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상임위원회에서도 소관부처의 예산증액동의권을 인정해야 하나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국회 교육위원회 정재룡 수석전문위원 입력 : 2019.03.06 09:16
▲정재룡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2016년 8월 31일 (구)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국무위원후보자(문화체육관광부장관 조윤선) 인사청문회는 여당 의원들의 불참으로 야당 의원들만 참석한 가운데 실시되었다. 2006년에 도입된 인사청문회가 야당 단독으로 실시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이틀 전 2016년도 제1회 추가경정예산안 의결 절차에 대한 문제 제기였다. 그때 여당 의원들은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만 참석해 예산 증액에 대한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하지 않고 추가경정예산안을 의결했는데, 이틀 후 여당 의원들은 당시 예산 증액에 대해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위헌적 회의 진행이라고 주장하면서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를 요구했다. 여당 의원들은 헌법 57조에 따라 상임위원회에서도 정부가 제출한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때는 소관부처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데, 그런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은 위법적이고 탈법적이고 독단적이라고 지적했다. 그리고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의 사과와 사퇴가 없다는 이유로 끝내 불참했다.

2018년 정기회에서 각 상임위원회별로 올해 예산안을 의결할 때 예산 증액에 대한 소관부처의 동의 절차를 거친 위원회는 법제사법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국방위원회, 행정안전위원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보건복지위원회, 환경노동위원회, 국토교통위원회 총 11개 위원회(회의를 비공개하는 정보위원회는 제외)이고, 소관부처의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은 위원회는 국회운영위원회, 정무위원회,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여성가족위원회 총 5개 위원회이다. 

동의 절차를 거친 위원회가 다수이지만, 그렇지 않은 위원회도 5개에 이르는데, 이는 헌법 규정 외에 법령에 이와 관련한 절차가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같은 상임위원회에서 연도별로 동의 절차 진행 여부가 다른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법제사법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는 2016년까지는 동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는데, 2017년부터는 동의 절차를 거치고 있다. 따라서 이에 대하여 지금처럼 각 상임위원회마다 알아서 하도록 맡겨놓기보다는 어떻게 하는 것이 합리적인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본다. 필자는 2016년 8월 (구)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논란 직후 국회사무총장 주재 수석전문위원 간담회에서 그 문제를 논의에 부치기도 했지만 아무런 반응이 없었고 특별한 변화 없이 현재에 이르고 있다.

헌법 57조는 국회는 정부의 동의 없이 정부가 제출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국회의 최종적 의사결정은 본회의에서 이루어지므로 헌법 57조의 ‘국회’는 본회의를 의미하며, 따라서 본회의 의결 시 헌법 57조에 따른 정부의 동의는 필수적 절차이다. 예결위원회의 경우 실질적으로 예산 심사가 이루어지는 곳이므로 예산주무장관인 기획재정부장관이 각 부처 소관 예산 증액 건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동의권을 행사하고 있다. 예산 증액에 대한 정부의 동의 관련 실무 현황을 보면, 국회는 예결위원회와 본회의 예산안 심의 시 의결 전에 기획재정부장관으로부터 구두로 동의를 받고, 예산안을 의결한 후 정부에 이송하고, 정부는 국무회의의 심의와 대통령의 재가를 얻어 동의서를 국회에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앞서 (구)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논란이 되었던 것처럼 상임위원회 예비심사에서도 예산안의 각 항 증액 시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하는 것을 필수사항이라고 볼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헌법은 정부에 예산편성권을, 국회에는 예산심사권을 부여하고 국회가 예산심사 과정에서 지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 정부에 동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정부에 동의권을 부여하는 이유는 정부에 예산편성권이 있기 때문이며, 정부의 예산편성권은 기획재정부장관이 갖고 있으므로 동의권 역시 기획재정부장관이 갖는 것으로 해석해야 할 것이다. 그런데 기본적으로 기획재정부장관과 비교할 때 역할과 입장이 다른 각 부처 장관이 상임위원회에서 동의권을 행사하도록 하는 것은 이 제도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 것이다. 

더구나 그것을 필수 절차화할 경우 헌법상 ‘정부’의 예산증액동의권을 정부가 아닌 입법부나 사법부의 사무 처리 기관이 행사하는 문제가 야기된다. 즉, 국회운영위원회에서는 국회사무총장이, 법제사법위원회에서는 법원행정처장이 예산증액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이 과연 적절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필자가 아는 어느 전 (구)기획예산처 차관도 상임위원회에서 소관부처 장관이 동의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하여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또한, 정부의 예산안은 각 부처별로 개별 안건이 아니라 전체로서 하나의 안건이며, 이를 부처별로 나누어 각 상임위원회에서 소관부처의 예산안을 심사하는 것은 편의적 차원의 예비심사로서 그 의미가 제한적이다. 따라서 헌법 57조의 적용은 정부 전체로서의 예산안이 하나의 안건으로 상정되는 예결위원회와 본회의에서의 기획재정부장관의 동의를 구하는 것으로 충분하며, 이를 각 상임위원회 단계까지 확대 적용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이와 함께, 현재 국회는 예결위원회 심사단계에서 항 금액의 증가뿐 아니라 항의 하위단위에서의 조정도 모두 기획재정부장관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반쪽짜리라고 불릴 정도로 예산권한에 제약이 큰 상황에서, 헌법 57조를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도 소관부처의 동의까지 받아야 하는 것으로 해석한다면, 국회의 자율권을 과도하게 제약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럴 경우 상임위원회에서 여야가 모두 증액이 필요하다고 합의한 건에 대해서도 소관부처가 동의하지 않을 경우 증액 의결을 하지 못하게 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며, 이 경우 상임위원회에서 여야 간 합의된 의견을 예결위원회로 공식적으로 전달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게 된다. 그래서 상임위원회에 따라서는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해놓고도 소관부처의 반대 표명에도 불구하고 증액 의결하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예결위원회에서 그 예산을 심사하면서 소관부처의 반대가 있었다고 그 상임위원회의 의사를 무시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그 경우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의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한편, 국회법 84조 5항에 예결위원회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내용을 존중해야 하며,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삭감한 세출예산 각 항의 금액을 증가하게 하거나 새 비목을 설치할 경우에는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규정이 있는데, 이를 근거로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서부터 정부 측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있다. 하지만 이 규정에 따른 소관 상임위원회의 예비심사 내용 존중도 현실적으로 볼 때 소관 상임위원회의 동의를 받도록 하는 사항에 그치고 있기 때문에 거의 선언적 의미에 불과한 규정이므로 이를 근거로 정부의 예산증액동의권이 상임위원회 예비심사 단계에도 미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다만, 현재 예산 증액에 대한 소관부처의 동의 절차를 거치는 상임위원회가 11개에 이르고 있는 바, 동의 절차를 폐지하는 것이 어렵다면 무언가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생각건대, 상임위원회가 예산 증액에 대해 소관부처의 동의를 구하는 절차 대신에 의결 전에 소관부처의 입장을 듣고 이를 예비심사보고서에 적시한다면 예결위원회의 심사와 판단을 위한 정보 제공 및 상임위원회의 원만한 회의진행 측면에서 긍정적인 의미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현재 예산 증액에 대해 소관부처의 동의를 거치는 상임위원회들은 그런 방향으로 의결 절차를 개선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3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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