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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북미 정상회담이 기대와 우려 속에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렸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즉,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돌이킬 수없는 비핵화(CVID)를 목표로 시작된 미국과 북한의 협상은 비핵화와 북한 체제 안전보장 조건의 팽팽한 줄다리기로 완전한 비핵화가 가능할지에 대한 의문이 여전히 제기되고 있다. 남북은 세 차례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군사 합의와 남북 철도·도로 연결, 현대화 착공식 등 찰떡같은 민족 공조로 한반도 평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한국은 한반도 운전자를 자처하며 북미 비핵화 협상을 중재하고, 북한은 한국을 지렛대로 대미협상을 유리하게 이끌어가는 모양새다. 한마디로 북한이 한반도 질서 재편에 나선 것이다.
한반도 평화 분위기는 한국의 대북 위협 인식을 완화하는 대신 주한미군 철수론을 부상시키고 있다. 국방부는 북한에 대한 주적개념을 삭제하면서 위협의 대상을 주변 잠재적 위협국으로 전환하고 있다. 남북 간 평화 분위기와는 달리 한·일, 한·중, 한·미·일군사협력 관계는 갈등과 균열의 조짐을 보인다. 한·일 간에는 위안부 문제와 강제징용 피해자 대법원 판결 문제 등으로 외교적 갈등이 심화 되는 가운데 일본 초계기(P-1)와 우리 해군 함정 간의 레이더 추적과 위협 비행 문제로 갈등이 고조되었다. 이 문제가 예사롭지 않은 것은 사건 발생 후 양국 정부의 문제 해결 노력이 강대강(强對强)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이고, 한·미·일 협력 관계의 중심축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역할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중 관계도 갈등이라는 점에서는 마찬가지다. 2018년 한 해만 모두 8차례, 2019년 들어 1차례 우리 공군의 방공식별구역(KADIZ)을 침범하여 대응 출격하는 일이 발생했지만, 양국의 예방 조치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사드(THADD) 배치로 경제보복조치에 나선 이후 한국이 3불 정책(미국 MD 체계 미가입, 한·미·일 군사동맹체계 미가입, 사드 추가배치 불가)으로 다가섰음에도 중국의 한국에 대한 존중의식은 지나칠 정도로 무례해 보인다. 그만큼 한국을 얕잡아본다는 증거이다. 반면에 북·중, 북·러, 북·중·러 북방 3국 협력 관계는 긴밀하게 강화되고 있다. 주변국과의 관계가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반도에서 평화를 떠받드는 힘의 구조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와 연동되어 군비경쟁을 촉진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다.
주변국들은 군비경쟁에 나섰다
중국은 미국과 패권경쟁 중인 핵보유국이다. 영국 국제군사정보 전문업체인 IHS 제인스가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2018년 중국의 국방비는 2076억 달러(약 221조 2600억원)이다. 중국 군사력 중 눈에 띄는 분야는 해양 진출을 위한 해군력과 해병대 전력이다. 현재 5만5000톤급 랴오닝(遼寧)함과 자국 기술로 건조한 6만5000톤급 002함등 2척의 항공모함을 보유 중이고, 상하이 장난(江南) 조선소에서 8만 톤급의 세 번째 항모를 건조하고 있다. 2035년까지 4척의 핵추진항공모함을 포함 총 6척의 항공모함을 보유해 100여 척의 호위함 및 구축함과 20여 척의 핵잠수함을 포함한 100여 척의 잠수함으로 괌과 호주를 연결하는 선까지 영향력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우리의 해병대와 같은 육전대도 기존의 2개 여단(웅사, 맹호) 규모(6000명 수준)를 6개 여단 규모(2만 명 수준)로 증강했고, 10만 명 수준으로 증강할 계획이다.
