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는 색이 없다?

제주도지사 선거에서 그동안 가장 많은 당선자를 낸 곳은 여도 야도 아닌 ‘무소속’이다. 민선 1기 신구범 전 지사, 민선 4기 김태환 전 지사, 5기 우근민 전 지사까지 모두 무소속으로 당선됐다. 또한, 제주도의 특이한 점은 민선 6기 이전까지 거의 20년 가까이 소위 빅3(우근민, 김태환, 신구범)가 장악했다는 점이다. 우근민 전 지사는 민선 2기와 3기에 당선되며 제주도 최초 연임지사가 됐고, 민선 5기에 세 번째로 당선돼 총 재임 기간이 10년에 달했다. 김태환 전 지사는 민선 3기 보궐선거 때부터 민선 4기까지 6년을 재임했다.

민선 1기 신구범 전 지사는 1942년 제주 출신으로 육국사관학교 4학년을 다니다 중퇴하고 이듬해인 1966년 독학으로 행정고시에 합격해 제주도 기획관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농림수산부로 옮겨 축산국장, 기획관리실장 등을 거쳐 1993년에는 관선으로 제주도지사에 임명됐고, 탄탄한 지역 기반을 토대로 1995년 민선 1기 제주지사 선거에 나서 당선됐다. 그는 지사 재직시절 공격적인 업무 추진력으로 ‘불도저’, ‘싸움닭’과 같은 별명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민선 2기 재선에 도전했지만 실패했고, 민선 6기 새정치민주연합 제주도지사 후보로 나섰지만 원희룡 새누리당 후보에 밀려 좌절됐다.

민선 2기 우근민 전 지사는 민선 1기 선거에서의 실패를 딛고, 다시 한 번 신 전 지사와 맞붙었다. 두 사람은 당시 새정치국민회의로 옮겨 공천권을 두고 경선을 벌였고, 그 결과 우 전 지사가 이겼다. 신 전 지사는 경선에 불복해 무소속으로 출마했으나 선거는 우근민 전 지사의 완승으로 끝났다. 그는 민선 3기 재선에 성공했으나 2004년 선거법 위반으로 벌금형 확정 판결을 받고 도지사 자격을 박탈당했다. 하지만 민선 5기 제주도지사 선거에 무소속으로 재도전했고 6년 만에 금의환향해 총 10년간 제주도정을 이끈 인물이 됐다.

민선 3기 보궐선거에서 우근민·신구범 공백을 틈타 도지사 자리에 오른 김태환 전 지사는 2004년부터 2010년까지 제주시장을 역임했다. 그는 2004년 제주지사 재선거에서 한나라당(야당)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민선 4기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이 현명관 전 삼성물산 회장에게 공천을 줄 기미를 보이자 김 전 지사는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열린우리당 입당을 선언했다. 그러나 당내 분란으로 입당은 하루 만에 무산됐고, 결국 무소속으로 선거에 나선 김 전 지사는 현 후보와 박빙의 승부 끝에 승리했다.

20년 빅3 정치를 처음으로 깬 건 지난 2014년 6.4 지방선거였다. 50대의 젊은 피와 세대교체론을 전면에 내세우며 새누리당 후보로 나선 원희룡 지사는 선거 전까지 여론조사에서 신 전 지사와 양강 구도를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60% 대의 압도적인 득표율을 올리며 민선 6기 제주지사에 당선됐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월 2일 제주시 연동 메종글래드 제주에서 열린 ‘2018년도 제주도민 신년인사회’에서 신년사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현재 원 지사가 속했던 바른정당은 국민의당과의 통합을 거쳐 바른미래당으로 새롭게 출범했다. 그러나 원 지사는 아직까지 바른미래당에 합류한다는 의사를 표시하지 않았으며, 2안으로 보이는 자유한국당으로의 복당 의사 역시 보이지 않고 있다. 만약 원 지사가 바른미래당에 합류한다면 제주지사 선거는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 바른미래당의 3자 대결 구도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며, 자유한국당으로 복당한다면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여야 1:1 양자 대결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원 지사가 무소속으로 출마할 시에는 더욱 복잡한 다자 대결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원 지사는 여전히 당적을 고민 중인 것으로 보이며 평창동계올림픽이 끝나는 이달말쯤 거취를 밝힐 것으로 예측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