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70년 동안 감은 왼쪽 눈, 이젠 제대로 뜨고 보자”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안재용 기자입력 : 2018.05.04 09:38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 2005년 6월17일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을 만난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정 의원은 당시 150분 동안 김 전 위원장을 독대해 세기의 관심을 모았다. 무슨 얘기를 했을까. 정 의원은 김 전 위원장에게 “핵을 도대체 어떻게 할 것이냐”고 세 번이나 물었다고 한다. 정 의원은 “김 전 위원장이 두 번째 질문까진 별다른 대답을 하지 않다가, 세 번째 질문에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고 말했다”고 했다.

지난달 27일 열린 남북정상회담의 핵심 의제 ‘비핵화’를 13년 전 정 의원이 김 전 위원장에게 들은 셈이다. 참여정부에서 통일부 장관을 지낸 그는 대표적인 남북문제 전문가로 통한다. 정 의원은 이번 남북정상회담을 어떻게 생각할까. 그는 현재 문재인 대통령의 이번 남북정상회담 자문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 의원은 남북정상회담이 열린 지난달 27일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인터뷰에서 “4·27 남북정상회담 이후 북미정상회담에서 비핵화 문제에 일정한 성과를 거둔다면 8월에 2차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해야 한다”며 “2007년 10·4 합의에서 합의한 24개 경제협력사업 추진을 논의하는 등 남북 경제협력으로 이어지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시간 남북정상회담의 필요성을 주장한 입장에서 감회가 새로울 것 같다 
▶나는 이런 날이 언젠가는 오리라 믿어왔다. 그날이 왔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대전환의 시대다. 우린 지금까지 70년 동안 비정상을 정상으로 알고 살아왔다. 전쟁도 아니고 평화도 아닌 휴전체제에서 70년 가까이 산 것 아닌가. 북한만 비정상 국가에서 정상 국가가 되는 게 아니다. 우리도 비로소 정상국가가 됐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의 운명이 전환되는 시대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어떤 조언을 했나
▶8월15일에 정상회담을 한 번 더 해야 한다고 했다. 이번 정상회담은 평화와 안보가 주제다. 경제협력 문제는 이번에 다뤄지지 않는다. 경제협력을 위한 회담이 있어야 한다. 안보와 평화가 있어야 그 땅에서 경제가 꽃핀다. 그러나 결국 북한의 목표나 우리의 희망은 경제다. 2차 정상회담이 8월15일 전후에 있으면 좋겠다. 정상회담에서 합의문까지 나오면 좋다. 지금 임종석 비서실장의 브리핑을 보면 정상회담 정례화는 합의한 것 같다.

-북한이 변한 것인가
▶엄밀히 말하면 북한의 전략목표 이동이다. 핵에서 경제로 이동했다. 북한의 최고 의사결정 기구가 노동당 중앙위원회다. 거기서 5년 전에 핵·경제 병진노선을 선언했다. 이게 끝났다. 새롭게 한 게 경제건설총력집중노선이다. 2500만 인민에게 핵이 아니라 경제를 내건 것이다. 김정은 입장에서는 정상회담을 무조건 성공시켜야 한다. 그러려면 핵을 내줘야 하지 않나? 비핵화하겠다는 의지는 3월5일 처음 밝혔다. 정의용 특사가 이번에 가서 선대의 유훈이라는 말을 받아오면 성공이라 생각했는데 받아왔다.

