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C, 반도체 테스트 소켓 ‘세계 챔피언'

정영배 (주)ISC 회장, "글로벌 히든챔피언 위해 ‘벤처 핵심기술 보호’ 우선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4.06 09:14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독일의 ‘인더스트리 4.0’이 주목받고 있다. 독일 4차산업에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강소기업들인 히든챔피언이었다. 히든챔피언 기업들은 평균 60년 이상 기업 수명, 매출액 평균 4300억 원, 연평균 성장률 8.8%, 분야별 세계 시장점유율 33% 이상 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한국도 4차 산업혁명 바람이 불면서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에 주목하고 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2019년까지 총 20조 원을 투입해 수출 1억 달러 이상의 한국형 히든챔피언 300개를 육성한다는 목표로 2009년부터 ‘한국형 히든챔피언 육성사업’을 시작했다. <더리더>에서는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나보고, 청년실업 문제도 함께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만나본 회사는 반도체 테스트 소켓을 제조하는 (주)ISC다.

-ISC는 어떤 회사인가
▶스마트폰, 자동차, PD, 의료기기에 이르기까지 전부 다 반도체 IC가 들어간다. 예를 들어 반도체가 자동차에 들어간다고 했을 때 불량을 납품하면 안 된다. ISC 대표 상품인 테스트 소켓은 반도체 IC가 최종적으로 양품인지 불량품인지 검사할 때 쓰이는 소모성 핵심 부품이다.
ISC는 반도체 생산 과정에서 기능 테스트를 하는 소켓을 개발하고 생산해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2001년에는 실리콘을 이용한 차세대 테스트 소켓 개발에 성공했고, 2003년에는 세계 최초로 실리콘 러버 타입 테스트 소켓을 양산하기 시작했다. ISC는 2007년 1000번째 코스닥시장에 상장하는 기업이 됐고, 2012년과 2013년에는 각각 1000만불과 2000만불 수출탑을 수상했다. 또한 2013년에는 정부가 지원하는 ‘월드클래스 300’ 기업에도 선정됐다.

-ISC의 테스트 소켓이 기존 제품과 차별화되는 경쟁력은 무엇인가
▶테스트 소켓에는 크게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포고핀(Pogo Pin)으로 개발된 지 40년 정도 됐다. 기존에 사용되던 포고핀은 길이가 길어 테스트할 때 신호전달이 잘 되지 않거나, 날카로운 핀이 반도체 IC 단자에 손상을 주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단점을 개선한 것이 ISC가 개발한 실리콘 러버(Silicone Rubber) 소켓으로 약 15년 정도 된 기술이다.
실리콘 러버 소켓의 얇은 두께는 전류 손실을 줄이고 전류통과 속도를 높이는 결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우수한 고속신호 전달과 전기적 특성은 초고속 반도체 검사시 정확성 면에서 월등하다. 전류 측정 결과를 보면 포고핀은 입력단 대비 출력단 손실비율이 러버에 비해 2~3배 많은 손실값을 가진다. 반면에 실리콘 러버 소켓은 입력단 대비 손실률이 적어 빠른 스피드와 높은 성능을 가진 패키지를 안전하게 테스트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렇다면 테스트 소켓 시장이 왜 전부 실리콘 러버로 대체되지 않았나
▶불량품 테스트를 할 때 쓰이는 제품 타입별로 테스트 소켓은 각각 다른게 쓰인다. 포고핀이 적합한 경우도 있고, 실리콘 러버를 사용해야 할 때도 있다. 테스트 소켓 시장은 현재 포고핀이 더 큰 볼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예전에 포고핀 대 실리콘 러버 소켓 수요가 90대10이었다면, 지금은 거의 60대40 정도로 비슷하다. 반도체 칩은 종류가 워낙 많아서 두 가지 제품 모두 계속 쓰일 것이지만 비율은 점차 실리콘 러버 쪽이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실리콘 러버 소켓 단일 분야에서는 ISC가 2006년부터 세계 시장에서 1위를 했고, 포고핀을 포함한 전체 테스트 소켓 시장에서는 2015년부터 1위를 하고 있다(ISC는 포고핀과 실리콘 러버 소켓을 모두 생산하고 있다).

