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의 무게’…권미혁 “토씨 하나 끝까지 고민한다”

[국회in]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머니투데이 정치부(the300) 조준영 기자입력 : 2019.02.08 15:55
지난달 17일 찾은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931호.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깊은 한숨소리가 들렸다. 2018년 11월 더불어민주당의 새 원내대변인 자리를 맡은 권미혁 의원이 자료를 훑어보고 있었다. 3개월 남짓한 시간 동안 정부예산안, 광주형 일자리, 윤창호·김용균법, 김태우·신재민 폭로 등 동시다발적으로 터진 사건들에 정신 차릴 새가 없었다. 그의 책상엔 한 움큼 되는 자료가 쌓여 있었다. 국정 전반에 관한 질문지를 사전에 보낸 결과다. 그는 웃음기를 머금고 “대변인의 고충이 뭐냐면요, 너무 많은 걸 물어본다는 거예요”라고 했다. 그는 질문 중간중간마다 자료를 뒤적이며 답했다. 하지만 인터뷰 중에도 쉴 새 없이 울리는 핸드폰 진동에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 또 무슨 일이 났나요?” 배석한 보좌진에게 다급히 묻는 모습을 보니 또 기자들의 연락이 쏟아진 것으로 보였다. 2년 넘게 계속된 다당제다. 게다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여당 대변 인이 내는 논평은 그날의 협상을 원만하게도, 불발시키기도 하는 파급력을 지녔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대변인의 무게, 글자 하나에 실리는 ‘정무적 판단’
권 의원은 “어떤 논평을 낼 때 ‘우리가 이 법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어떤 걸 협조해야 되나’라는 생각을 한다”며 “말하는 순간 책임을 져야 하니 토씨 하나 넣을까 말까 고민한다”고 압박감을 털어놨다.
또 기자들의 쇄도하는 질문에 대응하기 위해 최근 현안 등 파악해야 할 게 너무 많다는 애로사항도 있다. 권 의원은 “(한 기자는) 방금 어떤 의원이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는데 어떻게 생각하냐, 이런 사건에 대한 당의 입장은 뭐냐고 묻는다”며 “기자들이 1700명 정도 된다고 하는데 일일이 맞춰주는 게 힘들다”고 했다.
권 의원은 ‘원내’ 대변인이다. 세부적으로 당 대변인과 결이 다르다. 원내대변인은 교섭단체 대표협상, 본회의 일정, 상임위 쟁점, 입법마련 및 교섭 등 국회가 돌아가는 일을 조목조목 정리해 외부로 알리는 역할을 한다. 반면 당대변인은 ‘당의 입장’에 최적화된다. 최근 손혜원·서영교 의원에 대해 당이 어떠한 처분을 내릴지, 손금주·이용호 무소속 의원의 입·복당 심사 결과와 같은 사안에 대해 입장을 밝히는 일을 한다.
하나의 논평은 집단의 힘으로 작성된다. 원내 대변인이 속한 의원실과 원내대표실 또는 당직자들과 의논을 하며 논평 아이템을 찾는다. 다른 당의 논평 내용과 수위도 확인한다. 여기서부턴 정무적인 판단이 들어간다. 원내협상 과정에 해당 논평이 윤활제가 될지 브레이크를 걸지도 고려해야 한다. 논평을 작성한다 해도 어떤 ‘톤’으로 써야 할지 세심함이 요구된다.
당 외부로 메시지를 전하는 일인 만큼 호응도를 살피는 건 필수다. 소위 ‘먹히는’ 논평을 썼느냐가 중요하다. 권 의원은 “2명 정도 패널이 나와 대담하는 프로그램에서 우리 당 의원들이 제가 낸 논평을 인용할 때 자부심을 느낀다”며 “기자들도 제 논평을 많이 받아 작성해주시면 ‘먹히는 걸’ 냈구나 싶다”고 했다.

“여전히 소득주도성장은 맞다.” 대변인이 진단한 민주당
윤창호법·김용균법 등 화제가 된 법안만이 아니다. 권 의원은 전반기 국회에서 민주당이 시급한 민생법안을 통과시켰다고 호평했다. 법안과 예산이 정치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우수한 성적이란 설명이다. 권 의원은 포용국가를 지향하는 정부기조에 맞춘 아동수 당·기초연금·장애인연금 인상도 사회안전망 강화에 큰 성과였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정부 경제정책의 논란의 중심이었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는 “조금 더 (국민들에게) 잘 설명을 했어야 하지만 우리나라가 (최저임금 인상으로) 갈 수밖에 없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우리 정부의 경제철학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경기가 너무 하락 국면이라 그렇지 경기가 좋았을 때 실현이 됐다면 더 많은 성과로 나왔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은 기간 민주당이 해야 할 일도 다시 국회의 본연의 업무인 ‘입법’이다. 권 의원은 “지난해 처리가 불발된 유치원3법·공정거래법 등을 통해 혁신성장과 공정경제 확립이 필요하다”며 “공수처법과 검경수사권 조정 등 적폐청산과 권력기관 개혁 법안들도 반드시 성과를 내야 한다”고 했다.

