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회 혁신, ‘입막음 소송’부터 없어져야”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백지수 기자 입력 : 2018.12.26 10:57
머니투데이 더300이 주최한 ‘2018 최우수 법률상’에서 본상을 받은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민사소송법 개정안은 공익을 위해 열린 입을 막지 못하게 하는 법안이다. 특히 약자의 입을 권력이 막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하는 법안이다.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집회·시위의 자유를 하위 법에서도 보장하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른바 ‘입막음 소송 방지법’이다.

우리나라는 ‘소송공화국’이라는 오명을 가지고 있다. 약자가 공익을 위해 용기내 터트린 목소리에 정부나 대기업이 명예훼손 소송과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거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개인과 개인 사이라도 성추행 가해 교수가 ‘미투’로 피해 사실을 밝힌 학생에 대해 명예훼손 소송을 제기하는 등 위계가 더 높은 사람이 소송으로 폭로에 제동을 거는 경우도 심심찮게 찾을 수 있다.

권력자가 소송 제도를 활용해 국민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누리려는 시민이나 사회적 약자들을 두렵게 만들어 입을 막는 것이다. 소송에 드는 비용과 시간 자체가 부담스러운 사회적 약자 내지는 일반 시민들은 마음 놓고 목소리 내기도 어렵다.

약자의 입을 막기 위한 소송이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미국에서는 ‘전략적 봉쇄 소송(SLAPP, Strategic Lawsuit Against Public Participation)’이라는 용어로도 부른다. 미국법에서 기본권으로 인정 하는 청구권을 막는 소송이다. 미국은 소송 제도를 악용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이 늘자 캘리포니아와 뉴욕 등 일부 주에서 2010년 ‘봉쇄 소송 규제법(Anti-SLAPP Law)’을 제정했다.

금 의원이 지난해 11월 22일 발의한 민사소송법도 이와 비슷한 효과를 목표로 탄생했다. 정당한 목소리를 낸 사람이 소송을 당했을 때 ‘입막음 소송’이라고 주장하고 판사도 이처럼 판단했을 경우 아예 재판 절차에 들어가지 않고 종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골자다.

금 의원은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공익에 관련돼 소송이 걸린 것이라면 빠른 시일 내에 소송을 종결해주고 소송에 따른 비용을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물리자는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금 의원은 무엇보다 자본주의의 발전과 사회의 혁신을 위해서도 ‘입막음 소송 방지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이고 혁신은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소송과 형벌로 우리 사회 분위기가 두려움을 느끼게 되면 사람들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며 “사회에 혁신과 창의성, 상상력이 나오는 분위기가 되려면 소송 천국이 없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자칫하면 ‘승소할지도 모르는데 무슨 근거로 소송을 걸 권리를 막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개인보다 정부 비판적인 것을 개인에 대한 소송으로 만드는 경우라는 점에 이 법이 필요하다.”

금 의원이 스스로 꼽은 법안의 약점은 전략적 봉쇄 소송이 생소한 개념이라는 점이 다. 생소한 만큼 법안 통과를 위한 여야 의원 설득도 쉽지 않다. 금 의원은 “법제사법 위원회 법안심사 제1소위원회에 이 법안이 올라와 있는데 개념이 워낙 생소하다는 점 때문에 설득이 어렵다”며 “20대 국회 안에 법안이 통과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 민사소송법 개정안, 어떤 의도로 만들었나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정부나 대기업이 소송을 통해 언론이나 시민들의 비판을 입막음하려는 움직임이 많이 보였다. 이런 소송이 개인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공익에 관련된 문제라면 빠른 시일 내에 소송을 종결 해주고 소송에 따른 비용을 소송 제기한 사람에게 물리자는 것이 아이디어다.
이런 소송을 전통적 법이론으로는 방지할 방법이 없다는 논의들이 국내외에 있었다. 현행법으로는 일단 소송을 걸면 재판을 거쳐서 결론이 나게 돼 있다. 그럼 무죄 판결이 나더라도 소송의 목적인 입막음을 달성하게 된다. 노조에도 감당하기 어려운 손해 배상 청구를 한다고 하면 헌법상 권리인 노동권 행사를 못하게 된다. 나중에 소송이 기각돼도 대기업이나 정부는 비용 부담이 적은데 소송을 당하는 개인은 그 과정을 못견뎌 결국 권리 행사를 못한다. 외국에서는 ‘전략적 봉쇄소송’이라는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고 이 소송을 없애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소송 승패가 아니라 소송 자체를 가지고 효과를 거두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논의다.

