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교육 정상화법의 존치 재검토와 대안

정재룡의 입법의 현장

국회교육위원회 정재룡 수석위원 입력 : 2019.04.04 16:14

▲국회 교육위원회 수석전문위원
'공교육 정상화 촉진 및 선행교육 규제에 관한 특별법' (이 글에서 ‘공교육 정상화법’이라 한다)은 선행교육으로 학교수업이 파행 운영되는 현실을 시정하기 위하여 2014년 3월 제정되었다. 주요내용은 학교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입학전형 등 각종 시험에서 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을 벗어난 내용을 출제하지 않도록 하며, 학원의 선행학습 광고를 금지하는 것이다. 그런데 법률 제정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교육부는 학교의 선행교육 금지로 사교육비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 2015년 8월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제출하였다. 

개정안은 공교육 내 선행교육 유발 요인을 규제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내실화하고자 하는 법률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비판과 반대가 많았다. 그럼에도 교육부는 집요하게 법률 개정을 요구하였다. 이에 국회는 19대 국회 임기 종료를 앞두고 2016년 2월과 5월 두 번에 걸쳐 4시간여 동안 소위원회 심사를 실시하여, 방학 중 모든 고등학교와 중·고등학교 중 농산어촌 지역 학교 및 도시 저소득층 밀집 학교 등에서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을 한시적으로 2019년 2월 말까지 허용하는 것으로 법률을 개정하였다. 이어서 올해 시한 만료를 앞두고 작년 말 교육위원회에서 2016년 법률 개정 이유와 같은 이유로 다시 그 시한을 2025년 2월 말까지 연장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가결하였으나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개정안을 처리하지 못하고 시한이 만료됨에 따라 다시 지난 3월 교육위원회에서 같은 내용에 소급적용을 추가한 개정안을 마련하였고 이것이 본회의에서 가결되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2016년 5월 법률을 개정한 이유는 방과후학교에서 선행학습 수요를 흡수하여 사교육비를 경감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2017년과 2018년 사교육비조사 결과를 보면 사교육비 경감 효과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2018년에는 1인당 사교육비가 역대 최고로 치솟았다. 법률 개정 취지와 다르게 2017년과 2018년 방과후학교 참여율 자체가 연속 감소했고 그것이 사교육비 증가로 이어졌다. 교육부는 2025년에 고교학점제를 본격 시행하고 새로운 교육과정이 2024년에 시행될 예정이므로 개정 법률처럼 2025년까지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을 허용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왜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어놓고 방과후학교는 선행교육을 예외적·한시적으로 허용하는 모순적 상황이 계속되어야 하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더구나 이번 법률 개정에서 초등학교 1·2학년 영어는 아무런 시한 없이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이 허용되기도 하였다. 현재 방과후학교 선행교육의 예외적 허용의 기준도 구체적으로 살펴볼 때 합리적이지 않다. 

예를 들어 고등학교는 모두 방학 중 방과후학교에서 선행교육이 허용되는데, 법률상 예외에 해당하지 않는 중학교와 모든 초등학교는 왜 그것이 허용되지 않는지 합리적인 이유를 찾기 어렵다. 선행교육의 판단 기준은 학기 단위인데, 현재는 법률상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방학 중 다음 학기 교육과정의 선행교육도 금지되고 있다. 그러나 방학 중 다음 학기 교육과정을 예습하는 것은 그렇게 차별할 일이 아니라 모든 학교에 허용되어야 한다고 본다. 반면, 다음 학기가 아니라 다음 학년 이상의 선행교육은 법률의 근본취지를 훼손하기 때문에 방과후학교에서도 허용해서는 안 될 것인데도 현재는 그것에 아무런 제한이 없다. 이렇게 원칙과 기준이 없는 상황이다 보니 2025년이 되어도 다시 시한을 연장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공교육에서 선행교육을 금지하는 법률을 만들어놓고 매번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한시 입법을 하는 의미가 무엇인지 의문스럽다. 법률 개정에는 오랜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과정 자체가 생산적이지 않다. 

