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 사람과 동물복지는 평행 아닌 ‘동행’

“동물의 사회적 지위, 보편적 기준 적용 수준까지 올라야”

머니투데이 더리더 임윤희 기자입력 : 2019.06.12 15:16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사진=더리더
“사람복지도 부족한데 무슨 동물복지냐…”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동물복지’가 ‘사람복지’를 뺏는 것이 아니라 더불어 좋게 만든다고 말한다. 농장동물의 부작용이 사람에게 그대로 옮겨가거나 동물폭력이 종사자의 폭력으로 확대되는 연관성은 그의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이 대표는 미국에서 맨해튼 음악 대학원을 졸업한 주목받는 피아니스트였다. 귀국 후엔 수원대 강사로 일했다. 동물복지가로의 쉽지 않은 전업에 대해 이유를 물으니 “지금 하고 싶은 일이 이것뿐”이라고 답하며 웃는다. ‘시민운동가’, 특히 동물분야는 총대를 멘 한 사람의 희생이 조직을 키우는 구조기에 그의 선택이 숭고하다. 2017년 자립하면서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를 설립한 게 벌써 2년이다. 최근에는 국회 동물 관련 포럼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그와 강남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났다.

-동물복지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릴 때부터 동물에 관심이 많았다. 대학과 대학원을 해외에서 다니면서 동물 봉사활동을 하게 된 것이 계기였다. 귀국 후에도 동물 관련 일을 업으로 할 생각까지는 못했고 주로 자원봉사를 했다. 2009년 귀국하면서 동물보호 단체에 통·번역 봉사를 했다. 그때만 해도 동물 복지에 캠페인이나 정책적인 움직임은 활발하지 않았고, 구조나 입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캐나다에서 도살되는 하프물범을 사용하는 건강보조식품을 만드는 곳을 대상으로 원료 대체 캠페인을 시작해서 점점 활동 범위를 늘렸다. 본업과 함께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러다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이 오더라. 그때 동물보호단체에서 일하는 걸 선택했다. 국제비영리기구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에서 동물 실험 관련해서 동물자유연대(2010~2015)에서 정책을 맡았었고 2017년에 정책과 입법 중심으로 일하고 싶어서 어웨어를 설립하게 됐다.

-피아니스트에서 동물복지가로 변신이 어려웠을 텐데
▶미국까지 가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귀국 전후로 미국과 한국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두 가지 일을 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 일이 많고 피곤한 것은 둘째치고 일에 맞게 두뇌를 전환하는 게 가장 힘들었다. 항상 동물이 힘들어하는 모습만 보고 싸워야 하는데 사실 연주하고 학생들 가르치는 일상과 괴리감이 너무 컸다. 어느 하나도 만족하지 못하는 수준이 반복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복지가로 결정한 거 같다.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에서 하는 주요 사업은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구조 대신 동물복지에 대한 정책을 연구하고 향상시키기 위한 사업을 주로 한다. 현장 조사를 통해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고서나 정책 제안서를 만들고 정부와 국민을 설득시키는 작업을 한다.
동물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원인을 정확히 파악해서 보완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나 마찬가지다. 처벌 강화를 요구하는 민원이나 서명 등을 진행하더라도 법제도가 미약하다 보니 재발이 많다. 사람 하나, 사건 하나를 단죄했다고 해서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동물을 극도의 학대로부터 사전에 보호하는 기반을 다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책을 제안하고 발의하는 과정에 참여해서 법이 만들어지도록 조율하고 통과되도록 설득하는 일을 하고 있다.
또 지역에 따라 반려동물 복지 상태에 대한 인식의 편차가 크다. 그런 인식차를 가지고는 전체적인 수준을 향상시키기가 어렵기 때문에 지역사회 중심으로 지역 주민 교육과 같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현재 추진하고 입법 활동 중 가장 중점적으로 하고 있는 것은

▶지금은 ‘동물원수족관법’과 ‘야생생물보호법’에 가장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동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즐기고자 하는 수요도 늘어났다. 실내동물원, 야생동물 카페 등이 늘어나고 있는 원인이다. 그러나 그 안에 있는 동물 복지 상태는 열악하다. 사람과 동물과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친다. 카페나 음식점에서 야생동물 전시를 금지하는 법안을 지난해 8월 발의해서 논의를 기다리는 중이다. ‘동물원수족관법’은 사육 기준에 부합하는 시설만 허가제 도입을 중점적으로 제안하고 있다.

-어웨어는 어떻게 운영되나
▶아직까지 시민단체에 후원하는 분들은 대부분 수혜자에게 직접 혜택이 돌아가기를 원하는 분위기다. 우리 단체의 경우엔 제도 개선을 주로 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후원이 필요하다고 생각지 않는다. 넉넉한 환경이 아니라 상근 활동가를 고용하는 것이 어렵고 프로젝트별로 고용한다. 할 일은 많고 인력은 부족한 상황이다. 나 역시 이 일하는 스케줄이 많아 언제까지 지속가능할지 의문이다.
매일 현장 다니고 회의도 가고 지방도 다닌다. 대부분 사람들이 정책을 한다면 책상에서 일한다고 생각하는데 하루 종일 나가서 일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동물원에서 철저하게 관리를 하는지 증명하고 결과를 내고 개선하는 과정을 보고서로 만들기 위해서는 현장이 필수다. 힘들고 어렵지만 이 일 말고는 하고 싶은 게 없으니…

-반려동물의 폭발적인 증가의 원인은 무엇이라고 보시나
▶반려동물 개체 수의 폭발적인 증가 원인은 복합적이다. 생산판매 규제가 안 돼서 늘어나기도 하고 동물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면서 더 많아지기도 한다. 이에 비해 책임의식은 비례해 커지지 않기 때문에 마냥 기뻐할 일은 아니다. 유기동물과 사회 포기 동물을 끌어안을 시스템이 정부엔 없다. 이미 민간영역으로 넘어와 있다 보니 동물권단체 케어의 안락사 부작용 같은 사례도 발생한다. 보호소는 자원의 부족으로 인도적 관리가 부족하고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입양률도 낮다.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큰 틀에서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이라 생산판매만 규제해선 문제해결이 어렵다. 다각도에서 해결되어야 한다.

