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정당도 시대 걸맞게 변해야”

[여의도 나침반-정태근 전 의원]자유한국당, 내부 혁신그룹 만들어져야 쇄신바람 일어날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8.11.12 19:01
편집자주여의도 나침반’은 정치권 밖의 시선으로 정치를 들여다본다. 외부의 시선이 때론 더객관적이고 냉철하다. 우리 정치권의 상징인 여의도에 나침반 역할을 할 사람을 만나 목소리를 전한다. 이번 호에는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는 정태근 전 의원을 만났다. <편집자>
▲정태근 전 의원
“현 정치권이 간절히 바뀌기를 바라고 있는데 정치가 이에 응답하지 못하고 있다." 정태근 전 의원의 진단이다. 그는 2011년에도 쇄신과 개혁을 주창하다 한나라당을 탈당한 바 있다. 7년이 지났지만 정치권의 모습은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정태근 전 의원은 친이(이명박)계의 모태인 안국포럼 출신으로 18대 국회의원(성북구갑)에 당선됐다. 이후 지속적으로 당에서 ‘개혁’을 외치며 초선임에도 쓴소리 행보를 이어갔다.
18대 총선 공천 때인 2008년 3월, 공천 후보 55명이 이 대통령의 형인 이상득 의원의 불출마를 요구할때 함께했 고, 2009년 6월에는 청와대와 내각 쇄신을 요구하는 `7인 성명'을 주도했다. 또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국회가 폭력으로 얼룩지자 같은당 의원 21명과 함께 `국회바로세우기' 모임을 결성, `물리력을 동원한 의결에 참여할 경우 19대 총선 불출마'를 약속하기도 했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안의 여야 합의 처리를 촉구하며 열흘째 단식을 하기도 했다.
보수당 쇄신에 중추 역할을 했던 그가 최근 자유한국당의 인적 쇄신에 대해 더리더와의 인터뷰에서 소신 발언을 쏟아냈다. “자유한국당이 인적 쇄신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은 내부에 혁신 그룹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하며, “혁신그룹을 형성해 당을 변화시 키고자하는 치열한 노력을 해야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수정당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걸맞게 변화하면서 가치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영국의 보수당처럼 바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방송에서 정치평론가로 활약하고 있다. 정치평론의 길로 접어든 계기가 있었나
▶두 가지 계기가 있었다. 최근 정치평론이 진영 논리로 접근하는 경우가 많다. 진보와 보수를 뛰어넘어 균형 잡힌 시선으로 대안을 제시하는 게 좋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
또 다른 계기는 정치 활동을 하지 않는 상황에서 분명 한계는 있지만 유의미한 정치적 메시지를 평론을 통해 전달하는 것도 의미 있다고 생각했다. 작년 라디오를 시작으로 지금은 지상파부터 종편 채널에서까지 활동하고 있다.

-최근에 방송을 통해 정치적 메시지를 준 사례가 있었나 
▶개인적인 공은 아니지만 제주 국제관함식에 욱일기를 앞세운 일본 군함이 참가하는 문제를 둘러싸고 방송의 힘을 빌려 성과를 거둔 사례가 있었다. 우리 영토에서는 욱일기를 달 수 없다는 법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왔는데, 군함은 영토에 해당해 설혹 그런 법을 만든다해도 해상자위대의 욱일기 게양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경향신문 박성진 기자가 칼럼을 통해 관함식에 문재인 대통령과 주요 인사가 승선하여 사열을 받는 좌승함을 일출봉함에서 독도함으로 변경하자는 제안을 하였다. 이렇게 하면 일본 해상자위대함이 욱일기를 달고 참여해도, 독도함에 경례를 하는 격이라 독도를 우리 영토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되면 아예 불참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우리 해군 지휘부는 군함의 일정상 좌승함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실제 이유는 일본과의 마찰을 우려한 것이었다.

그래서 방송에서 청와대 국민청원을 대대적으로 진행하여 청와대가 이에 대한 입장을 발표 토록 하자고 제안했고, 실제로 국민청원이 급증하였다. 욱일기 게양을 고집하던 해상자위대가 제주 관함식 불참을 결정한 배경에는 국민 청원으로 좌승함이 독도함으로 변경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 결정적이었다고 여러 언론이 공통적으로 분석했다.
방송을 통해 이런 정책적 제안을 하는 것도 큰 의미가 있다.