-소송을 초기에 중단시키면 소송을 낸 쪽에서는 나중에 승소할 수 있을지 모르는데 반발이 있지 않을까
▶자칫하면 ‘승소할지도 모르는데 무슨 근거로 소송을 걸 권리를 막느냐’는 비판도 있다. 그럼에도 주로 문제가 되는 것이 개인보다 정부 비판적인 것을 개인에 대한 소송으로 만드는 경우라는 점 때문에 이 법이 필요하다. 대표적으로 MBC의 광우병 보도 같은 경우 농림수산식품부 공무원(장관) 개인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으로 제기됐다. ‘이건 내가 하는 정책인데 이 정책이 잘못됐다는 것은 내 명예를 훼손하는 것이다’라는 논리가 된다. 이 논리를 받아 주기 시작하면 정부 비판적 소송에 대해 담당 공무원 명의로 모두 명예훼손 소송을 낼수 있다.
사건은 결국 무죄가 됐지만 그게 위험하다고 봤다. 법원이 정부 변호인 역할을 해주게 된다는 문제가 있다. 광우병이 진실이고 아니고를 떠나 소송 자체가 문제 였다. 보도 내용이 허위건 사실이건 명예훼손이 안 된다면 법원이 일일이 그것을 판단하지 말았어야 한다. 박근혜 정부 때 산케이신문의 보도 내용에 대한 법원 판결도 마찬가지다. 법원이 무죄를 선고하긴 했지만 박근혜 대통령이 그랬던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밝혀주는 것이다. 언론이나 여론의 광장으로 가야 할 문제들이 자꾸 법정으로 가게 되는 문제가 생긴다.

-소송 사례가 이명박·박근혜 정부 때 많았다지만 이 법안 발의 시점은 작년 11월이다. 이미 전 정부의 입막음 소송이 어느 정도 결론이 난 것들이 많은데 뒤늦게 발의한 이유가 있나
▶이미 그 소송을 통해 정부가 상당한 효과를 봤기 때문에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놓을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이 같은 논의가 새로운 현상에 대한 것이라 상당히 어렵다. 전략적 봉쇄 소송은 개념적으로 판단하기 어려워 판례가 계속 쌓여야 한다. 법을 우선 만들어놓고 그런 문제가 생길 때마다 일일이 다뤄볼 필요가 있다.

-설명을 듣다 보니 이 법이 생기면 ‘소송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씻고 사법 시스템도 좀 더 효율화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올해 초 휴가로 일본에 간 김에 일본 검사 들을 만났다. 당시 일본에서는 아베 신조 수상이 학원 스캔들로 곤욕을 치렀다. 일본 검사들에게 “일본에도 명예훼손죄와 무고죄가 있는데 일본에서는 야당 의원이 아베 수상을 공격한다면 아베가 명예훼손 소송을 걸거나 야당 의원이 맞고소하는 일이 있느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일본 검사들이 하나같이 “아 그럴 수가 있겠네요”라며 하하 웃더니 “그건 정치권에서 일어나는 정치적 문제인데 그걸 가지고 고소할 생각도 안하고 고소해도 검찰이 나서서 해결 안 해준다”고 말했다. 외국에서는 정치적 문제는 여론으로 해결하는데 우리나라는 모든 문제를 고소, 고발로 해결한다. 그런 식으로 가다보면 소송 비용이 부담스러운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목소리를 못 내게 된다.

-자본주의가 발전하고 소비자 권리를 찾기 위해서도 이 법안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그렇다. 소비자가 불매운동을 하는 등 여러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하는데 이를 자꾸 형벌을 통해 규제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자본주의의 강점은 혁신이고 혁신은 두려움 없이 자기 생각을 얘기할 수 있어야 가능한데 두려움을 느끼는 사회라면 상상력을 발휘할 수 없게 된다. 그러려면 우선 ‘소송 천국’이 없어져야 한다.

-이 법안의 약점은 국회 계류 상태라는 점이다. 법안 통과를 막는 가장 큰 걸림 돌은 무엇인가
▶일단 개념이 워낙 생소하다는 점이다. 당장 난리가 난 법안도 아니니 관심도가 떨어진다. 법사위 1소위에 올라 있는데 1소위에 여당 입장에서 빨리 논의해야 할 법안이 많다. 아직까지 이 법을 막기 위한 저지가 있진 않았지만 대기업이나 정부 입장에선 이런 법이 불편할 것이다. 지금까지 검찰에 고소, 고발해서 소비자 규탄도 막을 수 있고 노조 운동도 막을 수 있고 언론에도 재갈을 물릴 수 있었다. 관련된 사례들이 전정부 시절의 일이 많으니 야당 의원들 입장 에서는 별로 좋게 안 보이고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 국회에서 반드시 필요한 법이라고 설득해나갈 생각이다. 20대 국회 안에 통과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
1967년 서울 출생
여의도고, 서울대 법학(학사·박사), 코넬대 법학(석사)
20대 국회의원(서울 강서구 갑) 
제34회 사법시험
서울동부지검·통영·울산·인천지검 검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
서울중앙지검 검사
더불어민주당 박근혜·최순실게이트 국민조사위원회 간사 
제20대 국회 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간사
現 제20대 국회 후반기 법제사법위원회 위원
現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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