거다. 이를통해 기존의 컴퓨터로 할 수 없던 많은 것이 가능해진다.

-항간에는 양자컴퓨터가 곧 나온다는 얘기도 있다.
▶사실 상황이 좀 복잡하다. 지금은 약간 거품이 낀 것 같다. 특히 미국의 주요 정보 기업들이 자꾸 기술 선점 경쟁을 하려는 것 같다. 한 발자국이라도 먼저 가려고 싸우는 듯한 느낌이 든다. 최근 CES 2018에서도 인텔이 49비트 양자컴퓨터 칩을 개발했다고 들고 나왔다. 작년에는 IBM이 50비트를 만들었다고 말로만 발표했다. 사실 이 분야 전문가들은 칩을 들고 나오는 것이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 장치들은 상온에서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영하 270도에서 작동한다. 몇 개인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안정적이고, 안정 시간이 얼마인지를 밝히는 것이 중요한데, 오로지 숫자만 얘기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직은 기술적으로도 문제가 많다. 넘어야 할 장벽이 너무 많다. 사용할 수 있는 알고리즘도 아직 충분히 개발이 안 됐고,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학계에 있는 사람들은 아직은 안 될 거라고 하는데 기업에 있는 사람들이 장밋빛 미래를 이야기한다. 기업체는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가 잘 몰라서 그러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나치게 회의적인 걸 수 있다. 반대의 견해를 가진 사람도 있을 거다.

-개발이 된다면 기존 컴퓨터와 어떻게 달라지나
▶사실 인간은 양자역학으로 만들어진 컴퓨터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아직 잘 모른다. 왜냐하면 그런 종류의 로직을 한 번도 제대로 경험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몇 개의 알고리즘이 있기는 하다.
우선 완벽하게 도청 불가능한 통신이 가능해진다. 원리를 설명하자면 양자역학에서 ‘본다’는 관찰은 물체에 어떤 변화를 준다. 양자역학적으로 만들어진 정보가 이동하고 있을 때 누군가 그것을 중간에 도청하면 바로 변형이 일어나기 때문에 간섭이 있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또 한 가지는 ‘서치 알고리즘’의 변화다. 오늘날 가장 중요한 화두 중 하나가 ‘빅데이터’인데, 방대해지는 데이터 속에서 정보를 빠르게 찾아야 한다. 현재의 정보검색은, 수많은 정보 중에 내가 찾고자 하는 것과 그 결과를 하나하나 대조해보는 것이다. 내가 찾고자 하는 가수 이름이 A라고 하면 가수 이름이라는 방대한 정보 속에서 A를 1번부터 찾아본다. 검색 결과와 이름을 하나씩 대조해보고 맞나 안 맞나를 본다. 양자컴퓨터는 100개의 결과를 동시에 놓고 동시에 대조해볼 수 있다. 어려워 보이지만 이론적으론 가능하다. 이것을 활용하면 엄청나게 속도가 향상될 것이라는 예측이 있다. 다만 기술적인 난제가 많다.
현재 사용하고 있는 암호 체계인 소인수분해 알고리즘도 빠르게 깰 수 있다. 인터넷에서 사용하는 뱅킹 대부분은 이 시스템을 사용한다. 일반 컴퓨터로는 수학적으로 그 암호를 깨기가 힘들어서 널리 사용된다. 그런데 양자컴퓨터를 쓰면 그것도 아주 빠르게 깰 수 있다.

-블록체인도 깰 수 있다는 말인가
▶양자역학은 분산 서버 시스템 같은 것들을 동시에 보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말이 나온다. 가능할 수는 있지만 기술적으로 굉장히 어렵다. 일단 그렇게 하려면 블록체인 자체가 양자적으로 준비가 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기 때문에 쓸 수가 없다.

-모르는 것에 대한 두려움일까 과학적 발전에 비관적인 시선이 있다

▶기술에 대한 비관론은 항상 있었다. 기술이 분명 인간에게 안 좋은 영향도 많이 끼쳤다. 가까이는 두 차례 세계대전이 대표적인 예다. 그렇지만 손익계산을 다 따지고 보면, 인간에게 좋은 영향을 더 많이 줬다. 기술에 대해 너무 가혹하게 평가하는 것은 아닌지. 인공지능 같은 것이 만들어져서 인간에게 위협이 될 지도 모르지만, 잘 사용하면 인간에게 정말 유용하리라는 것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미래는 알 수 없기 때문에 함부로 말할 수 없지만, 지금까지 기술이 인간에게 했던 많은 일들을 생각해 보면 그렇다.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를 쓴 스티븐 핑거는 정말 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전쟁을 더 많이 하고, 폭력적으로 변했는지 분석했다. 그 결과 인간은 기술의 발전으로 덜 폭력적으로 변화해온 것이 확인됐다. 사실 선사시대 인간 뼈들 대부분은 어딘가 얻어맞거나 살해당한 흔적이 남아있다. 과학기술이 발달하지 않았던 중세시대도 전쟁은 지금보다 훨씬 잦았다. 18세기만 해도 거리에서 사람을 처형하고 고문하는 게 흔한, 폭력이 성행하는 시대였다. 인간은 이성적 판단과 합리적 사고로, 폭력성을 줄여왔다. 우리 어렸을 때와 지금을 비교해도 훨씬 덜 폭력적이다.
기술이 인간을 망친 게 아니다. 실제 기술은 평균수명을 늘리고, 더 많은 식량을 제공해서 오히려 인간의 행복에 기여했다. 물론 안 좋은 면도 있지만, 안 좋은 것만 꼭 집어 부각하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인간이 가지고 있는 이성과 합리적 생각,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기술이 가지고 올 폐해를 해결할 때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최근 양자역학이 많은 곳에 접목이 되고 있다
▶모든 과학적 개념을 여러 분야에서 활용하는 것까지는 좋지만, 조심해야 한다. 영감을 주는 정도면 좋은데, 오용하면 안 된다. 사이비로 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양자역학 이야기가 굉장히 신선한 생각이라 다양한 분야에 영감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과학이라는 것은 근본적으로 데이터, 객관적이고 재현 가능한 물질적 증거에 기반을 둔다. 양자역학이 괴상하게 들리지만 물질적 증거들이 있다. 그런데 그 개념의 유사성만 가져다가 무리하게 적용을 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동양철학과 양자역학이 자주 거론되는데, 이것을 이해하는 철학에는 유사성이 있다. 하지만 철학은 과학이 아니다. 철학은 물질적 증거를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오류에 빠지지 않으면 좋겠다. 동양철학이나 종교(특히 불교)가 비슷하다고해서 ‘유사하다’, ‘재밌다’ 여기까지는 좋은데, ‘그러므로 우리 종교가 과학적으로 입증되었다’라든가 ‘동양철학의 우수성이 양자역학으로서 증명이 됐다. 우주는 정말 기로 돼있다’ 하면 너무 간 것이다. 이건 경계를 해야 한다.

