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예술, 4차 산업혁명 주도할 것”

임동열 미술학 박사, "노동가치 변화 따른 여가 증가 등으로 예술 중요도 올라갈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8.05.11 08:52
4차 산업혁명, 아직 완전히 우리 삶으로 들어오진 않았지만 어렴풋이 그 실체가 보이기 시작했다. 미래를 두고 ‘노동의 종말’을 예측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런 두려움은 관심으로 표현된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변화와 그에 따라 흥할 직업과 사라질 직업은 최근 가장 ‘핫’한 관심사다. 최근 잡코리아에서 조사한 결과가 매우 흥미롭다. 취준생들은 앞으로 살아남을 직업으로 연예인, 작곡가, 영화 감독, 운동선수와 함께 조각가를 꼽았다. 

모두 문화 예술 관련 직업이라는 것이 공통점이다. 대중은 4차 산업혁명을 지배할 AI와 인간의 차별화를 '감성'으로 여긴다는 걸 유추할 수 있는 결과다. '감성'을 기반으로 한 예술분야와 그와 정 반대 지점에 서 있는 '과학'은 그렇게 '대비'와 '상생'을 묘하게 그리고 있다.

그렇다면 과학과 예술은 어떤 관계를 기반으로 이어지고 있을까. 지난 10년간 기계과학을 모티브로 예술활동을 하는 유명 예술 작가 중 한 사람인 임동열 미술학 박사를 만났다. 

임 박사는 "‘The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and the technology inspires the art(예술은 기술을 변모시키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 는 존 래시터(John Lasseter·픽사CCO)의 말을 인용하며 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고 설명한다. 

또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과학과 예술은 주도 산업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어떻게 예술가의 길을 가게 됐는지 그 시작이 궁금하다
▶다른 예술가들과 비슷한 이유와 조금 특별한 상황이 만나 자연스레 선택하게 됐다. 비슷한 이유라 하면 유년기 시절부터 그림 그리기와 무엇을 만드는 것에 매료되어 있었기 때문이라 할 수 있고, 조금 특별한 상황은 집안 분위기라고 할 수 있겠다. 아버지가 예술가이시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선택할 수 있었던 배경이 있다. 미술대학에 진학하고 작품을 제작하면서 확신을 가지게 됐는데 졸업한 학교의 특성도 한 몫을 했다. 홍익대학교는 훌륭한 예술가 선배를 많이 배출했고 이를 보면서 자신감을 가지고 예술가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조소를 업으로 택한 이유가 있다면
▶대학 진학 시에 학과를 미리 선택하고 입시를 치러야 했다. 미술학원에서 회화를 배우기도 했는데 정적으로 하는 작업보다 좀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고 생각이 유동적으로 작동하는 조소가 더 적성에 맞았다. 이후 작품을 진행하면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점은 어떠한 매체를 사용하느냐는 것보다 생각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매체를 선택하여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현대미술에서 이미 조소, 회화 같은 각 분야의 경계가 무의미해졌기 때문에 현재 작품에는 조각적인 요소와 드로잉, 프린트 등 다양한 매체를 사용하고 있다. 넓은 의미에서 조소의 한 분야로 볼 수 있겠지만 이제는 분야를 한정해서 예술가를 구분하는 방식은 더 이상 작동하기 힘들다고 본다.

