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북핵 포기 진정성 더 지켜봐야..."동북아 세력 균형게임으로 변화 가능성"

대한민국을 진단하다- 안보분야(1)남성욱 고려대 교수, 문성묵 통일전략센터장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06.01 14:03
편집자주머니투데이 <더리더>에서는 ‘대한민국을 진단하다’라는 코너로 6개월간 각 사회 분야의 전문가들과 실질적인 진단을 한다. 2월 경제 분야를 시작으로 정치, 교육, 외교, 안보, 문화의 세계적인 흐름과 대한민국의 트렌드를 읽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다. / 편집자

▲대한민국을 진단하다 안보분야의 대담이 머니투데이에서 진행됐다.

지난 두 달 사이 남과 북은 이전의 10년보다 훨씬 많은 일이 벌어졌다. 몇 달 만에 남북 냉전시대를 건너뛰는 눈부신 장면들을 연출했다. 남북 정상은 판문점에서 군사분계선을 넘나들기도 했고, 두 손을 맞잡고 많은 이들의 가슴을 울렸다. 이날 이후 SNS에는 각종 패러디가 넘쳤다. 김정은에 대한 네거티브 일색에서 ‘김정은식 유머’와 ‘평양냉면’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폭발적이었다.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까지 서훈 국정원장과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의 광폭 행보도 그간 우리 외교에서는 볼 수 없던 주도적인 모습이었다. 흡사 독일 통일이 가까워진 순간의 외교패턴을 리메이크하는 듯 주변국들의 이해와 합의를 이끌어냈다. 결과적으로 남북정상회담을 끌어냈고, 뒤이어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평가도 상승한다. 개헌 불발과 경제침체, 국정 인사 기용의 실패에 대한 실망감이 지지율을 끌어내릴 쯤 그야말로 대박이 터졌다. 그간 어떤 대통령도 만들어내지 못했던 그림이 실마리를 잡아가는 듯했다.
그러나 갑작스러운 남북 고위급회담 무산에 이어 북미 정상회담 역시 안갯속으로 접어들었다가 다시 추진 쪽으로 가능성이 기울고 있다. 두 번의 남북정상회담을 치렀지만 북한 비핵화까지의 여정은 가시밭길이다.


일장춘몽으로 끝나기엔 너무 멀리 와버린 남북관계를 진단하고 향후 안보의 정책 방향을 예측해 보고자 <더리더>에서는 두 명의 전문가와 대담을 진행했다. 대담은 5월24일(목) 머니투데이 본사에서 진행됐으며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겸 통일외교학부 교수와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이 참석했다. 진행은 <더리더>의 임윤희 기자가 맡았다.
*남성욱 교수(이하 남), 문성묵 센터장(이하 문), 임윤희(진행)로 표기한다.

▲남성욱 고려대 행정대학원장 겸 통일외교학부 교수/사진=머니투데이

◇북한 핵포기 진정성은 더 지켜봐야

진행 : 대담을 기획하던 시기에는 남과 북에 장밋빛 미래만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급변하는 정세로 하루 예측도 어려운 상황이다. 먼저 냉전시대를 지나 남북정상회담과 4.27 판문점 선언까지를 되짚어 보고자 한다. 첫 번째로 ‘북한 핵 폐기’에 대해 왜 북한이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보나


남 : 일단 북한 핵개발 역사는 정권의 역사만큼 오래됐다. 그래서 북한이 어렵사리 여섯 차례 핵실험을 하고 지난해에 핵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이런 상황에서 핵 포기한다고 북한이 정확히 이야기했는지가 의문이다. 북한은 위협이 사라지면 핵을 보유할 이유가 없다는 전통적인 멘트 속에서 비핵화를 이야기하고 있지, 조건 없이 핵 포기 하겠다는 말을 한 적은 없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이 명확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는 정부의 간접화법으로 듣고 있다.
지난해 9월에 북에서 6차 핵실험하고 11월에 유엔 안보리 결의문이 채택됐다. 이때 나온 안보리 결의안 중 하나가 유류 수출 제재다. 에너지 공급 차단은 북한 경제에 타격을 준다. 북한 입장에서 핵무력을 보유해서 이를 가지고 제재를 완화시키고 국제사회 협상을 통해 이득을 극대화하는 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북한 입장에서도 썰물 밀물 시기가 있는데 지금은 후퇴하고 있는 썰물 시기다.