-국회의원 시절과 지금 어떤 게 달라졌나 
▶의원시절 의정 활동에 대한 욕심이 많아서 초선이었지만 정책적 측면에서 완성도를 높이고자 최선을 다했다. 상대적으로 지역구 활동보다 여의도 활동이 많았고, 정책적 활동도 4년간 하나의 상임위 에서만 했다. 지금의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인 지식경제 위원회 활동만 했다.
이명박 정부를 출범시키는 데 기여했던 사람으로서 정부가 제대로 가야한다는 생각이 컸다. 당시 여당임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를 견제하고 문제 제기를 많이 하는 편이었다. 당내 혁신그룹을 만들어서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었다.(웃음)

-바른정당 창당에 합류했다고 알려졌는데, 지금은 정당 활동을 하지 않는 것 같다. 이유가 있나 
▶사실 이 부분은 잘못 알려져 있다. 박근혜 대통령 국정농단 사건이 터진 후 남경필 지사, 김용태의원 등과 함께 새누리당을 탈당했다.
탈당한 사람들 중 일부는 자유한국당으로 돌아가기도 했고 일부는 바른정당에 합류하기도 했는데 개인적인 판단으로 바른정당이 오래갈 것 같지 않았다. 정치 철학, 비전이나 정책 방향에 대한 깊은 고민과 합의 노력이 별로 없다고 느껴졌다.
다만 오랫동안 정치 활동을 같이한 남경필 지사가 바른정당 대선 경선에 나서면서 정당에는 참여하지 않은 채 경선 준비를 도와주다 보니까 그런 소문이 난 것 같다.

-자유한국당에 김병준 비대위원장을 비롯해 전원책 조직강화 특별위원회 위원이 영입되면서 인적 쇄신 바람이 불었다.
▶일단은 지금 제대로 혁신이 될 것 같지 않다는 느낌이 많다. 김병준 위원장이 7월 중순에 비대위원장으로 출범해서 3개월이 지났는데, 철학이나 가치가 성공적이지 않다고 보인다. 국민들에게 와닿는 게 없다. 여당의 실패에 따른 반사이익으로 자유한국당이 대안정당이 될 것이라는 기대는 착각이다.
실제로 당을 이끌어가는 사람 중 국민들이 아는 사람은 김병준 위원장과 김성태 원내대표, 김용태 사무총장 정도에 불과하다. 이들을 제외하고는 누가 있는지도 모르고 정치적 발언도 없다.

인적 혁신을 주도하기 위해 영입된 전원책 변호사는 2012년에 경제민주화 추진으로 보수 정당이 망가졌다는 발언을 했다. 자유한국당의 전신이라 할 수 있는 한나라당 강령을 읽었다면 할 수 없는 이야기다. 한나라당은 2001년, 2004년, 2006년, 2008년에 정강 정책을 개정하면서 경제민주화를 꾸준히 주장해왔다. 경제민주화는 헌법 제119조 2항에 나와 있는 것으로 선택의 문제가 아니고 의무이며 다만 방법론상으로 차이가 있을 뿐이다.

요즘은 자유한국당이 어디로 가겠다는 것인지 방향을 종잡을 수가 없다. 보수정당은 유능해야 한다. 한 가지라도 국민으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는 확실한 대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전혀 그러지 못하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최저 임금의 지역별, 업종별 차등 적용에 대해 구체적 정책 대안을 제시 하여 관철할 수 있어야 한다.
당의 비전도, 철학도, 능력에 있어서도 국민의 신뢰를 얻지 못한다면 사람을 자를 수는 있지만 사람을 끌어오지는 못한다. 결국 승부에서 이기려면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는 참신하고 믿을 만한 인물을 전면에 내세울수 있어야 한다.