-그만큼 이 분야에 대중의 관심이 높아진 것 같다
▶그냥 과학도 아닌, 익숙한 인공지능, DNA 이런 것도 아닌데 왜 많은 관심을 받는 건지 사실 나도 궁금하다. 책을 출판한 출판사와도 서로 궁금해 하고 있다.

-과학 이론을 현실에 적용시키는 책도 쓴 걸로 안다
▶과학을 대중에게 알리는 과학문화 활동은 꽤 오래 해왔다. 처음에는 이공계기피를 막아보고자 틈틈이 해오다가 본격적으로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2010년쯤이다. ‘왜 사람들이 저렇게 비합리적인 결정을 내린 걸까,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까’ 많이 고민했다.
그때는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내가 내린 답은 ‘사람들이 합리적이지 않아서’였다. 합리적이란 것의 핵심은 과학이다. 서양에 합리주의가 자리잡은 것은 과학 때문인데, 우리 사회에는 과연 철지난 계몽주의라도 제대로 온 적이 있었나 싶었다. 우리 사회에 과학이 가지고 있는 자세, 과학적 사고방식. 증거에 입각해서 결론을 내리고, 증거가 없을 때는 어떤 권위나 관습, 전통에 얽매이지 않고 증거에 따라 결정을 내리는 그런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 생각으로 《김상욱의 과학공부》라는 책을 썼다.”

-인문학도 공부한다던데 물리학과 연관이 있나
▶이공계가 위기라 한참 시끄러울 때, 아이들에게 ‘과학은 재밌다’고 알리면서 위기를 타개하고자 했다. 책을 읽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고, 흥미를 느끼도록 써야 하니까 조금씩 철학 책도 읽고, 인문학 책도 읽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렇게 글을 쓰다 보니, 사람들이 자꾸 ‘철학한다’고 했다.
사실 철학자의 이름과 개념을 조금 쓴 것 밖에 없고 순수하게 과학의 눈으로만 쓴 글이었다. 그래서 관심이 생겼다. 과학적인 의도로만 글을 썼는데 사람들이 철학이라고 하니까 본격적으로 공부를 해보고자 했다.
인문학 책을 쭉 보면서 과학과 철학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꼈다. 둘 다 세상을 보는 틀인데, 과학은 물질적 증거를 요구한다는 것이 가장 큰 차이점이지만 그것을 제하면, 종합적이고 논리적인 어떤 체계를 만들고 세상을 이해하려는 것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느껴졌다.

-자연과학, 양자역학 외에 최근 관심 있는 것이 있다면
▶사실 세상 모든 것이 알고 싶다.(웃음) 최근 관심이 생긴 것은 빅히스토리라는 분야인데 인간의 역사를 인류 출현부터가 아닌 우주의 시작부터로 확장시킨 개념이다. 인간을 하나의 종으로 놓고 다룬다. 이것을 공부하면서 세상을 시간 축으로 보는 것이 항상 아쉬웠다. 그래서 세상을 공간 축으로 놓고, 한 공간에 원자부터 시작해서 분자, 물체, 생명체 이렇게 확장시켜서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리고 물리학자이긴 하지만 생명의 기원에도 관심이 많아서 틈틈이 생물학 책을 보며 공부하고 있다. 생물학 공부는 인간에 대한 이해로 직결된다. 인간에 대한 많은 질문이 생명과 진화에서 온다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생물학으로 인간에 대해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올해 목표
▶어쩌다 보니 점점 더 과학 대중화에 몸을 담그게 됐는데, 연구를 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서 걱정이 된다. 연구라는 것은 24시간 그 생각만 해야 되는 거다. 이 둘을 병행하는 것이 정말 힘들다. 사실 연구는 거의 못하고 있다. 그래서 다시 연구에 매진해야 할지 많이 고민하고 있다. 연구를 놓을 수도 없다. 아직 알고 싶은 것도 많다. 어렵겠지만 균형을 맞춰보려 한다.

△김상욱 부산대 물리교육과 교수
– 1970년생 (서울)
– 카이스트 물리학 학사, 석사, 박사 
–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연구원 
– 일본 동경대 물리학과 방문교수 
– 現 부산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 現 APCTP 과학문화위원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mgo626@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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