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경란 한국잡월드 이사장, “청소년들 ‘진로의 정거장’ 될 것”

진로개발 역량 향상으로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도록 노력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4.10 09:50
한국잡월드 외관/사진=한국잡월드 제공
“‘수학은 왜 잘해야 할까요?’라고 물었을 때 ‘대학 잘 가기 위해서’라고 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건축가가 되기 위해서는 연립방정식을 잘해야 해서’라고 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노경란 한국잡월드 이사장은 교육 과정과 직업 체험이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잡월드가 해야 할 역할이라고 말했다. 한국잡월드는 직업 체험을 통해 어린이와 청소년들의 진로 개발과 진로 설계를 돕는 기관이다. 그는 잡(Job, 직업)에 대해서 “삶이 행복해지려면 직업이 주는 만족감과 보람을 제외할 수 없다”며 “내가 내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는 직업을 잘 탐색하고 선택하는 능력인 진로 개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잡월드는 직업체험 활성화뿐만 아니라 내 삶과 직업을 결정할 때 자신을 심도 있게 탐색할 수 있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4차 산업혁명 시대가 초래할 직업 세계 변화를 조망해봄으로써 융합을 통한 새로운 창직, 직업의 재해석이 다음 과제라고 밝혔다.

-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을 위한 종합직업체험관이다. 얼마나 다양하고 많은 직업을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인가
▶한국잡월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바람직한 직업관 형성, 진로 개발 지원을 목적으로 2012년 5월 개관했다. 직업 체험은 기관의 대표적인 서비스다. 실제 직무 환경과 유사한 공간에서 직업인이 직면하는 사례를 경험 해봄으로써 직업 이해 수준을 구체화하는 롤플레잉 교육을 제공한다.
직업체험관은 어린이·청소년 체험관으로 구성되어 있다. 어린이 체험관은 만 4세부터 초등학교 4학년생까지를 대상으로 한다. 총 41개 체험실에 체험할 수 있는 직업 종류는 54개다. 러닝 바이 플레잉(Learning by Playing, 놀이를 통한 학습) 방식을 통해 진로 개발이 즐겁고 행복한 것이라는 인식을 갖게 한다. 어린이 체험관에는 ‘조이’라는 화폐가 있어 직업 활동을 통해 조이를 받고, 구매를 통해 소비 활동을 한다. 경제 활동을 함으로써 경제 개념도 형성되는 효과가 있다.
청소년 체험관 대상은 초등 5학년부터 고3까지다. 이때는 구체적 진로 탐색이 이뤄져야 하는 시기로 러닝 바이 두잉(Learning by Doing, 행동 기반 학습) 방식을 택하고 있다. 실제 해보면 나와 직업이 잘 맞는지 적합도를 알 수 있다. 총 45개 체험실에서 약 75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다. 청소년관은 직업 간 유기적 관계에 대한 이해가 가능하도록 설계되어 있다. 예를 들어 패션쇼가 있다면 모델뿐 아니라 무대 뒤에서 의상과 헤어·메이크업을 담당하는 직업이 있다. 또한 바깥에는 패션쇼장 경호원들과 취재를 온 신문·방송사 기자들도 있다. 이런 체험을 통해 사회 안에서 직업들이 서로 연관돼 있다는 것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청소년 체험관 내 우주센터/사진=한국잡월드 제공
-직업 체험과 더불어 직업이나 진로를 설계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는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잡월드는 어린이·청소년 직업체험관과 진로설계관, 직업세계관 등 4개 관으로 이뤄져 있다. 교육학자 입장에서 잡월드의 핵심 역량은 진로설계관에 있다고 본다. 진로를 개발해나가는 능력인 직업 역량을 갖추는 데 있어 나를 잘 아는 게 가장 중요하다.
많은 학자가 연구를 통해 진로 선호도, 직업 가치관, 진로 적성검사 등 다양한 검사도구를 개발했다. 하지만 대부분 지필형의 셀프 레포트 방식이다. 문항을 보고 대략 이럴 것이다 하며 자기가 점수를 매기는 식이다.
잡월드 진로설계관은 국내 유일하게 동작형, 놀이형 검사를 하고 있다. 내가 직접 몸을 움직여 문제를 해결해나가기 때문에 타당도가 높다. 검사 결과는 진로 설계관에 배치된 전문가들이 상담을 통해 해석해주고 관련 직업 체험을 추천하기도 한다.