/사진=ISC 제공
-“4차 산업혁명은 000이다”라고 정의한다면
▶학자가 아니라서 정의를 한다는 것은 우습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AI의 발전으로 기계의 진화’라고 생각한다. 로봇이나 기계가 진화하면서 산업구조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인터넷 2.0이 시대의 주류로 자리 잡아 가면서 가상현실의 세계와 현실 세계가 융합이 되어 새로운 사업모델의 발생이 4차 산업혁명이 아닐까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과 동반되는 키워드는 ‘스마트 팩토리’다. ISC도 스마트 팩토리 형태로 가고 있나
▶결국 제조업이 가야 할 4차 산업혁명의 완성은 스마트형 팩토리, 바로 공장 완전자동화다. ISC 역시 2년 이상 스마트 팩토리에 투자를 계속하고 있다. 테스트 소켓 사업의 특성은 소량 다품종의 소모성 부품 생산이다. 소품종을 다량으로 찍어내는 것이 아니라 제품 수가 굉장히 많아 자동화하는데 아무래도 제약조건이 많다. 계속 아이디어를 내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일반회사와 달리 각 제품 특성에 맞게 셀 단위 부분 자동화부터 시작해서 완전자동화로 가고자 한다.
스마트 팩토리 완성을 100이라고 했을 때 올해는 60% 정도까지, 3년 이내에 70% 이상까지 이룰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이 소량 다품종 생산이기 때문에 100% 완전 자동화는 어렵고 최종 70%를 목표로 하고 있다.

-월드클래스 300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선정·지원하는 정부 사업이다. 기업 성장과 발전에 실질적인 도움이 어느 정도 된다고 보나
▶많은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지원하는 개발자금으로 실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때문에 책임감을 갖고 기술개발을 하면 결국 회사의 경쟁력이 되는 것이다. ISC는 2013년도에 월드클래스300에 선정돼서 개발비 50억 원을 받아 기술개발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가 완성되면 쉬운 말로 그 기업은 월드클래스300에서 졸업한다. 기술개발이라는 것이 어떻게 보면 한 번으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끝나는 것이 아쉽긴 하다. 월드클래스 300이라는 것이 정책 평가적인 측면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곳을 계속 발굴하고, 기존에 지원했던 기업은 졸업을 하는 식이다.

-우리나라가 독일과 같은 히든챔피언 양성이 힘든 이유로 가장 많이 꼽히는 것이 ‘대기업-중소기업 간 관계’다. 이에 대한 입장은
▶기존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문화에서 비롯된 문제 같다. 대기업은 힘을 가진 갑의 위치이고 중소기업은 대기업에 납품하는 을의 위치다. 둘의 관계가 잘 유지되려면 상호 간의 신뢰가 필요한데 원칙과 룰이 깨지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에서 필요에 의해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부품을 개발하고 나아가 성공하면, 중소벤처기업은 대기업의 도움을 받아 경쟁력을 갖추고 당사와 같이 글로벌 벤처 중소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이는 매우 좋은 사례고 정부에서 이야기하는 상생의 롤 모델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구매 볼륨이 커지며 어느 단계에 가면 대기업에서는 납품업체와 가격을 컨트롤하기 위해 그 동안 지속해온 상생의 신뢰보다는 구매 위주에 초점이 맞춰진다.
물론 대기업 입장에서는 매입가격을 컨트롤하고 효율적인 관리를 위해 납품 업체를 2원화, 3원화 하기 시작 하는게 당연하고, 이는 구매의 기본 역할이라고 본다. 하지만 납품업체 2원화, 3원화를 최우선 목적으로 그 동안 지속해온 룰과 원칙이 변경된다면 이때부터 기존 중소 협력사와 대기업간의 신뢰에 금이 가기 시작한다. 당연히 담당자들이야 회사의 입장에서 최선을 다하는 것이기에 탓을 할 수는 없지만, 희망 사항이 있다면 기본 역할뿐만 아니라 지속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원칙과 룰을 유지하는 대기업의 역할 또한 매우 중요하다 생각한다. 

