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의 정상회담 성공에 북한의 운명이 달려 있다

[강석승의 북한이야기]

미래안보전략연구원 강석승 원장입력 : 2018.06.08 09:35
금년 초부터 시작된 북한 김정은 정권의 입장과 태도 변화가 한반도의 긴장 정세를 평화구도로 바꾸어 놓은 듯한 양상을 보여왔다. 김정은의 ‘육성 신년사’를 시발로 하여 남북고위급회담의 개최, 그리고 연이어 벌어진 북한선수단과 응원단, 예술단의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와 공연, 그리고 남북의 특사(特使) 파견으로 이어지는 가운데 제3차 남북정상회담이 판문점 ‘평화의 집’에서 열림으로써 역사적인 ‘4·27 판문점선언’이 내외에 공표됐다.

이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내외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는 파격적인 방중(訪中)을 2차례나 단행함으로써 6월 12일로 예정된 역사적인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에 대한 나름대로의 대비를 하는 듯한 행태를 나타냈다.

그러나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을 앞두고 양국 간의 물밑 접촉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가운데 이해관계국 간의 불협화음(不協和音) 소식도 이에 못지않게 이곳저곳에서 불거지고 있다.

당초의 ‘분홍빛 기대’가 실제 상황에서는 자꾸 엇박자를 내니, 그 앞날을 두고 절망적인 예상과 함께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과거의 전철(前轍)을 다시 밟게 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와 함께 ‘자루 속의 송곳은 감출 수 없다’는 속담처럼 북한에 다시 한번 ‘시간벌기’를 해준 게 아니냐는 비판까지도 제기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상황이다.

그도 그럴 것이 지난 4월27일 남북한 양국 정상이 합의하여 발표한 ‘판문점선언’을 구체적으로 이행하고 실천하기 위해 우리 측이 제의한 고위급회담에 대해 북한이 돌연 ‘무기한 연기’를 하면서 교착상태에 빠졌기 때문이다. 당시 북측이 제기한 이유는 김정은 위원장이 “이해한다”고 했던 한미 연합훈련인 ‘맥스선더(Max Thunder)’가 “판문점선언에 역행하는 군사도발”이라는 것이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북한의 조선적십자회 중앙위원회는 지난 2016년 4월 우리나라에 집단으로 귀순한 중국 저장(浙江)성 닝보(寧波)의 북한 식당 여종업원 등 13명이 자유의사에 반(反)하여 납치됐으니, 이들을 즉각적으로 송환하라는 요구를 했다.

그런가 하면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장면을 취재하기 위한 기자단 중에서 한국의 기자들을 제외한 중국과 러시아, 미국, 영국 기자단만을 초청했으나, 이후 한미 정상회담이 순조롭게 진행되자 또다시 태도를 바꾸어 초청하는 촌극(寸劇)을 연출했다.

이밖에도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태영호 전 영국 주재 공사 문제와 함께 대북전단문제를 다시 끄집어내는 등 그들이야말로 ‘판문점선언’의 정신과 합의에 반하는 행태를 보여주었다.

이런 가운데서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개최되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기 전까지는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결코 약화되거나 이완돼선 안 된다는 강력한 요청을 했으나, 중국은 표리부동(表裏不同)하게도 북한 선박의 중국항 입항, 중국 내 식당 종업원들의 비자 연장과 영업활동 묵인 등 이중행태를 보임으로써 노골적으로 ‘북한 돕기’에 나서고 있어 양국 간의 불협화음 역시 그냥 묵과하기는 어려운 양상을 나타내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 미국 내에서는 북한의 이런 어처구니없고 비상식적인 행태에 큰 의구심을 표명하면서 “참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는 목소리가 날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어 북미 정상회담을 당초 예정대로 낙관하기만은 어렵게 돼가고 있다.

급기야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트럼프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움직임에 대해 상호 의견을 교환했고, 21일에는 직접 1박4일간의 방미길에 올랐다. 

23일 문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이 미국과의 정상회담에서 “모든 핵무기와 물질, 시설 등을 최대한 단기간 내에 완전하게 폐기할 것에 분명하게 합의하는 경우 북한의 체제 보장과 경제지원을 확실하게 해주어야 한다”고 요청했다. 특히 문 대통령은 미국 측이 북한의 압박을 오해하지 않도록 설명하는 가운데, 북한 측에도 “미국이 ‘리비아식 비핵화’만을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런 한국과 미국 간의 정상회담 결과는 북한에 ‘도움을 주었으면 주었지, 결코 해악(害惡)을 끼치는 것이 아님’을 북한 당국은 분명하게 알아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지금 시점에서 미국과 북한 간의 정상회담이 개최된다는 사실 하나만 가지고도 ‘국제사회의 외톨이, 희대의 불량정권’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평가가 전 세계에 크게 달라진 모습으로 투영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한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물샐 틈 없는 대북제재와 압박은 북한 당국이 아무리 내부적으로 일심단결을 외치면서 ‘가는 길 험난해도 웃으며 가자’는 구호로 2300만 인민들을 달래고 위무(慰撫)해도 허공 속에 울려퍼지는 메아리같이 공허하게 들릴 것이기 때문이다. 특히 그동안 김정은 위원장에게 목숨을 바쳐 복무해왔던 최측근 친위세력들조차 지금처럼 국제사회의 제재와 압박이 계속된다면, 어떤 수단과 방법으로도 정권 자체를 유지하기가 힘들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이런 점에서 볼 때,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와 그 성과물로서 체제의 안전을 보장받고, 대규모 경제지원을 약속받으며, 미국과의 수교를 이룰 수 있는 결정적 계기를 맞게 되는 것이 북한이라고 하겠다. 만약 북한이 과거 ‘제네바합의’나 6자회담을 통한 ‘9·19 공동성명이나 2·13 합의’ 당시처럼 일순간 자신이 맞닥뜨린 위기만을 벗어나기 위해 교활한 간계를 쓰거나 위장책을 편다면, 이런 기회는 두 번 다시 찾아오지 않게 될 것이다.

북한 당국은 이번에야말로 체제 생존의 명줄이 걸린 미국과의 정상회담에 지금부터라도 진심과 성의를 가지고 임해야 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미국과의 정상회담이 열리지 않거나, 열린다고 해도 미국과 ‘완전한 비핵화’에 도달하지 못한다면 북한으로서는 섶을 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부나비처럼 자신의 명운을 스스로 포기하는 우(愚)를 범할 것이 명약관화하기 때문이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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