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국의 여성할당제..."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세계 121위"

이종희의 정치살롱

선거연수원 이종희 교수입력 : 2019.04.08 10:40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 사회학 박사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 세계 121위
우리나라의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세계 평균 여성 의원 비율 24.3%에 비해 17%로 300명의 국회의원 중 여성 의원은 51명으로서 세계 193개국 중 121위에 해당한다. 2019년 1월 기준 국제의원연맹(IPU)의 통계에 따르면 여성 국회의원 비율은 르완다 61.3%, 쿠바 53.2%, 볼리비아 53.1%, 멕시코 48.2%, 스웨덴 47.3%, 노르웨이 40.8%, 프랑스 39.7%, 오스트리아 37.2%, 이탈리아 35.7%, 영국 32.0%, 독일 30.9%, 중국 23.9%, 미국 23.5%, 대한민국 17.1%, 일본 10.2%로 나타났다(양원제 국가의 경우 하원 기준).
르완다의 여성 의원 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배경에는 2003년 헌법 제정 시 모든 조직의 의사결정구조에 여성할당제를 적용하여 최소 30% 이상을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규정을 포함시킨 것이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범 아프리카 의회에서 회원국의 대표 중 1/3을 여성으로 구성한다는 의정서를 채택한 것도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2018년 멕시코 총선도 눈에 띄는 사례이다. 총선 결과 여성 당선자 비율이 상원에서 51%, 하원에서 48.2%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멕시코는 세계에서 유일하게 여성 상원 의원 수가 남성 상원 의원 수보다 많은 나라가 되었다. 멕시코는 2002년 여성 후보를 30% 공천하도록 하는 여성할당제를 도입한 후 여성 공천 비율을 40%로 상향 조정하였고, 선거법 개정을 위한 법적 소송 끝에 2015년 여성 공천 비율을 50%로 상향하였다. 또한, 공천에서 당선 유력 지역에서는 남성 후보를, 낙선 유력 지역에서는 여성 후보를 공천하는 편법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멕시코 선거법은 우세 지역구에는 45%, 경쟁 지역구에는 51%, 열세 지역구에는 54%를 여성 후보로 공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제도적 장치들은 높은 여성 의원 당선 결과를 가져왔다. 

여성할당제가 여성의 대표성 제고에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은 세계적으로 여성 의원 비율이 30% 이상 되는 국가의 80% 이상이 여성할당제 등의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는 사실로 널리 알려져 있다(IPU, 2011). 세계적으로 여성 의원의 비율이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1945년 전 세계 국회의원 중 여성 비율은 3.0%에 해당하였다. 이 비율은 1955년 7.5%, 1965년 8.1%, 1975년 10.9%, 1985년 12.0%, 1995년 11.6%로 꾸준히 증가하여 2019년 24.3%에 이르고 있다.

노르딕 국가의 여성 의원 비율이 가장 높아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은 지역별로 차이를 보이고 있다. 노르딕 국가의 여성의원 비율이 42.5%로 가장 높았고, 아메리카 국가 30.6%, 유럽 국가 28.6%(노르딕 국가 포함),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국가 23.9%, 아시아 국가 19.9%, 중동부·북부 아프리카 국가 19.0%, 태평양 국가 16.3% 순으로 나타났다.

세계 26개국이 법정의무 할당제 채택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는 다양한 제도를 도입하고 있으며 130여 개국에서 일정 수준의 여성할당제를 실시하고 있다. 세계 26개 국가가 채택하고 있는 법정의무 할당제(legislated cadidate quotas)는 헌법이나 선거법에서 여성후보의 공천을 의무화하는 제도이다. 이 제도는 주로 라틴아메리카나 아프리카, 중동, 동남부 유럽에서 채택하고 있다. 이 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국가들의 여성 국회의원 평균 비율은 23.4%로 나타났다.

