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 "누구라도 출마해 세상 바꾸자"

[청년 정치인 발언대]“촛불시위 이후 직접 정치참여… 진입장벽 생각보다 높지 않아”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8.04.30 17:24
편집자주청년 실업자 103만 명 시대, 실업률은 지난해 9.9%를 기록했다. 역대 최고 수준이다. 이들에게 연애는 사치다. 연애를 하지 않으니 결혼은 더욱 멀어진다. 출산율이 최저를 기록한다. 국가는 ‘왜 애를 낳지 않느냐’고 압박한다. 바늘 구멍을 뚫고 직장을 가졌다고 하더라도 서울에 있는 집 한 채를 구하기 위해서는 38년 동안 쉬지않고 회사를 다녀야 한다고 한다. 청년이 살기 어려운 나라다. 해결은 정치가 할 수 있다. 청년을 대변할 목소리가 부재하다. 정치권에서 ‘청년’을 찾아보기 힘들다. 앞으로의 미래도 밝지 않다. 우리나라 정치권은 청년 정치인이 양성되기 어려운 구조다. 청년 정치인이 많아지고 이들의 목소리가 더 커지면 청년 세대의 삶이 변할 수 있다. <더리더>는 청년의 현실적인 목소리를 듣기 위해 청년 정치인을 만난다.

▲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사진=더리더
‘직접 정치에 참여하면 세상이 바뀔 수 있을까?’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는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 대통령 탄핵을 외쳤더니 현실이 됐다. ‘직접 정치에 참여해 세상을 바꿨다’는 게 피부에 와 닿았다. 정치에 참여하면 바뀔 수 있다는 신뢰인 ‘정치 효능감’이 높아졌다. ‘정치 주체’가 되면 세상이 변할 것이라는 믿음이 강해졌다. 투표하고, 정치인에게 후원금을 주는 ‘참여’가 아닌 정치의 능동적인 주체가 되면 세상이 달라질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젊은 사람들이 모였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구프)’다. 가장 작은 단위의 선출직, 주민 참여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생활정치의 장인 구의원을 목표로 정했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의 제안자는 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다. 구의원이 하는 일부터 받는 연봉, 선거법, 선거구 획정 등 유권자일 때는 그다지 관심을 갖지 않던 분야다. 김 대표는 선거 판이 어떻게 짜여 있는지 직접 경험하면서 선거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후보자들은 무소속이다. 지난 6회 지방선거에서 서울에서 당선된 기초의원 중 무소속 구의원은 단 세 명뿐이다. 국회에서는 교섭단체만 네 정당이지만 기초 선거에서는 더불어민주당 혹은 자유한국당으로 나뉜다. 2~4인 선거구제 영향이 크다.


프로젝트의 취지는 ‘누구라도 선거에 나갈 수 있다’는 것. 정치에 참여하는 것에 제약이 따르지 않는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밝혔다. 김 대표의 선거 홍보비는 단 88만 원이다. 소위 ‘정치하면 집안 말아먹는다’는 편견을 깨고 싶어 88만원으로 정했다고 전했다. 이들의 작은 움직임이 정치문화를 바꿀 수 있을까. 김 대표에게 이야기를 듣기 위해 지난달 11일 마포구에 위치한 퇴근길 책한잔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 제안자로 알려졌다. 제안한 이유는 무엇인지
정치에 참여한다면 투표를 생각하기 쉽다. 정당이나 특정 정치인에게 후원하는 것도 적극적인 참여다. 여기서 더 나아가서 내가 직접 출마도 해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말 그대로 ‘누구나 구의원에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출마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해서 제안했다.


-프로젝트는 몇 명이 참여하나
▶출마를 정한 사람은 여섯 명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지방에서도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아직 시작한 지 두 달밖에 되지 않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처음엔 책방에 모여서 공부도하고, 이벤트도 열어 서울지역에 있는 사람들이 많이 참여했다. 막상 실제 입후보하려니 망설이는 분들도, 어려워하는 분들도 있다.


▲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사진=더리더
-홍보는 어떻게 했나
SNS로 홍보를 시작했더니 조금씩 소문이 났다. 지금은 기사도 많이 났다. 우리가 기성 정치인이 아니니까 기존 방식을 모른다. ‘우리 방식대로 하자’는 생각에 우리 방식대로 하고 있다.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촛불집회부터였다. 촛불이 탄핵을 이뤘다. 그때 정치 참여가 피부에 와 닿았다. 일반 사람들이 정치에 참여한다는 것은 투표뿐이다. 이제까지 정치에 참여한다고 하면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인을 후원하거나, 선거운동에 참여하는 것이었다. 이것만으로는 확 와 닿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혐오가 생기고 무관심해졌다. ‘투표로 세상이 과연 바뀔까, 정치가 바뀔 수 있을까’라는 불신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주말에 촛불을 들고 광장에 나가니 대통령이 바뀌었다. 그후부터 정치에 직접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고민했다. 책방에서 사람들과 이야기하다가 ‘직접 출마해보면 어떨까’라고 농담으로 던진 이야기였는데, 진짜가 됐다. 우선 우리가 살고 있는 동네부터 생각했다. 구의원을 찾아봤는데 겸직도 가능하고 출마 자체는 어렵지 않아서 결심했다. 사람들은 사실 선거에 직접 출마한다고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를 보고 ‘나도 한번 나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면 좋겠다. 그런 취지로 사람들을 모았다.


