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흥희 위원장, “상습–단순 마약범 나눠 처벌해야”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재범은 엄벌하되 타인에 의한 투약범은 재활치료 중요"

머니투데이 더리더 홍세미 기자입력 : 2019.06.11 09:05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우리나라는 더 이상 ‘마약 청정국’이 아니다. UN에서 정한 마약 청정국의 기준은 인구 10만 명 당 마약류 사범 20명 미만인 나라다. 우리나라는 이미 2015년 인구 10만명당 국내 마약류 사범이 24명에 달했다.


떨(대마)과 아이스(필로폰), 캔디(엑스터시)와 작대기(주사 필로폰). 일반사람들은 잘 알지 못하는 용어가 있다. 마약을 일컫는 은어로 마약을 판매할 때 주로 쓰인다. 수사망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다. SK와 현대그룹 3세가 마약을 하다가 적발됐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로 알려진 황하나와 그의 전 연인이었던 연예인 박유천도 마약을 한 사실이 밝혀졌다. 유명인들이 마약을 하다가 적발되자 이들의 용어도 달라진다. 또 대마는 투약이 편한 액상 전자담배나 쿠키와 젤리 같은 형태로 2차 가공된다고 알려졌다.


최근 마약은 ‘던지기 수법’으로 거래된다. 마약 공급자가 불법계좌로 돈을 받고 특정 장소에 마약을 가져다 놓는 방법이다. 공급자와 수요자의 관계를 알 수 없다.


2004년에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 창설 멤버로 활동하며 마약 사건을 담당한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은 “마약 범죄는 어떻게든 걸리게 돼 있다”라며 “탈색을 한다고, 제모를 한다고 걸리지 않는 것은 범죄자들의 착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최근 진화하는 마약 은어, 수법에 대해서도 수사기관에서 알고 있고 신속한 적발을 위해 연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마약 현실과 해결방법을 듣기 위해 윤 위원장과 지난달 20일 서울 광화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우리나라에 마약이 확산된 원인은 무엇인가
▶1990년도부터 외국인 근로자나 외국인 어학 연수생들이 국내에 많이 들어왔다. 외국인 여행자들은 자신의 나라에서 처벌하지 않는 마약류를 가지고 들어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공급하기도 했다. 또 외국 여행이 많아지면서 한국 사람이 국외에서 마약류를 접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서 이용자들이 증가하니까 돈을 벌기 위해 마약 공급책들이 조직적으로 생겼다.

-어느 지역을 중심으로 마약판매가 확산됐나
▶학생들이 많이 있는 홍대 지역과 외국인이 거주하는 이태원, 또 강남에서 많이 검거됐다. 이 세 곳에서 많이 발견돼 ‘한국의 초승달 지역’이라고 한다. 2000년 이후에는 한국에서 잘 발견되지 않은 신종 마약류가 이 초승달 지역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최근 재벌 3세나 유명인의 마약 범죄가 논란이 되고 있다. 재벌의 자녀나 유명인이 마약을 접하기 쉬운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1960년도에도 연예인이나 재벌들이 투약을 했었지만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1970년~1980년 이후부터 마약 투약 방법이 쉬워졌다. 가격도 싸졌다. 증거 인멸도 쉬워진 영향도 클 것이다. 연예인들은 약간 환각상태에서 음악을 한다든지, 공허함을 느낄 때 달래기 위해 마약을 하는 경우가 있다. 마약 환경이 변하면서 늘어났다.

▲검찰에 송치되는 박유천/사진=뉴시스
-연예인 박유천은 탈색과 제모 등으로 혐의를 피하려고 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탈색과 제모로 수사망을 피할 수 있는지
▶마약 사범들을 현장에서 검거하는 방법은 소변과 모발 검사다. 소변은 조사 당일 국립과학연구소로 보내고 모발에서 증거를 확보하기 위해서 인체에 있는 모발, 음모, 겨드랑이털, 눈썹, 턱수염, 체모 등을 확보한다. 이 외에도 항문털이라든지 다리털 등 인체에 있는 모든 모발을 검사한다. 이른바 ‘물뽕’이라고 불리는 것은 소변으로 배설된다고 하지만 모발을 통해 쉽게 감정할 수 있다.


필로폰이나 대마초 엑스터시(MDMA), 세 가지 종류는 6~7개월 동안 우리 몸에 잠복한다. 프로포폴이나 새로운 마약을 모발에서 감정할 수 있는 신기술이 생겼다. 최후에는 모발 감정을 통해 검거한다. 탈색과 제모로 수사망을 피할 수 있다는 생각은 마약 투약자가 간과한 것이다.

-연예인들은 마약 범죄를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빨리 복귀하기도 한다
▶연예인들이 마약을 한 후에 6개월, 1년 후에 복귀하는 사례가 있다. 마약사범의 처벌이 경미하다고 인식하는 사람이 많다. 특히 청소년들이나 투약자들에게는 더욱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연예인이든 아니든 상습범은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

-필로폰이 중국에서 많이 들어온다고 알려졌는데 이유는 무엇인가
▶필로폰을 제조할 때 마황이라는 약품을 추출한다. 마황은 중국과 대만에서는 가격이 싸다. 중국에서 제조해서 한국에 공급하면 큰 이익을 남길 수 있다. 중국에서 북한산 필로폰을 국내에 밀반입하는 경우도 있고 이익이 많이 남는다.

