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 없애고 보좌인력 공식기구로 넘겨야

李達坤(이달곤)의 思政慢文(사정만문)

가천대학교 이달곤 교수입력 : 2018.09.05 08:00
▲李達坤(이달곤)의 思政慢文(사정만문)
상임위, 본회의, 예결위, 특위, 국정감사, 법률발의, 국정조사, 청문회 등에다 지역구, 이익단체, 정책개발, 정당업무 등 국회의원의 활동은 복잡다기하다. 하나도 경시할 수 없다. 그래서 비서실이 비대해지고 지역구 의원은 지옥구라고 자조한다. 하지만 국회가 3권 분립의 헌법적 책무를 제대로 수행하고, 대통령에게 집중된 권력을 분산시키기 위해서는 핵심 업무 위주로 업무를 재정렬(alignment)해야 한다. 현재의 의원별 보좌방식도 획기적으로 개편해야 한다.

국정감사는 폐지되어야
국정감사는 우리 국회 특유의 행정부 견제장치다. 의혹 제기와 질타의 난사(亂射) 장이다. 없어질 운명에 처하거나, 아니라면 조기에 없애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운명적으로는, 개헌이 되면 감사원이 입법부로 이전될 가능성이 높아서 생긴다. 그때 가서도 국정감사를 할 수는 있다. 그러나 국정 낭비다. 다음으로, 조기에 없앨 조치를 취하자는 것은 현행 방식의 실질적 성과가 아주 미미하기 때문이다. 상임위의 정파 간 싸움공간이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 기관의 비리, 무능, 집행상의 문제를 추궁하고 ‘엄하게 주의를 주는’ 식의 감사는 외형에 비해 실질이 미약하다. 국정감사로 정부나 산하기관이 개선된 경우는 별로 없다. 존재에 따르는 약간의 부담 정도다. 

개별기관 감사는 하지하책
개별기관의 운영을 감사하는 것은 국회의 몫이라기보다는 감독기관의 일이다. 국민 삶의 질곡을 풀어내고, 국민이 가려워하는 곳을 긁고, 정부 정책 역량이 부진한 곳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주요한 정책 이슈나 국정관리 이슈를 찾아서 감사하고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정운영의 맥이 되는 이슈를 중심으로, 다수의 관련기관을 관통하는 문제를 발견하고 대책을 논해야 한다. 국정의 공공가치에 초점을 두고 그 아래에 있는 행정기구를 유기적으로 보지 않으면 국정 개선은 불가능하다. 기관의 비리나 무능을 질타하는 것은 부처의 감사관이나 감사원이면 충분하도록 해야 한다.

예비조사 없는 상임위 운영은 국정 낭비
상임위의 운영이 체계적으로 조밀하게 재정비되어야 한다. 현재와 같이 모든 의원들이 5분이나 7분 안에 유사 질의를 난사하는 상황은 부끄럽기까지 하다. 우리 국정은 5분짜리가 아니다. 장관이 물컵을 들면, 언론은 그것을 국회의 역할이라고 보도한다. 정부가 세종시로 내려갔지만, 강북의 유목민 텐트에서 업무 보는 장관들은 마포다리를 건너며 아직도 견자교(犬子橋)에 분을 푼다. 

상임위 준비는 대부분 의원회관에 포진하고 있는 보좌진이 한다. 이들의 준비로는 국정 수준에 부합하는 논의가 어렵다. 부처의 주요 정책 몇 가지에 집중하여 결점을 찾아 다차원으로 깊이 있게 질타해야 한다. 그래야 행정부도 상임위를 대비해 심도 있는 고민을 할 것이다. 한 번의 상임위에 모든 위원이 다 나서 중구난방으로 문제를 제기하는 방식으로는 성과와 연결되기 어렵다. 

몇 개의 이슈를 정한 다음, 정당 간에 역할을 분담하여, 소수의 위원들이 체계적으로 따지는 조준선 정렬이 시급하다. 하루만 할 필요도 없다. 국정조사 수준으로 할 수도 있다. 고정적으로 특위를 자주 설치하기보다는 유관 상임위와 합동회의도 융통성 있게 열어야 한다. 그래야 국회가 정치적 국정관리(political management)의 역할을 수행하는 기관으로 위상을 정립할 수 있다.

공식화된 의원보좌기구가 필수적
국정조사도 제대로 운영되어야 할 것이지만, 당분간은 정치가 난무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대정부활동, 입법활동, 예산활동의 중심이 될 상임위가 더욱 중요해지는 것이다. 개별 의원의 모든 활동에는 국회의 공식 지원기관의 도움을 예비로 받아야 할 필요가 있다. 입법보좌기구들이 1차적인 연구를 통하여 국정의 애로나 문제점을 연구하여 의원에게 보고하고, 2차적으로 상임위 위원들 간의 역할 분담이 이루어지고, 그 다음에는 상임위 전문위원실과 분야별 정책분석실이 생겨서 질의 대상을 심층적으로 분석하여 개별 위원을 보좌한다면, 심도 있는 문제 제기가 가능해진다. 

