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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야흐로 여름이 시작되려는 6월입니다. 아침저녁으로는 시원하지만 낮에는 햇살이 뜨겁습니다. 요즈음 남녁 들판에는 보리가 익어가고, 곧 보리를 벨 때가 된거지요. 이맘때 제일 맛있는 생선이 뭔지 아십니까. 속칭 “보리벨 때 밴댕이”. 그렇습니다. 속좁은 생선으로 유명한 “밴댕이 소갈딱지”의 밴댕이가 바야흐로 제철입니다. 제철에 먹으면 매우 맛있고 역사적으로도 왕에게 진상될정도로 우리 선조들이 널리 사랑해 온 생선인데도, 사실 요즈음엔 많이 알려지지 않아 제철에 맞춰 일부러 전문 음식점을 찾아가야 맛볼 수 있는 정도로 희귀합니다. 대다수 사람들이 김치 담글 때 넣는 젓갈인 밴댕이젓 정도를 알거나 혹은 밴댕이와 관련된 속담 몇몇만 기억할 뿐이어서, 제 마음속엔 늘 짠한 생선이기도 합니다.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생김새는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더 크고, 회, 구이, 젓갈 등으로 사용되며 산란기를 앞둔 5~6월에 가장 맛이 좋은 생선입니다. 이 시기 밴댕이는 바다에서 연안으로 이동하며 왕성한 먹이 활동을 이어 나가기 때문에 살이 오르고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맛이 가장 좋은거지요. 속담에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뉴월 밴댕이’는 평소에는 변변치 않지만 때를 잘 만나 대접받는 것을 빗대는 말로 밴댕이가 작고 볼품없는 생선이지만 제철인 음력 5월, 6월에는 후한 대접을 받는 데서 생긴 비유입니다. 특히 오뉴월 들판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의 밴댕이 맛은 여름 농어나 도미회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근사한 맛입니다. 6월이 제철인 것이, 이제 7월 중순부터 밴댕이가 산란에 들어가면 금어기로 정하여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은 먹을 수가 없게 되고 맛도 없습니다.
밴댕이는 우리 조상들도 즐겨 먹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밴댕이를 '소어(蘇魚)'라고 불렀는데, 경기도 안산 포구에 사옹원 소속의 '소어소(蘇魚所)'까지 두었다고 하지요. 이처럼 궁중에 밴댕이를 진상했을 정도니 그만큼 밴댕이젓(蘇魚醢)은 진미의 하나로 취급되었던 고급 생선이었습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소어소는 고려시대부터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생선이지요. 임진왜란때 수많은 전투로 바다를 누비던 이순신장군도 밴댕이를 즐겨 드셨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본가에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전투중이라 달려갈 수 없었던 장군은, 밴댕이젓을 집으로 보내면서 노모를 걱정합니다. “어머니 안부를 몰라 답답하다. 전복과 어란(魚卵)몇 점, 밴댕이젖을 어머니에게 보냈다”.(난중일기중). 큰 일을 겪은 노모에게 입맛을 돌게하고 건강을 되찾게 해드리기 위해, 장군이 노모를 위해 선택한 먹거리가 밴댕이젓이었던것이지요. 광해군 때 시인 옥담 이응희(1579~1651)는 오뉴월 밴댕이 맛에 반해 시 한 수(‘옥담시집’(玉潭詩集))를 남겼습니다.
계절이 단오절에 이르니/ 어선이 바닷가에 가득하다/
밴댕이 어시장에 잔뜩 나오니/ 은빛 모습 마을을 뒤덮었다/
상추쌈에 먹으면 맛이 으뜸이고/ 보리밥에 먹어도 맛이 달다/
시골 농가에 이것이 없으면/ 생선 맛 아는 사람 몇이나 될까
흔히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합니다. 손바닥 크기 정도의 밴댕이는, 다른 바닷물고기와 달리 속이 매우 좁아 내장이 팥알만큼 작아서, 그런 속담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징도 작은 주제에 이 밴댕이가 또 성질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생선입니다.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말대로, 밴댕이는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부들조차도 살아있는 밴댕이를 쉽게 볼 수 없으니 보통 사람은 아예 밴댕이회를 구경할 수가 없는 거지요. 게다가 살이 무르기 때문에 쉽게 부패해서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뱃사람들 외에는 횟감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겁니다. 이처럼 속도 없고 성격도 안좋으니 그 맛이 오죽할까 싶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고,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밴댕이입니다. 제철의 밴댕이 맛은 깜짝 놀랄만큼 맛있습니다.
