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미 대표(피낭시에) 인터뷰, ‘해남 고구마’로 할 수 있는 모든 것

“고구마빵부터 발효차까지…특산물 활용한 제품 적극적인 지원 기대”

머니투데이 더리더 가현정 객원기자 입력 : 2019.01.03 18:22
▲이현미 대표(피낭시에)
‘가현정 작가의 명옥헌 초대석’ 스물여섯 번째 주인공은 서울에서 해남으로 귀촌해 고구마를 주재료로 다양한 음료와 빵을 개발 하며 제과점 ‘피낭시에’를 운영하는 이현미 대표다. 해남읍내에 가면 시장골목 입구에 눈에 띄는 세련된 건물이 하나 보인다. 벽전체를 파란색으로 꾸미고 유럽풍으로 장식한 외관이 시골 장터에 위치한 제과점이 라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다. 제과점 벽면에 마련된 포토존에 사진을 찍으려고 모인 사람들과 하루 1000개 한정 물량인 고구마빵을 사기 위해 전국에서 몰려든 관광객들이 줄지어 서 있는 광경은 ‘피낭시에’가 해남의 랜드마크로 자리 잡았음을 한눈에 알아보게 했다. 매장 안으로 들어서니 하얀 가운을 입은 이 대표가 악수를 건넨다.

첫인상은 가녀린 소녀 같았는데, 10년 넘게 하루 16시간을 일했다는 사람답게 악수를 하는 손의 힘은 무척 강했다. 겉모양만으로는 고구마인지 빵인지 알 수 없는 맛있는 간식을 앞에 두고 한없이 부드러우면서도 강단이 있는 그녀의 이야기가 시작됐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해남을 사랑하고 해남에서 오랜 시간 일하다보니 고향과도 같지만 사실 저는 서울 에서 태어나고 자랐습니다. 서울에서 만난 제과 명인 남편의 고향이 해남이라는 것 외에는 전라도에 연고가 없었습 니다. 남편의 소원대로 고향인 해남에 내려올 때만 해도 두 아들을 키우는 평범한 주부였습니다. 빵에 대해 아는 것이라고는 전혀 없이, 그저 빵을 맛있게 먹는 것만 잘하는 사람이었고요. 남편의 부재를 대신하느라 늦깎이 공부를 시작하여 대학에서 식품영양학을 전공하고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배우며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막막했던 일이 시어머님의 응원과 듬직하게 성장해준 두 아들 덕분에 지금까지 잘해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올해 연세가 92세인 시어머님은 1시간이나 버스를 타고 오시면 서도 매번 며느리 준다고 떡이며 손수 깐 마늘이며 농산물을 잔뜩 이고 지고 오십니다. 고생하시는 어머님을 뵐 때마다 속상하기도 하지만 어머 님의 사랑이야말로 하루 16시간씩 일하는 저를 지금까지 지탱해준 힘이 라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정말 빵인가요 진짜 고구마처럼 보입니다
▶“네. 빵이 맞고요. 겉은 찹쌀로 만들어 쫄깃하고 삶은 고구마 100%로 만든 속을 넣어서 맛있고 소화가 잘되는 빵입니다. 빵 표면에 자색고구마 분말을 입혀서 모양은 물론 색감까지 고구마 느낌 그대로를 살리고자 했습니다. 잘 모르시는 분들은 색소를 넣었나 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자색 고구마에서 추출한 붉은빛 가루로 고구마 껍질 색을 내고, 해남산 고구마 앙금으로 속을 채웠습니다. 고구마 모양을 만들기 위해서 여러 차례 실패를 거듭한 끝에 성공하게 되었는데요, 반죽 단계에서는 모양을 잘 잡았어도 오븐에서 굽는 과정에 터지기도 하거든요. 고구마빵이 터진 채로 구워지면 제 속도 다 터진다고 이야기하곤 합니다. 저와 직원들이 힘을 합하여 연구하고 노력한 결과 지금처럼 성공적인 고구마빵이 탄생했습니다. 제빵업계가 이직이 많은 업종인데 우리 직원들은 오랫동안 함께해주어 더욱 고맙습니다.”

