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은 보험산업 재도약의 원년이 되길

[정책과 기업]

교보생명 최인규 정책지원팀장입력 : 2019.01.30 17:23
보험은 상부상조와 단체성
●보험은 일반적으로 “상부상조를 위해 많은 계약자들로부터 보험료를 받아 ‘공동 재산’을 준비하고 사고를 당한 사람에게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정의된다. 풀이하자면 약정한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계약자 모두가 조성한 자산이잘 관리되어야 하고 그것이 상부상조를 실현하는 길이라는 뜻이다. 이를 위해 보험에는 ‘대수의 법칙’, ‘수지상등의 원칙’이 엄격 하고 정교하게 적용되며, 전체 보험 가입자 에게 공정한 이익이 공유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단체성이 강조된다. 불공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는 상황을 묵인하거나 당연시 된다면 대다수 선량한 가입자는 보험료 부담이 커지는 피해를 입게 된다. 그래서 우리는 보험사기를 경계함은 물론 부당하거나 객관성·형평성에 어긋나는 보험금 지급 청구에 대해서는 법에 약관에 근거해야 한다. 보험의 모든 이해관계자는 상부상조의 원칙과 단체성이 잘 유지되도록 정직 성실 하게 임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40만 명의 보험 전도사
보험산업의 이해관계자 중 대표적인 당사자는 보험설계사이다. 보험설계사는 보험 산업 성장의 주역이었으며 현재도 보험산 업을 지탱하는 기반임이 틀림없다. 2000년대 이후 다양한 신채널이 등장하고 은행 창구에서 저축성보험 판매를 하는 방카슈랑스가 허용되면서 보험설계사들의 고객 기반은 많이 흔들렸으나 여전히 꿋꿋하게 그 자리를 지키고 있다. 보험회사와 계약한 보험설계사들은 해당 보험회사의 보험상품 판매는 물론 보험회사의 고객이 될 소비자와 최접점에서의 신뢰 구축과 서비스 제공을 해야 하므로 보험회사는 철저한 교육을 통해 보험설계사의 전문성을 제고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교육시간은 매일, 매주, 매월 마련되며 활동 기간이 긴 설계사들에 대해서는 심도 깊은 교육 과정을 마련하여 진정한 스페셜리스트로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변액보험을 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로 변액보험 판매 자격도 획득해야 한다. 정해진 시험과 교육 장치들은 고객에게 최적의 보험 가입을 설계하여 권유하고, 보험 가입의 목적이 잘 달성되도록 관리하기 위한 것이며, 이를 위해 보험사는 교육운영에 많은 투자를 하는 현실이다. 갈수록 대형화되고 있는 GA(보험대리점/특정 회사에 소속되지 않은 보험설계사와의 계약을 통해 보험판매업을 하는 사업자) 중일부는 대형 보험사와 계약을 하고 교육을 마친 설계사들을 집중적으로 스카우트하기도 한다고 들었다. 이는 보험회사의 교육 체계가 그만큼 우수하다는 방증이며, 보험 영업을 위해서는 일정 수준 이상의 자질을 갖추지 못할 경우 경쟁력이 없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슈퍼히어로를 기다리는 45만 명
전국에서 활동하는 보험설계사의 숫자만 40만 명이다. 여기에 보험회사의 임직원등 직간접적 이해관계자를 모두 합하면 대략 45만 명 이상이 보험산업 종사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최근 이들의 사기가 그리 높아 보이지 않는다. 경기가 침체되어 보험 가입고객이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으며, 보험에 가입하려는 잠재고객도 점차 줄어드는 상황이며, 보험에 가입한 고객들도 경기난을 이유로 보험계약을 해지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구조조정 방안을 내놓는 보험회사들도 점차 늘고 있다. 경제상황과 보험시장 구조 모두가 보험산업 관계자들의 사기를 저하시키고 있는 것이다. 보험회사에 투자한 투자자들마저도 보험사 주가 하락으로 사기가 떨어져 있을 것이 분명하다. 게다가, 보험산업을 부정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여전히 많다. 정당하고 합리적인 비판은 성장과 발전의 밑거름이 되겠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상대방을 주눅들게 하고 결국 사기를 잃게 만들고 만다. 만약 보험에 대한 선입견 또는 단편적인 경험으로 그냥 싫은 대상이 된 것이라면 보험에 대해 좀 더 알아보시길 권유하고 싶다. 거창한 무엇을 위해서라기보다는 45만 명에 이르는 보험관계자와 보험산업에 투자하고 있는 사람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서 말이다. 만약 누군가 45만 명의 사기진작을 위해 노력해준다면 그는 보험산업의 슈퍼히어로가 될 것이 분명하다.

