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혁신위, ‘쪽지예산 금지법’ 입법 추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6.04 17:31
지난 3월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367회국회(임시회) 제1차 본회의에서 문희상 국회의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사진=뉴스1
국회의장 직속 운영기관인 ‘국회혁신자문위원회’가 지난달 17일 비공개 회의를 열고 ‘쪽지예산 방지방안’을 혁신자문위안으로 최종 확정했다. 이는 지난 3월 국회혁신자문위가 내놓았던 ‘제2기 자문 결과’에도 포함됐던 내용이다.

'쪽지예산’이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의 예산안 심의 과정에서 국회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 예산 증액을 위한 민원을 적은 ‘쪽지’를 건네서 예산에 반영하는 것을 의미한다. 쪽지를 전달하는 대상은 예결특위 위원장이나 여야 간사, 또는 예결특위 ‘예산안 등 조정소위원회’ 위원 등이다. 지역구 챙기기 예산은 도로건설이나 지역편의시설 확충 등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이 주를 이루고 있다. 보통 A4용지에 ‘사업을 주관하는 정부 부서, 사업명, 예산액’ 등을 쓰고 이를 몇 번씩 접기 때문에 쪽지예산이라고 불린다. 최근에는 쪽지가 아닌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나모 바일 메신저 등을 이용
하기 때문에 ‘문자예산’이라고도 불린다.
그동안 이런 쪽지예산은 국회의원이 국회 예산 심의 과정에서 자신의 지역구 예산을 증액시키고자 이뤄졌는데 ‘재선’을 목적으로 하는 의원들에게 공통적으로 있어왔다. 지역구 유권자 입장에서 지역구 사업 예산을 많이 확보하는 것은 지역구민이 의원에게 원하는 지역구 대표 활동이며 의원의 능력을 평가하는 중요한 기준이기 때문이다.

쪽지예산, 무엇이 문제였나?
쪽지예산이 비판받는 이유 중 하나는 지역구 예산을 증액하는 절차와 방법이 공개적이고 책임있게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2018년도 예산심의 과정에서 일부 특정 지역구에 대한 예산증액은 예결위의 ‘소소위’에서 논의되고 결정됐다. 이때 소소위는 교섭단체를 구성한 원내정당을 대표하는 3인의 간사로 구성됐다.
소소위는 국회법에 근거가 없는 임의 기구로, 소소위의 논의 내용과 예산 증액은 회의록을 남기지 않아서 예산 심의 과정의 공개성과 투명성이 확보되지 않는다. 소소위 회의를 통한 예산심사는 ‘밀실 심사’라고 불린다. 또한, 교섭단체를 대표하는 간사3인에 의한 예산 증액은 대표성 측면에서도 여러 차례 비판이 제기됐다. 예산 심의의 효율성을 위해 소위원회 또는 분과위원회를 구성해 예산안 심의를 하고 있는데, 이보다 더 작은 단위인 소소위에서의 결정은 의사결정 대표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소소위뿐만 아니라 소위원회에서 의원들이 쪽지나 휴대전화 문자 또는 구두로 요청한 예산을 증액시키는 것은 누가 어떤 이유로 얼마의 금액 증액을 요구했는지에 대한 자료가 체계적으로 관리되지 않는다. 따라서 예산 심의 과정의 투명성과 민주성을 저하시키고 있다.
지난해 10월 1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결산심사 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사진=머니투데이 이동훈 기자
무소속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시·임실군·순창군)이 지난해 12월 2일 저녁 예결위 소소위 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예결위회의장 출입문 앞에서 밀실예산안 심사를 비판하며 1인 시위를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정부 슈퍼예산, ‘쪽지예산’ 규모도 역대급
지난해 말 정부가 내놓은 2019년도 예산 규모는 기존에 냈던 470조 5000억원보다 9000억원(전체 예산의 0.2%) 정도 줄어든 469조 5752억원이다. 국회는 감액심사를 통해 예산안에서 5조 2000억원을 감액하고자 했지만 심사 막판 하루 만에 9000억원으로 4조 3000억원이 도로 늘어난 것이다. 늘어난 예산의 대부분은 실세 의원들의 몫이었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역구인 세종시수목원 조성으로 예산 253억원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서울 지하철 9호선 증차 예산으로 568억원, 안상수 자유한국당 의원(당시 예결위 위원장)은 해양박물관 건립비 16억 등 58억여원을 차지했다. 감액심사는 9월부터 12월 6일까지 석 달이 넘게 된데에 반해, 증액 심사는 회의록이 남지 않는 비공개 소소위에서 이뤄졌다.
이렇게 국회 상임위와 예산결산특위의 심의에서 전혀 논의된 적 없는 쪽지예산의 규모는 1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이야기한 실세 의원들의 힘이 작용한 보이지 않는 쪽지예산까지 포함하면 전체 쪽지예산 규모는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혁신위의 쪽지예산 근절 개선방안
혁신자문위는 「국회법」 제57조 제5항을 개정하여 비공개로 회의를 진행할 수 있는 요건을 명문화하는 것을 추진하는 데 최종 의결했다. 국가안보 등 특별한 사유가 있을 때만 소위원회가 비공개로 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을 열거함으로써 소위원회가 임의로 비공개 회의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다. 국회법이 개정되면 소위원회가 아닌 회의 형태로 예산 증감액을 심사하고 결정하지 않도록 명문으로 규정한다는 의미다.
또한 소위원회는 국민의 알 권리 보장을 위해 개별사업별 증감 내역을 예결위 전체회의에 서면으로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도록 국회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쪽지예산 근절이 시행되기까지 남은 과정
혁신자문위의 쪽지예산 근절 방안은 국회사무처 검토를 거쳐 문희상 국회의장 권고안으로 국회 운영위원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운영위 심사를 거친 법안은 다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심사를 거친 후에 본회의에서 최종 의결된다.
혁신자문위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 권고안이 운영위에 제출되면, 그것을 초안으로 위원회안이 발의되게 된다. 국민 여론을 의식해 의원들이 개정안에 반대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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