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충남 별일 없으면 ‘양승조’, 전 연령층에서 골고루 지지

[6·13 충남]보수층 ‘이인제’로 어느 정도 뜻 모을지 관건

머니투데이 더리더 충남=임윤희 기자입력 : 2018.05.02 10:05

▲충청남도지사 후보
“이 정도 되면 솔직히 자유한국당이 당을 없애고, 국회의원들은 사퇴하고, 석고대죄를 해야 국민이 화가 풀릴 판이거든, 보수가 다시 뭉쳐야 하는데 홍준표 보면 분통이 터져 죽겠어.” 자유한국당 지지자였던 천안 시민이 선거에 대해 묻자 다짜고짜 아쉬움을 토로한다.


전통적으로 진보세가 강하다는 천안지역이지만 60대에서는 보수에 대한 애증이 느껴진다. 4선 양승조 의원(59·충남 천안시병·더불어민주당)과 이인제 전 자유한국당 최고위원(70) 간의 거물급 대결 구도가 형성되고 있지만 팽팽해 보이지 않는 게 그 이유다.


충남도지사 선거는 어느 때보다 예측이 어려웠다. 차기 대선주자로 주가가 높았던 안희정 전 지사가 3선 도전을 포기하면서 ‘안희정 프리미엄’을 그대로 이어가고자 후보들의 공세가 계속됐다.
박수현 전 청와대 대변인은 ‘안희정의 사람’이란 이유만으로도 유력 충남도지사 후보로 거론됐고, 민주당에서도 안 전 지사와의 친분을 강조하는 전략을 구사했다.


그러나 미투운동으로 안 전 지사는 ‘충남의 자랑’에서 ‘수치’로 하루아침에 전락했다. 박 전 청와대 대변인 역시 ‘내연녀 공천 폭로’로 역풍을 맞아 사퇴하면서 민심이 민주당에 등돌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야당에서는 민주당의 역풍을 순풍으로 만들 기회였지만 인물난이 발목을 잡았다.
초반부터 후보로 거론되던 이명수 의원(62·아산갑·자유한국당)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할 적임자가 없다는 점 때문에 막판까지 고심하다 불출마를 선택했다. 이에 ‘피닉제’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다시 한 번 불타오르길 기대하며 전략공천했다.


바른미래당에서는 충남도의회 의원으로 활약하던 김용필 예비 후보(52) 가 일찌감치 도지사 출마 선언을 하고 도내를 누비며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이 전 한국당 최고위원의 경우 거물급 정치인으로 인지도면에서는 압도적이지만 올드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바른미래당의 김 후보는 인지도가 약하다.


민주당에서는 소란은 있었지만 두 명의 막강한 후보가 대기 중이었다. 지역 기반이 탄탄한 복기왕 전 아산시장과 4선 의원으로 천안 출신의 양승조 의원이다. 접전이 예상됐던 경선은 지난달 13일 양 의원의 승리로 끝났다.

  
경선은 권리당원투표와 여론조사 결과를 50%씩 반영하고 현역의원의 경우, 10% 감산 규정을 적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현역의원 10% 페널티 적용’으로 혼전이 예상됐지만 양 의원은 득표율 53.24%를 기록하며, 46.76%에 그친 복 전 아산시장을 근소한 차로 따돌려 최종 후보로 결정됐다.


양승조 의원의 정치적 기반인 천안과 복기왕 전 시장의 아산은 충남 전체 인구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하며 뚜렷한 진보 지지세를 보이는 경향이 크다. 그러나 금강 벨트를 중심으로 한 공주·논산·부여 등은 보수 성향으로 지지율이 큰 대조를 보이고 있어 민심을 단박에 알아채기가 어렵다. 이미 여론조사는 양 충남도지사 후보의 우세를 점치고 있지만 지역 민심의 막판 향배를 알아보기 위해 충남(천안, 공주)을 찾았다.