-혹자들이 임 작가의 작품을 과학과 예술의 만남으로 설명하기도 하는데 어떻게 보나
▶넓은 의미에서는 맞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이 과학을 대하는 태도는 각기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과학이 예술분야에 스며들어 있다. 과학을 하나의 도구로 사용하는 예술가, 과학이 가지는 태도와 생각들을 토대로 작업을 하는 예술가 등 여러 형태로 존재해왔고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결국 작품의 형태로 등장하기 때문에 동등한 지위를 가진 서로 다른 분야의 융합으로 보기에는 어렵다.
나의 경우에도 과학의 산물들과 그것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에 초점을 맞추고 작업을 진행한다.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자동차, 오토바이, 전화기 등 첨단 과학이 집결된 오브제들에 동물이 가지고 있는 뼈, 핏줄, 내장 등을 치환시켜 보여줌으로써 기계를 대하는 인간 중심적 사고의 틀을 흩뜨리는 데 그 목적을 두고 있다. 과학기술들이 인간의 손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생명(Life) 개념의 확장을 통해 그 역시 하나의 유기체로서 존재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과학기술과 기계라는 것은 하나의 주된 대상으로 작품에서 절대적 요소이지만 그것을 모방하거나 차용하는 방식이 아닌 소통의 대상이자 환경에 대한 고민으로 여기고 있으며, 이는 일상에서 인간이 인식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재인식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함이다.
생명은 어떻게 정의될 수 있는지 본질적인 질문에서 시작하여 유기체, 기계 또는 그 하이브리드적 혼종에 대한 고민들을 이미지화하여 수용자에게 새로운 사유적 자극을 제공하고 있다. 이처럼 특정한 과학기술이 눈에 보이게 작품에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과학의 발달로 인해 등장하는 기계들에 대한 접근법의 고민이 결국 예술이라는 장르를 통해 드러나고 있으므로 과학과 예술의 만남이라고 큰 틀에서 이야기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임동열 제공
-과학과 예술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하고 있나
▶‘The art challenges the technology and the technology inspires the art (예술은 기술을 변모시키고, 기술은 예술에 영감을 준다)’ 는 존 래시터의 말처럼 예술과 과학기술은 서로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받는다.
18세기 중반 산업혁명과 함께 태동된 새로운 형태의 사회에 드러나는 낙관적 기술론은 21세기 현재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다. 예술분야 역시 과학기술과 이분법적 사고로 설명될 수 없다. 우리 스스로가 인식할 수 없을 만큼 기술과 기계적 환경에 노출돼 있다. 예술 역시 그 범주를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 과학기술이 삶의 일부가 된 것처럼 예술의 일부에 과학적인 것이 스며들어 있다.
기계적 움직임을 적극 도입한 장 팅겔리(Jean Tinguely), 이전에 없었던 회로와 기계의 이미지를 적극 차용한 에두아르도 파올로치(Eduardo Paolozzi), 기계와 인간에 대한 고민을 풀어 낸 사이버네틱스 이론과 포스트 휴먼 이론을 필두로 한 뉴 미디어 예술에 이르기까지, 과학 기술은 끊임없이 예술분야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 시대에는 이 같은 형태의 예술이 다양하게 발전되어 존재하고 있는데, 기계의 동력을 통한 움직임을 수용한 키네틱 아트, 새로운 미디어와 인간 사이의 관계와 순환을 보여주는 뉴 미디어 인터랙티브 아트 등이 대표적인 하나의 장르로 정립됐다.
그러나 이는 과학과 예술이 접목된 극히 일부의 사례로 재료, 콘셉트, 작업 과정 등 세부적으로 과학이 융합된 형태의 예술은 이미 널리 정착돼 있다. 개인적으로도 전통적인 작품 제작 방식을 통해 과학과 기술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 나가고 있다. 이런 것이 서로 다른 두 분야가 맞닿아 있는 부분이며 예술가가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하나의 주제로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예술가의 입장에서 이 두 관계를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따른다.
앞서 설명한 것과 같이 예술에 있어 과학기술은 새로운 영감을 제공하고 있지만 과학분야의 변모에 예술이 크게 관여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특정 과학기술은 예술적 감성을 필요로 하고 있으며 두 분야의 협업을 통해 더 나은 형태가 등장하고 있다.
그간 과학자들과의 협업과 대화를 통해 느낀 바는 사고를 하는 체계가 다르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마 그 자리(과학자, 예술가 등)에 오기까지 최적화된 사고의 방법만을 사용하는 것이 익숙하기 때문일 것이다. 과학적 사고의 요소들인 정량화, 논증, 반증, 체계화 등은 예술을 감상하는 데에 필요한 감성적 태도와 대척점에 있는 사고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근본적인 차이가 과학분야와 예술분야의 실질적인 융합에 어려움을 갖게 한다.
많은 미술관과 갤러리 등에서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모토로 프로젝트가 진행되고 나 역시 참여하고 있지만, 결국 예술분야에 과학을 끌어들이는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이는 먼저 설명한 근본적 차이와 더불어 과학분야의 특성과도 연관돼 있다.
대부분의 기술 및 연구들은 완성되기 전에는 노출되지 않는다. 콘셉트와 과정의 노출이 치명적으로 돌아올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알고 듣는 과학 분야의 이야기는 모두 완성된 것들이므로 예술뿐 아니라 다른 무엇인가가 끼어들 틈이 보이지 않는다. 예술과 과학의 융합은 유연성을 가진 예술분야에 과학이 접목된 형태로만 존재하고 있는 게 대부분이다.
결국 더 발전적인 두 분야의 융합을 이루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협업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과학분야의 주도로 예술과의 접목이 이루어지는 것이 필요하다. 예술계가 끊임없이 과학과의 융합에 적극적 태도로 대했던 것처럼 과학분야에서도 수동적인 형태의 참여가 아닌 더 능동적인 예술과의 융합에 관심을 보이면 머지않은 미래에 더욱 발전된 형태의 과학과 예술의 융합을 보게 되리라 생각한다.