-그렇다면 어떻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이는 실무자들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 회사의 정책이 뒷받침 돼야 한다. 중소기업과 대기업이 상생할 수 있는 구매정책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며, 신뢰성 있고 투명한 구매 정책은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상호 신뢰할 수 있는 대기업-중소기업 관계가 정착될 수 있다면 더 많은 글로벌 벤처기업이 대기업의 도움으로 탄생할 수 있을 것이다.
S사와 공동 개발을 통해 글로벌 벤처기업, 세계시장 점유율 1위 기업으로 성장 발전한 당사가 좋은 사례가 될 것이다. 개인적으로 기술개발을 지원해준 S사와 관련자 분들에게 감사하고 존경한다. 이러한 신뢰와 존경의 관계가 무너지지 않도록 항상 최선을 다하고 있다. 결국 대기업에 대한 중소기업의 존경과 신뢰가 지속하려면 힘과 권한이 있는 대기업에서 원칙과 룰을 만들고 건전한 협력관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현실성 있다. 이는 상호 존중하고 지켜야 할 신뢰와 원칙이다. 즉 대기업에서 같이 지속성장 할 수 있는 발전된 원칙과 룰을 만들고 지켜질 수 있다면 더욱 건전한 상생관계가 유지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얘기는 내가 사업한 지 20년이 넘도록 늘 나오는 이야기이고 왜 지속적으로 이러한 부정적인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지 같이 고민하고 더 좋은 상생관계 구축을 위해 서로 노력 해야만 한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대기업들이 상생을 잘하는 해외 일류기업의 좋은 사례들을 벤치 마킹하여 적용하고, 중소기업들 또한 대기업 니즈에 맞는 혁신을 지속한다면 국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부정적인 표현들이 없어질 것이라 생각한다.

지난 2017년 2월 8일 당시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대통령이 경력단절 우수기업인 ISC를 방문했다. /사진=ISC제공
-이외에도 규제완화 등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다. 4차산업의 발전을 위해 가장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부분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우리나라 4차산업 발전의 가장 큰 장애물은 특허법이라고 생각한다. ISC는 현재 600개의 특허를 가지고 있다. 나는 결국 특허전쟁이 시작될 것이라고 생각하고 관심을 갖고 있었다. ISC는 테스트 소켓 업계 2위 기업인 일본 JMT사를 2014년에 인수했다. 당시 ISC가 보유한 특허가 200개 정도였고, JMT사는 원천기술 포함 357건의 특허를 가지고 있었다. 특허 이슈가 지속적으로 계속됐기 때문에 정당한 기술력을 가지고 페어플레이를 하기 위해 인수했다.
그러나 국내 특허법은 굉장히 취약하다. ISC는 사업 형태가 B2B(Business to Business, 기업간에 이뤄지는 거래)다. 특허법에 모순이 많다고 하는 이유는 특허법 침해 증명을 위해서는 샘플을 구해서 제출해야만 하기 때문이다. B2C(Business to Customer, 기업과 소비자간의 거래) 사업의 경우는 소비자에게 판매가 되기 때문에 샘플 취득이 쉽다. 하지만 B2B는 회사에 팔기 때문에 샘플을 구하기도 힘들고, 구했다고 하더라도 어떤 경로로 구했는지를 문제 삼을 수 있다. B2B와 B2C에 대한 특허 침해의 잣대가 달라야 하는데 법이 똑같다. 이 법은 빨리 개선돼야 한다.
이렇게 되니 국내에서는 특허를 무시하는 악순환이 일어난다. B2B 특성상 고객에 납품한 제품의 샘플을 고객이 승인 해 주지 않는 한 외부로 반출할 수 없다. 후발업체는 이 점을 악용하여 특허 및 컨셉을 도용한 제품을 만들어 기존 거래 고객사에 납품을 할 수 있고, 특허 소송이 발생하더라도 샘플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증거자료를 제출하는데 한계가 있다. 이러한 법의 모순이 악용되어 힘들게 취득한 특허 효력이 제대로 보호 받지 못함은 물론 일부 기존 거래 고객사 또한 이러한 모순을 제2, 제3납품업체를 개발하는데 활용한다.
이렇듯 기술과 특허가 보호되지 않는 한 우리 스스로 글로벌 경쟁력을 저하시키는 악순환은 계속 될 것이고, 나아가 글로벌 중소기업을 위협하고 국가 경쟁력을 저하 시키는 요인이 된다. 결국 글로벌 히든 챔피언 기업으로 성장발전하기 위해서는 해외에서 경쟁해야만 하는데 국내에서 일부 부도덕한 회사와 고객에 의해 우리 스스로 국가 경쟁력을 저하 시키는 일들이 악순환 된다면 매우 불행한 일이다. 그래서 특허법도 현 국가 경쟁력에 맞게 수정돼야 하고, 대기업 또한 글로벌 강소기업의 지적 재산권(특허,컨셉등)을 존중해주고 같이 성장해온 납품업체를 이러한 모순으로부터 보호 해주는 것이 지속적으로 상생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잘못된 부분들이 고쳐지고 정당한 페어플레이를 할 수 있는 생태계가 만들어져야만 할 것이다.

