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아는 줄 알았다”… 압승 속에서 더 성장한 ‘지구인'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23년 생활정치 끝 국회로, 운동화 신고 달린다”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이재원 기자입력 : 2018.08.02 09:23
/사진=김성환 의원실 제공
크지도, 작지도 않은 키에 차려입은 노타이(no-tie) 정장. 단정하게 자른 머리. 네모난 반무테 안경. 대한민국 정치 중심지 여의도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이들. 직업이 ‘정치’인 사람들.

지난달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입성한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노원병)의 첫인상도 그랬다. 지난달 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난 그는 이른바 운동권 출신에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를 시작한 흔한 ‘여의도 아저씨’로 보였다. 하지만 인터뷰를 시작하자 보통 정치인이 아니란 느낌을 받았다.

김 의원은 1992년 국회의원 비서관으로 정치권에 들어온 후 노원구의원, 서울시의원을 거쳐 참여정부 청와대 행정관·정책조정비서관까지 지냈다. 2010년에는 노원구청장에 당선, 재선에도 성공했다. 정치권에선 그를 생활·풀뿌리정치의 좋은 예라고 입을 모은다. 김 의원도 “주민들이 지방자치 경험이 있는 사람을 검증한 것”이라며 “이런 경로가 유력한 정치 입문 통로가 되도록 더 잘 하겠다”고 의지를 보였다.

“‘동네 일’을 열심히 했다”는 그의 말처럼 생활정치에 몰두하며 손해도 봤다. 인지도 면에서다. 이번 선거에서 그는 56.43%의 지지를 받았다. ‘박근혜 키즈’ 이준석 후보, ‘안철수 키즈’ 강연재 후보를 압도적인 표차로 꺾었다. 하지만 선거 과정에서 노원구 밖에선 그를 아는 이를 찾기 쉽지 않았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지역구였던 노원 병의 새 주인은 이번 선거 주요 관전 포인트였다. 하지만 눈길은 2·3등인 이 후보와 강 후보에게 쏠렸다. 인지도 낮은 1위엔 관심이 비껴갔다. 우습기도, 섭섭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언론에선) 당선 가능성이 높지 않은 두 후보만을 두고서만 얘기하더라”라고 웃음지었다.

덕분에 묵묵히 선거운동만 할 수 있었다. 지역 구석구석을 찾았다. 민생에 ‘풍덩’ 빠진 덕에 그동안 못 봤던 것들을 봤다. “8년간 구청장을 하며 어지간한 일은 다 안다고 생각했다”면서도 “주민들에게 더 가까이 가야 한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한다.

압도적인 선거 속에서 오히려 그는 성장했다. 참여정부 청와대 비서관 시절 ‘정책통’으로 이름을 날린 김 의원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이 “386세대는 정책 만드는 일을 잘하는 이가 별로 없는데, 김성환이 유일한 예외”라고 칭찬받던 그도, 반성으로 선거를 마무리했다.

예로 드는 것이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문제다. 구청장 시절 역 입구에서 개찰구까지 에스컬레이터를 놓아달라는 민원을 받고, 이를 추진했다. 하지만 이번 선거 유세 과정에서 개찰구에서 플랫폼까지 이어지는 통로에도 에스컬레이터가 필요함을 몸소 느꼈다. 김 의원은 “‘내가 듣는게 전부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을 바탕으로 창동차량사업소(차량기지)와 도봉면허시험장 이전 등 지역 숙원사업 추진에 나설 예정이다.

지난달 19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에서 진행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성환 의원이 위원장의 발언을 듣고 있다. /사진=뉴시스
후반기 국회, 그가 내놓을 법안들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구청장 시절에도 기발한 정책으로 화제가 됐다. 대표적인 것이 2010년 당선 후 진행한 전국 최초 ‘자살예방 사업’이다. 전국 지자체는 물론, 보건복지부까지 이 사업을 가져갔다. 지난해에는 ‘노원 에너지 제로 주택’을 건립하기도 했다. 준공식에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참석할 정도로 큰 관심을 모았다. 마을사업 지역화폐인 ‘노원코인’ 역시 성공을 거뒀다.

그래서 김 의원의 관심사를 물어봤다. “지구와 공존하는 것”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가 건넨 명함에도 ‘공존의 시대를 여는 남자’(공시남)라는 수식어가 적혔다. 의원실 천장에도 커다란 지구본이 매달려 있다. 구청장실에 붙었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 지구를 사랑하는 마음, ‘애구심’(愛球心)이라는 말도 만들었다.

우주, 지구, 문명…. ‘지구인 김성환’은 국회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그는 “그래서 1호 법안으로는 탄소세 도입 법안을 고려 중”이라고 단박에 정리했다. 화석연료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탄소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유럽 대부분이 탄소세를 부과 중이고, 중국에서도 올해 안에 도입이 예정돼 있다고 설명했다. 

재생에너지 문제에도 막힘없는 그는 후반기 국회에서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자위)에 지원했다. 김 의원은 “모든 문제가 자연과 인간의 공존에 관련 있지만, 1차적인 것이 에너지”라며 “화석연료를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문제를 다룰 수 있는 산자위 활동을 주력으로 하고싶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김 의원은 20대 국회 남은 2년 간 운동화를 신고 의정활동을 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그는 “선거때가 되면 다들 ‘열심히 뛰겠다’며 운동화 신는 퍼포먼스를 하지 않느냐”며 “매일을 선거때와 같이 절박한 심정으로 뛴다는 생각으로 2년을 보내 보겠다”고 다짐했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

現 제20대 국회의원(서울 노원구 병)

1965년 전남 여수 출생
서울 한성고
연세대 법학과 
연세대 행정대학원
국회의원 비서관(신계륜 전 민주당 의원) 
노원구의회 의원 
서울특별시 시의원 
참여정부 대통령직 인수위 전문위원
참여정부 대통령 비서실 정책조정비서관 
미래발전연구원 기획실장
민선 5·6기 노원구청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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