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는, 함께 더 좋은 세계 만들려는 마음이 중요

[서명원 서강대 종교학과 교수] “매일이 성탄절이고 부활절이고 부처님 오신 날이어야 한다”

머니투데이 더리더 박영복 지혜진 기자입력 : 2018.05.07 08:51

서명원 서강대 교수는 캐나다 퀘벡에서 태어났다. 프랑스에서 공부했고 한국에 귀화했다. 캐나다에서 19년, 프랑스에선 17년을 살았다. 한국에선 1995년에 뿌리 내린 이래로 약 25년째 살고 있다. 서 교수는 이제 한국이 가장 몸에 익숙한 나라라고 말한다. 그는 가톨릭 사제다. 그러면서 그는 종교학과에서 불교를 가르친다.

외국인이면서 가톨릭 사제인 사람이 대학에서 불교를 교육한다고 하면 믿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그는 자기 자신을 제3자의 시각으로 본다면 이해하기 힘든 사람일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만큼 특이한 이력이 많은 경계인이다. 다양한 종교를 경험한 그를 만나 종교에 대해 물었다.



-가톨릭 사제로서 처음 불교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처음엔 한국 예수회에 파견되어 한국에 오게 됐다. 다른 나라에 가면 그 나라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듯, 한국에 와서 한국문화에 관심이 생겼다.
우물을 파도 한 우물을 파자는 정신으로 한국의 종교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서 끝까지 공부하기로 마음먹었다. 가톨릭 사제로서도 이웃 종교인 불교에 대해 호기심이 생겼고, 배우고자 하는 의지가 생겼다. 원래 성격이 호기심도 많고, 한번 무언가에 빠지면 파고드는 성격이다. 그래서 한국불교 전문가가 됐다.

▲ 서명원sj 명상
-가톨릭과 불교의 유사성이 있다면

▶상충되는 것도 있지만 공통적인 가치관도 있다고 생각한다. 대동소이하다. 불교는 해탈을, 그리스도교는 영원을 궁극적 목표로 삼는다. 궁극적 목적에 유사성이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창세기 제3장에서 ‘인생은 고통스러운 것이고, 우리는 죽어가는 인간’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는 불교의 가장 근본적 교리인 사성제 중 첫 번째인 고제와 비슷한 시각이다. 인생은 온통 고통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이는 기독교인으로서도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는 이야기다. 십자가의 길도 고통스럽기 때문이다.
또 지상에 사는 우리들이 천국과 이상세계에 대해 고민한다는 점이 같다. 모든 종교의 궁극적 목적지는 유사하다고 생각한다.

▲ 서명원sj 한국에서 미사집전
-가톨릭과 불교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불교는 기원전에 탄생했다. 500년 정도 더 빨리 탄생한 종교다. 그러니 불교를 예수 그리스도가 부재중일 때의 수행체계라고 생각해야 한다. 가톨릭 사제로서 불교를 매력적으로 느끼고 불교에 심취했다 하더라도, 그 안에서 신이 부재중인 것을 느낀다.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어쩔 수 없는 애착이 있다. 나의 근본 바탕이다. 예수와의 인격적 관계가 내 안에 자리하고 있다.


차이점을 이야기해달라고 했는데 이 점이 가장 다르다. 초기 불교의 핵심은 석가세존의 깨달음이다. 석가세존은 모든 사람들의 본보기다. 모두 그분처럼 수행해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하지만 신은 아니다. 이에 반해 그리스도교는 예수 그리스도를 통한 구원을 추구한다. 그렇다고 해서 두 종교 간의 대화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대화는 충분히 가능하다.

