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일 교수 “한국당, 예상 가능한 패만 나온다”

[여의도 나침반]누가 되든 환골탈태는 어려운 게 이번 전당대회의 한계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 입력 : 2019.02.01 11:20
▲노동일 교수가 인터뷰에 응하고 있다./사진=더리더
자유한국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가 다가옴에 따라 출마로 결심을 굳힌 후보들이 속속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차가웠던 민심도 과거 정치 향수를 자극하는 올드보이들의 귀환에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보수진영의 잠룡이라 불리는 거물급들이 잇따라 출마를 시사하며 보수 지지층을 집결시키는 분위기다.

합리적인 정치평론으로 정평이 난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를 만나 자유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에 대해 조언을 구했다. 노 교수는 “나오겠구나 하는 패만 나온다”고 말하고는 “지금은 가라앉은 탄핵 프레임이 다시 작동할 수 있는 불씨가 살아 있는 데다가 황 전 총리의 입당으로 계파싸움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고 평했다. 또 “누가 되든 참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는 어려운 게 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 한계다”고 덧붙였다.
논란이 되고 있는 공수처 도입에 대해선 검찰의 권한 분산 차원에서 꼭 필요하지만 실현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인터뷰 말미에는 손학규 대표의 단식으로 불이 붙었던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적합성에 대해 언급하며 대통령제에서 가능한 권력분산형 개혁부터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주장도 펼쳤다.

-그간 방송에서 볼수 없었다. 어떻게 지냈나
▶정권이 교체되면서 패널이 바뀌는 건 어쩌면 당연하다. 방송에서 보수 패널이 줄어든다. 확실하게 진보적 성향의 사람들이 방송에 더 많이 보이는 게 사실이다. 

-황교안 전 총리가 자유한국당에 입당하면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정치를 하는 그 자체가 자유한국당에는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 벌써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자유한국당의 전당대회가 그저 그렇게 흘러가다가 황 전 총리가 입당하면서 주목도가 높아졌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정치활동을 안 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예전에 고건 전 총리도 그랬고, 반기문 전 총장도 마찬가지였다. 각자 분야에서는 훌륭한 업적을 남겼지만 정치는 또 다른 분야다. 쉽게 생각하면 안 된다.
2013년 연구년으로 미국에 가있을 때 <워싱턴 포스트>지 1면에 오바마 대통령, 김용 세계은행 총재, 반기문 UN사무총장 세 사람의 사진이 대문짝만 하게 나왔었다. 세계 빈곤 퇴치에 대한 기사였는데 세계를 움직이는 3인으로 묘사됐다. 뭔가 뭉클한 기분이 들더라. 반기문 전 총장도 그런 위치까지 올랐지만 정치판에 뛰어 들었다가 정말 속된말로 어느 총에 맞을지 모르는 상황을 겪지 않았나.
황 전 총리도 그럴 가능성이 높다. 본인은 구국의 일념으로 참여한 거 같다. 아까 이야기한 대로 보수진영엔 도움은 되겠지만 본인이 뭘 하겠다고 하는 순간 진흙탕을 맛보게 될 거다. 평생 꽃길만 걸은 사람인데 정치에 어두운 면은 생각했던 것과는 다를 것이다.

- 자한당 전당대회에 잠룡들이 잇따라 당 대표 출마를 시사하며 보수 지지층을 끌어 모으고 있다.
▶잠룡이라 할 수 있는 사람들이 거론되는 건 자유한국당 전대흥행 면으로는 플러스 요인이다. 언론의 관심을 갖게 하고 합종연횡의 가능성 등으로 흥미를 배가하는 요인은 충분하다. 하지만 보수세력 전체로 봐서는 마이너스다.
결국 지금은 가라앉은 탄핵 프레임이 작동할 수 있는 불씨를 품은 채로 황 총리로 인해 계파싸움 양상으로 흐를 수밖에 없다. 누가 되든 참신하고 새로운 이미지를 가진 정당으로의 환골탈태는 어려운 게 한국당의 이번 전당대회의 한계다.

-자한당의 지지율이 올라가고 있는 건 어떻게 보나
▶자유한국당에 김병준 체제가 들어서면서 인적 청산을 바로 했어야 했다. 그때엔 그런 과정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누구나 했기 때문에 반발이 크지 않았을 거다. 안 할 것처럼 하고 있다가 방송에 나와서 이름이 알려진 전원책 변호사를 불러 청산을 한다고 하니 반발할 수밖에 없었다. 내용과 형식 면에서 다 실패했다.
구조적으로는 모든 현안에서 치열함이 없다. 이른바 시민사회에도 보수 단체가 많은데 그런 사람과의 연계도 없고, 한계가 많다. 더불어민주당의 집권 과정을 보면 완전히 판을 바꾸려는 생각으로 움직였다. 이슈가 생기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대중적으로 확산시켰다. 역량이 있었다.
자유한국당의 지지율 상승은 현 정권의 인기가 떨어져 반사이익으로 오르는 게 전부다. 과거 노무현 탄핵을 바탕으로 보수가 지리멸렬했을 때 총선에서 살아났던 건 ‘박근혜’라는 미래 권력에 대한 전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인물이 없어서 한계가 있다. 황 전 총리에겐 그런 걸 기대하긴 어렵다. 자유한국당의 한계는 새롭게 거듭나질 못하고, 새로운 인물도 없다는 거다. 차기 주자로 가능하다 싶은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주연이 없이 조연만 있다.
▲노동일 교수

