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산림경영 성공한 나라 만들자”

숲은 미세먼지 해결, 그린잡 창출, 지속가능한 자원의 보고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5.07 09:10
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사진=더리더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하다. 최근 외출을 삼가야 할 정도로 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날이 많아 뛰어 놀아야 할 아이들은 실내에서 소풍을 대신하고, 미세먼지 차단 마스크는 어느새 생활필수품이 됐다. 하지만 언제까지 실내에만 있고,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할까. 미세먼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강력한 방법은 ‘도시숲’이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이런 도시숲 조성과 같은 국가산림정책을 연구하는 기관이다. 

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은 공기나 물의 소중함을 잘 모르는 것처럼 국민이 산림의 가치를 체감하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또한 산림은 자연정화 기능을 할뿐만 아니라 지속 가능한 산업 자원을 갖춘 무한한 가치의 보고라고 강조했다. 우리가 잘 몰랐던 숲이 가진 기능은 무엇인지, 산림이 왜 중요한지 묻기 위해 홍릉숲 안에 자리하고 있는 국립산림과학원을 찾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어떤 기관인가
▶우리 국토의 3분의2, 정확히는 63%가 산이다. 옛날부터 ‘한국 사람은 산에서 나서 산에서 살다가 산으로 돌아간다’는 말을 많이 했다. 산자락에 집을 짓고, 농촌에서 살다가 산으로 돌아갔다. 묘를 산소라고 하지 않나. 그게 바로 산으로 돌아간다는 말이다. 서울만 해도 25개 자치구 중에 산이 없는 구는 영등포구 단 하나다. 그야말로 산의 나라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방문하는 한 TV프로그램에서 독일과 영국인들이 한국에 와서 산에 갔다. 독일의 경우 산림비율이 30%대이기 때문에 산에 가는 것은 굉장히 귀한 경험이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산이 너무 가까이 있어 좋은 점을 잘 모른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산림청 소속의 산림정책 연구기관이다. 과학원에는 산림정책연구부, 산림보전연구부, 산림생명자원연구부, 목재이용연구부가 있다. 정책연구부는 산림청의 임무를 지원하고, 보전연구부는 산불, 산사태 등으로부터 산림을 보호하고 산림생태계를 연구한다. 생명자원연구부는 좋은 나무를 만들고,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고 있으며, 목재이용연구부는 어떻게 목재를 많이 쓸까 연구하고 있다.

-‘산림정책’ 하면 특별히 떠오르는 게 없는데 우리가 알고 있는 정책으로는 무엇이 있나
▶국민께 산림청에서 제일 잘한 것을 물으면 자연휴양림과 치유의 숲 조성 등을 많이 이야기한다. 시기는 좀 됐지만 과거 산림녹화라고 말하는 분들도 많다. 1970~80년대 우리나라 대부분 산들은 헐벗었다. 그래서 1973년 정부에서 ‘제1차 치산녹화’ 정책을 내놨다. 사방사업이라고도 하는데, 산에 나무를 심고 홍수가 나지 않게 막는 계획이다. 그렇게 산이 푸르러지고 나서는 ‘어떻게 경제적 가치를 높일까’ 하면서 산지자원화 계획을 세웠다. 그 뒤에는 산에서 얻을 수 있는 나무, 휴양, 생물다양성을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생산해낼지 연구했다. 지속 가능한 산림경영계획은 10년마다 한다. 물이나 공기가 귀하지만 소중함을 잘 모른다. 산림도 가까이에서 자주 보지만 국민이 체감하는 소중함은 낮은 것 같다.