-과거 통일부 장관 재직 시절 김정일 전 위원장으로부터 ‘비핵화’란 얘기를 들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6월 김정일과의 핵 담판에서 ‘비핵화는 유훈’이라는 말을 끌어냈다. 6자회담 복귀 설득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에게 북한의 궁극적 목표가 핵보유냐고 물었다. 아니라고 설명하길래 국제사회는 북한을 믿지 않는다고 했더니 자세히 설명했다. 북미관계가 개선되면 핵을 가질 필요가 없지 않냐는 얘기였다. 그래도 아니라고 했다. 남쪽의 보수세력은 믿지 않는다고 세 번째 물었더니 잠시 생각에 잠긴 후 “조선 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 유훈이오”라는 말을 했다. 과거엔 북한이 유훈이란 말을 쓴 적이 없다. 최상급의 비핵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그래서 그 말을 갖고 미국 가서 딕 체니도 만나고, 콘돌리자 라이스도 만나고, 6자회담에서 결국 9·19선언이 나온다. 석 달 뒤 북은 핵을 포기한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북한의 목표는 무엇일까
▶북한의 목표는 고도성장국가다. 베트남의 길을 가겠다는 얘기다. 베트남이 공산당 1당 독재를 수십 년 하고 있지만 고도성장하고 있다. 나라고 왜 베트남의 길을 못가느냐. 1당 독재 체제는 유지하면서 고도성장을 이루겠다는 게 김정은의 생각이다. 평양에서 요즘 인기있는 유행가가 ‘단숨에’다. 김정은이 가장 중시하는 게 과학기술국가다. ‘과교흥국’, 덩샤오핑이 내걸었던 그게 김정은의 목표나 슬로건과 일치한다.

-핵으론 그런 목표 달성이 어렵지 않나
▶그래서 빅딜을 하는 것이다. 모든 유기체와 국가는 생존과 번영을 바란다. 김정은은 생존 조건을 위해 핵을 거래하려고 하는 것이다. 군사적 위협 해소와 체제 보장이 되면 핵을 포기하겠다는 게 북의 의도다. 중국에 얘기했고 미국, 남한에도 얘기했다. 핵을 내려놓겠다고. 그런데 여전히 ‘속지 마라’고 말하는 이들이 있다. 왼쪽 눈을 감고 보는 것이다. 비정상시대에 70년을 살았기 때문에 왼쪽 눈이 감겼다. 뜨려니까 눈이 떠지지 않는 거다. 이제 왼쪽 눈을 뜰 때가 됐다.

-국민이 기대하는 부분 중의 하나가 남북 경제협력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많은 일들이 벌어질 수 있다고 본다. 어떻게 추진하면 좋을까
▶북한이 필요로 하는 것은 두 가지다. 하나는 에너지고 나머지는 교통이다. 에너지 문제와 교통 문제를 해결해야 경제가 발전하고 고도성장국가로 갈 수 있다. 이걸 해줄 수 있어야 한다. 에너지문제는 비핵화의 걸림돌이다. 경수로 문제인데, 핵은 내려놓는데 경수로는 하겠다는 게 북의 입장이다. 골치 아픈 문제다. 1994년 제네바합의 때 핵시설을 동결했다. 그 대가로 경수로를 주기로 했다. 200만kw 규모다. 신포에 5조 원짜리 프로젝트인데 30~40% 진행하다 중단됐다. 2005년에는 핵포기 선언이었다. 2005년 핵포기를 끌어낸 건 전기를 직접 주겠다는 거였다. 200만kw를 주겠다고 했다. 경수로가 장애물이니까 그 장애물을 넘는 보증을 해야 하지 않나. 폐기를 받으려면 에너지 문제와 경수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다양한 창의적이고 담대한 해법이 필요하다. 에너지 문제, 경수로를 지어달라는 요구,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이게 기술적인 난제다. 대안 중 하나는 신재생에너지다. 태양광, 풍력 같은 것들은 무기로 쓸 수 없는 것이니까.

-8·15 정상회담 가능성은 어떻게 보나
▶할 수밖에 없다. 시기는 8월, 9월, 10월 다를 수 있지만 늦출 필요가 없다. 앞으로는 대유엔 외교도 시작해야 한다. 안보리가 대북제재를 완화할 수 있도록 말이다. 유엔 제재의 단계적 완화로 가야 한다. 경제협력 전면화의 길이다.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 입장에서는 철수하고 그랬는데 다시 할 수 있을까
▶200% 가길 원한다. 왜냐면 돈 번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가면 돈을 번다. 개성공단에서 독일의 히든챔피언 같은 강소기업이 나왔다. 국내 중소기업 중에는 히든챔피언이 없지 않나. 개성공단이 테스트베드다. 거기서 1조 원 매출 기업도 나왔다. 매출 몇백억 원 하던 기업이 가서 1조 원을 했다.

