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 “난민 문제, 한국사회의 불안 투영”

[인물포커스]"국제적 상황에 맞춰 보호가 필요한 난민은 제도적인 지원해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8.08.16 09:34

#1. 사회학자 에밀 뒤르켐은 “성자들만 사는 나라에서도 범죄는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회에서 받아들이는 일련의 규범에 순응하지 않는 행위’인 ‘일탈’이 사회에 필요한 것이라고 본 것이다. 규율을 벗어난 일탈자와 범죄자는 사회에서 배제당한다. 사회 구성원들은 규율을 지키지 않은 ‘범죄’를 악으로 규정, 배척하면서 내부원들끼리의 집단연대를 강화한다. 일탈이나 범죄가 사회 구성원들끼리의 유대를 강화하는 순기능을 가지는 것이다. 사회 내부에서 일어나는 불안을 일탈자나 범죄자들에게 투영한다.



#2. 지난 5월 예멘 내전을 피해 난민 549명이 제주로 들어왔다. 논란이 일자 출입국관리법에 따라 이들의 활동 범위를 제한하는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졌다. 이 상황이 알려지면서 국내에 ‘난민 이슈’가 떠올랐다. 난민이 일으킬 범죄에 대한 우려가 인터넷에서 제기됐다. ‘난민법을 폐지하라’는 청와대 청원 참가 인원이 3일 동안 20만 명을 넘었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사진=더리더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는 ‘난민 이슈가 한국 사회의 불안을 대리한다’고 설명했다. 이 변호사는 “미투운동, 안전문제, 복지문제 등 한국이 해결해야 할 문제에 대한 우려가 난민에게 투영됐다”며 “내부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가 많은데 이제까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난민 이슈가 터지면서 그 불안들이 난민문제로 옮겨졌다”고 말했다.


그는 7월 기준 70만 명을 육박하는 ‘난민법 폐지 청원’에 대해 “다문화를 반대하던 사람들이, 동성애를 혐오하던 사람들이 이번에 ‘난민’으로 주제를 바꾼 게 아닐까”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난민에 대한 충분한 설명이 이제까지 이뤄지지 않아 우려스러운 점이 더 많을 것”이라며 “이제부터 우리나라가 얼마의 난민을 수용할 수 있고 지원할 수 있는지 정책적으로 따져야 할 때”라고 주장했다.


유럽 사회 문제로 여겨졌던 난민 이슈는 이제 다른 나라 이야기가 아니다. 난민 이슈에 대한 진단을 듣기 위해 지난달 18일 서울 안국역에 위치한 어필을 방문했다.


-제주도에 예멘인 549명이 입국해 난민 신청을 한 이후 우리나라에서 ‘난민 이슈’가 떠올랐다
국민은 난민에 대해 접해본 적이 없으니까 많게 느껴질 것이다. 사실 그 난민 수가 많지는 않은데 난민 심사를 받을 동안 이동할 수 없는 제한을 둬서 더 이슈가 된 것 같다. 출도 제한 조처가 내려지지 않았더라면 이런 일이 있었는지도 몰랐을 것이다. 한편으로 이 사건이 발생하면서 난민에 대한 관심이 급증했다. 언론에서도 많은 기사를 내보내 정보가 쌓인다. 난민에 대해 학습하는 시간인 것 같아 좋은 측면도 있다.


-난민에 대해 이동의 제한을 둔 적이 있었나
이번 일은 이례적이다. 일단 법무부에서 제주도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한 것인데, 정부의 입장은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는 제주에 있으라고 판단한 것 같다. 난민은 배를 타고 밀입국하는 경우가 많다.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협약을 맺었기 때문에 출입국관리법을 위반했다고 하더라도 난민에 대해서는 벌하지 않는다. 이동의 자유를 제한하려면 공적인 목적이 있어야 하는데 이번에는 그런 목적이 없었다고 본다. 이번 사태에서 법적인 조치가 미흡했다고 판단된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난민법 폐지건이 올라오는 것은 어떻게 봤나
국제사회에서 가장 보호가 필요한 사람들이 난민이다. 난민은 법적으로 추방할 수 없다. 한국사회에서 살아가야 한다. 인터넷에서 적대감이나 분노가 청원으로 분출된 측면이 있다고 본다. 무슬림과 다문화에 반대하던 사람들이, 동성애를 비판하던 사람들이 이번에는 난민 반대로 주제를 바꾼 것 아닌가. 3일 만에 20만 건이 넘었다. 조직적인 게 아니라면 불가능하다. 세몰이가 있었던 것으로 생각한다. 또 정부가 충분히 설명하지 않아서 일반 국민들이 우려스러운 마음에 청원에 동참했을 것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난민에 대한 게시물이 많이 올라왔다. 보면서 무슨 생각이 들었나
카페나 이런 데에 올라오는 글들을 봤다. 난민이 특별하게 범죄를 많이 일으킨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이다. 한국사회에서 기존에 풀지 못한 숙제가 있다. 올해 초부터 발생한 미투운동을 비롯, 여성들이 한국 사회에서 살기에 안전하지 않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사회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이제까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았던 문제, 더 큰 문제가 될 법한 난민 이슈가 터졌다. 독일은 2015년 시리아 내전으로 중동 난민이 급격하게 발생, 그 해에 89만 명의 난민을 받아들였다. 독일의 사회학자들은 ‘난민은 사회의 불안을 대리한다’고 표현했다. 이미 가지고 있었던 우려들이 난민에게 투사된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볼 때 국민이 왜 불안해하는지 이해는 된다. 그러나 그들을 ‘혐오’하거나 배척할 게 아니라 말로 풀어가야 한다. 이제 정확한 진단과 해법이 나와야 할 때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사진=더리더
-2012년 난민법 제정 이후 2018년 5월까지 난민 인정률 4.1%에 불과한데 박한 이유는 무엇인가
이민정책이 엄격한 미국도 난민 인정률이 40%가 넘는다. 옆나라 일본은 0.2%다. 일본 수준으로 박하다고 볼 수 있는데, 일단 우리나라는 난민에 대해 큰 틀의 정책이 없다. 우리나라가 난민 신청자들에 대해 얼마나 수용할 수 있고 앞으로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계획이 없다. 다문화나 결혼이주민에 비해 난민은 정말 적은 숫자다. 그래서 이제까지 난민에 대한 논의조차 되지 않았다. 이제 난민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정책이 없는 상태에서 난민 신청자는 늘어나니, 국가에서는 ‘억제해야 한다’는 생각이 우선이었던 듯하다. 또 난민이라는 것을 스스로 입증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굉장히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제시하라고 요구한다.