일본 역시 주목할 분야는 해군력과 수륙기동단(우리의 해병대) 전력을 증강하는 것이다. 일본은 2018년 4월 7일 육상자위대예하에 52대의 상륙 장갑차(AAV)와 17대의 수직이착륙기(MV-22, 오스프레이) 등을 갖춘 여단급 규모의 수륙기동단을 창설했고, 2018년 12월 18일 각의(국무회의)에서는 대규모 공격무기 체계인 항공모함 도입과 우주, 사이버 공간상의 무장을 강화하기 위해 앞으로 5년간 27조 4700억 엔(약274조 2000억원)이 넘는 방위비 예산을 투입할 방침이라고 발표했다. 해상자위대가 보유 중인 헬기 항모(이즈모 함) 두 척을 전투기 탑재가 가능한 항공모함으로 개조하기로 했고, 항모 탑재용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35B를 42대 도입하기로 했다. 명실공히 공격작전이 가능한 군(軍)으로의 변모(變貌)이다.
러시아는 방위력 향상과 무기현대화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특히 신형 대륙간탄도 미사일(ICBM) 개발(야르스, 사르마트 등)을 통해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계 구축에 대응한 지상 핵전력의 전투능력을 향상시키고 있으며, 해군에 고르시코프 프리게이트함과 이반그랜 대형상륙함 등 13척의 신형함정을 배치했다. 북한은 2017년 핵 무력보유 선언으로 명실공히 핵보유국의 반열에 올라선 후 ‘9.19 남북군사합의’를 이루어냄으로써 상대적으로 우세한 한국의 재래식 전력증강을 억제한 가운데 한반도 비핵화 전략카드로 미국과 협상 중이다.
한국은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주변국의 군비경쟁은 이미 시작되었고,북한의 비핵화 협상 결과에 따라 더욱 심화 될 것으로 보인다. 즉 협상 실패 시 군사적 충돌 가능성과 일본의 핵무장 등 주변국 군비경쟁이 심화될 것이며, 협상 성공
시 한반도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강화되고, 미국의 영향력이 약화되면서 일본의 군비경쟁을 심화시킬 것이다. 만약 대북 전문가들이 우려하는 것같이 최소한의 핵 보유(핵 동결)를 전제로 협상이 이루어질 경우는 남북 간 힘의 균형이 깨지고, 남북문제에 있어 북한이 주도권을 장악하고자 할 것이다. 따라서 한국은 북한의 위협과 현실화되고 있는 주변국 위협까지 동시에 대응하는 군사전략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첫째, 북한과의 전쟁 수행 개념을 지상 작전중심에서 해상 및 공중 작전 중심으로의 변화가 필요하다. 한국군은 지금까지 지상군중심의 전력 증강과 적 부대 격멸-적 영토점령-적 의지 말살로 전쟁을 종결하는 지상 작전 중심의 전쟁 수행 개념이었다. 이는 해상 작전과 공중 작전은 미(美) 해군과 공군이 주도하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한국 해군과 공군의 전력증강이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했다. 따라서 지상군은 휴전선 일대에서 적 지상군을 고착·견제·차단하고,적의 후방 및 심장부에 투입된 해병대와 특전사가 해·공군의 전략무기를 운용해 조기에 전쟁을 종결시키는 개념으로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둘째, 해군과 공군의 합동 작전이 가능하도록 중·대형 항공모함 중심의 항모 전단이 필요하다. 이는 북한의 위협은 물론 주변국의 능력을 고려, 우리의 해상교통로 보호를 위한 능력 기반의 전력 증강임과 동시에 발생 가능한 주변국과의 분쟁에 대비한 요구 능력이다. 셋째, 해병대의 원정 능력과 편조(Task Organization) 능력구비이다. 원정 능력의 핵심은 장거리 해상 및 공중기동 능력인 바 해군의 기동함대전력과 공군의 공중 수송 능력이 확보되어야 할 것이며, 편조 능력은 현재의 대대 상륙단(BLT), 연대 상륙단(RLT)은 물론 중대급이하의 소규모 상륙 기습 능력과 특수수색팀에 의한 전략무기(함대지 미사일과 공군전략무기 등) 운용 능력 등이 포함된다. 아울러 기동성을 갖춘 신속한 대응 능력을 확충하기 위해 공기부양정을 비롯한 고속상륙 장갑차를 확보하고 수중 및 수상 고속침투 능력을 갖추어야 할 것이다.
단국대학교 차동길 교수
예비역 해병 준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