-과학원에서는 우리나라 산림의 공익가치를 평가하는데 현재는 그 가치가 얼마나 되는가
▶산림의 공익가치는 1990년부터 대략 2년마다 평가를 해왔다. 가장 최근 자료인 2014년 기준으로 우리 산림은 연간 126조 원의 공익적 가치를 갖고 있다. 국민 1인으로 따지면 249만 원이다. 현재 평가하는 가치의 종류는 12가지다. 공기를 깨끗하게 해주는 대기 질 개선, 도시의 열을 내려주는 열섬 완화, 산림휴양, 홍수를 막아주는 토사방지 기능 등이 있다. 앞으로도 산림의 중요성은 점점 더 커질 것이다. 최근에 리처드 루브의 ‘지금 우리는 자연으로 간다’ 라는 책을 읽었다. 책에서 자연의 아홉 가지 원칙을 제시했는데 첫 번째가 ‘우리 사회가 첨단화될수록 우리는 더 많은 자연을 필요로 한다’는 것이다. 도시에서 생활하다 보면 녹지에 대한 갈증이 생기고 몸과 마음이 황폐해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그러면 숲이나 자연이 더 중요해지고 필요해질 것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인간의 정신적인 면에 도움을 주는 부분까지도 중요한 가치가 될 것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성장과 산림녹화를 동시에 달성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두 분야 성공에는 어떤 관계가 있나
▶경제성장과 산림녹화 중 어떤 게 우선인지 따지기가 어렵다. 현재 북한의 30% 이상이 헐벗은 것으로 추정되는데 그로 인해 우리보다 홍수가 훨씬 더 자주 난다. 산이 헐벗으면 경제성장이 어렵다고 보면 녹화가 먼저다.
두 번째는 가난한 나라에서는 산이 연료 공급원으로서 매우 중요하다. 경제성장이 안 되면 산림보전보다는 이용하면서 산이 헐벗을 수밖에 없다. 그런 관점에서는 경제성장이 먼저다. 우리나라처럼 한 세대 만에 이렇게 빨리 경제발전과 녹화를 한 나라는 없다.
우리나라는 1962년 이후 경제개발 5개년 계획으로 대표되는 경제정책의 성공으로 지속적인 고도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제1, 2차 경제개발계획의 성공은 산업구조 변화와 국민소득 향상을 가져왔고 이는 에너지 사용구조의 변화로 이어졌다. 당시 산림 황폐화의 가장 큰 직접적 요인이었던 땔감 사용량을 줄일 수 있었던 것은 산에 나무하러 가기보다 그 시간에 연탄이나 기름을 구입하는 편이 더 나은 경제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즉 소득 상승과 연료소비 행태 변화로 임산연료 수요가 빠르게 감소한 것이다.

-미세먼지 때문에 포근한 날씨에도 외출을 하지 못하는 날들이 많아졌다. 도시숲 조성을 통해 얼마나 나아질 수 있는지 궁금하다
▶나무 한 그루가 1년에 흡수하는 미세먼지의 양은 약 35.7g으로 에스프레소 한 잔 정도 양이다. 이것을 1ha로 환산하면 46kg 정도가 된다. 서울의 미세먼지 배출량이 연간 약 1700t 정도라고 하는데 이를 나무들이 모두 흡수하려면 3만7000ha의 도시숲이 필요하다. 현재 서울 도시숲 면적이 약 1만5500ha 정도이니 지금보다 두 배 이상의 도시숲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실제 도시숲 미세먼지 저감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과학원이 위치한 홍릉숲과 차량통행이 많은 청량리역에서 미세먼지 농도를 측정해 비교한 결과, 도시숲이 미세먼지는 최대 25% 이상, 초미세먼지는 40% 이상 감소시켰다.
또한 도시숲은 바람길을 조절한다. 독일 슈투트가르트는 도시계획을 할 때 숲으로 바람길을 조성해서 미세먼지를 빨리 빠지게 했다. 우리도 이런 게 필요하다. 또한 도시숲은 미세먼지 저감뿐만 아니라 열섬 완화, 휴양공간 역할도 한다. 좀 더 차원 높은 도시숲 조성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2017년 10월 17일 경북 구미시가 개최한 ‘2017 도시숲 걷기 대회’에 참가한 1000여명의 시민들이 송정동에서 광평동까지 철도변에 조성된 4.2.km 도시 숲을 걸어가고 있다. /사진=뉴스1
-최근 북한의 산림 황폐화로 인한 문제가 심각하다고 하는데 북한의 산림 현황은 어떤가
▶과학원 연구진이 2016년 위성영상을 이용해 북한의 산림 현황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산림면적 899만ha 중 약 32%인 284만ha가 황폐화됐다. 이로 인해 가뭄과 홍수 피해가 자주 발생하는데, 경작지가 유실되고 주거지도 파괴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북한도 산림 황폐화의 심각성을 인식하고 ‘산림복구 전투’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묘목이나 종자 공급이 충분치 앉아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리나라에 기술적, 재정적 협력을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는 2년 주기로 이뤄지는 북한 11개 지역 위성영상 모니터링이 실시되는 해다. 1996년부터 시작된 북한산림자원량 조사, 산림 황폐화 모니터링으로 모은 자료들은 과학적인 북한 산림복구계획 수립에 활용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현재 산림·임업 분야 소득이나 일자리 상황은 어느 수준인가
▶임업소득은 2016년 농림어업총조사 결과 3358만 원으로 이는 농가소득의 90%, 어가소득의 71% 수준으로 나타나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임업소득 중에서도 임업으로 인한 소득은 34%, 임업 이외 소득이 66%로 나타났다.
산림일자리는 현재 대략 25만3000개로 분석하고 있다. 1차 산업인 임업과 단기소득임산물 재배업, 토석채취업에 10만1000명, 목재제품 제조업, 목재가구 제조업, 펄프 및 종이제품 제조업 등 2차산업에 9만3000명이 종사하고 있다. 그리고 산림서비스업인 목재 및 단기소득임산물 유통판매, 산림복지서비스업에서 5만8000명으로 조사됐다.
예전 치산녹화 사업을 했을 때 나무를 심어주고 해야 해서 쉬운 일자리를 많이 제공해 숲가꾸기 일자리 제공 효과가 상당히 높았다. 지금은 그것보다는 좀 더 안정적이고 직업으로서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다.