북한 경제를 4가지로 본다. 내각경제, 군수경제, 궁정경제, 인민 지하 암시장 경제. 이게 돌아가야 하는데 중국 수출 37%가 줄어서 한계에 도달했다고 봤다. 마침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렸고, 참여해서 민족공조를 하자고 선언한다. 이때부터 김정은의 공세가 시작됐다. 북한 핵 폐기의 진정성은 결과로 판단하고, 현재 비핵화 협상으로 뛰어든 것은 국제적 압박이 먹혔고, 지금은 물러서서 협상을 하는 게 국가 이익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판단한 거라 본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사진=머니투데이

문 : 북한이 정말 핵을 포기하기 위해 협상에 나왔느냐는 부분은 더 지켜봐야 한다. 올 1월1일 이후 북한이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것, 남북, 북미, 평창 참가, 핵실험 중단. 지난해와 너무 다르다. 왜 이런 모습을 보이느냐가 우리의 관심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북한이 변화하고 대화하는 데 본인이 일등공신이라고 한다. 다시 말해 북한을 향한 일관된 압박이 주효했다는 말이다. 압박 속에는 경제와 외교적 고립과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후 미국정부에서 새롭게 검토한 게 바로 ‘군사옵션’이다. 2017년 1월 1일 김정은이 신년사에서 “나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준비가 끝났다”고 했다. “핵실험을 이미 5번이나 했고 핵탄두를 완성했고, ICBM 발사 준비가 끝났다”고 언급했다. 이에 미국에서도 트럼트와 매티스 장관이 군사옵션을 준비했다. 미국이 북한을 향한 군사옵션을 구체화하고 준비하면서 지난해에 괌에 있는 스텔스 전투기 편대가 북한 깊숙이 함경도까지 접근했던 일도 있었다. 트럼프가 말했듯이 강력한 대북압박이 유효했다고 본다.
북한은 핵을 가지면 정권과 체제를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고 ‘김정은의 힘’이라고 생각했는데 결과적으로 경제가 힘들어지고 정권이 흔들렸다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 전략의 노선 변화에 전기가 되는 가능성이 됐을 것으로 본다.


또 다른 가정은 지난해 9월에 6차 핵실험을 하고 핵무력이 완성됐다고 했다. 이후 북한이 노동당 당대회 등 각종 계기를 통해 핵 보유국이 됐다고 여러 차례 천명했다. 핵탄두까지 안착했으니 이제는 미국과 대등한 핵 보유국으로 당당히 협상에 나설 준비가 끝났다는 판단을 했을 수 있다. 핵을 포기했다기보다는 핵을 기초로 해서 남과 북은 잘 풀어가고 미국과는 대등한 핵 협상을 할 것으로 판단한 것 같다.

◇ 판문점 선언 3개조 13개항, “비핵화 대상 불분명”

진행 : 그렇다면 앞서 지난 3월 대북특사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이 김정은을 처음 만나 전달한 김정은의 메시지와 4.27 판문점 선언 당시 남북정상회담 합의문에서 주목해야 할 포인트는 어떤 것이 있나


남 : 정의용 실장이 받아온 메시지는 6개 항으로 기억하는데 5번 항이 좀 걸린다. 정의용 실장이 김정은과 회담한 것을 남측에 전달하는데 ‘남측을 향해 핵 미사일을 날리지 않는다’는 항목이 들어 있었다. 이미 한국전쟁 때 공격한 전과가 있는데 핵과 미사일로 공격하지 않는다는 것은 말 안 들으면 공격할 수도 있다는 반어법 같았다. 채찍과 당근의 메시지가 있었다면 채찍에 가깝다고 봤다. 듣는 입장에서는 부담이 되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휴전 이후 65년의 역사가 갈등과 화합이었다고 하면 화합은 20이었고 갈등이 80이다. 그런 표현을 써서 남측에 일종의 환상을 심어주거나 긴장을 풀어준다는 전략일 수도 있다. 김정은이라는 지도자이고 첫 고위급 면담이기 때문에 토씨 하나 놓치지 않는 게 의미 있을 수도 있지만 그 표현은 양면적 메시지라고 본다.
문 : 남 교수님이 말씀하신 6개항 나 역시 언짢게 들었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를 김정은이 시혜를 베풀듯, 우리가 굉장히 고맙게 받아들이는 것처럼 묘사됐다.