-정치를 대하는 태도가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에 참여하기 이전과 이후에 어떻게 달라졌나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지 두세 달밖에 되지 않았지만 정치를 바라보는 태도는 정말 많이 변했다. 이전에는 막연히 투표했다. 그런데 직접 출마해보니까 선거법은 왜 이렇게 짜여 있고, 후보자는 왜 이렇게 나올 수밖에 없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후보자 공약을 볼 때도 이전에는 막연히 그냥 훑어봤다면 지금은 직접 참여해본 사람의 시각으로 볼 수 있다. 선거를 더 꼼꼼히 따질 수 있다고 해야 할까. 앞으로 투표할 때도 이전과는 다르게 볼 듯하다.


-직접 출마를 준비해보니 어땠나. 일반 유권자일 때와는 다를 텐데
이미 ‘짜여진 판’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선거를 준비하면서 사람들을 만나면 기존 정치권의 논리가 너무 강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탁지 않게 여긴다. 특히 선거에서 정당이 아닌 무소속 후보는 정말 어렵다. 선관위에서도 선거 관련 홍보를 하는데 무소속에 맞춰져 있지 않은 느낌이 든다. 선거 보전비용은 득표율 15% 이상에게만 주어진다. 조직력이 없는 사람은 보전받지 못하는 것이다. 이런 것 자체가 정치 신인에게 벽을 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진입장벽이 높다.


-무소속으로 출마해 선거비용에 대해 문제를 많이 느꼈을 듯싶다
사실 그 보전비용이라는 게 우리 세금이다. 구의원은 4000만 원까지 선거 비용으로 쓸 수 있다. 거대 양당 후보자들이 2인 선거구제로 출마하면 대부분 4000만 원을 거의 채워 쓰고 보전 받는다. 이름도 모르는 구의원 선거에 4000만 원 정도 우리 세금이 나간다. 구청장이 되면 이런 홍보 문화부터 바꾸고 싶다. 출근길 지하철역 앞에서 명함을 돌린다고, 악수 한 번 했다고 그 사람을 뽑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


-김 대표는 선거비용을 88만 원으로 정했다. 이유가 있다면
최소비용이 88만 원이라는 것이다. 공보물이나 포스터는 뽑아야 한다. 그 돈에 들이는 최소 비용을 88만 원으로 정했다. 옛날부터 정치한다고 하면 ‘집안 말아먹는다’는 이야기를 했다. 정치는 지역 유지가 하는 것이라는 편견이 신인의 정치 참여를 어렵게 만든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88만 원으로 선거를 치르면 다음에 나올 후보자가 ‘88만 원이어도 출마할 수 있다’는 생각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런 영향력을 끼치게 하기 위해 상징적으로 88만 원을 정했다.


-명함을 돌리는 일까지는 안 하더라도 홍보는 해야 할 텐데 다른 방법이 있나
지금은 모두 스마트폰을 보는 시대다. 정치 철학이나 공약을 살펴보기 위해서 단순히 공약집만 보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을 잘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SNS를 활성화할 생각이다. 적어도 우리 동네 구의원 후보자의 공약이 무엇인지 알 수 있도록 하겠다. 나 같은 경우는 필리버스터를 온라인에서 진행할 생각이다. 인스타 라이브나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수시로 소통할 것이다.


-구의원에 대해서 강연도 열었다는데
구청장이라든지 구의원에 대해 공부해야 할 것 같아서 현역 정치인에게 강연을 열어달라고 요청해서 진행하기도 했다. 현재 구청장을 하고 있는 분도 와서 강연을 해줬고, 또 전직 구의원인 분들도 와서 어떤 일을 하는지, 선거는 어떻게 치러야 하는지 등을 알려줬다.


▲김종현 퇴근길 책한잔 대표/사진=더리더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30대 청년이다
30대가 많이 모였을 뿐, ‘젊은 사람의 도전’ 취지는 아니다. 동네에 오래 산 사람이 동네에 대해 더 잘 알고, 해결할 수 있다면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다는 것을 알리고 싶다. 정년퇴직자나 워킹맘,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다는 취지다.


-생업을 포기해야 하는 경우도 있을 텐데
구의원은 겸업이 가능하다. 직장을 다니면서 구의원에 출마하는 분위기가 마련됐으면 좋겠다. 따로 직업이 있어도 의원직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겸업이 가능하다. 그런데 대부분 직장을 포기한다. 또 전업으로 구의원만 하는 사람들이 많다. 어떻게 보면 본래 취지가 훼손됐다고 할 수 있다. 지역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학생이더라도, 회사원이더라도, 워킹맘이더라도, 명예퇴직을 했다고 하더라도 누구라도 출마할 수 있어야 한다.


-구의원 프로젝트 다음의 프로젝트는 무엇인가
목표를 생각하지 않았다. 누구나 출마할 수 있다고 느끼는 게 목적이다. 다음에는 국회의원 출마 프로젝트가 될까?(웃음). 구의원 출마 프로젝트를 통해 직접 정치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출마 장벽이 그다지 어렵지 않다는 것을 느꼈으면 좋겠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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