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이여, 주저하지 말라!

[정치클리닉]Don’t hesitate, S&N

경기대학교 정치전문대학원 박상철 교수입력 : 2018.10.01 13:24

한반도 평화에 대한 남북한 국민들의 우려와 기대가 너무 심하게 교차되고 있다. 전쟁 해소와 긴장 완화를 목표로 하는 ‘소극적 평화’에서 평화를 제도화해야하는 ‘적극적 평화’의 시대에 걸맞지 않는 자세이다. 갈 길이 정해졌는데 주저하면 결국 갈 수 없게 되고, 많은 유혹과 나약함으로 좌절할 수도 있다. 사실 지금 남북한의 주민들은 한반도 평화문제에 관한 한 주저할 것 없이 거침없는 행보를 해야 할 상황에 와 있다.


한반도 평화문제에는 ①남북관계 재설정 ②평화협정의 국제적 당사자 확정 ③남북 양 국민 자세와 정치권 임무 등의 총론(總論)이 있고, ①남북경제교류협력 ②통일방식 및 일정 ③한반도 국제질서 재편성 등의 각론(各論)이 있다. 이제부터는 한반도 평화문제에 있어서 총론과 각론을 분명히 나누고 구체적 현안을 인식하며 해법을 구사할 때다.


기존의 남북한 통일정책 수정과 남북관계 재설정

현재 남북한 통일정책의 내용은 솔직하게 이야기하자면, 남북대결의 시대에 탄생한 탓에 비현실적ㆍ정치선전적이고 매우 이론적일 뿐이다. 공산사회주의를 중심에 둔 북한의 통일정책은 말할 것도 없지만, 3단계 통일론을 기본 축으로 하고 있는 남한의 통일정책도 1단계 이후 남북연합과 통일한국 시대에 관한 한은 사회과학적 조사와 실적이 전혀 없는 실정이다.


기존의 남북한 통일정책은 격심한 남북대결의 시대를 근거로 하고 있기 때문에 적극적 평화라는 한반도평화 제도화의 시기에 들어선 이상 폐기되어도 무방하다. 남북관계 전문가들은 현 시점과 향후 남북관계의 변화 과정에 걸맞은 한반도 사회변동론을 새롭게 공부하고 논의를 시작할 때다. 남북관계의 재설정과 미래에 대한 좌표를 설정하지 않는다면 뜻밖의 남북 진전 상황들이 제자리에서 맴돌 수도 있다. 수많은 별들이 떠 있는 밤하늘에서 좌표에 해당하는 목표를 정했을 때 길을 헤매지 않듯이, 현재 남북한의 사회과학자들은 심상치 않으면서도 격동하는 이 변화에서 큰 틀의 좌표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기존의 남북한 통일정책의 수정과 현재 남북관계의 재설정은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이 시점에서 가장 시급한 제1의 과제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의 국제적 주체로서 남•북•미•중
북미 정상 간의 종전 합의는 양국에 각각 다른 의미를 가질 수도 있다. 북한 측에 종전선언은 비핵화와 북미관계 정상화 그리고 남북교류협력의 비약적 확대를 위한 출발선이자 정치적 선언이라면, 미국에는 모든 상황이 종료되는 전시국제법적 차원에서의 종전협정을 의미할 수도 있다. 여하튼 종전선언은 한반도평화협정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향후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 새로운 국제질서의 주체로서 누가 종전협정에 참여하느냐는 것을 확정하는 것은 빠를수록 좋다. 이들이 새로운 한반도의 핵심적 주체이기 때문이다.


한반도 평화협정에는 2자협정ㆍ3자협정ㆍ4자협정ㆍ6자협정 심지어는 영국과 프랑스까지 포함된 8자회담까지 논의할 수 있으나, 이런 식의 발상은 한국에서 분쟁이 일어난 이후에 가상할 수 있는 문제이다. 적극적 평화의 중심이 되고 있는 남북한이 실존하는 한 지나친 다수국의 참여는 맞지 않다.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자면 현재의 정전협정에 참여했던 유엔 대표의 미국과 북한을 지원한 중국인민군이 포함된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당사자였던 남한(참석하지 않은 당사자)ㆍ북한으로 하는 것이 공정ㆍ공평하다 할 것이다. 다만, 중국의 경우 6ㆍ25 당시 교전지원국 자격 문제와 현재 미중관계의 현안문제 등으로 이견이 제시될 수도 있다. 한반도 평화협정의 국제적 당사자를 정하는 문제는 이 또한 한반도평화 제도화의 큰 축이 되기 때문에 가능한 한 빠른 시일 내에 국제적 지지와 공인을 받아낼 필요가 있다.


새로운 시대, 남북 양 국민의 자세와 한국 정치권의 임무
남ㆍ북ㆍ미ㆍ중 정상 간의 회담이 한반도 평화문제의 모든 것을 결정짓지는 못한다. 남북한 양 주민들의 새로운 변화에 대한 동의와 동참이 있어야 한다. 한반도의 평화에 대한 남북한 양 국민들의 기대가 아무리 크고, 많은 우려를 표한다 할지라도 그들의 속마음은 쉽게 예단할 수 없다. 정상회담의 결과에 모두 승복하고 따르리라고 장담해서도 안 된다. 보수와 진보 간의 갈등이 매우 심한 남한의 경우 못지않게 북한 주민들이 과연 지금의 격동하는 시대를 어떻게 맞이하고 있는지에 대한 통찰과 소통이 매우 필요할 때다. 양국 국민들이 동참하는 남북관계의 새로운 변화가 되지 않는 한, 아무리 좋은 결실을 맺는 정상회담들이 잇따른다 할지라도 사상누각에 불과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 정치권의 경우는 일반 국민의 수준을 도저히 따라오지 못하는 관계로 큰 걱정거리다. 여든 야든 불편한 토론을 피하지 말고 하고 싶은 말과 토론을 활발하게 하여 국민들과 눈높이를 맞췄으면 좋겠다. 대한민국의 정치는 대표적인 ‘대표정치(代表政治)’이기 때문에 국민을 대표하는 정치권이 모든 것을 독점해버릴 수도 있다. 이러한 문제에 관한 한 북한의 경우는 더욱 심각할 수도 있다. 남북관계를 재설정하고 한반도평화협정의 국제적 당사자를 확정하는 것 못지않게 남북한 양 주민들이 서로를 친화적으로 생각하는 ‘남북한 국민대통합 프로젝트’를 구체화할 때라고 본다.


요컨대, 새로운 시대의 변화는 궁극적으로 ‘새로운 시대’에 대한 ‘새로운 생각’을 가질 때 시작되고 그 구체적 실천과 징조가 있어야 달성된다. 이제 남북한은 남북관계 재설정, 한반도평화협정의 국제적 당사자 확정, 남북 양 국민 자세와 정치권의 임무를 실현하는 데 거침이 없어야 한다. 이와 같은 총론적 전제를 기정사실화할 때 비로소 각론적으로 남북경제교류협력, 통일방식 및 일정, 한반도 국제질서의 재편성에 있어서 중심적 주체가 될 수 있다. 남북이여, 주저하지 말라. Don’t hesitate, S&N.


박상철 교수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