위기는 곧 기회
보험산업에 종사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그동안 경험해온 우리나라 경제·금융 환경 특히 보험산업의 환경은 낙관적인 전망을 해 온적이 없었다. 1997년 IMF 이후 국가 적인 위기를 겪었고 은행의 도산과 구조조정으로 인해 금융산업 전체와 국민들이 고통을 받았었다. 그 이후에도 2002년 카드 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 크고 작은 위기들의 주기적 등장으로 한 치 앞을 내다보지 못하는 환경의 연속이었다. 더불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에는 우리 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금융위기 재발을 막기 위해 금융기관 대상 재무건전성 관리를 엄격하게 바꾸어가면서 산업 전반에 내린 서리가 녹을 겨를이 없이 지금에 이르렀다고도 할 수 있다. 결론적이지만, 아주 정교한 보고서를 읽지 않더라도 2000 년대 이후 보험을 비롯한 금융산업 전반은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그 원인은 어느 하나에 있지 않음은 분명하다. 비재무적 리스크까지 언급하자면 이 지면은 너무 좁다.
앞서 언급한 매머드급 리스크에 대해 지금은 차분히 거론할 수 있지만 당시를 회상해 보면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다. 이러한 리스크 속에서 그나마 성장을 이어온 산업의 경쟁력은 충분히 그 자체로 인정받을 만할 것이다. 보험산업은 리스크를 관리 하고 리스크에 대응하는 산업이다. 우하향하는 실적·전망 데이터는 차치하더라도 규제의 강화와 불확실성의 연속에 따른 위협에 극적인 반전을 갈망하는 필자의 심정으로라도 보험산업은 앞으로도 리스크에 잘대응할 것이고 이겨낼 것이며 더욱 성장해 나갈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위기를 기회로 이겨내는 데 보험만큼 적격인 단어도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보험산업 순기능과 보험의 가치
보험산업의 최우선적 순기능은 약정된 보험금 지급이다. 고난이 닥쳤을 때 지급받는 보험금은 보험의 효용을 느끼는 계기가 된다. 보험금 지급 외에도 보험이 갖는 순기능은 많다. 우선 고용의 창출이다. 보험산 업이 없다면 45만 명의 직업이 없는 것이 고, 보험산업이 위축된다면 45만 명이 위축된다. 둘째는 사회보험의 보완재 역할이 다. 국가정책적으로 운영되는 사회보험에 서 보장하지 못하는 부분을 민영 보험산업이 보완하는 것이다. 사회보험과 민영보험의 차이는 운영의 주체와 형식의 강제성에 있으나 운영원리는 같다. 셋째는 보험은 단순히 보험계약자의 리스크 인수와 손해보전이라는 본연의 기능 외에 소비 진작과 기업 생산성 제고 유도 등 다양한 경로로 국가 경제성장에 튼실한 디딤돌 역할도 하고 있다. 넷째는 보험회사는 금융중개를 통해 효율적 자원 배분과 함께 생산자본 형성에도 기여해 국가경제에 활기를 불어넣는 역할을 그동안 담담히 수행해왔다. 국제연합 무역개발협의회(UNCTAD)는 “건실한 보험시장은 경제성장의 본질적 특징” 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실질적 보험산업 경쟁력 제고 필요
금융산업은 은행, 보험, 금융투자업으로 크게 구분된다. 이 중 은행은 국가적인 보호와 육성정책을 근간으로 성장해오면서 대형화되었고 금융투자업은 2009년 시행된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을 계기로 경쟁력 강화의 기반이 마련된 바 있다. 보험 역시 정부가 수차례 경쟁력 강화 방안을 추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보험에 대한 경쟁력 제고 정책의 실효성은 그다지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것 같다. 보험산업의 순기능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보험 법제가 개선된다면 자연스럽게 경쟁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보험산업에 사람이 모이도록 하고, 사회보험의 보완재로서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하며, 소비 진작과 기업 생산성 제고 역할을 보다 적극적으로 하도록 하며, 금융중개자로서 역할이잘 수행되도록 하는 고민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보험산업의 또 한 가지 큰 문제는 보험학 연구자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산업의 위축 때문인지 학문의 어려움 때문 인지 전통의 보험학문을 발전 계승할 연구자가 줄어든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현상이 아니다. 좋은 학자에게서 배운 학생이 산업에 기여하고, 산업이 발전하게 되면 좋은 학자가 늘어나고 배우는 학생도 늘어나는 선순환이 일어날 것이다. 그러한 선순환의 시작은 산업의 경쟁력 확보임이 틀림없을 것이다. 더불어 우리나라의 보험 전공학 부, 대학원 과정에 대한 정책적 지원과 관심이 긴요한 상황이다. 잘 달리는 말이 되려면 채찍은 물론 당근이 필요한 법이다.

보험산업 이해관계자들의 자정 노력도 중요
필자의 지인께서 어느 날 들려주신 “보험은 농사짓듯이 해나가야 하는데 요즘은 사냥 하듯이 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는 얘기를 듣고 깊은 공감을 하였다. 교육을 백년 지대계라 부른다. 먼 앞날까지 내다보고 세우는 크고 중요한 계획이어야 한다는 뜻이 다. 보험도 다르지 않다. 특히 생명보험은 짧아야 20~30년, 길게는 사람의 생사와 그 기간을 같이하는 초장기 상품이다. 이러한 산업에서 먼 앞날을 내다보지 못하고 단기 성과에만 치중하다 보면 산업의 건강한 지속성장이 불가능하게 될 것이다. 상품개 발과 판매, 유지관리, 자산운용, 보험금 지급 등 보험경영의 단계 중 한 부분에서라도 근시안적인 운용을 하게 된다면 나머지 모든 과정도 영향을 받게 되는 것이 보험이 다. 보험산업의 많은 이해관계자가 이러한 우려에 공감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본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은 무엇이든 관심을 갖고 깊이 들여다보면 그 속에서 소중한 존재와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보험산업도 자세히 보고 오랫동안 보아주는 사람들이 늘어나서 그 가치가 세상에 널리 퍼져나가기를 기대한다. 2019년은 보험이 금융산업의 큰 축으로서 역할에 걸맞은 위상을 회복하는 한 해이자 재도약의 원년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해본다.


최인규
교보생명 정책지원팀장
성균관대 금융학(보험) 석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1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