/사진=임동열 제공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과학과 예술의 변화가 예상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4차 산업혁명은 곧 인공지능 및 기계의 발달을 통한 노동 가치의 변혁이라고 본다. 거기에는 긍정적 비전과 부정적 형태의 비전이 존재하고 있는데, 긍정적 비전은 인공지능 및 기계의 발달로 더 많은 공정의 자율화와 더불어 노동가치의 재정립을 통해 더 많은 시간을 노동이 아닌 생산적인 부분에 사용하는 게 가능해진다는 입장이고, 부정적 비전은 누구나 예상 가능하듯 일자리를 빼앗기는 사람이 나오고 이로 인해 중산층의 붕괴를 시작으로 인류가 대 공황을 겪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터미네이터’나 ‘엘리시움’ 같은 영화에서 보여주는 부정적 비전이 강하게 뇌리에 남아 있다 보니 사실 부정적인 시각이 좀 더 힘을 얻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렇다고 해서 다가올 발전을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할 수는 없지 않은가. 미리 준비하고 긍정적인 방향으로 길을 들어서야 한다.
사진기가 발명되고나서 회화의 몰락을 많은 사람들이 예상했으나 회화는 사라지지 않았다. 또 다른 형태의 회화로 발전할 수 있는 촉매 역할을 했으며, 심지어 실물과 똑같이 정교한 그림을 그리는 하이퍼리얼리즘과 같은 장르 역시 그만의 가치를 가지고 존재하고 있다.
3D 프린터의 발명으로 조각분야 역시 같은 과정을 겪으리라 예상할 수 있다. 이미 많은 형태로의 발전이 있었지만 새로운 방식의 예술로 발전이 있을 것이며 더불어 기존 방식의 가치 역시 재평가하게 되리라 생각한다. 4차 산업혁명 이후를 완벽히 예상할 수는 없지만 예술분야와 과학분야가 지금보다 더 주도적인 산업이 되리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기술의 발전에 과학분야의 역할은 따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밀접하다. 긍정적 비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노동가치의 변화에 따른 여가시간의 증가 및 창조적 문화의 중요도가 증대됨으로써 예술분야의 중요도 역시 한층 올라갈 것으로 예상한다.

-최근 박사학위를 받았는데 예술에 박사라는 학위가 적절하다고 보나
▶예술에 박사학위라는 것은 결국 작품을 제작하는 예술가의 전반적 활동을 하나의 학문으로 보느냐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아직까지도 예술가의 작품활동은 하나의 학문적 탐구보다는 좀 더 자유롭고 감성적인 행위로 보기 때문에 예술의 박사학위가 낯설게 느껴지는 것 같다.
그러나 결국 예술 역시 다른 분야의 학문과 따로 떨어져 존재할 수 없으며 미학, 철학 등의 학문과 늘 궤를 같이해왔다. 이를 통해 현직에 있는 예술가 스스로가 자신의 작품을 학문적으로 규정하고자 함이 예술분야 박사과정의 핵심이라고 본다.
예술가의 박사학위는 예술가 스스로 어떠한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다. 학문적 탐구를 통해 자신이 하고 있는 작품의 정당성을 부여받기를 원하면 박사를 취득하면 된다. 학위를 가진 예술가의 작품이 더 가치가 있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다.
예술가는 결국 작품으로 모든 이야기를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순수한 작품으로 평가하는 것이 옳다. 단지 박사학위를 취득한 예술가는 학문적인 방식을 선택한 것이며 그로 인해 좀 더 넓은 범위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받게 될 것이고(대학 강의 등) 그것은 온전히 작가의 선택이다.

-준비하고 있는 전시가 있나
▶해남문화회관에서 진행하는 전시에 참여하고 있으며 올해 가을 개인전을 기획하고 있다.

임동열
現 홍익대 미술학 박사(조각가)
1979년 7월 7일 출생
홍익대학교 조소과 박사
홍익대학교 조소과 학사 및 석사 졸업
홍익조각회 신진 작가상
문예진흥기금 수혜
홍익대학교 미술 해부학, 기초 조소, 표현기법 연구 강의
동아대학교 조소실기 강의
아티언스 프로젝트 초빙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5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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