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훈 “한반도 평화시대, 진보정당 목소리도 담아야”

[칭찬합시다]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김하늬 기자입력 : 2018.07.03 09:40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세상을 바꾸는 길은 혁명뿐이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이제, 정치가 조금씩 세상을 바꾸고 있다.”

10남매의 아홉째로 태어난 아들. 대학 등록금이 없어 ‘닥치는 대로’ 일하며 기어이 졸업했다. 경주에서 태어났지만 울산대에 진학하면서 노동의 현장을 처음 만났다. 1987년 현대중공업 128일 파업투쟁이이었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는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을 들으면서 그들과 평생 함께 하겠다고 결심했다. 그렇게 30년이 흘렀다.


김 대표는 1997년 국민승리 21 울산동구 담당으로 정당활동을 시작했다. 2002년 울산 동구 시의원(민주노동당), 2011년 울산 동구청장(통합진보당)에 당선된 뒤 2016년 20대 총선에서 울산동구에서 노동자 대표로 당선돼 국회에 입성했다.


통합진보당 해산 사태를 겪으며 위기도 찾아왔다. 박근혜 정부가 씌운 ‘진보정당 = 종북’ 프레임은 여전히 깊은 생채기로 남아있다. 김 대표는 “최근 양승태 전 대법원장 사태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하다”며 “문재인 정부가 인권과 민주주의를 진정으로 생각한다면, 통진당 해산사태의 오해와 진실만큼은 풀어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그렇게 표류하던 진보정당은 8개월 전 민중당 창당으로 간신히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원내에 민중당은 김 대표 1석뿐이다.
<더리더>는 칭찬합시다 마흔 일곱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된 김 대표에게 그가 생각하는 진보 정당의 현재와 미래, 그리고 다양한 노동 현안에 대해 들어봤다.


-청년시절부터 노동운동에 헌신했다. 정치의 시작점과 맞닿아 있는 것 같다

▶“인간답게 살고싶다.” 1989년 울산대학교를 다니던 당시, 멀지 않던 현대중공업 공장 노동자들의 한 마디 외침이 나를 흔들었다. 128일간의 투쟁을 함께 했다. 이후 노동자문화공간을 만들고 노동운동을 지원했다. 파업과 투쟁보다 민족 예술과 풍물로 다가섰다. 1991년부터는 현대그룹노조총연합(현총련) 문화간사로도 활동했다. 1995년부터는 지역 공동체운동으로 확대했다. 지역 아동센터나 어린이집을 만들고 공동육아를 시도했다. ‘좋은 아버지 모임’으로 공동체 사람들끼리 함께 여가시간을 보내는 등 소통할 수 있도록 했다. 사람들에게 ‘생활속 정치’의 씨앗을 심어주고 싶었다.


정치를 시작하게 된 것도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이 대접받는 사회를 만들고 싶어서다. 2002년 울산광역의원에 당선된 뒤 산업•건설 상임위를 맡았다. 거대한 정책 설계보다 시민들의 삶을 보살펴야 하고, 그러기 위해 삶의 터전인 직장과 산업을 살펴봤다. 특히 노동자나 중소상인 정책은 항상 부족했다. 그런걸 발견해 의제화 하고 조례로 만들어 실현해 나가는 데 보람을 느꼈다.


-2002년 정치권에 입문한 뒤 진보정치의 시작과 고난을 함께 했다. 소회를 밝힌다면
▶1997년 ‘국민승리 21’부터 민주노동당-통합진보당을 거쳐 현재의 민중당까지. 진보정치 한 길만 걸었다. 농민, 빈민, 사회약자들이 함께 힘을 보태 키운 정당이다. 하지만 이들을 정치의 주인으로 세우는데 부족한 점이 있었던 점도 알고 있다. 당을 민주적으로 운영하지 못해 분열의 역사도 겪었다.


처음 국회에 입성했을 때 무소속 초선의원이었다. 교섭단체 중심으로 운영되는 국회에서 소수의 목소리는 배제되기 쉬워서 힘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민중당을 창당하고 상임공동대표를 맡고 있지만 원내 1석으로서 국회 개입력을 갖기란 쉽지 않다.


