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립독성프로그램(NTP), ‘비스페놀A 유해하지 않다’ 발표

▲(왼쪽부터) 세계보건기구(WHO) 식품안전성 자문위원회 전문위원인 정상희 호서대학 교수와 미국화학협회 스티브 헨지스 박사가 지난 2018년 10월 초, 미 보건부 산하 국립독성프로그램의 ‘비스페놀A의 위해성에 대한 최종 보고서’ 발표와 관련해 대담을 나누고 있다.

2018년 10월 미 정부의 ‘CLARITY 연구(비스페놀A 안전성 종합연구)’ 결과 발표
●스티브 헨지스 박사는 미국화학협회의 폴리카보네이트/비스페놀A 글로벌그룹 전무이사로, 15년 이상 비스페 놀A에 관한 과학적 연구에 깊게 참여해온 전문가이다. 정상희 교수는 한국인으로는 최초로 세계보건기구(WHO)로부터 식품안전성 자문위원회 전문위원으로 임명돼 현재 왕성하게 활동하고 있는 식품안전 분야 독성전문가이다.

CLARITY 연구결과는?
정상희 교수(이하 정 교수) : 위해성을 연구 하는 학자로서 최근 미 보건부 산하 국립독성프로그램에서 수행한 ‘BPA의 만성노출 위해성에 대한 연구결과’의 구체적 내용이 매우 궁금하다.

스티브 박사(이하 헨지스 박사) : 이미 지난 2018년 5월에 보고서 초안이 발표됐고, 같은 해 10월 최종 연구결과가 발표됐다. 예상했던 것처럼, ‘비스페놀A는 유해하지 않다. 그리고 또 일상생활 속에서 비스페놀A 를 함유한 제품을 사용하며 노출되는 수준 으로는 인체에 유해한 영향이 전혀 유발되지 않는다’는 것을 재확인했다. 이번 연구는 그동안 연구결과였던 ‘비스페놀A는 인체에 흡수되더라도 곧바로 대사를 거쳐 신속히 배출된다’에 대한 확인인 것이다. 다시 말해 ‘유해하지 않다’라는 연구결과를 재확 인해주고 있다.

정 교수 : 이번 연구에서 용량에 따른 영향의 종류와 정도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이용해 실험한 것으로 알고 있다.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최근 제기되고 있는 ‘비스페놀A가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처럼 작용해 임신 중 태아나 어린아이들에게 특별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는 우려의 사실 여부를 검증할 수 있도록 실험과정이 설계되었는지, 이에 대한 답을 제시할 수 있는 연구결과가 나왔다고 볼 수 있다.

헨지스 박사 : 이번 연구의 실험 설계과정을 살펴보면 말씀하셨던 에스트로겐계에 대한 우려가 과연 타당한 것인가를 알아볼 수 있도록 설계됐다. 연구결과를 통해 ‘비스페 놀A가 인체에서 에스트로겐계에 부정적인 어떠한 영향도 미치지 않는다’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실험과정의 설계에 대한 배경을 설명하자면, 먼저 가장 낮은 기준치인 2.5㎍/kg bw의 경우는 비스 페놀A가 함유된 물품을 일상생활에서 사용할 때 인체에 노출되는 수준이다. 이 용량을 사용하여 일상생활에서 비스페놀A가 주는 영향을 입증할 수 있다.

이 외에도 2.5 에서 10배씩 5단계로(2.5, 25, 250, 2500, 25000) 그 수준을 높여 2,5㎍/kg bw에서 25,000㎍/kg bw 등 총 5단계의 용량으로 연구했다. 이런 다단계 용량의 연구설계는 일부 학계에서 얘기하고 있는 ‘저용량의 비스페놀A에 노출되는 것이 높은 양보다 더 유해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신뢰할 만한 자료를 통해 과학적으로 검증하기 위함이다. 연구결과에 따르면 5단계의 용량 모두 ‘아무 영향이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

정 교수 : 그렇다면 결론적으로 기준치인 2.5㎍/kg bw뿐만 아니라 10,000배인 25,000㎍/kg bw에서도 인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헨지스 박사 : 이번 실험결과를 보면 25,000 ㎍/kg bw를 적용했을 때에도 영향이 없는 수준이다. 그리고 이보다 낮은 4개의 용량 수준에서도 유해성을 입증할 만한 것이 관측되지 않았다.

CLARITY 연구가 국제규제를 완화 시킬 것인가?
정 교수 : 지난해 EU에서는 영·유아용 식기 뿐만 아니라 모든 어린이용 식기에도 비스 페놀A의 사용을 금지했다. 어찌 보면 과도한 규제인데, EU는 왜 이번 실험결과를 비롯해 그동안의 여러 결과와 상충되는 과도한 규제를 운영한다고 보는가?

