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정세 변화와 군(軍)

[차동길의 군사이야기]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차동길 교수입력 : 2018.05.01 09:30

연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추진

지난 4월 27일 전 세계가 주목하는 가운데 역사적인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개최됐다. 남북 정상은 한반도에서의 완전한 비핵화 실현과 항구적 평화정착, 남북교류협력과 발전에 관한 구체적 합의를 이루고, 남북 정상이 직접 ‘판문점선언’으로 명명된 공동선언문을 발표함으로써 6월로 예정된 북미정상회담의 활로를 열었다는 평가다. 군(軍)은 4월 23일부로 대북확성기 방송을 중지했고,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4월27일에는 한미연합연습(KE/FE)을 조정함으로써, 한반도에서의 군사적 긴장 완화와 평화적 분위기를 조성했다. 대북확성기 방송은 북한이 가장 두려워하는 남한의 비대칭 전력으로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우리 정부의 주도적 의지를 표현함과 동시에 북한의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조치 등 새로운 전략노선에 상응한 답례적 조치로 이해할 수 있겠다.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상호 특사단이 방문하면서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한반도 정치 상황은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완전한 비핵화 실현, 금년 내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체결 추진, 문재인 대통령 평양 방문 및 정상회담 정례화, 남북공동연락사무소 개성 설치, 8•15 이산가족 상봉, 서해평화수역 조성, 남북 적대행위 중단, 동해•경의선 철도 및 도로 연결 등 구체적인 합의를 이끌어냄으로써 급진전하였다.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정상회담에 앞선 지난 4월 20일,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3차 전원회의에서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 중단과 풍계리 핵 실험장 폐쇄를 결정하고, 경제 건설에 총력을 집중하고자 하는 새로운 전략노선을 선언함으로써 지난 5년간 추진한 핵•경제 병진노선의 중단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대북 전문가들은 사실상의 핵보유국임을 선언한 것이라는 비판적 견해도 존재하지만, 얼마든지 협상카드로 활용할 수 있는 핵동결의 초기 조치를 북한이 자발적•선제적으로 취했다는 점에서 우리 정부는 비핵화를 위한 의미 있는 진전으로 평가했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표시했다.


평화체제(peace system 또는 peace regime)는 평화를 유지하는 체제로서 한반도에 평화체제를 구축한다는 것은 정전상태의 불안정한 상황을 종식시키고 전쟁 발발 가능성을 제거함으로써 공존의 틀을 마련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따라서 한반도 질서를 규정해 온 정전상태를 평화상태로 전환하고, 남북 및 대외관계에서 이를 보장하는 제도적 발전을 이루는 것이 곧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이라 할 수 있겠다. 1990년 12월 제3차 남북고위급회담에서 북한의 연형묵 총리는 새로운 평화보장체제의 강령으로 남북 불가침선언 채택과 북미평화협정 체결, 남북군비감축, 주한미군 철수 및 미국의 핵우산 제공 중단 등 4대 실천과제를 제시하면서, 평화보장체제는 북미 간에 해결해야 함을 강조했었다. 아울러 평화협정 체결의 전제조건으로 유엔사(UNC) 해체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따라서 남북 정상 간의 공동선언에 따라 향후 전개될 협상에서도 당사자 문제와 주한미군 및 UNC 문제가 협상의제로 대두되겠지만 다행스러운 것은 김 국무위원장이 남북관계를 우선시한다는 점에서 과거와는 다를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을 할 수 있겠다.


남북관계 개선은 군(軍)의 태세 변화를 요구할 수 있어
이럴 때일수록 군(軍)은 원칙을 세우고
국방과 자유민주주의체제 수호라는 가치 중심교육 강화 필요


남북 정상의 판문점선언에 따른 정세 변화는 군(軍)의 대비태세 변화를 요구할 수 있다. 따라서 군은 분명한 원칙을 갖고 대응할 필요가 있겠다. 첫째, 군은 한반도 정세 변화에도 불구하고 전쟁 가능성까지 염두에 둔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해석하고 판단해야 한다. 즉 군이 정치의 수단이고, 정치 목적의 도구라는 점에서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 목표를 위해 강력한 힘으로 뒷받침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군은 국가안보적 관점에서 분명한 입장을 견지하고, 할 말은 해야만 할 것이다.


둘째, 전략대화(Strategic Communication)를 통해 세밀한 전략적 접근을 해야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남북관계를 유리그릇 다루듯 하라”는 말도 본질적 의미는 세밀한 전략적 접근으로 이해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얼마 전 어느 공영방송에서의 천안함 폭침에 대한 의혹 제기 방송과 뒤이은 북한 통일전선부장 김영철의 ‘천안함 폭침 주범’이라는 조롱성 발언, 그리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에서의 “미국과 남한 보수 정권의 조작 모략극”이라는 주장에 대해 국방부는 침묵하였다. 유리그릇 다루듯 해서일까. 그렇다면 지나친 순진함이고 비겁함이다.


 아무리 앞선 보수정권이 부패하고 타락했다 하여 공영방송이 나서 천안함 폭침의 진실에 의혹을 제기하고, 마치 약속이나 한 듯 북한의 그 주범과 노동신문 및 조선중앙통신이 나서 연일 천안함 폭침 조작이니, 특대형 모략극이니 하며 남남갈등을 유발하고 있는데, 정부가 나서 말 한마디 못하고 있는 이 현실을 국민은 어떻게 받아들일까. 보다 못한 미국이 나서 북한의 소행임을 분명하게 밝히고 있다. 미국 국무부는 3일(현지시간) “천안함이 북한 어뢰에 맞아 침몰했다는 조사 결과를 철저히 신뢰한다”며 북한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군은 복잡한 한반도 정치구조 하에서 북한 비핵화라는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문 대통령의 ‘한반도 운전자론’이 성공하기 위해서라도 세밀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고, 북한의 잘못된 말과 행동에 대해서는 꾸짖어야만 할 것이다.


셋째,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태세 이완을 방지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하고, 가치 중심의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 우리 군은 지금까지 주적(主敵) 개념에 근거하여 북한의 위협에 대응한 대비태세를 유지해왔다. 따라서 남북 간 군사적 긴장 완화 조치 등은 자칫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태세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므로 군은 장병들의 정신적 대비태세 증강을 위한 교육을 강조하고, 향후 평화체제 정착을 고려하여 국가방위 및 자유민주주의체제 유지라는 가치 중심의 교육을 강화할 필요가 있겠다.


차동길 교수
단국대학교 공공인재대학 교수
정치학 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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