-그 외에 중소기업 발전에 문제가 되는 정책이라면 무엇이 있을까
▶중소기업의 경우 업태 특성상 사실 특근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업종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ISC처럼 소량 다품종 회사들은 예상이 안 되는 경우가 많다. 어떤 때는 한가하지만 어떤 때는 야근이나 특근을 해야 하는 게 현실이다. 근무시간 단축제를 공기관과 대기업에 적용하는 잣대 그대로 하는 것이 가능하냐는 의문이 든다. 물론 적용해서 할 수 있는 기업도 있겠지만 우리처럼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벤처기업들은 예외적인 경우가 많다. 법으로 정해졌기 때문에 몇 년 이내에 지켜야만 하는 상황이 된다면, 공장을 규제 영향을 받지 않는 동남아 지역 등으로 움직이게 되는 원인 중 하나가 될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기업은 어차피 시장논리에 따르기 때문에 기업 하기 편하고 조금 더 자율성이나 합리성이 있는 쪽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ISC가 추구하는 경영 형태는
▶기업을 가능하면 오너 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 운영 체제로 가려고 한다. 오너형 벤처회사들은 모든 결정이 오너 중심으로 되기 때문에 회사 규모가 작을 때는 그게 더 경쟁력이 있다. 하지만 어느 정도 레벨이 되고 회사 규모가 커지면 경쟁력이 아니라 단점이 될 때도 있다.
ISC는 내가 만든 회사지만 이제는 개인적으로 사안을 결정하기보다 각 본부와 파트에 권한과 책임을 위임해서 가고자 6년 전부터 전문경영인 체제로 하고 있다. 그동안 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내가 경영일선에 잠시 복귀하기도 했지만 올해부터는 안정기에 들어서고 있다.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해야 할 경영 형태는 전문가들이 각자 맡은 조직에서 기업을 이끌어가는 틀을 유지해가는 것이고, 저 또한 회사와 임직원들에게 도움이 되고 지속성장 발전할 수 있는 더 나은 경영방식이 있는 항상 고민하고 있다.

-글로벌 강소기업이 갖춰야 할 핵심 경쟁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업태와 업종이 모두 다르지만 ISC 기준에서 보면 글로벌 강소기업의 핵심 경쟁력은 QCDS라고 생각한다. Q는 좋은 품질(Quality), C는 합리적인 가격(Cost), D는 정확한 납기(Delivery), S는 훌륭한 서비스와 솔루션이다. 즉 좋은 기술을 가지고, 좋은 품질의 제품을, 좋은 가격에 납품하고, 지속적으로 고객의 니즈를 만족하는 서비스와 솔루션을 제공하는 것이다.”

現 ISC 회장/대표이사
現 코스닥협회 부회장
現 벤처기업협회 부회장
1961년 7월 29일 출생
세종대학교 경영대학원 석사
ISC테크놀러지 대표이사
동준엔지니어링 대표이사
모토로라 코리아 재직

☞한국형 히든챔피언을 만나다 - ISC 인사담당자 인터뷰로 이어집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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