-잡월드를 다녀간 후 실제 진로 선택이나 설계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보는가
▶직업 체험을 했거나 직업 설계 프로그램에 참여한 아이들에게는 얼마나 진로 설계에 도움이 되는지를 매년 자체 조사하고 있다. 2018년 기준 5점 만점에 4.41 정도로 만족도가 높다. 또한 2018 기재부 고객만족도 조사(PCSI)에서도 높은 점수를 받아 전년도 B등급에서 A등급으로 상향됐다.
고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체험의 질 관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고객 중심의 판단 근거를 마련했다. 이를테면 예약 빈도(선호도), 아이들의 만족도, 노동시장 장래 유망성, 그리고 직업을 체험으로 구현해낼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렇게 고객 중심의 판단 근거에 기초해 콘텐츠를 개발하고 수정, 보완 방향을 설정하는 질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는 직업 변화에 대한 대응성을 높여야겠다는 것이 제가 생각하는 프로그램 개발의 방향성이다. 아이들이 지금 체험하지만 그들이 직업을 갖는 시점을 고려해보면 미래 지향적이고 미래 먹거리와 연결돼야 한다. 기존 콘텐츠와 ICT, 바이오, 문화 콘텐츠, 금융산업 분야 등 4대 분야로 콘텐츠를 강화하려고 한다.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시대에 따라 바뀌고 있다. 잡월드에서 최근 어린이와 청소년에게 가장 각광받는 직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에서 인정받는 직업의 개수는 약 1만3000개 정도인데 청소년관에서 구현되고 있는 직업의 수는 71개밖에 안 된다. 선호도가 높다고 해서 일반화할 수는 없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린다. 우선 어린이 체험관에서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만나는 직업에 관심이 많다. 피자가게나 슈퍼마켓, 소방서 등 실생활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것과 연관된 직업을 좋아한다.
청소년 체험관은 역동성과 기술 전문성이 선호도에 영향을 미친다. 청소년은 실제로 몸으로 움직여보고 기술을 요하는 직업을 선호한다. 과학수사관, 항공기 조종사, 메이크업 아티스트 등 실질적으로 기술 전문성을 발휘해보는 것들을 좋아한다. 요즘은 웹툰 작가나 웹툰 기획자, 로봇공학연구원 등 신생 유망 직업에 대한 관심도 점차 커지고 있다. 계속 수정 과정을 거치지만 직업을 어떻게 재해석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같은 직업이라도 앞으로의 방향성이나 가능성을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잡월드에 있는 미래직업랩(Lab)은 어떤 공간인가
▶미래직업랩은 직업세계관 안에 있는 4개의 존 가운데 하나다. 직업세계관은 4개의 존으로 구성되어 823개의 직업을 소개하고 있다. 시뮬레이션을 통해 실제 직업을 소개하고, 내가 모르는 곳에서 일하는 숨은 일꾼을 보여주기도 한다. 그들이 일하려면 산업의 안전성 담보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도 면면이 깔고 있다. 또한 역사를 직업의 관점에서 해석해놓은 유일한 공간도 있다. 일반 박물관에서는 선사시대 전시를 통해 그들의 의식주 생활을 봤다면 우리는 거기서 울타리를 보며 ‘이 시대에 축산업을 하는 사람이 있었다’는 식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그렇게 과거와 현재를 보고, 미래로 넘어가는 것, 그것이 미래직업랩이다.
미래직업LAB/사진=한국잡월드 제공
미래직업랩은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직업 세계의 변화를 조망해보는 곳이다. 이를테면 미래 병원에서 요구되는 직업들과 의사 역할도 미래에는 어떻게 변할 것인지에 대해 소개한다. 3D프린팅 존, 인공지능 로봇 존, 스마트시티 존, 스마트카 존 등이 있다. 아직 아무도 경험해보지 않은 것이기 때문에 구현해내는 게 쉽지는 않다. 우리가 제시하는 미래 직업 중에는 정보 보디가드도 있는데, 해킹을 막는 게 아니라 원천적으로 정보가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전문가를 명명한 것이다. 이런 직업이 나중에 없을 수도 있지만 아이들이 미래에 창직을 하고, 융합과 재해석을 하는 기초를 마련해준다는 데 의의가 있다.

