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과 일시오락의 ‘아슬아슬한 경계’… 변호사의 해석은?

도박은 재물이나 재산상 이익을 걸고 승부를 다투는 행위를 말한다. 요행을 바라여 재산을 형성한다는 것이 건전한 사회풍속을 저해하며,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사기나 횡령과 같은 범죄가 발생하기 때문에 국가에서는 원칙적으로 모든 형태의 도박을 금지하고 있다. 형법에서는 도박죄에 대해 1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규정하고 있으며 상습도박을 한 경우 형은 가중되어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가끔 주위에서 해외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이 카지노에 방문하여 배팅을 했던 이야기를 하기도 하는데, 도박이 모두 불법이라면 왜 이들은 처벌받지 않는 것인지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도박으로 볼 수 있는 행위지만 일시오락에 불과하다면 처벌하지 않는다는 것이 우리 형법의 태도이다. 그렇다면 도박과 일시오락은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일까?

유앤파트너스 전형환 경찰출신 변호사는 “도박과 일시오락을 구분하기 위해서는 도박을 한 시간과 장소, 도박에 건 재물의 가액(판돈)의 정도, 도박을 한 사람들의 사회적 지위나 재산 규모, 도박으로 인한 이득의 용도 등 여러 요소를 참작해야 한다. 상습도박을 한 정황이 있다면 처벌 가능성이 더욱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똑같이 점당 100원짜리 화투를 쳤으나 판돈이 3만원에 불과했던 A씨는 도박에 대한 유죄판결을 받았고 판돈이 5만원이 넘어갔던 B씨는 무죄가 선고되었다. A씨는 정부보조금을 받아 생활하는 기초생활수급자였기 때문에 3만원이라는 판돈이 걸린 게임이 일시오락으로 보기 어렵다는 판결을 내린 것이다. 한편 B씨는 자기 소유의 자택이 있는 상황이었으므로 5만원 정도의 판돈은 오락 행위에 해당한다고 본 것이다.

판돈이 크면 도박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처럼 여러 사정을 고려하여 결정되기 때문에 단순히 도박금액의 규모만 가지고 도박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위험하다. 도박과 일시오락을 구분하는 것은 고도의 법적 지식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일반인이 금액만 가지고 섣불리 혐의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것은 좋지 않은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다.

전형환 변호사는 “도박에 대한 판결을 내릴 때 하급심과 상급심의 판단이 달라지는 경우는 매우 흔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음식값 결제를 누가 할 지 결정하기 위해 ‘훌라’라는 카드게임을 하다가 적발된 사안에서 1심은 벌금형을 선고했으나 2심과 대법원은 무죄 판결을 내렸다. 도박은 전문가들조차 의견이 엇갈릴 정도로 복잡한 문제이기 때문에 연루된 상황이라면 변호사의 조력을 구하여 상황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