헨지스 박사 : ‘비스페놀A의 안전성에 대해 무해하다’는 과학적 연구결과로 본다면 오히려 비스페놀A에 관한 규제를 대폭 낮추어도 된다. 즉, 하루 허용치인 TDI(Tolerable Daily Intake)를 높이거나, 비스페놀 A 사용을 제한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나 EU의 사용 규제는 또 다른 측면들이 고려됐다. 즉 소비자들의 불안으로 제조사들이 이미 선행조치 한 것이 작용한 것이다.

EU의 규제는 ‘비스페놀A 가 안전하지 않으니 규제하겠다’는 주장이 아니라 ‘소비자들의 걱정이 크고 향후 어떻게 될지 모르니, 규제를 하겠다’라는 내용 이다. 제조되고 있는 여타의 제품들에 대해 추가적으로 사용 금지를 한 것은 아니다. 그냥 이미 제품에서 문제가 없으니 그 상황을 규제에 반영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을 마치 ‘EU가 비스페놀A는 안전하지 못하다’ 고 이야기한 것처럼 오해하는 경우가 많다.

정 교수 : 비스페놀A는 오해의 악순환을 겪는 물질이라 본다. 특히, 한국의 경우 이 물질의 안전성에 대해 관심이 높다. 많은 소비자가 내분비계 교란물질 하면 우선적으로 ‘비스페놀A’를 떠올린다. 이에 따라 ‘안전하다’는 조사결과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들은 EU의 규제 내용을 참고로 걱정을 하며 규제 강화를 요구하고 있다. 결국 당국이 비스페놀A는 안전성이 확인됐다고 해도 규제를 할 수밖에 없게 되고, 또다시 소비자들은 비스페놀A에 대해 여전히 유해한 물질이라고 오해를 하는 악순환을 겪고 있다. 그래서 필요 없이 과도한 사회적 비용이 지출되고 있다. 이러한 점을 해결하기 위한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

헨지스 박사 : 전적으로 동감하는 부분이다. 우리도 적극적으로 노력을 기울여, 정확한 정보를 전달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 다. 그중 하나가 비스페놀A를 안 쓴다고 알려지고 있는 ‘BPA-Free’ 라벨에 대한 것 이다. 비스페놀A에 대한 우려가 커져가면서 소비자들은 BPA-Free라는 라벨만 보고 이것은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BPA-Free는 비스페놀A 대신 다른 대체 물질을 쓴다는 것이지 결코 안전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비스페놀A가 이슈화됨에 따라 우후죽순 새롭게 등장한 비스페놀A 대체물질들은 종류도 많고 안전성에 대해 과학적으로 제대로 검증되지 않았다. 따라서 오히려 비스페놀A보다 안전성 면에서 불확실성이 더 크다. 이러한 ‘BPA-Free’ 마케팅은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는 원인 중에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과학계는 물론, 환경론자들도 비스페놀A 대체재에 대해 우려를 하기 시작했다. 혹자는 ‘비스페놀A 대체물질이 오히려 안전성 면에서 더 불확실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한 이유이다.

정 교수 : 비스페놀A는 오랜 기간 동안 연구되어왔기 때문에 분석법이나 독성평가법 등이 많이 밝혀져 있다. 그래서인지 제품에 에스트로겐계 물질이 함유되어 있는지 확인하고자 할 때 여러 에스트로겐계 물질 중에서 상대적으로 비스페놀A만 분석 하는 것에 그치는 경향이 있다. 최근 한국의 한 논문에서 여성 계산원(cashier)들의 소변 중에 비스페놀A 함량이 많고 이는 당뇨병과 연계성이 높다는 연구결과가 발표 되었는데, 이때도 소변 중 분석물질은 비스페놀A에 한정되어 있었다. 정확한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다른 물질이 원인이 되지는 않았는가’라는 의심을 품고 함께 조사해야 한다. 이를 밝히기 위해서는 복합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연구하기 쉬운 비스페놀A로 연구하다 보니 비스페놀A에 관한 자료는 계속 쌓이는 데 비해 정작 확인되어야 하는 다른 오염 물질들은 빠지는 경우가 발생 하게 된다. 따라서, ‘BPA-free’라는 라벨을 통해 안전하다는 것을 홍보하려 한다면 비스페놀A 대체물질은 과연 무엇인지, 대체 물질에 대한 화학적, 독성학적 정보와 분석법 등을 정확하게 연구하여 소비자들에게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다고 본다.

