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부모계의 산 증인’, “교육 법안은 ‘수요자’ 입장에서 만든다”

이찬열 교육위원장, "교육은 희망사다리…대학 특성화·학제 개편 추진"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강주헌, 김평화 기자입력 : 2018.10.31 16:32
/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높은 교육열만큼 자녀 교육비 지출이 많은 대한민국. 이 땅에서 살아가는 학부모 모두의 고민이다. 그중에서도 이찬열 신임 국회 교육위원장은 교육비 지출에 있어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다. 자녀 넷을 둔 이 위원장은 아내의 대학원 등록금까지 한 번에 5명의 학비를 댄 적이 있다. 누구보다 본인이 교육위원장에 적임자라고 자부한다. 

이 위원장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 만나 “교육 법안을 만드는 국회의원들이 ‘수요자’의 입장을 잘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교육계에서 당면한 가장 큰 현안인 대입제도 개편과 끊임없이 터져나오는 교내 채용·입시 비리에 대해 이 위원장은 누구보다도 학생과 학부모 입장에서 사태를 진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 관련 인사 문제도 마찬가지다. 이 위원장은 “대학교수나 총장을 지냈다고 교육부 장관을 잘할 수 있는 게 아니다”면서 “대통령 마음에 드는 사람 말고, 대한민국에서 제일 최고라고 평가받는 고3 진로 담당 교사나 재수학원 선생 중에서 데려오는 것은 어떠냐”고 파격적인 제안을 했다. 교육 현장을 잘 알고 수요자 입장을 잘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 적임자라는 뜻이다.

이 위원장은 대입제도 개편 등 최근 교육 현안과 관련해 “연속성과 예측 가능성이 부재한 갈지자 행보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학부모가 불안해하고 있다”며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여야 할 교육 정책이 오년지소계(五年之小計)로 전락했다”고 밝혔다.

#교육혁신 좌초 우려…대입제도 개편 ‘오락가락’

-문재인 정부 2년차를 맞았다. 현 정부의 교육정책을 평가한다면

▶수능 절대평가 전환, 방과 후 영어교육 금지 등 교육 정책들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여론의 역풍 속에 유보되거나 공론화 과정을 거치면서 오락가락하는 부분이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의 주요 교육공약이 사실상 차기 정부로 공이 넘어갔다. 과도한 입시 경쟁 완화를 위한 수능 전 과목 절대평가는 사실상 무산됐다. 고교학점제와 내신 절대평가(성취평가제) 전면 시행이 당초 2022년에서 2025년으로 미뤄졌다. 정권이 바뀔 경우 정책 연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교육 혁신이 좌초되고 현장에서의 혼란이 우려된다.

-대입제도 개편과 관련 공론화위원회로 공을 넘기는 과정이 있었다
▶교육정책에 대한 비전과 철학, 결정까지 국민에게 떠넘기는 것은 일종의 직무유기다. 특히 고도의 정책적 판단이 요구되는 대입개편 방향을 정부가 시민참여단에 맡기는 것이 적합한지 회의적이다. 탈원전 이슈는 비교적 찬반이 명확한 의제지만 대입제도는 매우 복잡한 현안이다. 소통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공론화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다. 그뿐만 아니라 책임이 분산되는 측면에서 민감한 사안을 처리하는 데 있어 책임회피수단으로 자칫 악용될 우려도 있다.

#“정시, 절대평가 확대…엇박자 없는 적정 비중 찾아야”

-수능 위주의 정시 전형이 30% 이상으로 확대된 2022학년도 대입제도 개편안이 나왔는데 
▶대한민국 교육 정책은 지난 10년간 수시를 확대하는 방향이었다. 그러나 수시 학생부종합전형(학종)이 ‘금수저 전형’ ‘깜깜이 전형’으로 사교육을 부추긴다는 비판이 대두되면서 정시 확대 요구가 높아진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정시 확대 필요성에는 동의하지만 급격한 확대는 학교 교육이 수능 과목 위주의 암기식, 문제풀이식 교육으로 회귀할 우려가 있다. 일선 교육감들의 반대도 큰 만큼 적정 비중을 찾아 유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수능 절대평가 전환을 놓고 갑론을박 끝에 결론을 내리지 못했는데
▶절대평가가 바람직한지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 형성이 전제돼야 한다. 절대평가는 장단점이 명확하다. 학생, 학부모, 교사의 부담을 완화하면서 수업 방식의 다양화를 도모할 수 있다. 하지만 변별력이 떨어져 대학별 본고사가 부활할 가능성이 있다. 공론위에서 밝혔듯 중장기적으로 절대평가를 확대하더라도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 수능 위주 정시를 확대하는 동시에 절대평가를 확대하는 것은 엇박자가 날 수 있으므로 교육위에서 이에 대한 면밀한 검토도 필요하다.