-고구마빵을 개발한 계기가 궁금합니다
▶“해남군은 고구마와 겨울 배추로 유명한 곳이지만, 해남을 대표하는 식품 브랜드가 없어서 아쉬워하던 차에 해남의 농가를 돕고 해남을 알릴수 있는 빵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고구마빵’을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천안에는 유명한 호두과자가 있고, 전주초 코파이, 안흥찐빵, 경주빵 등 지역을 대표 하는 빵이나 과자가 있는 것처럼 우리 해남에도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국민간식 브랜드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해남 고구마빵

-재료뿐 아니라 모양까지 똑같이 만드신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해남 하면 고구마인데, 젊은 세대들은 점점 고구마를 멀리하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에 고민을 하다 고구마빵을 개발했어요.
고구마빵을 보면 진짜 고구마라고 착각할 정도로 모양이 똑같이 생겼습니다. 고구마를 빵 만드는 재료로 사용하는 제과점은 많지만 고구마 모양과 똑같이 만드는 곳은 거의 없었습니다. 고구마를 좋아하게 만들려면 맛있는 빵을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고구마 모양과 비슷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 다고 생각했습니다. 어린 아이들이 좋아하는 빵을 활용해 해남 고구마를 좋아하게 만든다면 해남의 미래는 젊어질 것이라 믿습니다. 실제로 초등학교에서 단체로 체험학 습을 오는 걸 보면 제 예상이 적중한 것 같습니다. 아이들의 재잘거림이 매장 안을 가득 메울 때마다 젊어지는 해남을 기대하며 행복해집니다.”

-고구마빵 개발에 반대하는 의견이 많았다고요
▶“반대하는 의견이 있을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는데 오히려 해남에 계신 분들이 부정적인 의견을 주시더라고요. 처음엔 고구마도 흔한데 빵까지 고구마로 만든 것을 먹어야 하냐며 성공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았어요. 해남의 특산물로 빵을 개발하면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을 거라는 제 생각이 순진했나봅니다. 그렇다면 제대로 된 인기 제품을 만들어서 전국적인 명물이 될수 있도록 하자고 다짐하며 더욱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쩌면 2006년부터 지금까지 피낭시에를 운영한 이유이자 목표라고 생각 하며 고구마빵 개발에 집중했습니다.”


-제품이 가지고 있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고구마가 몸에 좋은 건강식품인 것은 누구나 다 압니다. 고구마가 몸에 좋다고만 강조하는 것에 멈춰 있는 것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좋은 것을 자꾸 설명 해야 한다면 더 이상 매력이 없습니다. 좋다는 것을 머리로만 알아서는 결코 몸이 움직이지 않거든요. 시각적으로 보기 좋고, 맛과 영양도 뛰어난 것에 더해서 독특함이 있어야 매력이 생깁니다. 매력은 사람을 행동 하게 합니다. 매일 1000개의 고구마빵을 만들기 위해, 고구마를 직접 삶고 껍질을 까는 작업을 온전히 수작업으로 해냅니다. 직원을 더 고용한다 해도 생산량의 한계가 있어서 전국에서 온 손님들께 고구마빵을 모두 맛보여드리지 못하는 점이 가장 아쉽습니다.”

-혹시 해남과 연관이 있나요
▶“해남군을 대표하는 고구마로 개발을 하고 있어서 그런지 해남군의 지원을 받았냐고 묻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제가 독자 개발한 제품입니다.
고구마빵을 비롯해서 고구마 천연효모종과 고구마발효차까지 출시했습니다. 고구마 천연효모종 개발에 성공한 것이 가장 뿌듯합니다. 제빵사라면 누구나 빵을 만드는 데 핵심 자원인 천연효모종에 관심을 갖거든 요. 해남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해남 고구마를 활용해 천연효모종을 개발했기에 더 기쁘고 보람이 있습니다. 빵 속에 고구마를 넣는 방식은 특산물을 활용하는 데에 한계가 있지만, 천연발효종은 제빵 과정 중에 사용하므로 모든 빵에 접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입니다. 해남고구마 천연발효종으로 만든 천연 발효빵은 종류도 다양합니다. 

소보로 빵·연유식빵·단팥빵 등 모든 빵 종류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효모 향이 강하지 않고 빵의 풍미를 살려줄 정도로만 사용되기 때문에 누구나 즐길 수 있습니다. 천연효모가 들어간 빵의 경우 미생물들이 소화하기 쉽게 만들어줘 일반 빵에 비해 소화가 잘되며, 부드러운 맛과 쫄깃하면서도 폭신한 식감이 오랫동안 유지됩니다. 또 발효되는 과정에서 생성된 발효물질들이 빵의 맛과 향을 깊게 만들어줄 뿐만 아니라, 항산화효소 등 몸에 좋은 효소 들이 생성되기 때문입니다. 고구마발효차는 찐고구마와 함께 먹던 동치미 국물에서 생각해낸 건데요, 고구마빵을 먹을 때 고구마발효차를 시원하게 또는 따뜻하게 드시면 참 좋습니다.”

