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올로기와 휴머니즘의 공존구역, JSA

[영화로 보는 한국 정치사]4월의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4.10 08:52
공동경비구역(JSA, Joint Security Area) :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과 북한 개성시 판문군 판문점리에 소재한 비무장지대(DMZ, Demilitarized Zone) 내의 특수지역. 남과 북이 공동으로 경비하며 양측의 허가된 인원만이 출입할 수 있다. 이곳에는 군사정전위원회와 중립국감독위원회가 있으며 ‘판문점’으로 불린다. 주로 군사정전위원회 회담이나 남북한 접촉 장소로 이용되는 지역이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스틸컷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2000, 박찬욱 감독 작품)
판문점 공동경비구역 내 돌아오지 않는 다리 북한측 초소에서 어느 날 밤 총성이 울린다. 북측 군인 두 명이 살해되는 사건이 일어났다. 그리고 사건 당시 남북 병사가 함께 북한 초소에 있었다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진다. 이 사건을 풀기 위해 중립국감독위원회는 한국계 스위스인 소피(이영애 분)를 책임수사관으로 파견한다. 

그러나 북한군 오경필 중사(송강호 분)는 남한이 기습공격을 했다고 주장하며, 남한 군 이수혁 병장(이병헌 분)은 북한군에 의해 납치당해 일어난 일이라고 서로 엇갈린 주장을 하면서 소피는 수사에 난항을 겪는다.

사건의 발단은 몇 개월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북한군사지역에서 지뢰를 밟은 이수혁을 오경필과 정우진(신하균 분)이 구해주면서 이들의 인연은 시작됐다. 남북한 병사는 이념의 대치와 금기를 깨고 교류하면서 우정을 키워나간다. 

얼마 후, 이수혁은 후임인 남성식 일병(김태우 분)에게 이런 사실을 털어놓고 그에게도 ‘북한 친구들’을 소개해주기 위해 함께 군사분계선이 있는 널문다리를 건넌다. 낮에는 ‘적’과 다름없이 대치하는 남북이지만 새벽을 틈타 북한군 초소에서 만나는 이들은 서로를 ‘형’ ‘동생’으로 부르고 함께 고 김광석의 음악을 듣고 초코파이를 나눠 먹는다. 

하지만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 정우진의 생일과 이수혁의 제대를 앞두고 마지막으로 만난 이들의 만남은 북한군 선임장교에 의해 발각되면서 위기를 맞게 된다. 

-JSA, 그곳에서는 실제 무슨일이 일어났나?
1998년 2월24일,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소초(GP)에서 당시 25세였던 김훈 중위가 의문의 총상을 입고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육군 검찰부는 그해 11월27일 김 중위 사망사건 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김 중위가 초임 소대장으로서 업무에 부담을 느낀 나머지 자살한 것으로 결론짓고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김 중위 죽음이 자살이 아닌 타살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김 중위의 손목시계가 파손된 것은 그가 죽기 전 격렬한 격투가 있었음을 추정하게 하는 단서였다. 그리고 당시 김 중위가 속한 JSA 경비대 소속 일부 장병이 군사분계선(MDL)을 넘어 북한군 경계초소를 오갔던 사실도 드러났다. 김 중위가 이런 사실을 알고 강한 제지를 하다가 살해됐다는 의혹은 점차 커졌다. 

또한, 사망한 김 중위가 소지한 권총은 M9 베레타 1140862번인데 그가 사망한 현장에서 나온 권총은 1140865번 권총이었던 것으로 밝혀졌고, 화약흔이 있어야 할 오른손에서는 화약흔이 발견되지 않았다. 이같이 그의 죽음이 자살이 아니라는 증거와 주장이 끊임없이 나오자 김 중위 가족들은 사건 증거 은폐, 왜곡, 조작을 주장하며 국가를 상대로 10억 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군의문사 진상규명 요구가 거세게 일자 국방부는 1999년 9월 처음으로 군의문사 및 군폭력 사건에 대한 육해공군합동특별조사단을 구성했다.

-소설과 영화, 그리고 실제사건의 공통점? 그들은 평범한 또래 청년이었다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스틸컷
김훈 중위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2년 후, 박찬욱 감독 영화 <공동경비구역JSA>가 개봉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영화의 원작인 박상연의 소설 ‘DMZ’는 김 중위 사건 이전에 만들어진 작품으로, 김 중위 사망사건이 제작의 직접적인 모티브가 된 것은 아니다.(박찬욱 감독 역시 공동경비구역 JSA 개봉 15주년 기념 재개봉 GV에서 “당시 사건이 터졌을 때 영화를 만들던 중이어서 몰랐다”고 답했다) 

그러나 소설과 영화, 실제사건에서 볼 수 있는 분명한 공통점은 있다. 이념이 서로 다른 남북으로 분단되어 있지만, JSA라는 공간에서 마주하고 있는 그들은 같은 민족의 평범한 청년들이라는 점이다. 영화에서 고 김광석의 ‘이등병의 편지’를 함께 듣는 이유도 그들이 서로 공감할 수 있는 비슷한 또래 ‘친구’였기 때문이다. 

-그날 이후,
김 중위 사망 사건에 대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의 2006년 대법원 판결과 2009년 군의문사 진상규명위원회 조사 결과는 ‘알 수 없는 상태’ ‘진상규명 불능’으로 결정됐다. 이에 유가족은 2011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에 사건 재조사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했다. 

2012년 권익위는 “군이 성급하게 자살로 예단해 초동수사가 부실하게 진행되면서 진실이 무엇인지 규명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그 사망이 공무 관련성이 있다면 순직으로 인정해야 한다”며 국방부에 순직 인정을 권고했다. 그 결과 국방부는 김 중위가 숨진 지 19년 만인 지난 2017년 9월1일 김 중위를 국가유공자로 인정했다. 순직 인정에 따라 경기 고양시 벽제 봉안소에 안치돼 있던 김 중위 유해는 10월28일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됐다.

<공동경비구역, JSA>가 개봉했던 2000년 이후 18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러나 여전히 JSA와 남북 분단의 비극은 현재진행형이다. 남북을 둘러싼 주변국들의 복잡한 국제사회 정치, 외교 전쟁도 계속되고 있다. 

한편 평창동계올림픽을 성공적으로 치르며 한반도는 평화 국면을 맞았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은 친여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을 올림픽 특사로 보내 문재인 대통령에게 방북을 요청했다. 이어서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포함된 대북 특별사절단은 지난 3월 김 위원장을 직접 만났고, 4월 남북정상회담 개최 확정이라는 성과를 거뒀다. 특히 김 위원장이 이례적으로 ‘한반도 비핵화’ 추진의지를 지속적으로 표명함에 따라 남북 관계 긴장완화 뿐만아니라 항구적 평화정착의 청신호가 켜졌다는 전망이다. 

역사상 세 번째로 이뤄지는 이번 남북정상회담은 사상 처음으로 남측 지역인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리게 됐다. JSA가 분단과 이데올로기의 상징에서 평화와 남북화합의 상징으로 거듭날지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컷! 놓치지 말아야할 이 장면

영화 '공동경비구역, JSA' 스틸컷


오경필 : 

“거 이수혁이, 내 딱 한 번만 이야기할 테니까 잘 들어드라우. 

내 꿈은 말이야, 언젠가 우리 공화국이 남조선보다 훨씬 더 맛있는 과자를 만드는 기야. 알갔어?

그때까진 어쩔 수 없이 이 초코파이를 그리워할 수 밖에 없어.”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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