-과거 정부에서 가장 인적 쇄신에 성공한 사례는 
▶신한국당 이래로 몇 차례 사례가 있는데 YS 가 소위 운동권을 가리지 않고 참신하고 능력 있는 사람을 대거 영입했던 1996년 공천이 성공 사례 중 하나이다. 이때 정의화, 이재오, 김문수, 홍준표 등이 정치권에 들어왔다. 구 민정계 인사를 대거 퇴진시켰던 2000년 16대 총선 공천, 정책 전문가를 대거 영입하였던 2004년 17대 공천 역시 성공 사례이다.
혁신에 성공하려면 혁신 방향과 추진력이 중요한데 지금의 자유한국당은 방향도 불분명하고 실질적인 힘도 회의적이다.
▲ 2011년 폭력없는 국회를 위한 단식농성에 나선 정태근 전 의원을 동료들이 찾아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을 탈당한 쇄신파의 한사람으로 지금 자유한국당의 상황에 대해 소신 발언을 해준다면 
▶과거에 한나라당을 탈당하게 된 이유는 그 당시 한미 FTA에 대한 처리법에 당의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었다. 한나라당은 강행 처리를 하려 했고 쇄신파로 분류되던 나는 한미 FTA 비준안에 대한 여야 합의 처리와 국회 폭력 추방을 촉구하며 단식 투쟁에 들어갔다. 강행 처리가 되고 나서 그 당시 한나라당 내부의 모습으로는 미래가 없다고 판단해 재창당을 주장했고, 재창당 과정에서 의견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탈당을 하게 됐다.
보수정당이라는 것은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시대에 걸맞게 변화 하면서 가치와 정책을 지속적으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영국의 보수당처럼 바뀌어야 한다.
자유한국당이 인적 쇄신을 앞세우고 있지만 지지부진한 것은 내부에 혁신 그룹이 없기 때문이다. 혁신 그룹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혁신 그룹을 형성해 당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치열한 노력을 해야한다. 김영삼 정부의 혁신은 김영삼 직계에 의해 이뤄졌다. 2000년에 현역 의원 20명에 원외위원장까지 포함한 ‘미래연대’가 있었다. 이명박 정부 때도 친이, 친박계를 막론하고 소장 혁신 그룹인 ‘민본 21’이 있었다.

-2020년 제21대 총선을 예상해본다면 
지금으로선 예상하기 어렵다. 아까 말한 것처럼 내년 상반기를 지나야 예측이 가능하다. 남북 관계를 기반으로 국민적 지지가 있지만 실질적으로 민생 문제가 나아질 기미가 없다. 그런 문제들이 종합적으로 반영될 것이다. 분명한 사실은 더불어민주당이 지금의 지지율이나 지난 지방선거 같은 승리를 얻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
또 하나의 포인트는 국민들이 기대를 걸 만한 대안 정당이 다시 설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총선 결과를 상당히 좌우할 것으로 본다.

-종전선언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돼 있고, 남북 교류 사업으로 한반도가 들썩이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전망하나 
▶강경화 장관이 국감에서 5.24조치 해제 문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답변했다가 질타를 받았다. 트럼프를 비롯해 미국 정부 역시 ‘비핵화 문제에 대한 진전 없이 한국 정부가 대북 제재를 완화할 것이라고 생각지 않는다’라고 성명을 발표했다. 분명한 것은 비핵화에 대한 실질적인 진전과 경제적 교류 협력 같은 부분이 보조를 맞춰야 한다는 사실이다.
종전선언과 북한에 상응하는 조치가 과연 무엇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제 미국이 이전에 비해 완화된 비핵화 방식을 받아들이고 있다. 처음 비핵화 협상 시에는 리비아식, 볼턴식, CVID(완전하고 불가역적이며 검증 가능한 비핵화)까지 나오다가 지금은 그런 이야기 들이 다 들어갔다. 결국 이 문제는 그간의 두 차례 정상 회담이 성과를 거두었지만 앞으로 있을 북미 회담에서도 진전된 합의를 이끌어 내며 보조를 맞춰나가는 게 중요하다.

