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들리면 말문은 트인다

[오쌤의 대충 영어] 동시통역사 훈련법인 ‘섀도잉’ 통해 듣기와 말하기 해결

대충영어·중국어 오승종 대표입력 : 2018.04.24 10:10

2014년 개교해 아직 졸업생도 배출하지 않은 미네르바스쿨은 세계에서 가장 주목받는 대학이 됐다. 캠퍼스도 없이 샌프란시스코, 서울, 베를린 등 7개 도시를 돌아다니며 혁신적인 방법으로 수업을 하는 이 학교가 하버드대학교보다 더 들어가기 어렵다고 한다. 400명 정도가 정원인데 지원자가 2만5000명이 넘는다고 할 정도로 인기 있다.


미네르바스쿨이 프로젝트 기반의 교육 혁신 사례로 꼽힌다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다양한 분야의 강의를 무료로 제공하는 무크(Massive Open Online Course•MOOC)가 있다. 2012년 설립된 코세라는 29개국 161개 대학•기관과 파트너십을 맺고 2600개 안팎의 온라인 강의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무크 서비스로 지금까지 수강한 인원만 2500만 명이 넘는다고 한다.


인공지능과 딥러닝, 자율주행차 등에 특화된 강의를 제공하는 유다시티는 정보기술(IT) 기업들이 필요로 하는 인재를 단기간에 양성하면서 ‘실리콘밸리의 대학’으로 자리매김했다. 구글이나 아마존 등 IT 기업들은 유다시티와 제휴를 맺고 강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한편 이를 수강하거나 6개월 또는 1년 과정의 ‘나노 학위(nano degree)’를 취득한 수강생을 직원으로 채용하고 있다.


모국어 학습법에서 배워라
영어 단어를 기계적으로 암기하는 것은 머릿속에 오래가지 않는다. 단기기억을 거쳐 장기기억, 다시 자동기억에 남아야 모국어처럼 영어로 말하게 되는 것이다. 모국어를 배우는 방법이 가장 효율적이고 과학적인 언어학습법이다. 모국어는 단어장을 외우지 않는데 왜 영어를 무조건 외우려고 할까?


 빅데이터를 살펴보자. 미국인이 사용하는 빈출 단어를 체크해 보면 1000단어가 80%, 2000단어가 86%를 차지한다. KBS 다큐에 의하면 영어 말하기 세계 3위 국가인 핀란드인들이 하는 영어 인터뷰 내용을 분석해 보니 85%가 1000단어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래서 영어 말하기는 불과 1000단어면 충분한 것이고 이 1000단어를 말하기를 먼저 하고 나서 다음 단계로 나아가야 하는 것이다.


자주 사용되는 1000개의 단어를 문장을 통해 자주 접하면서 익히면 외우지 않아도 두뇌의 자동기억에 남아서 원할 때 언제든지 영어로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외우지 않고 문장을 자연스럽게 익히는 것이 모국어를 습득하는 방법이고 이 방법이 영어를 습득하는 데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다. 문장을 익히는 가장 보편적인 방법은 소리 내서 읽는 낭독이다. 낭독보다 한 단계 높은 방법은 섀도잉이다.


4차혁명시대 영어공부법- 빅데이터 단어장
많은 초등학생들이 영어학원에서 하루에 100단어에서 300단어를 외우는 일이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다. 하루 300단어씩 얼마나 많은 단어를 외워야 할까. 중학교까지 배우는 단어가 1200단어 수준이라고 한다. 그리고 고등학교는 수천 단어를, 그리고 대학생들은 2만2000단어를 외운다.


그런데 왜 한국 대학생들이 2만2000개의 단어를 외워야 하는지에 대한 근거가 없다. 이에 대한 명쾌한 대답을 얻을 수 있는 것은 4차 산업혁명의 한 축을 차지하고 있는 빅데이터 기술이다.


2016년 처음으로 빅데이터에 의거한 단어장이 나왔다. 이 단어장을 만든 저자는 공학박사 출신인데 모든 책을 전자화하는 구글의 구텐베르크 프로젝트를 활용해서 2만4000권의 책에서 단어를 추려냈다. 그리고 TV 대본과 다양한 자료에서 뽑은 단어를 더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단어 모집단 11억 개에서 2만 단어를 추려냈다. 여기서 가장 자주 쓰이는 단어 8000개를 가려냈다. 소위 말하는 빅데이터를 영어학습에 활용한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8000단어를 실제로 검증해 본 결과 최근 5개년 수능 단어의 99%, CNN 머리기사 제목의 98%를 커버했다고 한다.


내가 빅데이터로 된 단어장을 소개한 이유는 무조건 2만~3만 개의 단어를 외우는 것이 근거도 없고 비과학적인 일이라는 것을 알려주기 위함이다. 모국어를 배울 때 단어장을 외우는 일은 아주 드물다. 영어도 마찬가지다. 단어보다는 문장을, 문장보다는 스토리로 배우는 것이 더 좋은 방법이다.


한국 영어교육의 변화- 듣기를 우선
올해 개정되는 초등학교 3학년 영어 교과서는 알파벳을 읽고 쓰기에 앞서 듣는 것부터 배우도록 구성했다고 한다. 대화를 듣고 노래를 부르며 주요 표현을 익히고, 놀이를 하며 표현을 말하는 활동 등을 먼저 한 후 알파벳 읽고 쓰기를 배우며 단순 문법 지식을 줄이고 듣기와 말하기 영역을 확대했다고 한다.


영어를 처음 시작하는 초등생에게 단어를 외우게 하는 교육 대신 듣기 교육을 먼저 하기로 했다고 하니 늦었지만 변화의 시작을 알리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된다. 이런 변화가 한국 전체에 빨리 확산돼서 효율적인 방법으로 영어를 익혀야 한다.


글로벌 영어의 필수 조건은 영어 듣기
영어나 중국어 등 외국어를 공부하려면 가장 많이 사용하는 300문장으로 시작하고 600문장을 구사하면 생활회화는 물론 기초 비즈니스 회화도 가능하다. 이런 이야기를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당장 매일 10문장씩 외워야겠다고 한다. 하루 10문장씩 외우는 것이 아니고 더 많은 양의 문장을 낭독과 섀도잉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외워지게 하는 방식이 맞는 방법이다.


 영어는 말하기보다 듣기를 먼저 해야 하고 듣기를 많이 하다 보면 말이 조금씩 나오게 된다는 것을 잘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아기들이 6개월 정도 되면 옹알이를 시작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듣기를 통해 자연스럽게 단어와 문장을 익히게 되면서 입이 조금씩 열리는 것이다. 섀도잉은 동시통역사들의 훈련법으로 듣기와 말하기를 동시에 연습하는 학습법이다.


 미네르바스쿨이나 무크 같은 온라인 강좌를 듣기 위해서는 듣기 실력이 필수라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듣기가 되면 말하기는 우선 1000단어 구사하기로 시작하면 되는 것이다. 영어 혁명은 아주 쉽다. 빅데이터로 제대로 된 목표를 설정하고 이에 부합하는 교재를 선택해서 암기를 하지 말고 낭독이나 섀도잉으로 문장을 소리로 연습하면서 듣기와 말하기를 해결하면 되는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imgo626@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