가끔 회의 일정을 모를 때도 있었다. 여야 간사단 합의사항을 전달받지 못한거다. 의원 한 명 한 명이 입법기관의 역할을 하고 있다. 지역과 주민들로부터 선택받은 대표자다. 이를 존중하는 원칙이 국회에 세워져야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다양한 의제나 의견 수렴이 제대로 안되고 있다. 국회는 정치인들 놀이터가 되면 안된다. 하지만 거대 양당의 정치적 타협으로 국회가 갖는 ‘정치적 공간’의 상징성을 협소하게 만든다.


우리나라 ‘진보정당’의 역사는 20년의 경험치를 쌓았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새로운 시대에 맞는 새로운 인물들이 나서 진보정치의 활력을 불어넣고 새로운 의제를 선도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올해도 근로시간, 최저임금 인상 논란을 보면 노동을 대하는 사회의 변화가 더딘 것 같다. 해법은
▶지난 2월 국회 본회의에서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도, 지난 5월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통과될 때도 노동자들의 입장을 대변해서 반대토론을 했다. 그때 법안의 문제도 주요하게 짚었지만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야 한다는 것도 강조했다.


문재인 정부는 노동존중의 사회를 만들겠다고,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밝혔다. 그런데 정작 이해당사자인 노동자들의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은 채 법 개정이 이뤄진다는 게 문제다. 노동존중의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을 말로만 하지 말고 노동자들의 의사를 존중하고 충분히 반영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가장 기본인 노동3권부터 보장해야 한다고 본다. 흔히 노동자들이 법대로 해 달라는 얘기를 많이 한다. 민중당은 일하는 사람들이 직접정치를 통해 실현해 나가도록 하겠다.


-전반기 국회 의정 활동을 마무리했다. 발의한 의안 중 가장 중요하다고 꼽을 수 있는 법안이 있다면
▶‘제조업발전특별법’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제조업은 꾸준히 위축되는 추세다. 하지만 산업의 근간인 제조업을 포기해선 안된다. 제조업 활로를 찾는 방안을 모색하고싶었다. 제조업 발전 기금을 설치하고 노동자와 사측, 그리고 정계와 지역주민을 아우르는 위원회가 함께 제조업 발전방안 논의하는 내용이다. 특히 투기적 외국자본은 규제하는 내용도 담았다. 무엇보다 법안 구상부터 발의 과정에서 현장의 이해당사자들과 함께했다. 현장의 목소리를 최대한 반영해 법안을 마련했기 때문에 법안이 갖는 의미가 남다르다.


-그동안 국회 상황이 안 좋아 추진하려다 못해 아쉬운 법안이 있나
▶먼저 법안을 제출하기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라는 점을 설명하고 싶다. 법안을 대표발의하기 위해서는 국회의원 10인의 서명이 있어야 하는데 10인의 서명을 받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다. 특히 우리가 진보정당으로서 진보적인 가치를 법안에 담으려 하다 보니, 기존 정당들의 가치와 다른 부분이 있어서 법안 서명을 받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
그러다보니 법안을 구상은 했지만 실제로 제출하지는 못하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이 가운데 기억나는 것은 다주택자에 대한 주택담보대출 제한 법률이다. 집을 여러 채 가지고 있는 사람이 또 다시 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택을 추가로 사는 것을 금지하자는 내용의 법이었는데, 서명을 채우지 못했다. 여당인 민주당도 부담스러워한다. 발의는 했지만 잠자고 있는 법도 있다. 바로 ‘기업살인 처벌법’이다. 반복적으로 중대재해가 발생하는 사업장의 사업주에 대해서 최대 징역 7년에 달하는 강력한 처벌과 하청•외주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는 간접고용 노동자들의 중대재해에 대해서도 원청 사업주에게 동일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한 해 수십명의 노동자들이 대기업 현장에서 사망하는 사고가 벌어진다. 기업들이 노동자들의 생명과 안전을 중요시하게 여길 수 있도록 필요한 규제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다. 대기업 사업장에서 일하지만 외주업체나 하청업체 직원의 경우 책임을 미루기에 급급한 모습도 안타까웠다. 사업장의 안전조치를 위해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 또 지키지 않은 사업주에 대한 강력한 처벌과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정도의 과징금을 물려야 한다. 생명이 걸린 일이기 때문이다.