-더불어민주당은 젊은 정치인이 전면에 나서는 데 반해 자유한국당은 올드보이 소환에 집중하는데 어떤 이유라고 보나
▶당에서 그런 걸 전혀 용납하지 않고 사람을 키우지 않는 풍토가 있을 수 있다. 구상유취(입에서 아직 젖내가 난다는 뜻)하면서 일축하는 문화가 있는지 아니면 개개인이 결기가 부족한 것인지 모르겠다. 너무 옛날이야기지만 YS나 DJ가 치고 올라올 때 원로들이 젖비린내 난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깃발 들고 나서니까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식으로 대통령까지 오르는데 자유한국당에선 모난 돌이 되는 걸 두려워하는 거 같다.
총선이든 그 다음 대선이든 희망이 없더라도 그 뒤에 가능성을 보여주려면 판을 완전히 바꿨어야 했다. 서울시장 선거도 그렇고 완전히 다른 사람을 내놨어야 하는데 전혀 그런 걸 보여주지 못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모두 예상 가능한 패였다. 나오겠구나 하는 패만 나온다.

-최근 정치인의 1인 방송이 화제가 되고 있다
▶다양한 시각의 방송이 늘어나는 건 좋은 현상이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과 이낙연 총리가 가짜 뉴스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하겠다고 했다. 이와 관련해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결과는 이런 방송이 늘어나는 게 왜 좋은지에 대한 해답을 준다. 바로 페이크 뉴스의 가장 좋은 처방이 모어 뉴스라고 밝히고 있기 때문이다. 가짜 뉴스가 나오면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이 참여해 의견을 내고, 국민이 어떤 뉴스를 선택을 하는지를 보면 가짜 뉴스를 가려낼 수 있다는 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다양한 색깔을 가진 미디어들이 나오는 건 긍정적이다.

종편이나 공영방송 같은 기존 매체들은 제약이 커서 제대로 된 진실을 밝혀내기가 어렵다. 하지만 유튜브 방송은 다르지 않나. 여러 의견을 비교하고 진실이 뭔지 파악할수 있다.
다만 한 가지 걱정은 서로 다른 이야기를 비교해보면 진실의 실체를 알 수 있는데 대개는 자기 성향에 맞춰서 늘 보는 것만 보니까 신념이 고착화된다. 다른 성향의 방송도 보면서 진실을 다각도로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

- 직접 해볼 생각은 안 해봤나
▶생각은 있었지만 접었다.(웃음) 분석적이고 합리적으로 시시비비를 가리자는 입장은 인기가 없다. 극단으로 가고 눈길을 사로잡는 그런 사람이 대세다. 그렇게 운영해야 구독자수가 늘어난다. 훗날 퇴직하고 나서 지금은 자제하는 발언들을 쏟아낼까 하는 재미난 생각도 해본다.

- 앞서 언급한 가짜 뉴스에 대해 수용자는 어떤 입장을 가져야 하나
▶그런 걸 구독하는 분들은 사실이더라도 진실은 아닐 수 있다는 생각을 염두에 두면서 보면 좋겠다. 예를 들어 조선일보와 한겨례의 보도를 비교해보면 같은 사실을 두고도 전혀 입장이 다르다. 같이 봐야 진실에 가까워진다. 유튜브 시대에도 그런 생각이 중요하다. 외국에 페이크 뉴스 연구자들을 보면 사람들이 결국 가짜뉴스는 미디어의 문제가 아니라 수용자의 문제라고 정의하고 있다. 아무리 규제하고 없애려 해도 결국 믿고 싶은 것을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수용자의 문제로 본다.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설치에 대해 청와대 청원이 심상치 않다. 어떻게 보나
▶검찰의 권한 분산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실현은 어렵지 않을까 싶다. 현실적으로 검찰이 정권에 입맛에 맞게 잘하고 있다. 눈치만 주면 적폐 수사도 하고 여러모로 검찰이 잘하고 있어서 지금은 어렵다고 본다.
현 정권은 비리가 없겠나. 김태우 수사관 문제나 우윤근 대사의 제보도 있었다. 분명 의혹이 있지만 수사를 안 한 부분도 있다. 만약 검찰 개혁을 한다고 하면 분명 그런 문제들을 끄집어낼 것이다. 과거 예가 그렇다. 정권 초기에 대통령이 지지율 80%에 가까웠을 때 틀어쥐고 했어야 한다. 전략으로 늦었다.

