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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차 싱가포르 정상회담 경험에서 볼 때 세계 유일의 3대 세습 국가인 북한과의 협상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을 절감한 것인지, 물밑에서 실무협상이 진행되는 만큼 구체 적인 언급을 회피하는 포커페이스 전략인지는 분명치 않다. 다만 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허풍과 선전이 사라진 것은 2차 회담이 리얼리티 쇼로 전락해서 는 안 된다는 절박함 때문인 것 같다. 하지 만 날짜부터 잡고 의제를 논의하는 역순(逆 順)의 여정은 1차와 변함이 없다. 시간 싸움에서는 워싱턴이 사회주의 종신 집권체제인 평양을 당할 수는 없다.
정상회담은 혼사 날짜를 정해놓고 혼수와 예물을 준비하고 교환하는 단순 대소사가 아니다. 비핵화의 분수령으로 예상되는 2차 북·미 정상회 담이 1차와 유사한 패턴으로 진행되는 것 같아 성과에 대한 눈높이를 낮추어야 할지 아직은 미지수다. 하노이 회담은 1차 회담 의 ‘높은 기대, 낮은 성과(high expectation and low product)’라는 총평이 재연되어서 는 안 된다. 어쩌면 북한 비핵화 협상을 둘 러싸고 전 세계의 주목을 받는 마지막 기회일지 모른다. 비건 대북 특사가 57시간의 평양 실무협상을 마치고 서울로 귀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비건의 평양 협상을 ‘매우 생산적인 만남(very productive)’이라고 트위터에서 밝혔다. 본인의 의도대로 협상이 진행되었으며 하노이 회담을 기대해도 좋다는 의미인지 아직은 오리무중이다. 1차 회담 직전 판문점에서 성김 대사가 최선희 부상을 7차례 만났지만 접점을 찾지 못하고 정상이 덜컥 만난 싱가포르 회담의 합 의문은 부실 자체였다.
실무협상에서 합의 하지 못하면 최고지도자 간 만남에서도 합의하지 못한다는 것은 1차 회담에서 트럼 프 대통령이 학습한 교훈일 것이다. 아직도 현장 협상에서 자식 또래인 김정은을 ‘어르고 달래서’ 본인 의도대로 합의문을 도출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2차 회담의 결과도 기대 이하일 것이다. 현장의 임기응변이 통하지 않음에 따라 사전 실무협상에서 구체적이고 정확한 합의안을 완성하고 정상이 만나야 한다.
트럼프의 트위터가 허풍이 아니라면 북·미 간에 제한적인 ‘스몰딜’이 구체화되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현상황을 ‘건설 적인 지점’이라고 표현한 비건 대표의 발언 은 양측이 테이블에 올려놓은 방향에 있어 일단 합의했다는 의미다. 북한이 제시한 안 건은 우라늄 농축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시 설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폐기 등의 비핵화 조치와 종전선언 등일 것이다. 반면 미국이 제시한 당근은 대북 제재 완화 등 상응조치일 것이다. 미국이 시종일관 주장 한 전체 핵무기와 미사일의 신고는 한발 후 퇴한 것으로 판단된다. 양측이 구체적인 실 행 카드를 동시에 혹은 병행해서 ‘주고받기’ 를 할 것인지는 여전히 난제다. 북한의 초미의 관심은 개성공단 및 금강산 관광 재개 등 부분적인 대북 제재 완화다. 반면 미국은 신고 문제에서 양보한 만큼 영변 핵시설 과 ICBM 폐기를 입구로 해서 최종적인 비 핵화의 출구에 도달하는 실행 로드맵을 구 체화하는 데 주력할 것이다.
이달 말 또 다른 생산적인 만남이 있을 것을 고대하고 평양협상이 아니고 평양만남이었다는 비건 대표의 발언으로 볼 때 합의안은 여전히 미완의 상태다. 스웨덴 2박 3일, 평양 57시 간 회담을 거쳤지만 여전히 정상회담을 불 과 보름 앞두고도 해결해야 할 난제들이 있 으며 또 다른 만남이 필요한 실정이다. 위 기-협상-합의-파기라는 지난 26년간의 북핵 협상 과정은 비핵화가 매우 지난한 과제임을 상징한다. 정부는 북·미 협상의 중 매자와 촉진자로서 역할을 충분히 수행했다. 청와대는 스몰딜을 지지한다는 입장을 부인하고 한·미 간에 이견이 없다고 강조했다. 정부는 곧 있을 트럼프와 문재인 대 통령 간의 전화 통화를 통해 불완전 비핵화로 북핵이 공인되는 상황에 대해서는 단호 한 반대 입장을 취해야 한다.