▲ 서명원sj 향적스님 출판기념회 2014년
-고려 말 백운 스님이 선불교에서 전해져 내려오는 여러 이야기를 모아 만든, 세계 최초 금속활자인 <직지>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직지, 말걸다> 편찬에도 참여했는데...
▶벌써 2년 전의 일이다. ‘직지코리아’ 조직위원회의 요청으로 참여하게 됐다. 현존하는 최초의 금속활자이자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인 <직지심경>을 현대인에게 더 친숙하게 소개하기 위해 발간한 책이다.
내가 가톨릭 신부이자 불교학을 가르치는 교수이다 보니, 조직위원회에서 내가 <직지>에 대해 불교경전의 테두리를 넘어 종교 간 대화를 담아낼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옥영정 교수(서지학자), 정여울 작가(문학평론가), 현진 스님도 함께 저술위원으로 참여했다.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웃 종교에 대한 관용과 배려… 절대적으로 필요하지만 현실이 그렇지 못해 안타까워”

인터뷰 내내 서 교수는 종교 간의 대화를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점점 서로를 배격하는 종교계의 현실에 안타까움을 표했다. 그는 각 종교들을 산 정상에 오르기 위한 길들에 비유했다. 그 길들 중 하나의 길만을 통해 정상에 올랐다 하더라도, 다른 길들의 중요성과 의미가 사라지는 건 아니라고. 자신이 우연히 프랑스어가 모국어인 문화권에서 태어난 것처럼 가톨릭 신자인 것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면 세계를 바라보는 시야가 넓어지는 것처럼 타 종교를 배운다고 해서 자신의 종교관이 위협받는 것이 아니라고, 오히려 이해가 깊어질 것이라고 그는 강조했다.


▲ 사진 김문숙
-불교를 공부한 후, 종교관이나 세계관에 변화가 있었나

▶완전히 달라졌다. 원래는 모태신앙이었다. 가톨릭밖에 없었고, 개신교를 무시하기도 했다. 교황청 중심의 세계관을 갖고 있던 우물 안 개구리였다. 한때는 전 세계가 가톨릭이 돼야 한다고 믿었다.
지금은 다르다. 시야가 넓어졌다. 구원의 길이 아주 다양하다는 것을 이해한다. 이제는 그리스도교, 불교, 이슬람교, 유대교 등 모든 종교가 대화를 통해 서로 배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 만나서 교류하고, 존경해야 한다는 것이 나의 종교관이다.


한때 이웃 종교와의 대화가 인기있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아닌 것 같다. 다른 종교에 대한 존경심과 이해심을 바탕으로 대화를 나누고자 하는 마음이 많이 줄어든 것 같다. 종교 간의 대화가 중요하다곤 하지만 실천적으로는 많이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 서명원sj 향적스님 출판기념회 2014년
-열린 종교관을 갖고 다른 종교에 대한 이해를 기르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한가
▶이웃 종교에 대해 배우려면 첫째로 시간이 많아야 한다. 내적 동기도 필요하고 혼자 있는 것도 즐길 줄 알아야 한다. 하지만 다들 자기 종교만 배우느라 바쁘다. 각 종교들이 타 종교를 존경할 수 있는 시간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 역시도 30년 가까이 걸린 일이긴 하다. 공부하는 동안 많이 힘들었다. 일반인들은 쉽게 하지 못하는 일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하려고 해도 기회가 없고 시간도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그렇기에 각 종교에서 먼저 나서서, 열린 마음으로 이웃 종교를 바라보도록 하는 교육을 하면 좋을 텐데 안 한다. 한 개신교 신자에게 들은 이야긴데, 사찰이 무너지도록 구일기도를 하자는 배타적 성격의 운동을 할수록 신앙생활이 더욱 공고해지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흑백논리로 판단한 것인데 매우 잘못된 일이다.

본격적으로 그에게 불교에 대해 물었다.

-혜민 스님, 법륜 스님 등 사람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스님들이 많아졌다. 이렇듯 불교의 가르침이 현대인에게 주목받는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불교의 인기가 높아졌다고 하셨는데,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인구조사 통계를 보면 최근에 와서 불자들이 많이 줄었다. 불교계에서도 그게 고민이기도 하고. 몇몇 스님들이 이야기를 재밌게 하거나, 카리스마 있는 모습으로 젊은이들의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신도들의 수가 늘어나고 있는 것 같진 않다. 하나의 콘텐츠로만 누리다가 다른 것을 찾아 떠나는 것 같다.