밴댕이 회를 처음 한 입 베어물면, 혀에 닿자마자 부드러운 살이 녹아버립니다. 살이 입안에서 고급스럽게 허물어지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옵니다. 가을 전어처럼 아주 기름져서 고소함이 너무 강한 것도 아니며, 꽁치처럼 힘없이 입안에서 무너져 질척이는 느낌도 아닙니다. 우리가 익숙한 활어회의 씹는 맛은 덜할지 모르지만, 고소하고 보드라운 맛은 아주 정직하고 솔직합니다. 다시 한 입 베어무니 혀 안에서 기름기 자르르한 밴댕이가 요동을 칩니다.
‘밴댕이를 포식했으면 외박하지 말라’ ‘80대 노인이 밴댕이를 자주 먹으면 주책을 부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스태미나에 좋다고 합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역사도 깊은 밴댕이. 그렇지만, 사람들은 겉만보고 밴댕이를 속좁네 어쩌네하는것이니, 죄없는 밴댕이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채소나 양식 생선등으로 먹거리의 계절감이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같은 세상에, 봄과 여름사이 오로지 딱 이 때에만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밴댕이가 있다는 것은, 사람은 제철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된다는 믿음을 가진 저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뭘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 겉만보고 밴댕이를 모두 속좁다고 놀립니다만, 고소한 초여름 바다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음 널고 통 큰 밴댕이는 다 이해해줄겁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고소하고 맛난 밴댕이를 맛보러 가실까요. 그럼 이제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요.
밴댕이는 청어목 청어과의 바닷물고기로, 생김새는 멸치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조금 더 크고, 회, 구이, 젓갈 등으로 사용되며 산란기를 앞둔 5~6월에 가장 맛이 좋은 생선입니다. 이 시기 밴댕이는 바다에서 연안으로 이동하며 왕성한 먹이 활동을 이어 나가기 때문에 살이 오르고 각종 영양소가 풍부해 맛이 가장 좋은거지요. 속담에 '오뉴월 밴댕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오뉴월 밴댕이’는 평소에는 변변치 않지만 때를 잘 만나 대접받는 것을 빗대는 말로 밴댕이가 작고 볼품없는 생선이지만 제철인 음력 5월, 6월에는 후한 대접을 받는 데서 생긴 비유입니다. 특히 오뉴월 들판의 보리가 누릇누릇 익어갈 무렵의 밴댕이 맛은 여름 농어나 도미회에 견주어도 전혀 손색이 없는 근사한 맛입니다. 6월이 제철인 것이, 이제 7월 중순부터 밴댕이가 산란에 들어가면 금어기로 정하여 잡을 수 없기 때문에, 생물은 먹을 수가 없게 되고 맛도 없습니다.
밴댕이는 우리 조상들도 즐겨 먹었습니다. 조선시대에는 밴댕이를 '소어(蘇魚)'라고 불렀는데, 경기도 안산 포구에 사옹원 소속의 '소어소(蘇魚所)'까지 두었다고 하지요. 이처럼 궁중에 밴댕이를 진상했을 정도니 그만큼 밴댕이젓(蘇魚醢)은 진미의 하나로 취급되었던 고급 생선이었습니다. 이익의 '성호사설'에 따르면 소어소는 고려시대부터 운영되었다고 합니다. 아주 오랜 역사를 가진 생선이지요. 임진왜란때 수많은 전투로 바다를 누비던 이순신장군도 밴댕이를 즐겨 드셨다고 합니다. 난중일기를 보면 본가에 큰 불이 났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전투중이라 달려갈 수 없었던 장군은, 밴댕이젓을 집으로 보내면서 노모를 걱정합니다. “어머니 안부를 몰라 답답하다. 전복과 어란(魚卵)몇 점, 밴댕이젖을 어머니에게 보냈다”.(난중일기중). 큰 일을 겪은 노모에게 입맛을 돌게하고 건강을 되찾게 해드리기 위해, 장군이 노모를 위해 선택한 먹거리가 밴댕이젓이었던것이지요. 광해군 때 시인 옥담 이응희(1579~1651)는 오뉴월 밴댕이 맛에 반해 시 한 수(‘옥담시집’(玉潭詩集))를 남겼습니다.