◇천안은 ‘양승조’


천안역사 주변에서는 택시 운전사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정치 이야기가 한창이다. 도지사 선거에 대해 물으니 바로 “별일만 없으면 양승조가 된다고 봐야지”라는 답이 나온다. 다들 동조하는 분위기다. “양승조가 관운이 있나 봐. 박수현 물러나고, 복기왕 물러나고, 이인제는 노인인데 해봐야 되겠어? 충남 인구 반이 천안, 아산에 있고, 젊은 사람들도 많은 지역이라 가능성이 높아.” 한 기사가 맞장구를 친다. “양승조 그 양반을 싫어하는 사람이 읎다니께”라고 말하더니 “이인제는 왜 나온겨 대체. 타는 손님들마다 때 지난 정치인이 왜 나오냐고 흉본다니께.” 천안이 확실히 양 의원의 지역구라서 그런지 압도적인 지지가 느껴졌다


자리를 옮겨 중앙시장으로 이동했다. 시장에서는 60대 이상의 노년층이 대부분이었다.
중앙시장에서 약업사를 20년 정도 운영했다는 50대는 “천안은 전통적으로 진보 색채가 강한 지역이지”라고 말하며 “양승조는 천안 사람이고 지금까지 무난하게 잘했다는 평이 많아”라고 덧붙였다. 한국당에 대해 묻자 “시대에 맞지도 않는 인물들이 나오는 게 말이 돼? 이인제는 자기 욕심으로 나오는 거야”라고 비판했다.
마침 약업사를 찾은 90대 노인은 “이제 그 나이에 정치는 그만 둬야지. 나이가 몇인데 나오나. 나는 보수다 진보다 따질 것 없이 언행이 일치하는 사람을 뽑을거여”라고 언급했다.


60대라고 소개한 상회 주인은 이인제 후보에 대해 “철새정치인으로 충청권에서도 민심을 잃은 게 언젠데”라고 말한다. “서울에서는 충청권 사람들이 이인제 라면 아직도 좋아하는지 아나벼, 충청에선 진득한 사람들을 좋아하지 그렇게 왔다 갔다 하는 사람은 별로라니까”라면서 “양승조 의원은 천안 시민들이 다 좋아하지, 딱 봐도 성실함이 느껴지잖아”라고 평했다.


자리를 옮겨 다른 민심도 듣기 위해 보수 색채가 강하다는 공주시외버스터미널을 찾았다.
60대 여성은 양승조는 풋풋한 맛이 있어서 긍정적인 이미지라고 언급하고 이인제는 너무 때 지난 사람 같은 느낌이라고 답했다. “그럼 양승조를 지지하는가” 하는 질문에는 “그래도 정치는 구관이 명관이라는 입장으로 양쪽 다 판단할 생각이라며 정치 경험이 많다는 건 그만큼 노련하다는 말이니 신중히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70대 남성은 이인제 전 최고위원이 한국당 후보로 나온 데 대해 “정치나 행정이 연속성이 있어야 하는데 단절됐던 사람이 또 나왔다는 게 얼마나 인물이 없다는 이야기인가”라고 되물으며 “나는 한국당 지지자인데 당 관리가 엄청 안됐다는 거다”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양 의원에 대해서는 “당에서는 나름 이름도 있고 점잖은 이미지가 나쁘진 않았는데 이쪽에선 알려져 있지 않은 편”이라고 평했다. 또 “후보자는 둘 다 별로지만 너무 지금 민주당이 질주하는 느낌이 들어서 양쪽의 균형을 잡아줄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공주와 천안은 분위기가 달랐다. 천안에서 4선의 정치 달인 양승조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넘치는 반면, 공주에서 양승조는 신선한 정치인이었다. 물론 공주에서 만난 10여 명의 젊은 유권자들은 양승조 의원을 지지한다고 의사를 밝혀 충남지역에서도 20~30대에서는 민주당의 지지세가 강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30대 남성은 “누가 되더라도 충남의 목소리를 좀 중앙에 전해야 한다”고 말했다. “충남은 정치적으로 소외된 지역”이라고 말하며 “안희정 지사가 그런 측면에서 아쉬움이 크다”고 언급했다. 안 전 지사의 열혈팬이었다는 남성은 “대선까지 갔으면 충남이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고 말하며 그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그러면서 “양승조 의원도 지역구는 천안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역에 큰 도움은 없었다며 도지사가 되면 지역을 위해 일했으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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