-잡월드에는 스마트 기술을 이용한 전시 및 관람이 가능한데 어떤 체험을 할 수 있나
▶스마트 기술을 접목한 증강현실 트릭아트가 있다. 벽면에 그림이 설치되어 있는데 증강현실 기술을 적용해 그림을 입체적으로 보고 사진도 찍을 수 있는 포토 존이 있다. 아이돌 가수와 함께 춤추는 코너, 공룡알을 보고 탐험하는 트릭아트도 있다. 이곳은 재미도 있지만 트릭아트 기술을 개발하고 구현하기 위해서는 어떤 직업과 기술, 능력이 필요한지 생각해볼 수 있다.
앞서 소개한 미래직업랩 안에도 스마트 기기를 활용하고 있다. 스마트 월에서는 잡 아바타를 체험할 수 있다. 아이들이 자신의 얼굴을 찍어 입력하면 잡 아바타가 미래직업을 소개하고 직업 정보를 재밌게 탐색하도록 한다. 스마트 시티 존에서는 드론을 통해 교통, 소방, 안전 등을 제어하고 만약 문제 상황이 생기면 어떻게 해결하는지, 어떤 직업들과 능력이 요구되는지 보여준다. VR기기를 이용해 미래 직업 체험도 할 수 있는데, 병에 걸린 세포를 내 눈의 초점으로 맞추면 세포를 치료함으로써 미래 의사의 역할 변화를 간접 경험하는 것이다. 시간이 제한돼 있어 아이들끼리 체험과 함께 경쟁도 할 수 있어 만족도가 높다.

-지난달 ‘숙련기술체험관’을 착공해 내년 하반기 개관 예정이다. 기존 체험관과 다른 점은
▶숙련 기술이 우리나라 산업 발전의 원동력이었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에는 여전히 뿌리깊은 사농공상의 인식, 기술에 대한 경시가 있다. 우수한 숙련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그것이 잘 발현되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제조업 분야를 선도하는 원동력이 될 수 있다. 숙련 기술에 대한 인식 전환과 저변 확대를 위해 숙련기술체험관을 착공하게 됐다. 숙련기술체험관에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신기술과 숙련 기술이 어떻게 융합되어서 미래에 영향을 미칠지를 보여줄 예정이다. 그리고 그것이 아이들의 직업에 어떤 의미를 갖게 될지 비전을 제시할 계획이다.
기존 체험관이 일반적인 직업을 보여줬다면 여기는 숙련 기술과 연결된 특정 전문 분야를 보여줄 것이다. 용접, 섬유공예 등 각각의 테마가 있다. 그리고 현재 시점이 아닌 미래 시대 융합의 관점에서 해석하게 된다. 융합의 포인트는 산업 현장과 기술, 기술과 기술, 삶과 기술의 연결 등이다. 이를테면 산업 현장과 기술의 연결에서는 스마트팩토리 안의 산업용 로봇과 숙련 기술이 어떻게 연결되어서 현장이 돌아가는지를 체험하게 된다. 기술과 기술의 연결은 산업제품이나 설비에 인공지능이 부여되면 창의 융합 엔지니어 직업이 각광받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지금까지 단일 직업이나 직업을 연결 짓는 데만 초점을 맞췄다면, 숙련기술체험관은 융합을 핵심으로 구현될 예정이다. 