계절이 단오절에 이르니/ 어선이 바닷가에 가득하다/
밴댕이 어시장에 잔뜩 나오니/ 은빛 모습 마을을 뒤덮었다/
상추쌈에 먹으면 맛이 으뜸이고/ 보리밥에 먹어도 맛이 달다/
시골 농가에 이것이 없으면/ 생선 맛 아는 사람 몇이나 될까
흔히 속이 좁고 너그럽지 못한 사람, 편협하고 쉽게 토라지는 사람을 일컬어 '밴댕이 소갈머리 같다'고 합니다. 손바닥 크기 정도의 밴댕이는, 다른 바닷물고기와 달리 속이 매우 좁아 내장이 팥알만큼 작아서, 그런 속담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징도 작은 주제에 이 밴댕이가 또 성질 급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워 할 생선입니다. '성질 급한 밴댕이는 화나면 속이 녹아 죽는다'는 말대로, 밴댕이는 그물에 걸리면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해 몸을 비틀며 파르르 떨다가 바로 죽어버린다고 합니다. 그래서 어부들조차도 살아있는 밴댕이를 쉽게 볼 수 없으니 보통 사람은 아예 밴댕이회를 구경할 수가 없는 거지요. 게다가 살이 무르기 때문에 쉽게 부패해서 10여년 전까지만 해도 뱃사람들 외에는 횟감으로 사용하기는 어려워서 별로 알려지지 않았던 겁니다. 이처럼 속도 없고 성격도 안좋으니 그 맛이 오죽할까 싶지만 사실 전혀 그렇지 않고, 겉 다르고 속 다른 게 밴댕이입니다. 제철의 밴댕이 맛은 깜짝 놀랄만큼 맛있습니다.
밴댕이 회를 처음 한 입 베어물면, 혀에 닿자마자 부드러운 살이 녹아버립니다. 살이 입안에서 고급스럽게 허물어지면서, 씹으면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올라옵니다. 가을 전어처럼 아주 기름져서 고소함이 너무 강한 것도 아니며, 꽁치처럼 힘없이 입안에서 무너져 질척이는 느낌도 아닙니다. 우리가 익숙한 활어회의 씹는 맛은 덜할지 모르지만, 고소하고 보드라운 맛은 아주 정직하고 솔직합니다. 다시 한 입 베어무니 혀 안에서 기름기 자르르한 밴댕이가 요동을 칩니다.
‘밴댕이를 포식했으면 외박하지 말라’ ‘80대 노인이 밴댕이를 자주 먹으면 주책을 부린다’는 우스갯소리가 전해지고 있을 정도로 스태미나에 좋다고 합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고, 역사도 깊은 밴댕이. 그렇지만, 사람들은 겉만보고 밴댕이를 속좁네 어쩌네하는것이니, 죄없는 밴댕이는 억울한 측면이 없지 않을 것 같습니다.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채소나 양식 생선등으로 먹거리의 계절감이 점점 희미해지는 요즘같은 세상에, 봄과 여름사이 오로지 딱 이 때에만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밴댕이가 있다는 것은, 사람은 제철음식을 먹어야 건강하게 된다는 믿음을 가진 저에게는 참 다행스러운 일입니다. 뭘 잘 모르는 세상 사람들이 겉만보고 밴댕이를 모두 속좁다고 놀립니다만, 고소한 초여름 바다맛을 고스란히 간직한 마음 널고 통 큰 밴댕이는 다 이해해줄겁니다. 더 더워지기 전에 고소하고 맛난 밴댕이를 맛보러 가실까요. 그럼 이제 바야흐로 뜨거운 여름이 오겠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