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당정치, 마지막 기회

[박상철교수의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박상철 교수입력 : 2018.07.02 13:04

얼마 전, ‘JP’의 서거 소식은 개인적인 인연이 전혀 없기 때문에 담담했지만, 사실 한국 집권정당의 ‘로봇트화’의 원죄(原罪)를 가진 정치인으로서 필자에게는 유감의 대상이었다. 이승만 초대 대통령과 더불어 김종필 전 총리는 보수정객으로서는 상당한 인품과 능력을 갖춘 분들이었지만 ‘참 안좋은 한국정당 역사’를 잉태 및 생산한 분들이다. 최근에 촛불혁명에서 국민들은 한국정당정치의 체질변화와 재구성을 명령하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과 자유한국당 등 보수야권이 정당에 대한 재작년의 촛불명령을 한국정당정치 재생을 위한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병든 정당들로 수두룩한 보수야권, 탈출구는 있다
보수야권의 중심인 자유한국당의 상황은 비유컨대 개구리가 오랜 시간 큰 가마솥에서 물이 데워지고 있음을 느끼지 못하고 몸을 담그고 있다가 결국 끓는 물에 죽고 마는 형국과도 같다. 6ㆍ13지방선거에서의 자유한국당의 처참한 성적표는 자유한국당 입장에서 절망과 좌절감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국민이 준 극약처방전으로 수용하고 인식하여야 한다. 


보수야권의 바른미래당 또한 보수의 적폐대상으로 전락할 백척간두의 위기에 섰다. 바른미래당의 전신 중 하나인 국민의당은 당의 형태를 갖추기도 전에 2016년 4ㆍ13총선에서 지나친 승리를 해버린 것이 화근이었다. 좀 심한 비유와 표현일지는 모르겠지만, 천원어치 물건을 사러 왔는데 가게 주인(국민)이 잘못알고 만원어치 물건을 줘버린 것이다. 그런데 국민의당은 이에 대한 정확한 계산과 정산을 하지 않은 채 남의 물건을 호주머니에 넣고, 실체가 부족한 바른정당과 보수야권 계열의 바른미래당을 창당하게 된다. 바른미래당의 창당과 6ㆍ13지방선거에 임하는 모습은 영혼과 육체 중 육체(정치적 실체)가 없는 영혼만을 가진 사람이 아닌 귀신과도 같았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를 지향하는 바른미래당의 가치는 인정할 수 있으나, 구체적으로 누구를 위한 정당인가를 분명하게 할 때가 되었다.


보수야권은 미래지향적 가치와 그동안의 경험에서 새로운 변화의 길을 모색할 수 있다. 보수야권의 전성기는 당내 친이계열과 친박계열의 대결과 경쟁구조를 갖추었던 한나라당 시절이었다. 일시적이었지만 신익희ㆍ조병옥과 양김 민주당보다 유권자들로부터 더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야당이 한나라당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진영에서 비박의 비주류를 뿌리채 뽑아내는 제20대 총선 공천파동의 시도에서 새누리당 즉 보수야권의 불행과 퇴화가 시작되었다. 새누리당과 박근혜의 몰락은 급기야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으로의 분할을 자초했고 헌정사상 최초로 한국보수의 분열을 낳았다.


보수야권 부활의 깃발은 과거 한나라당으로의 복귀를 최대 목표로 삼고, 자유한국당ㆍ바른미래당 등 모두를 받아들이고 다양성을 인정하는 민주적 경쟁구도를 갖춘 ‘제3의 지대로 헤쳐모여!’를 했을 때 비로소 가능할 것이다. 알량한 현실에 안주하는 ‘텃새정치인’보다는 새로운 지대를 향하여 날아가는 ‘용감한 철새’가 되어야할 것이다. 국가의 발전과 국민의 안위를 위하여 능력 있는 집권여당이 절대 필요하지만 대한민국이 더 좋은 선진민주국가가 되기 위해서는 좋은 야당ㆍ대안야당ㆍ수권야당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보수야권의 분발을 기대한다.


더불어민주당의 불가역적 발전, 3탈(탈지역편중•탈이념편향•탈계파패권) 완성에 있다
4ㆍ19혁명 직후 제5대 총선에서 민의원 233석 중 민주당이 171석, 집권여당이었던 보수정당 자유당은 2석이었다. 2018년 6ㆍ13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서울에서 102:6, 경기도에서 135:4의 일방적인 지방의회 구조를 갖게 되었다. 4ㆍ19혁명 직후 민주당은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를 어느 방향으로 견인시켜 나갈지에 대한 정당체제 논쟁과 경제발전 및 남북평화의 국가적 담론을 설정ㆍ토론 하던 중에, 5ㆍ16 군사쿠데타로 모든 것이 좌절되고 말았다. 2017년ㆍ2018년 계속 절대적인 국민적 지지를 받고 있는 더불어민주당은 부단한 국민과의 소통과 협의 속에서, 이제는 스스로 국가적 과제와 그 좌표를 설정해야 할 막중한 책무를 떠안고 있다.