-어떤 자료를 요구하는지
국제법적으로 박해를 받은 합리적인 증거를 입증해야 한다. 그 나라로 다시 돌려보내면 박해를 받을 가능성과 근거를 제시해야 한다. 난민 종류는 다양하다. 전쟁도 있지만 반정부 인사일 수도, 종교문제일 수도 있다. 신체적인 자유가 박탈된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본인의 나라에서 ‘입증’을 받아야 하는 것이다. 도망쳐 나온 난민들은 사실 진술만 있을 뿐이지 입증하는 자료가 없는 경우가 많다. 그렇게 1차에서 난민 인정이 되지 않으면 그 다음은 더욱 어렵다. 정부에서는 가짜 난민을 구별해야 하기 때문에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최근 법무부에서 아랍어권 난민 심사를 담당했던 통역인이 잘못 통역한 게 재판과정에서 드러났다. 통역 문제도 쉽지 않을 것 같은데
통역 문제는 언젠간 발생할 것이라고 생각했다. 앞으로도 이슈가 될 것이다. 난민은 생소한 나라에서 많이 오기 때문에 통역사를 구하는 것도 쉽지 않은 경우가 많다. 난민이 아랍어를 쓴다고 할 때 그 난민에 대한 심사를 진행하기 위해 정규직을 뽑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학부생을 뽑기도 했다. 전혀 난민에 대해 이해를 못하는 사람이 통역사가 될 수도 있다. 잘못 통역하더라도 그걸 검증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 이런 경우도 있었다. 난민을 심사할 때 ‘한국에 돈 벌러 왔다’ ‘나라로 돌아가도 문제가 없다’고 전부 똑같이 쓰여 있었다. 많은 난민들이 똑같은 대답을 한 게 이상해서 심사를 철회한 경우도 있다. 통역의 질을 보장한다든지 잘못돼도 입증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난민에게는 굉장히 힘든 싸움이다.


-우리나라에서 난민을 받지 않는다면 어떻게 되나
난민은 ‘받고’, ‘받지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나라는 1992년 난민 협약에 가입했다. 만약 그냥 돌려보내면 강제송환금지 원칙에 위배된다. 예외적인 사유가 있지 않는 한 돌려보낼 수 없다. 난민이 우리나라에 들어왔다면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의미다. 우리나라에서 살 지위를 줄 것인가 말 것인가의 문제다. 예멘 난민의 경우에는 전쟁 상황이 명확하다. 그런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전쟁터로 보낼 수는 없다.


▲이일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사진=더리더
-난민 지위를 받은 사람은 4%밖에 되지 않는데 나머지 96%는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나
일부는 불법체류 상태로 있기도 하고, 제3국으로 가기도 한다. 한국 제도 틀 안에서 난민이 형식적으로 존재하지만 확인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분들이 이 제도 틀 안에서는 보호가 안되니까 정부에 요청한다. 정부의 기준에 맞지 않으면 보호할 수 없다. 조금 더 국제적인 상황에 맞출 필요가 있다. 분명하게 보호할 수 있는 사람에 대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4%의 경쟁률을 뚫고도 다시 돌아간 난민들이 있다고
사실 어떻게 보면 당연하다. 정부는 그저 난민들에게 한국에서 살 권리를 준 것뿐이다. ‘쫓겨나지 않을 권리’만 주는 것이다. 난민은 전쟁이나 고문 피해자들이다. 물질적인 도움도 마찬가지지만 정신적인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이다. 문화와 언어가 다른 곳에서 덩그러니 살아간다. 사회에 잘 정착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난민에 대한 정부 예산이 1년에 20억 원 내외다. 이마저도 운영비지 난민에게 돌아가는 돈은 그다지 많지 않다.


-마지막으로 정부에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지금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한반도는 평화의 상징이 됐다. 또 한국은 짧은 시간에 많은 발전을 했기 때문에 아시아에서도 주목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국제사회에 끼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우리나라에서 좋은 난민 정책을 만들면 다른 나라들도 따라할 것이다. 이제 난민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앞으로 어떻게 틀을 만드는지는 정부가 해야 한다. 명확한 입장을 밝히고 대안을 제시해야 할 때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8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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