4.27정상회담에선 과거에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많이 나왔다. 군사분계선 넘고, 도보다리 단독회담, 그리고 나와서 공개적으로 김정은이 기자회견도 하고. 이를 보고 눈물을 흘린 국민들도 많다. 김정은은 달라졌다며 신뢰도가 75%나 됐다. 근데 지금은 어떤가. 한 달도 안 돼 실망감이 감돌고 있다. 개인적으로 과거에 이미 실망했기 때문에 판문점 선언 나왔을 때도 합의는 합의일 뿐이고 지키는 것은 다음이라고 봤다.
선언문은 3개 조 13개 항이다. 판문점 회담 전에 청와대와 정부는 비핵화가 핵심의제라고 했다. 근데 선언 중에 핵 관련 조항은 딱 하나다. 이 부분이 좀 실망스러웠다. 그리고 비핵화도 완전한 비핵화 용어는 들어있지만 누가 어떻게 언제 하겠다는 것이 없다. 결국은 비핵화라고 하는 것을 합의에 넣은 것은 의미가 있지만 완전한 플랜은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관한 것이다. 종전선언, 평화협정 등이 나왔는데 이것은 비핵화가 돼야 가능하다. 북미 정상회담을 해야 가능하다.


철도근대화 문제들도 사실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가시합의가 나와서 실천이 돼야 제재가 풀리고 남북경협도 가능하다. 4.27선언의 의미를 축소할 일은 아니지만, 잘 지켜진다면 좋은데 이미 5월 16일 고위급회담 열기로 했는데 무기 연기되지 않았나. 판문점 선언이 잘 이행돼 전쟁 없는 한반도로 가기 위한 과제가 너무 많다.
남 : 4.27판문점 선언 합의문은 13개 항목인데 2007년 10.4 선언의 2018년 버전이다. 경제협력 부분은 시점과 용어를 바꿔서 선언에 집어넣었다. 발표되기 전까지 관심을 줬던 부분은 비핵화인데 마지막 문장을 보면 서울에서 쓰는 문장구조가 아니다. 주어, 목적어, 동사가 불분명하다. 해석에 따라 북한 남한 반반 비핵화로 보일 수도 있다. 비핵화의 대상이 불명확하다. 기대를 갖게 하면서도 실망이 포함된 이상한 문장 구조다. 북미 정상회담에서 해결할 문제다.


사실 이 선언문을 국민들이 며칠 지나면 기억도 못하고, 몇 개 조항인지 잘 모른다. 결국 도보다리에 앉아서 글로벌 퍼포먼스를 멋지게 했다. 김정은은 이로써 동북아의 멋진 지도자가 됐고, 성과가 대단했다. 하지만 도보다리 회담은 양날의 칼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허심탄회하게 이야기 한다는 표현을 했다. 잘되면 아주 좋은 약이지만 안 풀리면 독이 된다.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궁금증을 자아내는 것은 나중에 오해의 빌미가 될 수 있다. 트럼프가 문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assurance(장담)’라는 표현을 썼다. “비핵화를 장담하지 않았나. 근데 요즘 하는 것을 봐서는 장담이 조금 과장내지는 확대해석되지 않았느냐”는 컴플레인을 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싱가포르까지 가기 전에 어려움 겪는 시나리오를 볼 때 북미 정상회담이 잘되면 도보다리가 마중물이 되겠지만 문제가 안 풀리면 트럼프의 불만이 현실화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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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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