헨지스 박사 : 전적으로 동감하는 내용으로 소통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과학계의 문제이기도 하다. 과학계에서 새로운 물질에 대해 더 많은 연구를 진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제조업체들도 BPA-Free라는 라벨을 마케팅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면 실질적으로 비스페놀A가 아닌 무엇이 대체하고 있는지와 그 대체물질에 대한 안전성 검증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

정 교수 : 이번 실험결과를 통해 인체에 노출될 수 있는 상한치에서도 아무런 영향이 없었고, 많은 사람이 우려했던 유해성 부분에 서도 영향이 없음이 입증됐다. 결국 비스 페놀A는 인체에서 흡수되면, 빨리 배출되고 아주 높은 양에서도 별 영향이 없는 물질, 즉 독성이 그다지 강하지 않은 물질이 라는 것이 확인됐다. 그러나 지금 비스페놀A는 국제적으로 상당히 강한 규제를 받고 있다. 혹시 실험을 주도한 미국에서는 이번 결과를 바탕으로 기존규제의 완화 계획은 있는가?

헨지스 박사 : 향후 추가적으로 제품에 비스페놀A를 금지한다거나 제약하는 규제 의 시도는 많이 줄어들 것으로 생각한 다. 그렇지만 이미 결정된 사항, 예를 들어 유아용 젖병에 비스페놀A 사용 금지 규제는 이미 결정된 사항이고 제조사들도 규정에 맞춰 제조공정을 변경 하였기에 굳이 규제를 변화시킬 이유는 없다고 본다. 단, 유럽 같은 경우는 비스페놀 A에 대한 평가를 재확립 준비 중이며, 이번 결과를 주목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번 조사들에 대한 평가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2020년까지는 기존 입장을 견지할 것으로 보인다. 더불어 이번 연구는 FDA와 NTP 가 진행한 것이다. 이 외에도 학계에서 13 개 기관이 연구에 참여했다. 이 중 5곳은 이번 결과와 대동소이한 결과가 나온 것으로 발표됐다. 그러나 아직 8개 기관은 발표 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들이 연구결과를 모두 발표하게 되면, EU의 유럽식품안전청 (이하 EFSA)이 TDI를 어떻게 조정할지 감이 잡힐 것이라 생각한다.

과학자들의 용기가 중요하다
정 교수 : 13개 기관에서 진행하는 연구가 그동안 BPA의 위험성을 이야기하며 제기된 정자, 비만, 신경행동, 대사, 당뇨, 심혈관계 등에 미치는 영향과 관련된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이번 실험에는 그것들을 모두 포함시킨 것으로 알고 있다. 학계에서는 13 개 기관의 연구가 큰 관심거리이다. 또한 위에 제기된 문제들이 제대로 된 연구결과로 확인될 것인지 관심이 높다. 언제 확실히 공개되는가?

헨지스 박사 : 언제 발표될지 구체적 일정은 잘 모른다. 발표는 연구팀의 판단이기 때문에 발표 시기나 발표 여부는 정확히 모른 다. 그러나 13개의 연구팀은 이미 6년 전부터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에 만약 비스페놀 A가 심각한 유해성을 갖고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면 이미 발표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13개 연구팀 중 과거 비스페놀A에 대해 비판 입장이었던 연구자들도 다수 포함돼 있어 비스페놀A가 안전하다는 것을 인정할지 여부도 관심사다.

정 교수 : 과학자라면 실험 결과가 본인의 주장과 다른 결과가 나왔을 때, 대중에게 정확하게 알리는 용기도 중요하다고 생각 한다.

헨지스 박사 : 마찬가지로 연구자들의 그런 용기를 기다리고 있다.

정 교수 : 이번 연구결과는 학자들이나 소비자들에게도 매우 중요하다. 결과가 발표되면 많은 학자와 소비자들에게 정확한 결과가 전달될 것이고, 한국과 EU, 미국도 이번 결과의 확실한 평가로 규제에 반영되기를 희망한다.

헨지스 박사 : 안전하다는 결과가 나온다고 해도, 일부 과학자 또는 환경론자 중에서는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 다. 그들도 과학에 근거한 논리를 펼쳤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 교수 : 그리고 비스페놀A에 대한 산업계의 정확한 정보가 소비자들에게 제공되어야 하며, 이러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다. 과도한 규제는 결국 비용과 연결돼 소비자의 부담으로 이어진다. 결국은 정부와 학자, 산업계와 소비자라는 네 주체의 소통과 상호신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번 연구결과가 많은 사람에게 전달되어 비스페놀A에 대한 오해가 풀리기를 희망한다.

헨지스 박사 : 아마도 이번 연구결과를 통해 네 주체가 서로 신뢰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되지 않을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