-그렇다면 검찰 개혁에 다른 방법은 없나
▶검찰 개혁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국민의 참여다. 사법권이 법원에 속한다고 되어있지만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 것이다. 검찰권 기소할 때 배심 제도를거치는 방법으로 참여하는 것이다. 시민이 기소단계에 직접 참여해 검사의 기소재량권 남용을 통제함으로써 민주적 정당성과 공정성 등을 확보하게 해주는 제도다. 헌법상으로 충분이 도입이 가능하다. 
▲노동일 교수

-최근 관심 있는 현안은 무엇인가
▶로스쿨에 몸담고 있다 보니 제도 정착에 대한 아쉬운 부분이 많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모여 법과 지식을 가르쳐 사회 내보낸다는 로스쿨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그런데 다양한 교육은 실패한 거 같다. 너무 변호사 시험 합격률이 낮아 거의 고시학원 수준이 됐다. 다양한 교육, 언론에 관한 법이나 정치 관계법 등을 교육하고 싶은데 학생들이 선택을 하지 않는다. 로스쿨을 졸업한 변호사들이 다양한 분야로 침투해 법적인 마인드가 사회 곳곳에 스며들면 좋겠는데 이런 부분이 미흡하다. 

-2020 총선 어떻게 전망하시나
▶체감 경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내년 총선 전까지 정권에 위기로까지 갈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 또 문 대통령이 올 들어 경제 행보를 펴고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해소가 될 수도 있다. 이런 부분은 바람직하다. 또 남북 정상회담이 상반기 중에 가능하고, 김정은의 답방 가능성 같은 이벤트도 있어 플러스 요인은 충분하다.
자유한국당은 대안 세력이 돼야 하는데 역부족이다. 역사를 보면 집권 말엔 정부에 대한 반감이 고조된 시기로 비난만 하면 반사이익을 얻는 시기인데 그럴 가능성은 없을 것 같다. 

-선거제도 개혁에 불씨가 지펴지는가 했는데 다시 조용해지는 거 같다.
▶정치의 큰 문제가 야당일 때는 주장하다 여당이 되면 나 몰라라 하는 거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정치 행태가 문제다. 여야 거대 정당이 집권도 해보고 야당도 해보고 두 번씩 돌아갔다. 민주적 행태가 정착돼야 하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 5당 체제라서 정치가 나아졌다는 생각은 안 든다. 되레 선진화 법이 동물 국회를 발전시켰다는 데는 공감한다. 여기서도 느낄 수 있듯이 바꾸기 어려운 하드웨어에 집중하기보다는 소프트웨어부터 돌아보는 게 중요하단 생각이다. 

교섭단체 문제만 봐도 그렇다.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지금도 의석이 있지만 국회 운영에 있어 목소리를 못 내고 있다. 비례대표의 기준은 전국 지지율 3%를 넘거나 지역구에서 5석 이상을 차지해야 한다. 그 기준을 최소화하든지 교섭단체를 아예 없애고, 원내 들어오면 다 목소리를 내게 해주는 방식으로 소프트웨어를 바꿔주는 쉬운 개혁이 필요하다.

또 하나 예는 쪽지 예산에 대한 것이다. 기록이 남질 않아 비판이 많은데 이 부분도 예결소위를 포함해 모든 기록을 하도록 바꿀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
독일은 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 돌아가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잘되란 법은 없다. 기본 풍토가 이런데 아무리 좋은 제도를 이식해도 효과가 없을 수 있다. 쉬운 건 안 하려고 하고 뭔가 거대한 것을 해야 개혁이라고 생각하는 게 문제다.

-“정치권 이렇게 바뀌어야 한다” 한말씀 부탁드린다.
▶우린 대통령제 국가기 때문에 늘 제왕적 대통령제가 문제였다. 대통령제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한다는 건 민심을 반영하자는 취지다. 선거에서 나타난 민심을 반영하는 게 더 민주적이다. 대통령 지지율은 보통 40% 정도로 당선이 된다. 나머지 2위와 3위를 한 후보와 당에게도 내각 구성권을 양보하면 권력은 자연적으로 분산되는 효과가 있다.
또 현행 헌법 87조에 따르면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국무총리가 형식적으로 절차를 거쳐 제청하는데 실제로 헌법대로 하면 대통령의 권한에 제약이 생길 것이다. 또 공공기관장은 대통령이 임명하게 되어 있고, 장관은 허수아비다. 기관 사람들도 장관이 머라고 하는지는 관심이 없다. 부처 필요에 의해 만들어졌지만 청와대 눈치만 보고 있다. 소관 부처의 장이 임명하도록 하면 저절로 권력도 분산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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