프랑스에서는 1980년대 초에 지방선거 공천에서 여성할당제 법안을 마련하였으나 이 법률안은 위헌 판정을 받았다. 따라서 프랑스에서 여성할당제 도입을 위해서는 헌법 개정이 이루어져야 했다. 그 후, 1990년대 남녀동수운동이 활발히 전개되었고 1999년 헌법 개정을 통해 2000년 6월 남녀 후보자 50%를 공천하도록 하는 「의원선거와 선출직에 남녀의 평등한 진출을 위한 법」을 제정하였다. 이 법에 따라 2001년 지방선거에서 최초로 남녀동수제가 적용되었다. 명부식 비례대표선거의 경우, 각 정당이 작성한 후보자명부를 선거위원회에 제출할 때 남녀할당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접수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 또한, 소선거구 다수대표제인 하원의원선거는 선거구별로 접수가 되는데, 남녀 후보를 동수로 제출하지 않는 정당은 국고정당지원금을 삭감하고 있다. 2002년 총선에서는 프랑스 주요 정당들이 남녀동수법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여기에는 중앙정치 수준에서 50% 여성 공천이 이루어지더라도 결선투표 과정에서 많은 여성 후보가 남성 후보에게 패했기 때문에 여성 공천을 기피하는 것이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실제로 2002년 총선에서 여성 후보 공천 비율은 UMP(대통령다수연합) 20.6%, 사회당 36.3%, UDF(프랑스민주연합) 18.9%, 공산당 44%, 녹색당은 50%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UMP는 정당 재정의 15.8%, 사회당은 9.1%, UDF은 22%, 공산당은 4.2%를 삭감당했다. 이러한 이유로 프랑스 여성 하원의원 비율은 남녀동수제 시행 이전인 1997년에 10.9%였는데, 이 법이 적용된 2002년 총선에서 12.3%로 소폭 상승하는 데 그쳤다. 한편, 비례대표제를 채택하고 있는 프랑스 광역의회에서는 남녀동수제 도입 이전인 1998년 27.5%에 해당했던 여성 의원 비율이 이 제도를 채택한 후인 2004년 47.6%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아르헨티나는 1990년대 초 30% 여성의무공천제를 도입하였다. 그 후, 여성할당제법의 효과적인 시행을 위해 단순히 형식적인 30%가 아니라 당선 가능한 순위에 여성후보를 포함시킬 것을 엄격하게 규정한 법령을 공포하기도 하였다. 아르헨티나의 정당명부 비례대표제와 결합된 의무공천제는 효과를 발휘해 제도 도입 이전인 1991년에는 하원 여성의원 비율이 6.2%에 불과하였으나, 이 법의 도입 이후인 1993년 12.5%로 증가하였고 2019년 하원의 여성비율은 38.8%로 향상되었다.

55개국 108개 정당에서 자율적인 여성할당제 채택
정당자율 할당제(voluntary party quotas)는 개별 정당들이 여성후보의 의무공천을 당헌, 당규를 통하여 실천하는 방식이다. 2019년 현재 세계 55개국 108개 정당에서 이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이 제도는 1970년대 초반 서유럽의 사회주의 정당이나 사회민주주의 정당 등에서 채택되어 세계 여러 나라로 확대되었다. 스웨덴 자유당은 1972년 지방의원 정수의 40%가 여성이 선출되도록 해야 한다는 정강, 정책을 마련하였다. 스웨덴에서는 1980~90년대를 거치면서 정당들이 여성후보 의무공천제를 도입하였다. 이와 같이 스웨덴에서는 별도의 법 제정 없이 의원선거에서 각 정당이 자발적으로 당헌, 당규를 통해 여성공천 비율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많은 국가에서 정당자율 할당제와 법정의무 할당제를 전면적 또는 부분적으로 병용하고 있다.

영국은 1990년대를 거쳐 정당 수준의 의무공천제를 도입했다. 영국은 단순다수제와 여성의원 전용 선거구제를 결합했다. 여성의원 전용 선거구제는 노동당에서 처음 채택했으며 당선이 유력한 선거구에 여성을 우선 공천하는 방식이었다. 이 방식은 노동당, 자유민주당에서도 채택하였고 보수당은 제한적으로 이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독일은 사민당, 녹색당 등의 정당에서 여성공천할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사민당이 40%, 녹색당이 50% 여성공천비율을 정하고 있다. 또한, 기민당은 최소 3명마다 1명의 여성이 명부에 등재되도록 당규를 개정하여 시행하고 있다. 한편, 노르웨이는 노동당 등 주요 4개 정당이 모든 선거에서 40%를 여성으로 공천하도록 당헌, 당규로 규정하고 있다.