그렇다고 정규과정은 선행교육을 금지하면서 방과후학교는 선행교육을 전면 허용하는 것은 이 법률의 근본취지를 훼손하는 것이어서 가능하지 않다. 공교육 정상화법을 존치하는 상황이라면 이와 같이 모순적인 문제를 해소할 수 없다고 본다. 그렇다면 이 법률이 계속 존치되어야 할 이유가 무엇인지 의문이 제기된다. 이 법률의 효과를 따져보고 존치에 대한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한 것이다.
이 법률의 효과로는 학교 교육과정 준수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학교 교육과정 준수 자체가 이 법률의 주 목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 법률은 공교육 정상화라는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실 정규과정의 수업 분위기 개선이 가장 큰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현재 그 효과가 불분명하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 허용은 정규과정의 수업 분위기 개선에 오히려 부정적 영향을 주는 것이다. 최근 학업성취도 평가에 따르면 보통학력 이상 비율이 감소하고 기초학력 미달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데, 이는 수업 분위기가 오히려 나빠지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사교육비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반교과 사교육 참여율도 2017년과 2018년 연속 상승세이고, 2018년의 경우 사교육의 선행학습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법률 조항 간에 상충 문제도 있는데,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것은 학원 등의 선행학습 광고 단속의 정당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이 법률의 효과로 대학별 고사, 논술시험의 출제를 고등학교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으로 제한한 것으로 보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사실 이미 이 법률이 제정되기 전인 2014년 1월 개정 고등교육법에 대학별 고사는 초·중등 교육과정의 범위와 수준 내에서 출제하도록 하는 사항이 규정되었고 이를 준수하지 않으면 대학 정원을 최대 10% 감축할 수 있도록 하였다. 또한 교육부는 이 법률이 제정되기 수년 전부터 ‘고교교육 정상화 기여대학 지원’ 사업 등을 통해 대학별 전형이 고교교육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하여 바람직한 전형을 운영하는 대학을 선정·지원하는 별도의 재정수단을 운영해왔고, 그 결과 논술시험에서 대학 교과 수준으로 분류되는 문제의 비중이 감소되는 효과가 나타났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한편, 이 법률의 정의규정에 따르면 선행교육은 초·중등학교 교육과정에 앞서서 편성 또는 제공하는 교육을 의미하는 것으로, 초·중등학교 범위의 교육과정을 운영함에 있어서 정해진 교육과정을 앞서가는 경우를 말하고, 선행학습의 정의도 마찬가지로 초·중등학교의 정해진 교육과정보다 앞선 학습을 의미한다. 이에 따르면 선행학습의 개념에 고등학교 교육과정 범위 밖의 내용을 학습하는 것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선행학습을 유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하여 대학별 고사에 규제를 가하고, 선행학습 영향평가를 실시하도록 하는 등의 동 조항의 내용은 이 법률의 개념과는 맞지 않는 문제가 발생한다. 대학별 고사가 고등학교 교육과정을 벗어남으로 인하여 학생들이 공교육보다 사교육에 의존하게 될 수는 있으나 법률의 체계상 이것이 선행학습에 해당한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에 이 법률의 존치 필요성을 대학별 고사에 대한 규제에서 찾는 것은 설득력이 약하다.

따라서 이 법률을 계속 존치해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면 이 법률의 폐지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정규과정은 선행교육을 금지하고 방과후학교는 선행교육을 허용하는 등의 모순적인 문제는 이 법률을 폐지하면 자연 해소되게 된다. 이 법률을 폐지한 후 정규과정에서는 지금처럼 교육과정을 준수하도록 하되, 방과후학교에서는 한 학년 이상의 선행교육 외에 선행교육을 모두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정규과정에서 교육과정 준수도 지금처럼 엄격하게 요구하기보다는 필요에 따라 좀 더 유연하게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다만, 이 법률의 단순 폐지보다는 관련 법률에 이 법률의 취지가 반영될 수 있도록 보완조치를 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이 법률의 효과라고 할 수 있는 학교 교육과정 준수는 현재 단순히 학교 교육과정을 운영하도록 하고 있는 초·중등교육법 제23조제1항을 개정하여 학교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준수하도록 규정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본다. 학교시험 출제범위 규제와 학교의 입학전형 등에 관한 사항도 초·중등교육법에 이관하는 조치가 필요하다고 본다. 대학입학전형에 관한 사항은 현행 고등교육법의 규정으로 대체 가능하다고 보지만 입학전형 영향평가 등 필요한 것이 있다면 보완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다. 법률 폐지와 보완입법 이전에 교육부 차원에서 실행 가능한 것이 있다. 현재 방과후학교의 선행교육은 법률상 예외에 해당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방학 중 방과후학교에서 다음 학기 교육과정의 예습을 금지하는 것이 공교육 정상화법의 취지라고 보기는 어렵다. 그리고 그 문제는 매뉴얼로 개선이 가능하다고 본다. 지금처럼 예외에 해당하는 경우만 허용하지 말고 모든 학교는 방학 중 방과후학교에서 다음 학기 교육과정의 예습이 가능하도록 매뉴얼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 다만, 여기서 방학은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을 구별해서 볼 필요가 있는데, 겨울방학 중에 다음 학기는 다음 학년 1학기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겨울방학 중에는 다음 학년 1학기 교육과정을 예습할 수 있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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