-군에서 따로 지원이 없다고 들었습니다. 추후에 연락이 온다면요
▶“해남군민으로서 스스로 해내는 것에 큰 만족과 자부심을 느낍니다. 저에게 있어 제빵은 생계를 위한 일이기도 하지만 난 참 괜찮은 사람이라는 것을 느끼게 해주는 소중한 일입니다. 해남군에서 실질적인 지원책을 주신다면 기꺼이 수용하고 싶습니다. 과거에는 관이 주도하고 민이 따라가는 형태였지만, 오늘날은 관과 민이 협업을 하는 시대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지금까지 이뤄온 성과를 존중해주고 함께할 수 있다면 언제든 환영합니다. 또한 더 많은 분들이 해남의 특산물을 활용한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인 지원을 펼쳐주시면 좋겠습니다.”

-해남 고구마에 대한 애정이 대단한데요. 이유가 있나요
▶“고구마는 아열대작물로 일본을 통해 전래된 것이라 전라도에서 특히 재배가 잘 이루어집니다. 해남은 따뜻한 남쪽 마을이면서 해풍이 좋아 작물의 성장에 이로운 환경입니다. 무엇보다 고구마는 지면 속에서 자라는 뿌리를 먹는 것이라 토질이 매우 중요한데, 해남의 풍부한 황토야말로 고구마 농사에 적격입니다. 그래서 해남 하면 고구마, 고구마 하면 해남이라는 등식이 성립된 것이지요.
예로부터 고구마는 구황작물로 인기가 있었는데, 줄기는 나물로 해 먹고 뿌리는 밥 대신 먹을 수 있어 가난한 사람들의 굶주림을 면하게 해주었기 때문입니다. 구황작물의 대표인 고구마가 풍요의 시대인 오늘날에는 외면받기 시작한 것입니다. 배고픔을 해결해주는 음식이라는 것만으로 고구마 소비를 증대할 수 없어, 고구마를 활용한 다양한 가공식품 개발에 애쓰고 있습니다.”

-고구마 농사도 직접 지으시나요
▶“고구마 농사를 직접 지으라는 제안도 받았지만 잘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최고의 성과를 낼 수 있는 것 같아 고구마 농사는 짓지 않고 있습니다. 해남에는 친환경으로 농사를 잘 짓는 고구마 농부님이 많습니다. 고구마빵은 일 년 내내 만들어야 하는데, 고구마를 보관하고 관리하는 일이 만만치 않습니다. 농가에서는 고구마 저장 및 관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매일 필요한 양의 고구마를 사는 것이 여러모로 좋습니다.
애써 농사지은 귀한 고구마를 잘 활용하는데 제 역량을 집중하고자 합니다.”

“해남고구마 천연발효빵뿐만 아니라 해남 쌀보리를 이용한 찰보리빵을 선보이고 있으며,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건강에 좋으면서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제과·제빵 제품을 만드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함께 이루는 성장에 대해서 의견을 말씀해주신다면요
▶해남고구마 천연발효빵뿐만 아니라 해남 쌀보리를 이용한 찰보리빵을 선보이고 있으며, 천연발효식초음료 등 다양한 제품을 개발해, 건강에 좋으면서 지역과 상생 발전할 수 있는 제과·제빵 제품을 만드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고구마 천연발효종은 특허를 출원해 곧 등록이 마무리되는 단계에 이르렀습니다. 집집마다 된장 맛이 다르듯 해남고구마 천연발효종으로 피낭시에만의 빵 맛을 만들어가려고 합니다. 특색과 매력이 넘치는 제빵 아이디어를 통해 해남의 특산물을 활용해 함께 발전 해나가고 싶습니다.

지역의 대표 제과점으로 자리매김하는 목표는 이미 이루었기에 혼자만의 성공이 아닌 함께 이루는 성장을 하고 싶습니다. 단순히 고구마빵이 잘 팔려 피낭시에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고구마빵을 계기로 해남을 찾는 분들이 더 많아지기를 바랍니다. 또한 해남이 살기 좋은 곳임을 알리고 이웃들이 자랑스러워하는 고구마빵이 되기 위해, 고구마만 매일 생각합니다. 해남 고구마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합니다.”

가현정 객원기자
● 귀농인문학아카데미 대표
● 한국독서치료학회 이사
● 법무부 인성교육, 독서치료 및 국방부 독서코칭 담당
● 대통령상타기 고전읽기 백일장 심사위원
● 경기도교육청 공모제 교장 심사위원
● 자유학기 진로체험 작가부문
● 은평대학 학과장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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