첫술에 배부르랴 라는 속담이 있지만 북한과의 비핵화 회담은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다. 트럼프와 김정은이라는 통념적이지 않고 변칙적인 리더들과의 비핵화 협상이 옆 길로 새지 않도록 문 대통령은 내비게이션을 정확하게 작동시켜야 역사의 긍정적인 평가를 받을 것이다. 마침내 금세기 최고의 외교 공연이 임박했다. 주연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 김정은 북 한 국무위원장이 하노이에 도착했다. 공연의 흥행을 위해 한 사람은 60시간의 열차 여행을 감행했다. 우주를 여행하는 21세기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시속 50km 미만의 열차 여행을 하는 최고 지도자는 김정은 위원장이 유일할 것이다. 회담 자체 시간보다 회담장에 도달하는 시간이 긴 초유의 회담이 될 것이다. 19세기 올림픽이 처음 개최 되었을 때 경제 사정이 어려운 남미 및 아프리카 국가들의 선수단이 도착하는 시간이 제각각이라 개최국이 애를 먹었던 시절로 돌아간 느낌이다. 일단 공연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8개월 전 1차 싱가포르 회담 못지않다. 적지 않은 비행기표와 체제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3500여 명의 취재진은 이번 주 내내 김정은 위원장의 열차 동선이라도 취재하라는 본사 데스크의 지시를 받지 않을 수 없다. 특히 1986년 도이머 이(Doi Moi) 개혁과 개방노선을 추진한 베 트남은 북한과 과거 사회주의 연대의식이 남아 있는 동시에 친미반중(親美反中) 외교 노선으로 경제 발전을 견인하고 있어 공연 장소로는 스토리텔링이 충분하다.
예측 불 가의 두 주연배우와 공연 장소는 흥행 외적 인 조건에서는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실정이다. 지엽적인 외부 여건은 관객들이 모여들고 흥행을 거두기에 최적의 상황이다. 하지만 공연장에서 가장 핵심은 공연이 볼만한 가치와 내용이 있는가 여부다. 이제 관객들은 차분히 객석에 착석해 1박 2일 동안의 외교 이벤트에 주목해야 할 시간이다. 1차 회담 이후 여름 한철 동안에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무장관이 평양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모호하고 총론적인 합의문의 결말은 명약관화했다.
서늘한 가을바 람이 불어오면서 악마는 디테일에 있고 이행에 있다는 점을 각인시켜주었다. 결국 이대로는 안 된다는 북미 양측의 인식하에 2 차 회담이 개최되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 한을 압박하기 위해 향후 3차, 4차 회담 등 서두르지 않겠다는 장기적인 협상을 예고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성과를 거두지 못하면 북핵 문제는 급격히 동력이 떨어지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특히 독재국가의 종신 지도자와 2020년 가을 재선을 위해 캠페인 을 전개해야 하는 트럼프 대통령 간의 비핵화 회담은 지지부진 시나리오로 전개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결국 양측이 1차 회 담과 같은 빈약한 합의문보다는 진전된 내용을 내놓지 않는다면 주연 배우들에 대한 비난은 만만치 않을 것이다. 핵심 관전 포인트는 북한이 제시할 비핵화 수준과 미국이 제시하는 보상의 내용이 다. 우선 미국은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 (FFVD) 로드맵을 요구할 것이다. 제조된 과거의 핵무기. 플루토늄과 고농축우라늄 (HEU) 등 핵물질 및 프로그램이라는 현재의 핵무기, 영변 핵시설을 포함한 전체 시설 등 미래의 핵무기, 이와 동시에 핵무기 의 투발수단인 ICBM의 폐기 등도 포함될 것이다. 반대로 북한은 최우선적으로 대북 제재 완화 및 해제를 요청할 것이다. 동시 에 청와대와 스티브 비건 대북정책 특별대 표가 언급한 한국전쟁의 종전선언 등을 강력하게 요구할 것이다. 대북 제재 완화에는 금강산 관광 등 남북사업의 제재 면제가 포함될 것이다. 또한 대북 적대시 정책의 폐기와 평화체제 합의 등도 관심 사항이다. 이 복잡한 사안을 행동 대 행동의 원칙으로 매칭해서 합의문에 담는 작업은 우공 이산(愚公移山)의 지난한 작업이 될 수밖에 없다.
최소한 공연이 B학점 이상의 평가를 받으려면 최소 3개월 이내에 비핵화와 보 상이 동시에 초보적인 수준에서라도 이행 되어야 한다. 봄날이 지나가고 여름이와도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관객 들의 실망은 점차 깊어질 것이다. 북한이 2 차 회담에서 비핵화 이외에 사실상 출구가 없다는 ‘데드 엔드(dead end)’ 인식을 갖고 비핵화에 진정한 일보를 내딛기를 관객들 은 기대하고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