-올해 과학원 중점 과제 중 하나는 양질의 산림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 마련이다. 구체적인 계획은 무엇인가
▶산림청도 마찬가지고 과학원도 일자리 연구를 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것에 역점을 두고 있다. 예를 들자면 목재 톱밥에 열과 압력을 가해 연필굵기로 압축하면 친환경적인 연료를 만들 수 있다. 목재 가공 고체 연료인 목재펠릿(wood pellet)은 국제에너지기구에서 신재생 에너지로 인정했다. 이렇게 목재를 순환이용하는 과정에서 일자리가 생길 수 있다.
또 다른 예로 우리나라 생물 중 92%가 산에 있는데 이를 건강기능식품이나 의약품 원료로 쓴다. 헛개나무 숙취해소 음료, 아스피린(버드나무 성분으로 만든 약)이 그렇다. 요즘은 닥나무로 한지를 만들거나 미백효과로 인해 화장품 원료로도 쓰인다. 이런 연구가 더 많이 될수록 공급, 유통 등에 새로운 일자리가 생긴다.
이런 일자리를 그린잡(Green Job)이라고 한다. 지난해에는 ‘산림부문 일자리 잠재력 평가 연구’를 수행했고 올해는 ‘산림일자리 정책 개선 및 목재·제지 산업의 일자리 전망’ 연구를 추진하고 있다.

/사진=더리더
-4차 산업혁명은 분야를 막론하고 진행되고 있다. 산림에서는 어떤 방식으로 활용이 되나

▶지난해 11월 포항에서 6.5cm 땅밀림 현상이 관측됐다. 포항 지진의 영향으로 발생한 땅밀림은 조기에 발견돼 신속한 후속조치가 이뤄질 수 있었다. 이런 조기 발견은 과거 땅밀림 피해 복구지에 연구진이 설치한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이 운영되고 있어 가능했다. 무인센서, 정보통신 등 사물인터넷 기술이 적용된 산사태 무인원격감시시스템은 산림분야의 4차 산업혁명의 모습이다.
또한 드론을 이용한 야간 산불 진화, 산림 병해충 예찰이나 산악기상관측망을 이용한 실시간 산악기상정보 서비스 등도 4차 산업혁명의 요소기술들이 산림에서 활용되고 있는 예다. 4차 산업혁명은 산림재해, 산림생태, 산림복지 분야 및 임산물 생산·유통·소비 시스템과 융합되어 새로운 경쟁력의 원천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피부에 와닿는 기후와 환경변화 때문에 산림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도 크게 느껴진다. 산림과학원은 어떤 비전을 갖고 있나
▶우리나라의 1인당 국민소득이 약 3만 달러가 됐지만 아직은 완전한 선진국은 아닌 것 같다. 더 성장하려면 우리만의 것이 있어야 한다. 산림쪽에 초점을 맞추자면 우리의 선배들이 헐벗은 산을 녹화시켰다. 이제 생명자원, 건강기능식품, 의약품, 화장품 등 우리나라만의 임업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산림과학원뿐만 아니라 전체 산업체들도 함께 해줘야 한다. 물론 하루아침에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본만 해도 100년 이상 연구가 축적돼서 노벨상을 받았다. 우리는 축적된 게 많지 않지만 경제성장을 단시간에 이뤄낸 것처럼 할 수 있다고 본다.
나의 꿈은 치산녹화 성공을 이를 국가브랜드로 ‘산림보호와 경영의 세계적인 모범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그것이 국가를 위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이창재 국립산림과학원장

現 제 21대 국립산림과학원장
1961년 출생
서울대학교 대학원 산림자원학과 박사
산림청 산림정책과장
제27대 남부지방산림청 청장
산림청 해외자원협력관
산림청 산림지원국 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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