이렇게 되면 예산과정이나 입법과정도 조밀해져서 행정부처에서도 국회의 전문기구들을 염두에 둔 정책을 펼 것이다. 특히, 국회 2대 기능 중의 하나인 예산심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는 것은 3권 분립의 정립에 결정적이다. 또 이것이 대통령의 권한을 분산시키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예결위의 운영도 상임위의 정책과 예산 심의기능의 연계로 인하여 정책 내용의 재정·경제적 측면을 훤히 볼 수 있게 된다. 예를 들면, 국회 재정전문가들의 연구는 추경(追更)이 별로 효과가 없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도 예산 이후 중간중간 추경이 일상화되고, 정치적으로는 도깨비 방망이로 휘둘러지고 있는 것은 국회가 행정부의 노파 시녀로서 만족하고 있기 때문이다. 머리와 정보 문제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인데…
대통령, 국무총리는 개인이 헌법기관이다. 국회의원도 개인이 헌법기관이지만 동시에 국회라는 헌법기관의 구성원이다. 헌법 개정 없이는 그의 활동이나 권한을 무력화시킬 수 없고, 통폐합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특권도 부여받고 있는 존재인 동시에, 지역구에 국한되지 않고 국가와 국민의 입장에서 책무를 수행할 의무도 지고 있다. 특히, 입법과 예결산 의사결정 과정에서 정당의 간부를 비롯한 외부기관의 간섭을 받지 않아야 한다. 

이렇게 독립성을 부여하는 것이 단독으로 헌법기관을 구성하는 의미이기도 하다. 누구로부터도 어떠한 경우에도 구체적인 지시에 따라야 할 이유가 없다. 독립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서 불체포특권과 같은 조치도 해주고, 일정한 활동에 필요한 자원을 국가가 지원한다. 국회의원 개개인이 독자적인 인력과 조직을 가지고 기관장처럼 활동해야 헌법기관이 되는 것은 아니다. 우리나라 국회의 국회의원실을 보면 이 점을 착각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난쟁이 조직의 모자이크
우리 국회의 춤판(dance of legislature)은 의원회관이다. 3000명이 포진하고 있는 의원회관은 사람으로 붐빈다. 행사도 많다. 찾아오는 사람도 여기로 몰린다. 영락없는 시장이다. 거기에는 300개의 독립된 조직이 있다. 국회의원은 정무, 정책, 홍보, 행정, 비서기능을 보좌 받을 수 있는 별정직 공무원 9명(8+1(인턴))의 조직을 각자가 개별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개별 국회의원의 전권이 행사되는 작은 조직이다. 

4급, 5급의 보좌진 자리가 직무분석이 확정된 것도 아니고, 자격시험이 있는 것도 아니고, 교육훈련도 없고, 근로계약이 안정된 것도 아니다. 2700명이 300개로 나누어져서 근무하는 난쟁이 조직이다. 이들은 상임위 질의는 물론이고 국정감사, 청문회, 국정조사, 본회의 준비도 한다. 기본적으로는 개인 비서업무다. 그리고 그들의 에너지 중에서 적지 않은 부분이 지역구 활동에 동원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다. 세금 일부가 개인 선거용도로 사용된다는 의미다.
미국 의회 외는 우리나라와 유사하게 많은 인력과 조직을 의원별로 각각 운영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미국의 경우에는 지역구 인력이 아예 없고, 각종 중앙당이나 지역당의 기능이 선거가 없는 시기에는 거의 없다. 당대표도 없고, 최고위원도 없고, 대변인도 없다. 아주 적은 규모의 인력이 정당관리에 종사하고 국고지원도 아주 적다. 우리나라와 같이 비대한 중앙당과 광역지구당 조직이 공식적으로 존재하고 그 운영에 들어가는 비용의 상당 부분을 세금으로 충당하면서 동시에 의원 개인의 사무실을 이렇게 크게 운영하고 있는 경우는 세계적으로 유례를 찾기 어렵다. 영국이나 일본은 1~3명에 불과하고 의원회관은 아주 조용하다. 스웨덴 같은 곳은 아예 없는 경우도 있다.

20개 정책분야별 예비 조사기구로 만들어야
현재 보좌진의 인적 구성으로 볼 때 전문화되고 다기화된 정부 업무를 분석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경력이나 훈련수준으로 볼 때 행정부와 입법부 요원 간의 정보의 비대칭성은 심각한 수준을 넘어선 지 오래되었다. 따라서 상임위나 본회의의 질의는 자연히 언론보도 수준의 정치논박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정책 질의도 물론이고 입법의 내용, 예산심의 등 국회 업무의 품질이 떨어지는 것은 불가피하다. 자연히 정책보다는 정치거리로 몰리면서 언론인과 더불어 정치하는 한국정치의 특성이 강화되었다. 

개별 의원실의 보좌진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 현재의 인력 규모를 유지한다면, 100여 명 규모, 20개 정도의 정책 분야를 전문으로 하는 공식 정책분석조직으로 재편하는 것이다. 나머지 1000여 명은 의원실에서 비서기능을 수행하게 할 수 있다. 새로 생기는 분야별 정책조사실은 아주 수준 높은 인력을 유치할 수 있다. 

전문가로서 행정부와 대비되는 국회기능에 충실한 시각(視覺)을 탄생시킨다. 예비조사를 시행하여 의원을 근거리에서 보좌하게 한다. 국회의원의 논의 수준이 지금보다는 비교가 되지 않게 올라갈 것이다. 정치공방에서 벗어나도 언론의 관심을 유발할 수 있는 정책질의를 할 수 있을 것이다. 드디어 국회가 대한민국의 정치적 국정관리 축으로 그 위상을 정립할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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