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혁신효과(國會革新效果)

현재 한국국회의 자존감은 무척 낮으며, 심지어는 국회의원을 처음 보는 ‘낯선 사람’보다도 못 믿겠다는 사람들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에, 정말 만약에 국회가 혁신되어 국민적 신뢰 기관으로 변신한다면, 대한민국은 뜻밖의 새로운 동력을 얻을 것이고 고질적인 여러 가지 ‘한국병들’도 치유되는 신기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다. 국회는 온갖 것을 투입시키고, 만들어낼 수 있는 유일한 국가기관으로서 국회의 역량이 극대화 될 경우 그 승수효과와 파급효과는 가공할만할 것이다. ‘의회는 여자를 남자로, 남자를 여자로 만드는 것 이외에는 모든 걸 다할 수 있다’는 아주 오래전 영국 얘기는 어쩌면 국회혁신효과를 웅변하고 있다 하겠다.

국회혁신의 핵심 가치로서 ‘반관료·반구태’국회의 개혁이 개헌·선거제도 개정·폐쇄적 이념대결과 패권적 지역주의 타파 등과 같은 정치제도와 정치환경 및 정치문화의 변경을 타겟으로 삼을 때는 성공확률이 매우 낮으며, 국회의 기능을 강화시키는 혁신과는 무관하기도 하다. 국회의원으로 누가 와도 국회가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하며, 국회담장을 기준으로 내부의 관료적 조직 행태와 구태의연한 국회의 외연들을 살펴보는 것이 국회 자체의 기능강화에 보다 본질적이고 우선적이며 가시적일 것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추천 몫으로 국회의장 직속 ‘국회혁신 자문위원회’ 일원으로 참여하여 수차례 회의를 하였는데, 여당·야당 추천 또는 각자의 정치적 색깔과는 상관없이 9명 전원이 ‘번번이, 아주 자주’ 의견일치를 보고 있다. 아마도 국회혁신의 핵심가치를 반관료와 반구태로 보고 있어서 생긴 일일 것이다. 반관료와 반구태를 핵심목표로 할 경우 국회혁신효과는 최소한의 노력으로도 가능한 ‘최대효과’와 단기에 가능한 ‘즉시 효과’를 볼 수 있어서 효율적이다.

관료화 돼버린 인사조직, 국회 낙후 공동정범
국회혁신 자문위원회에서 받은 첫 번째 충격은, 관료화된 인사조직은 모든 기관을 망가뜨리는 주범인데 국회의 인사조직은 공공 및 민간부문을 통틀어서 최악에 가깝다는 것이었다. 입법조사처와 예산정책처의 연구직들에게서 전문성에 걸맞은 인사조직의 독립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얼마 전, 외국에서 학위를 해 온 조카가 입법조사처의 연구직에 어렵게 합격했음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와 상의 끝에 대학의 시간강사의 길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 어리둥절한 적이 있었다. 국회 연구직의 평생직장으로서의 불안정성과 입법고시 및 사무처 소속 직원들과 비교할 때 갖게 되는 상대적 박탈감 등을 확인하면서 이제야 조카의 결정을 이해할 만큼 현재 국회의 인사조직은 너무나도 관료화되어있다.

국회와 국회의원
이 비난받고 있는 것에는 정치인들의 책임이 최우선일 수 있지만 국회의 관료화되어 버린 인사조직도 국회낙후의 공동정범이다. 국회사무처·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도서관에 입법고시 출신 또는 박사 및 최고의 전문가들이 평생직장으로 삼으면서 각각의 기관을 세계 최고의 기관으로 만들려는 인사조직체가 된다면, 어느 누가 국회의원으로 들어온다 해도 국회기능은 흔들림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국회의 헌법적 위상은 행정부와 타 국가기관을 압도하고 있어서 국회 인사조직의 혁신 바람은 500조에 가까운 모든 국가기관 및 정부조직에 혁신의 강력한 파급효과를 줄 수 있다. 국회낙후의 공동정범으로 낙인찍힐만한 국회인사조직이 탈관료화의 혁신을 완성한다면 이는 국회 자체 혁신에 그치지 않고 대한민국 변화의 동력이 되기도 하기 때문에 국회혁신효과는 그 승수효과와 파급효과가 가공적일 수밖에 없다 하겠다.

구태의연한 의제설정, 여의도정치 낙후 증거
삼권분립의 헌법기관 중 입법부, 즉 국회가 가장 진취적이어야 한다. 이에 여의도 정치에서의 의제설정은 사법부는 물론 행정부를 앞서가야 하는 것이 정상적이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국회의 입법·예산 외의 의제설정들은 너무도 구태의연하다. 국회의 외연확장을 위한 각종 지원과 보조금 실태를 살펴보면 쉽게 짐작이 간다. 4차산업을 비롯한 미래사회의 아젠다에 지원된 흔적들을 아직 못찾고 있다.

전두환 정권 시절부터 만들어진 각종 연구회와 포럼들에 분명히 예산이 지원 또는 보조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왜 아무 시비가 없는 것일까. 분명히 국회예산이 투입되고 있는데 국민의 감시기관인 국회는 침묵하고 있는 것일까. 국회의원 또는 국회의원과 친하다고 해서 시대의 의제와 무관한 곳에 국민세금이 쓰이고 있는 것이 그냥 넘어갈 문제인가.

시대에 동떨어진 구태의연한 의정 외적 활동들에도 과감한 혁신이 필요하다. 구태의 의제설정과 행태들은 여의도정치 낙후의 증거이기도 하지만,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 전체의 새로운 변화의 근원지로서 국회의 존재와 기능을 마비시키기 때문에 혁신해야 한다. 국회의 보조 및 출연사업의 안일하고도 구태의연한 행태에 혁신과 개혁이 이루어진다면 이 또한 어느 누구가 국회의원으로 들어오더라도 미래지향적인 국회의 지배 분위기를 거스르지 못하게 할 것이다. 동시에 국회의 정치적 위상은 압도적이어서 반구태의 혁신은 국회에 머물지 않고 국가 전반적으로 확산되는 효과를 가져온다 하겠다.

끝으로, 국회혁신의 주체문제이다. 안타깝게도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의 임기는 2년에 불과하고 각종 상임위원장은 최근에는 1년짜리도 수두룩하다. 300명의 국회의원이 항시 고정적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 아니며 다수당이든 소수당이든 당대표가 수시로 바뀌는 곳이 여의도의 정치풍향계다. 그들은 국회혁신을 주문할 수는 있어도 주체이자 지속적인 중심이 되기는 어렵다. 요컨대, 국회사무처·입법조사처·예산정책처·국회도서관 등 국회 상주 구성원들이 국회혁신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 그들의 대화와 토론이 국회혁신효과를 낳는다 하겠다.

박상철 교수    
경기대학교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1월호에 실린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