젊은 사람들이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는 게 불교라고 생각한다. 불교는 생로병사의 이치를 몸으로 이해해야 조금씩 들어오기 시작하는 종교다. 고통이나 죽음의 개념을 아직 느껴보지 못한 사람에겐 어려울 수도 있다. 17세에 출가한 한 스님도 출가한 지 20년이 넘어서야 조금씩 불교를 이해할 것 같다는 말을 했다.

▲ 서강 명강의로 선정되었던 수양과명상
-그럼에도 불교가 현대인의 정서에 어느 정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하진 않나.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불교를 체험하려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건 그렇다. 선 수행, 즉 명상을 하면 사람들이 내적 평화를 체험하게 된다. 내 세계 안으로 들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는 체험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는 뭐든지 빨리 빨리다. 문명에 대응해 명상의 세계를 소개해주는 것은 분명 의미가 있다.


성공, 취업, 직장, 돈, 생존경쟁 등에 지친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건 매우 당연한 일이다. 물론 정확한 명상을 하려면 입산을 해야 한다. 나는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 정도 명상하는 시간을 갖는다. 내가 속한 선수행공동체인 선도회에선 2시간을 권장하고 있긴 하지만…. 그러려면 생활방식을 크게 바꿔야 한다. 서울에서 생활하는 사람에겐 무척 힘든 일이다. 불교가 현대 문명과 이질적인 측면을 갖는 이유다.

조금 껄끄러운 질문을 꺼냈다. 서 교수는 지난 2013년 성철 스님에 관한 논문을 엮은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 발간 후 불교계와 갈등이 있었다. 불교계에선 성철 스님에 대한 지나친 비판이다, 성철 스님을 폄훼했다는 입장의 보도들을 불교 미디어를 통해 내놨다.

▲ 프랑스에서 불교 강의
-2004년 성철 스님 연구를 통해 박사학위를 받을 때 심사위원들로부터 성철 스님에게 지나치게 심취한 것이 아니냐는 쓴소리를 들었던 서 교수가 20년 뒤에는 정반대의 입장에 처하게 될 줄은 본인도 몰랐을 것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지금에 와서 돌아보면 감회가 남다를 것 같은데...
▶성철 스님에 대한 연구를 1992년부터 해왔다. 성철 스님에 대한 박사 논문은 9년에 걸쳐 작성했다. 우수하게 졸업했지만 부족한 점도 있었다. 너무 심취했다, 비판의식이 없다는 이야기도 있었고, 성철 스님을 지나치게 이상화했다는 말도 들었다. 한국에 돌아오니 지방대 철학과에서 강의하는 모 교수가 내게 정치적 배경을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해주었다. 그 말을 듣고 좀 더 파고들어보니, 불교와 독재정권의 관계, 일본 제국주의와의 관계 등 오히려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을 많이 발견하게 됐다. 안 좋은 것들을 많이 보게 됐다.


또 성철 스님이 비판한 불일 보조국사 지눌의 사상을 대학원생들과 함께 몇 년에 걸쳐 연구했는데, 성철 스님께서 말씀하신 불일 보조국사 지눌과 원문을 통해 발견한 불일 보조국사 지눌이 너무 달랐다. 의문을 갖고 파고들 수밖에 없는 지점에 도착하게 됐고, 그 길을 피하고 싶은 유혹이 없지 않았지만 결국 피하지 않았다. 성철 스님께서는 과연 왜 그러셨을까? 그분께서 세상을 떠난 지 25년이 됐음에도, 아직도 해인사 강원에서 지눌의 걸작들을 가르치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그 사건(?)을 계기로 한국불교에 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을 것 같은데 실제로는 어떠한가
▶<가야산 호랑이의 체취를 맡았다>를 펴내기 전에 여러 학자들이 새롭게 연구한 성철스님에 관한 결과를 발표하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는 책을 펴낸 뒤에 알게 되었다. 불교계 언론으로부터 불매운동에 관한 비난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 그때 현실적인 정서상 어렵다고 하더라도 불교계가 만약 열린 마음으로 균형을 갖게 해주는 비판의식을 수용해주었다면 지금 대한불교조계종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열린 마음으로 성철 스님을 바라보자는 바람을 담아 만든 책에 대한 반향은 나의 소망과는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찾아와 고맙다는 말을 하는 사람들, 내가 모르는 것들을 알려주겠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현실적인 어려움 때문에 공개적으론 지지하지는 못하지만 막후에서 많은 조언을 해준다.