국민 절대다수가 참여한 촛불혁명의 힘은 4ㆍ19혁명보다 훨씬 위력적이기에 5ㆍ16 군사쿠데타와 같은 반역사적ㆍ반문명적 반란은 허용치 않을 것이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어쩌면 당 내부질서 재구성과 재편에만 전념해도 되는 좋은 환경에 있다 할 것이다.


지배정당 정치 DNA가 국가의 역할을 결정짓는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주의체제인 중국과 북한에서는 공산당과 노동당이 국가를 독점적으로 지배한다면, 복수정당체제로 운영되는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국민이 선택한 집권여당이 국가의 역할을 결정짓는다. 국민이 선택한 더불어민주당은 국가의 역할로서 무엇보다도 경제와 민주주의(한반도평화와 개헌문제 포함)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야 한다. 집권여당으로서 국가적 과제를 설정ㆍ실천하기 위해서라도 더불어민주당의 내부질서와 작동시스템을 시대에 맞게끔 변경시켜야 할 것이다. 이를 정당정치학적 용어로 표현하면, 탈지역편중ㆍ탈이념편향ㆍ탈계파패권의 3탈정책(三脫政策)이 핵심 키워드라 하겠다.

 
더불어민주당의 3탈정책은 어느 정도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이번 6ㆍ13지방선거를 계기로 탈지역주의 정당의 면모를 보여줬다면, 탈계파패권과 탈이념편향에 관한 한은 아직 완성도가 상대적으로 낮다. 더불어민주당은 제20대 총선 직전 당내 세력 상당부분이 국민의당으로 분화되면서 친문의 지배순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이는 숙명적으로 특정 계파패권주의로 규정되어 당내 민주주의와 다양성이 크게 위축될 우려 또한 내포하고 있다. ‘지지자가 좋아하는 정당’을 넘어서서 ‘국민이 좋아하는 정당’으로 비약ㆍ존재하려면 고강도의 탈계파패권 체질로 전환하는데 간단없는 노력을 하여야 한다. 정당정치의 속성상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러나 더불어민주당이 집권여당이 되었기 때문에 탈지역편중과 탈계파패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탈이념편향 정당체질의 완성이다. 한국정치는 분명 광폭의 진보화를 이룩해가고 있으나 이 현상이 더불어민주당의 과거 이념적 편향적 구습과 연결될 경우, 당은 물론 국가적 위기가 동시에 초래될 수 있다. 새정치민주연합 시절 야권연대 과정에서 국민과 동떨어진 정당끼리의 이념적 연대 경험은 쓰라린 정치상처와 교훈을 준 바 있다. 야당이 아닌 집권당이 된 이상, 할 일은 국민의 삶, 민생에 전념하는 것이다.


문제는 경제다. 미합중국 대통령이 된 빌 클린턴은 “문제는 경제다, 바보야”(It’s the economy, stupid)라는 슬로건으로 1992년 대선에서 승리하였다. 오는 8월에 구성될 더불어민주당의 지도부는 올해를 국민경제 성장에 있어서 골든타임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집권여당으로서 문재인 정부와 함께 경제프로젝트를 향한 쌍글이를 할 수 있어야 한다. 민생과 경제정당 지도부가 되어달라는 말이다. 일자리 창출이든 소득주도성장이든 민생과 경제를 살리려는 모든 국가적ㆍ국민적 자원을 총동원하는 것이 집권여당의 제1의 과제다.


6ㆍ13 지방선거가 여ㆍ야 모두에게 한국정당정치의 마지막 기회와 절대적 과제를 쎄게 주었다. 더불어민주당에게는 압도적 승리를 몰아주어 민생과 민주주의를 책임지라 했다. 야권에게는 절망적 패배를 안겨주어 사즉생(死則生)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던졌다.


천덕꾸러기, 냉소와 불신, 조롱의 대상에서 민생과 민주주의의 역사적 사명을 전업으로 하고 있는 분들이 ‘한국정당과 정치인’으로 재평가 받기를 고대한다. 우리가 정치인(statesman)과 정치가(politico)를 구분하듯이, 인기(人氣)보다는 인격(人格)을 갖춘 정치인이 모여 있는 곳이 바로 ‘한국정당’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날을 또한 기다린다. 요컨대, 새롭게 구성되고 재편되는 여ㆍ야당이 각기 전당대회와 비상대책을 통하여 한국정당정치의 마지막 기회를 성공시킬 수 있도록 스마트한 정당지도부와 리더십을 구축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


박상철 교수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칼럼은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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