-산자중기위 소속인데 어떤 이유로? 이동 가능성은
▶국회 입성할 때 지역구인 울산 동구가 조선산업 위기로 많이 힘들었다. 그래서 조선산업 발전방안을 찾고 노동자들의 일자리를 지키기 위해 상임위를 산자중기로 선택했다. 산자중기위에 ‘노동이 있는 산업정책’을 주제로 활동해 왔다. 기존의 산업정책은 기업지원 중심이었지, 노동이 배제돼 있었다. 지난 2년 동안 산업에서 배제된 노동의 목소리를 내는데 주력해 왔고 나름 성과도 있었다. 그래서 하반기에도 산자중기위에서 계속 활동할 계획이다.


-지방선거에서 11명의 당선자를 배출했다. 아쉽다는 평가도 있다
▶민중당은 6.13 지방선거와 국회의원 재선거에서 전국에서 270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11명의 기초의원 당선자를 배출하고 광역비례의원 투표에서 전국 0.97%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많이 아쉽다. 하지만 창당한지 8개월 된 신생정당의 가능성에 투표해주신 국민들께 감사 인사를 전한다.


이번 지방선거를 보면서도 제도의 아쉬움을 느꼈다. 일본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일본은 완전 대선거구제다. 예컨대 기호 1번부터 40번까지 출마해 당선 가능하다. 후보들은 정당이나 이름보다 전문성을 강조할 수 밖에 없다. 선거 구호나 공보물에 “저는 장애인대표. 저는 환경전문가. 저는 노동전문가” 이렇게 적는다.


시의회로 들어오면 전문 영역을 맡아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해낼 수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방자치마저 여야 구조로 독식한다. 정책과 삶이 맞닿게 하는 게 지방자치역할을 충분히 해내기 어려운 구조다.


▲김종훈 민중당 상임대표/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한반도 평화무드에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내고 있다. 어떻게 기대하는가
▶4.27판문점선언과 6.12북미공동성명으로 한반도에 평화와 번영, 통일의 새 시대가 열리고 있다. 지난 70년간 적대관계였던 북미 두 정상이 만나 새로운 양국관계를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연합훈련 중지를 선언했고 주한미군 철수를 시사했다. 가까운 미래에 한반도는 북미공동성명이 제시한 대로 평화와 번영, 안전이 담보되는 새로운 체제가 구축될 것으로 보인다. 한반도뿐 아니라 아시아와 세계의 새로운 질서가 구축되고 있다고 본다.


-진보진영의 대미 태도 변화도 감지된다. 어떤 구상을 하고 있는지
▶민중당은 그동안 한반도 평화와 자주통일 실현에 앞장서 온 정당이다. 지난 70년간 한반도를 지배해온 분단체제와 냉전구조를 뿌리 뽑고 새로운 북미관계, 남북관계를 만들어가는데 있어 더욱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겠다.


종전을 선언하고 북과 적대관계가 사라지면 한반도의 분단질서를 유지해온 유엔사와 유엔군의 존재 이유가 없어진다. 또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의거해 주둔하고 있는 주한미군도 더 이상 주둔할 명분이 없다. 이에 민중당은 미군 없는 한반도, 평등한 한미관계를 만들고 핵 없는 한반도, 자주통일의 새 시대를 실현하는데 앞장서 나가겠다.
호혜평등이라면 반미나 반트럼프 할 이유가 없다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現 제20대 국회의원(울산 동구,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윤리특별위원회)
1964년 경북 경주 출생
울산대 국거국문학과 학사
울산광역시의회 의원
우리겨레하나되기 울산운동본부 남북교류협력본부 본부장
민주노동당 울산광역시당 자주통일위원회 위원장
울산광역시 동구 구청장


김하늬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기자 honey@mt.co.kr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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