-평화시대의 경제협력은 어떻게 될까
▶문 대통령이 한반도 신경제지도라는 걸 했다. H자로 그려놨는데 서해안은 목포, 새만금, 개성, 신의주까지 해서 산업물류교통 벨트로 만든다. 황해경제다. 태평양 시대에서 황해시대로 옮아가는 것이다. 서해안으로는 중국의 다롄, 톈진, 칭다오, 상하이, 선전도 이어진다. 중국의 개혁개방이 시작된 그 지역들과 새만금, 목포로 이어지는 내해 개념의 황해경제권이 형성되는 것이다. 그 시대는 이미 왔지만 동해안이 막혀 있는 건데 평화시대가 오면 서해안을 산업물류교통벨트로 만들 수 있다. 동해안은 부산, 원산, 나진선봉 그리고 블라디보스토크까지 연결된다. 에너지자원벨트다. 지금 동해안 벨트는 100km가 아직 철도가 없다. 그걸 이어야 된다. 강릉에서 제진까지가 없다. 그걸 이으면 시베리아 TSR와 연결되는 동해안 에너지자원벨트가 완성된다. 마지막으로 DMZ, 임진각 평화생태관광벨트다.

지난달 6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민주평화당 창당대회에서 정동영 의원이 깃발을 흔들며 환호에 답하고 있다.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북한 지역은 어떻게 될까
▶북한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6년간 경제개발구역을 21곳에 지정했다. 해주, 남포, 압록강, 두만강에 7군데, 나진, 선봉, 원산에 7곳이다.
또 지난해 12월 평양시 강남권에다 강남경제개발지역을 지정했다. 전쟁이 나네, 코피작전이네 하던 시점이다. 경제개발지역이란 건 뭐냐? 김정은의 시간표가 있다는 것. 외국인 투자가 전쟁 나면 들어오겠나. 무역을 막았는데 어떻게 외국인 투자가 되겠나. 지난해 12월 말에 평양 강남경제개발지역을 지정했다는 것은 큰 그림이 있다는 말이다. 이제 경제로 간다는 얘기다.

-문재인 대통령에게 조언을 한다면
▶제일 중요한 게 천시(하늘의 시간)다. 이제 시간이 왔다.둘째는 지리. 조건이 됐다. 지금 북미정상회담이 배치되고, 한반도 대결이 뒤집어지는 시기다. 마지막으론 인화. 두 지도자의 화학적 결합과 케미스트리가 중요한 부분이다. 김정은이 지정학을 자주 언급한다. 한반도가 지정학적 피해국에서 수혜국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게 굉장히 중요한 말이다. 김정은은 스위스에서 공부했다. 스위스는 독일, 프랑스,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4대 강국에 둘러싸인 빈국에서 부국으로 올라섰다. 이게 김정은의 큰 꿈이다. 한국은 이미 부국으로 올라섰다. 나도 할 수 있다고 김정은이 생각하는데 그 부분을 파고들어야 한다. 두 지도자가 서로 손잡고 ‘나라다운 나라를 만들자’고 하면 역사가 만들어질 것이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의원
現 제20대 국회의원(전북 전주시병/민주평화당)
1953년, 전라북도 순창 출생
서울대학교 국사학 학사
웨일스대학교 대학원 저널리즘학 석사
문화방송 보도국 정치부 기자, 미국 LA특파원
문화방송 통일부 차장
새정치국민회의 총재 특별보좌역
남북평화특별위원회 위원장
제31대 통일부 장관
민주당 상임고문
제 15, 16, 18, 20대 국회의원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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