-반려동물 증가에 따른 강아지 농장과 펫숍의 문제와 해결 방법에 대해 의견이 있다면
▶장기적으로 목표를 잡고 그 안에서 단계적 실행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본다. 동물의 판매 자체를 금지한 해외의 경우에는 이미 유기동물을 보호소에서 입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은 후에 만들어졌다. 우리나라 같은 경우는 ‘생산제’를 ‘허가제’로 하고 관리, 감독하겠다고 했지만 대량생산을 허가한 거나 마찬가지다.
동물생산업은 직원 1인당 75마리까지 관리해야 하고, 동물판매업·수입업은 직원 1인당 50마리까지 관리해야 한다. 이전에는 동물생산업의 경우 직원 1인당 100마리, 동물판매업과 수입업은 직원 1인당 100마리였던 것에 비하면 줄어들었지만 아직도 그 수가 많다. 

영국의 경우 2015년 통계를 보면 면허받은 브리더가 900명이 안 된다. 50%가 열 마리 이하를 사육하고 있다. 대부분 소규모 브리더고 100마리 넘는 업장이 3%에 불과했다. 우리도 허가의 단계적 방안을 마련하고 그에 맞는 로드맵이 나와야 한다. 이런 부분에 대해 지속적으로 정부에 제안하고 있다. 한 생산 업장에서 사육할 수 있는 모견의 수를 제한한다든가. 이런 구체적인 방안이 모색되어야 한다. 

또 유통 과정에서 생산업장에서 경매장으로 가서 판매장으로 가는 구조를 용인하고 있는데 유통경로가 길어질수록 안에서 이득을 챙기는 사람도 많다. 해외 일부에선 반려동물 구매를 위해서 모견을 확인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했다. 브리더와 사려는 사람이 직접 만나 유통경로를 최소화한 것이다. 이런 방안도 함께 모색해야 한다.

-동물복지에 대한 국민적 인식 역시 아직은 부족한데
▶아무래도 반려동물로 부르고 지낸 것이 얼마 안 되다 보니 아직 부족할 수밖에 없다. 인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기교육이다. 이런 부분 때문에 정치권에서도 선거 때마다 관련 공약을 내걸지만 시행까지의 길이 멀다. 문재인 정부 공약에도 포함된 전국 초등학교 반려동물 관련 교육 시행 역시 진행되지 않고 있다. 또 동물을 다루는 직업군에 있는 학생이나 사육사, 반려동물 관련 종사자들도 동물복지 교육이 꼭 필요하다.
▲국회 포럼에 참석한 이형주 대표/사진=어웨어 제공

-현재 동물카페는 대부분 일반음식점으로 신고하고 영업 중이다. 어떻게 보시나
▶2017년에 어웨어에서 처음으로 ‘야생동물 카페 보고서’를 냈다. 카페는 상가 건물 안에 있는 시설로 사육하는 야생동물의 주거환경과 흡사하게 조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넓다고 되는 게 아니라 구조물도 있어야 하고 관목이나 흙 등 생존을 위해 필요한 요소들이 있어야만 한다. 그런 환경 없이 무분별한 접촉에 계속 노출되어 동물은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라쿤 회충’ 역시 분변을 통해 전염되는데 바닥에 묻은 분비물이 분진 형태로 공중에 있다가 사람이 음식을 섭취하면 입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있다. 라쿤을 무분별하게 분양하고 있어 보호소에도 라쿤이 들어온다. 우리나라에도 너구리가 있는데 ‘미국너구리’인 라쿤이 우리 생태계에 들어와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아직 연구된 바가 없다.
동물원수족관이 아닌 곳에서 전시 목적으로 야생동물을 기르는 것을 금지하는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을 이용득 의원이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답답한 마음이다.
동물복지에 관련된 입법 중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있다면
앞서 언급한 대로 지금 당장 시급한 것은 야생동물 카페다. 동물 복지뿐만 아니라 인수공통 감염이나 보건 생태계 교란이나 사회적 위험도가 높은 산업인데 입법이 늦어지고 있어서 관심이 필요하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펫티켓은
▶책임 인식의 첫걸음으로 동물 등록이 가장 중요하다. 활성화가 꼭 필요하다. 펫티켓은 기르는 사람에게 한정돼 있는 게 아니라 기르지 않더라도 서로 존중하는 마음이 중요하다.

-궁극적으로 동물 복지에 가지고 있는 꿈이나 이상향이 있다면
▶우리 사회에 동물의 사회적 지위가 지금보단 올라와야 한다고 본다. 보편적 동물의 복지 기준이 향상되면 좋겠다. 예를 들어 ‘개’라는 종이 생물학적으로 일반적인 복지 상태를 누리기 위해 제공돼야 하는 기본적인 요소들이 지켜졌으면 좋겠다. 반려동물이나 실험동물, 농장동물 모두 사람으로 따지면 최저임금제처럼 보편적인 기준이 적용되는 수준으로 동물복지를 향상시키고자 하는 바람이 있다.

이형주 동물복지연구소 어웨어 대표
●1979년생 서울출생
●존스홉킨스 대학
●맨해튼 음대 대학원
●수원대학교 음악 강사
●동물자유연대 정책 국장
●크루얼티 프리 인터내셔널 동아시아 지부 총괄
●사단법인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yunis@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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