-고교학점제 전면 시행도 2025년으로 미뤄졌다
▶제대로 된 안착을 위해선 특수목적고의 단계적 전환과 학사제도 전반의 변화, 제도 개선과 인프라 확충 등이 필수다. 교사와 학교라는 일선 교육 현장의 준비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상적으로는 훌륭하나 현실적으로는 입시 정책에 오히려 혼선을 야기할 수 있다. 특히 지금과 같이 수능 상대평가를 유지한 채로는 결국 수능에 유리한 과목을 주로 선택할 수밖에 없다. 고교학점제의 본질적 목적이 왜곡될 수 있어 정책 연계 등을 모색해야 한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회 위원장이 8월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뉴스1
#“장기적으로 대학특성화·학제개편 검토 필요”

-부실대학 구조조정도 이슈다

▶결론부터 말하면 대학 특성화가 필요하다. 학부별로 전문적으로 특성화한 대학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2017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 진학률이 68.9%다. OECD 평균은 43%다. 점차 OECD 수준으로 수렴하고 인구절벽으로 학생 수가 줄어들면 대학이 어떻게 운영되겠나. 정부에서 재정지원을 해도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지금 전체 대학에 뭉뚱그려 지원을 해주니까 거기서 혜택을 안 받아야 될 학교도 혜택을 받고, 지원 대상이 될 만한 학교도 대학평가가 안 나오는 바람에 지원을 못 받는 상황이 벌어진다.

-교육개혁 복안이 없을까

▶학제개편을 검토해볼 수 있다. 초등학교 5년, 중·고등학교 5년, 대학교 4년 정도로 개편하면 2년이 줄어든다. 2년 동안 들어갈 사교육비에 대한 학부모의 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이를 통해 정부에서도 고등학교까지 무상교육을 실시할 여력을 마련할 수도 있다. 남학생들의 경우 군대에 갔다 와도 대학에 가는 나이다. 한 번 더 발돋움할 기회를 가질 수 있다.

#“교육, 문제는 공정…국회에서 ‘협치’로 바로 세울 것”

-교내 입시·채용 비리 끊이지 않는데

▶지금 대한민국 교육이 처한 본질적인 위기는 바로 무너진 희망 사다리에 있다. 개천에서 용이 나야 하는데 용은커녕 미꾸라지도 날 수 없는 사회가 됐다. 노력과 실력이 온전히 평가받지 못 한다는 불안과 불신이 팽배해 있다. 정시냐, 수시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 과정이 얼마나 공정하고 투명하냐, 노력이 그대로 반영될 수 있고 결과에 납득할 수 있느냐가 핵심이다. 일부 사람들의 일탈로 학종 신뢰도가 무너지고 국민의 불신이 쌓이게 되지 않나. 교육부가 제 할 일 제대로 하는지 추상같이 감독하고 견제하는 동시에 합리적인 협력을 해나가도록 하겠다.

-교육 개혁을 위한 국회의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협치’가 가장 절실한 곳이 교육위원회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을 제대로 교육시키는 일에는 여야가 따로 있지 않다. 우리 상임위에 계류된 법안이 개인을 위한 게 아니다. 대한민국 미래를 확보하는 방안이다. 치열한 논쟁은 필요하나, 소모적인 공방은 안 된다는 원칙을 세우겠다. 그동안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누리과정 예산 등으로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며 파행을 거듭해왔다. 국가백년대계를 세운다는 공동의 목표 아래 함께 머리를 맞대겠다.



이찬열 국회 교육위원장
現 바른미래당 의원
1959년 경기 화성 출생
경기 수원 삼일공고, 인하대학교 기계공학과
화산 PAP 대표이사
경기도의원
민주당 원내부대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간사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경기도당 위원장
18대 국회의원 (경기 수원 장안구)
19대 국회의원 (경기 수원 갑)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0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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