-최근 현안 중 가장 관심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요즘 정치 현안보다 관심 있는 건 일자리 창출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혁신 창업 및 취업 교육 과정’을 만드는 일이다. 미국은 대학 교육의 질이 좋아 대학을 졸업하고 바로 취업 및 창업에 성공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문제는 많은 비용이 들어간다는 것이다. 이 고비용 문제를 해결하 면서도 취업 및 창업을 효과적으로 이끄는 교육 방식이 ‘미네르바 스쿨’이다. 등록금이 저렴하고, 역량 중심의 혁신 대학이다. 기존 대학이 지식 중심이라면 미네르바는 ‘거꾸로 교육’ 방식의 수업을 진행한다. 온라인 학습 형태인 ‘Active Learning Forum’이라는 플랫 폼을 통해 실시간 화상 채팅으로 운영되고, 국제 감각을 키우기 위해 7개국의 캠퍼스를 옮겨 다니며 합숙 생활도 한다.

이런 혁신 대학교 시스템이 전 세계로 퍼지고 있다. 우리나라도 폴리텍 대학 등을 통해 일자리, 창업 지원 사업을 하고 있는데, 보다 혁신적으로 수요자 중심의 혁신 학교 모델을 만드는 일에 기여하고자 민간의 좋은 사례를 정부 관계자에게 소개하고 정책 제안도 하고 있다.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지냈다. 최근 박원순 시장의 부동산 시장에 대한 대응을 어떻게 보는지 궁금하다 
▶박 시장은 공급 측면에서 재건축과 재개발을 억제했고, 양질의 주택 공급에 실패했다. 또 수요를 분산시키는 정책 실천이 부족했다. 살만한 주택이 강남에만 모여 있는데 9호선이 개통되고 나니까 강서 구, 영등포 등에도 수요가 급증하지 않았나.
경전철 증설 문제는 오세훈 시장 때 기본 계획이 확정됐는데 최근박 시장이 추진을 발표했다. 2014년에 완공하기로 한 우이-신설 경전철도 작년에 완공됐다. 나머지 4개 경전철에 대한 수익성 논란은 있지만 도시 발전을 위해 서둘렀어야 했다. 그러나 최근 그린벨트 우선 해제보다 도심 지역의 용적률을 올려서 우선적으로 물량을 확보하자는 의견은 타당하게 보고 있다. 충분히 가능하다. 그린벨트 해제를 통한 주택 공급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뿐 아니라 해제 지역에 대한 타당성 논란도 커질 수밖에 없다. 기존 재개발과 재건축 정책의 수정을 통해 도심지 용적률을 상향해서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주택 공급 물량을 확보하는 것이 효과적인 정책이다.

-지난 국정감사에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야당이 제대로 문제 제기를 하려면 업무 추진비 같은 이슈가 아니라 소득주도 성장의 실체에 대한 것이 몸통이 돼야 한다. 이 정부의 일자리 문제와 일자리 증가를 위한 예산 집행이 올바르게 되고 있는지, 이런 것을 제대로 검증하는 자리가 됐어야 한다고 본다.

-‘정치’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정치는 국민이 좀 더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국가나 공동체를 운영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국민의 삶의 질을 좌우하기 때문에 이념 이나 도덕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운영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게 리더십이다. 정당이 어떻게 해야 훌륭한 리더를 배출할 것인가, 리더십을 통해 어떻게 구성원의 삶을 아름답게 만들 것인가, 이게 가장 중요한 문제다.

-앞으로 정치 참여는 어떤 식으로 할 생각인가 
▶내가 상대적으로 다른 분야보다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분야가 정치라고 생각하고, 여전히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다. 특히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된 것은 서울시 부시장을 하면서부터다. 민주화 운동을 하고 정치에 참여했지만 서울시 행정을 맡으면서 지방정부가 곧 권력이고 정치라는 것을 다시 한번 현장을 통해 깨달았다.
실질적으로 시민들의 삶을 좌우하는 것은 자치 단체장의 행정 능력 이다. 부시장 경험을 전후로 해 정치와 정부를 보는 시각이 달라졌 다. 이것이 내가 정책에 관심을 두는 이유다. 훌륭한 리더와 리더십을 창출하는 정당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면 꼭 내가 무엇이 되지 않더라도 상당히 보람을 느낄 것 같다.

정태근 전 의원
-출생 1964년 1월 8일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학사, 석사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
-제18대 국회의원 (서울 성북구갑/무소속)
-중소기업과 골목상권을 지키는 의원모임 공동대표
-새누리당 서울특별시당 성북구갑 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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