행안위, 검경수사권 조정 ‘후속조치’ 이뤄져야
당의 스피커를 맡고 있는 권 의원은 국회 행정 안전위원회(행안위) 소속이다. 이름에서 볼 수 있듯 경찰·소방 등을 담당한다. 그는 행안위서 시급히 처리해야 할 법안으로 ‘검경수사권 조정 등 권력기관 개혁입법’을 강조한다. 현재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 중인 해당 사안에 여야 합의가 이뤄질 경우 경찰법 개정안 등후속조치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설명이다.
과거사기본법으로도 불리는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기본법 개정안’도 시급하다. 해당 법안은 과거 국가폭력 사건의 진상규명을 위한 ‘진실화해위원회’ 활동 재개를 위한 법이다. 권의원은 “참여정부 때 1기 위원회가 출범했지만 짧은 조사활동으로 상당수 피해자에 대한 조사가 완료되지 못했다”며 “1기 활동 종료 후 아동 청소년 강제수용 등 국가폭력 사건이 추가적으로 드러났다”며 2기 위원회가 하루빨리 구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의원은 계속해 반복되는 안전사고에 관한 질문엔 한숨을 내쉬며 “법은 많이 마련돼 있는데 사각지대가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점검 등 관리감독 부실과 함께 최근 일어나는 안전사고들의 공통점이다. 마포 일대 통신을 마비시킨 KT 통신구 화재가 대표적이다. 500미터 미만 통신구가 스크링클러 등 소방시설 설치 의무가 없는 문제점이 드러나 정부가 의무화하겠다고 밝혔지만 여기에 사각지대가 있었다. 전기·가스· 통신시설이 함께 들어가 있는 ‘공동구’만 강화된 소방시설 기준이 적용되고 통신 또는 전력만 설치된 단일 지하구엔 적용되지 않는 문제점이 드러난 것. 권 의원은 이와 관련한 소방시설법 발의를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정치인’ 권미혁, 다음 도전 여부 곧 결정할 것
한국여성민우회 대표를 지내는 등 시민사회계에서 잔뼈 굵은 권 의원은 ‘똑소리’ 나는 의정활동으로 이름을 날렸다. 지난해 행안위 국정감사 에서 터뜨린 ‘웹하드 카르텔’ 이슈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삭제 요청한 불법촬영물이 여전히 웹하드에서 검색되는 실태를 고발하며 웹하드 업체들의 ‘이중페이지’ 꼼수 등을 드러냈다. 이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일명 ‘양진호 사건’이 터지자 권 의원은 해당 분야 전문가로 매스컴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초선 비례대표다. 총선이 1년여 남았다. 지역구 없이 국회에 입성한 그에겐 다음 지역구를 정하는 게 최우선 과제다. 그는 여전히 고민 중이다. 국회가 돌아가는 ‘메커니즘’을 익히는 데 2년이 걸렸다. 후반기엔 더 많은 역할을 하고 싶다는 포부도 밝혔다. 그는 “여성의원들이 정치적 경험을 갖기 쉽지 않으니 너무 아깝다. 더했으면 좋겠다는 제안들을 많이 한다”며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권 의원은 끝으로 ‘정권의 성공’을 강조했다. 정부의 국정 지지도에 따라가는 당 지지도를 보면서다. 하지만 그는 “정부의 국정 철학을 돕는 것만큼이나 국회가 제 역할을 더 해야 하는 과제도 있다”며 민주당에 주어진 ‘이중과제’를 풀 지혜를 모색하고 있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1959년 1월 10일생(대전광역시)
이화여자대학교 법학대학 학사
한국여성민우회 대표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공동대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더불어민주당 뉴파티위원장
現 제 20대 국회 전반기 여성가족위원회 위원
제 20대 국회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제 20대 국회 저출산고령화대책특별위원회 위원
더불어민주당 원내부대표
제 20대 국회의원(비례대표/더불어민주당)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2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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