성철불교를 객관적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 청정한 수행승이었음에 틀림없지만 수행방법 중 ‘간화선’만 옳다고 한다든가, 지눌 스님의 주요 저서 일부를 근거로 해서 엉터리라고 하는 등의 면모는 당시 독재정권의 독단성과 유사한 대목들이다. 유신시대의 역사와 성철불교의 역사를 비교분석해 볼 필요가 있다. 앞서도 말했지만 모두 몰랐으면 좋았을 것들이다. 그렇다고 진실을 가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무작정 신격화하고 우상화해선 안 된다. 지금 우리가 신라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 불교를 평가하는 것처럼 성철불교를 비롯한 우리시대 불교를 500년 후에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

▲ 유럽인들과 함께하는 명상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 서 교수에게 ‘자신은 어떤 사람이냐’고 물었다.

-제3자의 입장에서 자신은 어떤 사람인가
▶희귀종이라고 생각한다. 보기 드문 사람이고. 캐나다와 프랑스를 거쳐 한국에 사는 사람이다 보니 항상 경계에 서 있는 사람 같다.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임을 인정한다. 쉽게 알기 어려운 사람이기에 나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힘들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때는 예수 그리스도가 환영을 받지 못하고 인정을 받지 못했음을 상기한다. 그렇기에 계속해서 불교를 공부함에도, 예수 그리스도와의 관계가 나에겐 매우 중요하다. 태어나기 전부터 가진 신앙이다 보니 나와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다고 느낀다.

-앞으로의 계획이 있다면
▶3년 전부터 새로운 공동체를 만들기 시작했다. 불교를 만나고자 하는 그리스도인들이 함께 생활할 수 있는 공동체다. 대학에서의 정년이 1년도 안 남았는데, 퇴임 후에는 본격적으로 공동체를 운영할 예정이다. 공동체는 불교를 비롯해 이웃 종교를 배우고 사귈 수 있는 공간이다. 공동체에서는 명상(명상), 공부와 연구, 농사(울력) 등의 활동을 해오고 있다.


끝까지 한국과 함께할 것이다. 여기서 뼈를 묻을 것이기에 귀화도 하고 개명도 했다. 개인적으로 불교와 그리스도교의 만남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에서 그 만남을 이뤄보고 싶다. 요즘 한국을 ‘헬조선’이라고 많이 부르지만 내게는 가능성이 많은 나라다.

▲ 김대욱 작가 사진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더불어 함께하며 더 좋은 세계를 만들고자 하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높은 이상이긴 하다. 때로는 나도 나의 이상에 맞춰 살기 힘들다. 점점 세계가 폐쇄적이고 배타적으로 변하는 것 같지만 이웃 종교와 함께하는 건 여전히 중요하다. 수도회 사제로서 수도회가 교세 강화만 생각하지 말고 다른 종교와의 대화도 더불어 추구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매일이 성탄절이고 부활절이고 부처님 오신 날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現 서강대학교 종교학과 교수
-Journal of Korean Religions (JKR, A&HCI 등재지) 부편집장
-서강대학교 종교연구소 소장
-(사)선도회(선도성찰나눔실천회)에서 간화선 수행(법명: 天達)

<사진제공=서명원 서강대 교수>

pyoungbok02@gmail.com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