-잡월드가 앞으로 새롭게 개발해나갈 수 있는 부분은 무엇이 있을까

▶아이들이 잡월드를 다녀가면 굉장히 많은 정보가 쌓인다. 그렇게 축적된 정보를 아이들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데이터화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갖고 있는 목표다. 잡월드를 거점으로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 진학하면서 각각 체험한 것을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다.
개인정보보호법 때문에 사실은 어떻게 접근할지 고민스럽다. 정보를 축적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정보 수집이나 활용, 보관을 동의받는 것은 정보 윤리와 관련된 것이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 이렇게 성장기에 걸쳐 아이들의 진로나 적성 기록들이 축적된다면 아이들과 부모, 교사들까지도 진로 설계를 하는 데 유용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교육학 박사 시절 주로 청소년 진로와 취업 취약계층 경력 개발을 연구했다.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진로 탐색의 모습은

▶진로 탐색은 진로 개발을 위해 해야 하는 과업이다. 궁극적으로 가져야 하는 능력은 진로를 스스로 개발할 수 있는 진로 개발 역량이다. 현대 사회의 특성상 직업의 중요성은 아주 높다. 직업 세계에 들어가면 하루 24시간 중 필수적으로 생존하기 위한 시간을 제외하고 직업과 관련된 시간의 소비는 매우 크다. 삶을 행복하고 바람직하게 살려면 직업에서의 행복감, 만족감을 빼고는 달성하기 어렵다. 내가 잘할 수 있으면서 만족감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직업을 탐색하고 결정하는 것은 삶에서 필수요소다. 그렇기 때문에 진로 개발 역량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진로 개발 역량을 키우는 이유는 행복해지기 위함도 있지만 스스로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해서다. 저는 다양성에 대한 인정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본다. 좋은 직업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내가 그 직업을 사랑하고 능력을 발휘할 수 있으면 그게 좋은 직업이다. 지금은 공부 잘하면 의대부터 가고 그 다음으로 공대에 진학하는 식이다. 좋은 직업에 대한 스키마(schema)가 있고 아이들을 거기에 맞추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노동시장 자체의 건전성이 확보되고 누구나 노동의 가치를 인정받는 사회를 만들어야 다양성도 인정될 수 있을 것 같다. 

-잡월드가 어떤 기관으로 각인됐으면 하는가
▶진로 개발은 전 생애에 걸쳐 일어난다. 잡월드는 그중에서도 어린이와 청소년의 진로 개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로의 정거장 같은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거장은 어딘가를 가기 위해 꼭 거쳐가야 하는 곳이다. 아이들에게 의미 있는 콘텐츠를 주기 위해 늘 준비하고 있다.
잡월드 콘텐츠는 매우 우수하고 최대한 많은 아이가 경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공공기관으로서 아이들이 체험을 하는 데 있어 경제적 장벽을 느끼지 않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콘텐츠 자체에 다문화 감수성, 장애 감수성에 대한 배려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고 자체적으로 비판한다. 다문화, 장애 감수성을 높여서 장애가 있건 없건, 어떤 국적이나 언어적 배경을 가졌든 상관없이 즐겁게 진로 교육에 참여함으로써 삶에 의미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고 과제라고 생각한다.
지금은 ‘진로’라는 단어를 검색하면 연상어가 ‘진로 고민’이다. 이 연상어가 ‘진로 행복’으로 바뀔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나와 잡월드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노경란 한국잡월드 이사장
1972년생
고려대학교 교육학사
일본 교토 교육대학 대학원 교육학 석사
고려대학교 대학원 교육학 박사
성신여자대학교 교육학과 부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4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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