세계 24개국 지정의석 할당제 채택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높이기 위한 또 하나의 제도가 지정의석 할당제(reserved seats)이다. 이 제도는 각 정당의 득표율을 기준으로 여성 의석을 배분하거나, 별도의 여성 명부를 만들거나, 여성 후보를 위한 별도의 선거구를 지정하는 방식으로 여성 후보의 당선을 담보하는 방식이다. 중국, 이라크, 모로코, 파키스탄, 르완다, 사우디 아라비아 등 24개국이 지정의석 할당제를 채택하고 있다. 이들 국가의 평균 여성 의원 비율은 24.6%로 나타났다.

우리나라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여전히 낮아
우리나라의 여성할당제는 2000년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및 비례대표시·도의원선거에서 30% 이상 여성의무추천제(당시 패널티 규정 없음)를 시작으로 도입되었다. 2002년에는 비례대표시·도의원선거 시 50% 이상 및 2인마다 1인 여성의무추천제로 확대(위반 시 등록무효규정을 신설)되고 임기만료 지역구 시·도의원선거 시 30% 이상의 여성추천노력의무(준수 시 여성추천 보조금 지급)제도가 신설되었으며, 2004년에는 국회의원선거까지 확대되었다. 2005년에는 정당법과 공직선거법에서 각각 규정하던 이런 의무를 공직선거법으로 통합하여 비례대표 홀수순번제까지 도입하였고 2018년에는 이제까지 비례대표지방의원선거 시에만 두던 페널티 규정(추천비율과 순위 위반 시 후보등록무효)을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까지 확대하였다. 

정당명부 작성에서 권고조항이었던 여성할당제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 등록무효가 되는 강제조항으로 변화되면서 2010년 기초의회 비례대표선거에서 여성후보자 및 여성당선자가 증가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와 같이 지방선거에서 여성할당제는 비례대표제와 결합하여 적지 않은 변화를 수반하게 되었다. 2010년 선거에서는 2006년 선거보다 광역의회 여성당선자는 3.2% 포인트, 기초의회 여성당선자는 6.5% 포인트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여전히 여성 국회의원의 비율은 낮게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방선거의 경우에는 2002년 비례대표시·도의원선거 시 50% 이상 2인마다 1인 여성추천의무제 시행 당시부터 위반 시 당해 정당의 비례대표후보 추천명부 전체를 등록무효시켰던 반면, 국회의원선거의 경우에는 2018년이 되어서야 비로소 등록무효 페널티가 도입된 영향도 있으며, 여성추천보조금 제도를 두고 있으나 지역구의 경우 여전히 페널티 없이 권고사항에 그치고 있는 점도 지방의회에서 여성비율이 아직도 낮은 원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여성 후보자들의 비율은 20대 지역구 국회의원 후보자 934명 중 98명(10.4%), 광역단체장 후보 71명 중 6명(8.5%), 기초단체장 후보 749명 중 35명(4.7%)에 불과한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00년 최초로 여성추천의무제 도입 후 지속적인 의무 강화와 페널티 도입 등은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 강화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여성에게 할당하는 ‘공천할당제’를 도입한 이후 국회에서 여성비율은 제16대 국회에서 5.9%에서 제17대 13.0%로 증가하였고 제18대 13.7%, 제19대 15.7%, 제20대 17%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다. 

특히, 제20대 총선에서 지역구 여성의원(26명)이 비례대표 여성의원(25명)보다 더 많이 당선된 것은 의미 있는 결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여성 국회의원 비율의 국제순위는 121위로 낮게 나타나고 있는 바,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을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이 모색되어야 할 것이다.

*이 글은 이종희(2019), “여성의 정치적 대표성의 현황과 과제”, 선거연수원(비공개 논문)의 일부이다. 
*그래픽: 김어진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