-마약 종류의 가격은 어떻게 되나
▶소비자 가격으로 대마초 1g은 3천원, 엑스터시 1정은 4만원, 필로폰 0.03g은 10만원 정도에 판매된다. 필로폰의 경우 1kg이 3억원 정도한다. 도매 가격은 1kg에 1천~3천만원 정도다.

-최근 ‘던지기 수법’이 마약 거래에 이용되는데 어떤 수법인지
▶판매자가 어느 지점에 가져다 놓으면 매수자가 찾아가는 방법이다. 돈은 불법계좌를 통해 입금한다. 연락은 증거가 남지 않는 텔레그램을 통해 주고받는다. 과거는 택배나 오토바이, 버스 등 화물로 주고받았다. 신종 유통 방법은 SNS나 인터넷을 통해서 국제우편이나 특송화물로 밀수해서 투약자에게 직접 배달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현장에서 검거했을 때 판매자와 매수자의 관계를 알 수 없다. 증거 인멸이 쉽다. 과거에는 현장에서 현금과 마약을 1:1로 주고받았다. 2000년도 이후로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던지기 수법이 활용됐다. 구매자를 발견했다고 하더라도 공급책을 알 수 없다. 특히 제3자가 나타나서 운반만 도와주는 경우가 있다. 마약인 것을 모르고 운반만 했으면 처벌할 수 없는 점을 이용하기도 한다.

-인터넷으로도 쉽게 구할 수 있다고 알려졌는데 막을 방법이 있나
우선 SNS나 인터넷에는 마약을 은어로 말한다. 이를테면 필로폰은 ‘작대기’, 대마는 ‘사탕’, ‘캔디’라고 한다. 경찰 사이버수사대의 추적이 우선 중요하다. 이에 따라 경찰 수사 요원도 증원해야 한다. 각 지방청 마약수사대가 있고 서울에 8개의 지정된 마약 수사대가 있지만 그 인원으로는 수사가 힘들다.

-마약은 어떻게 투약하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과거에는 정맥주사인 근육주사를 이용했다. 주사기로 혈관에 찔러 넣었다. 지금은 수사를 피하기 위해 커피나 맥주 심지어 양주 같은 것으로 희석한다. 대략 0.05g에서 0.1g을 희석한다. 중국이나 북한에서는 은박지 위에 마약을 올려놓고 기체로 올라오게 해서 흡입하는 방법을 많이 쓴다.

-마약을 하면 나타나는 증상은 무엇인가
▶환시, 환청, 환후, 환촉 등이 발생한다. 상습적으로 중독됐을 경우에는 환각 상태에서 교통사고도 발생할 수 있고 나체로 노상에서 활보하기도 한다. 또 절도, 강도, 살인, 성범죄 등 강력 사건도 발생한다. 마약 환각 상태에서 부인을 의심하면서 칼로 살해한 사건도 있었다. 마약범이 환각 상태에서 자기 자녀를 인질로 삼은 사례도 있었다. 마약 구입비를 마련하기 위해 강도나 절도를 한 경우도 있다.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사진=더리더
-마약 범죄를 줄이기 위한 방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 마약에 대해 중고등학교에서 가르치거나 성인이 된 이후에도 가르치는 경우가 거의 없다. 중고등학교 때부터 전문가를 통해 마약의 유해성을 교육하면 미리 예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버닝썬 사태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흥업소나 숙박업소에서 마약을 많이 한다. 그런 유흥업소나 숙박업소 대표들을 모아 지방자치단체나 구청, 경찰에서 분기별로 소집해서 종업원을 상대로 마약에 대한 교육을 해야 한다. 이번 버닝썬 사태에서도 발견됐지만 대표나 관리인들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이들에게 마약에 대한 교육을 하지 않는다. 마약의 유해성을 미리 교육했더라면 확산을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외국의 경우에는 전문 수사관들이 중고등학교에 나가서 교육을 한다. 일본 같은 경우에 마약 관리가 잘되는 나라인데 국가, 지방자체, 수사기관, 시민들이 모두 공조한다. 우리나라는 시민들이 마약의 유해성을 잘 모른다. 마약을 투약하는 신세대 청소년들도 마약에 대한 인식이 부족하다.

-처벌은 어떻게 이뤄져야 하나
▶상습 투약자와 단순 투약자를 나눠서 처벌해야 한다. 단순 투약자는 마약인 것을 모르고 타인에 의해서 접한 경우다. 단순 투약자는 재활치료가 중요하다. 초범은 다시 복귀할 가능성이 있다. 과거에는 무조건 처벌이 원칙이었는데 지금은 초범에 한해 달라졌다.


상습 투약자에 대해서는 엄벌이 이뤄져야 한다. 특히 공급하거나 판매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마약 범죄는 다른 범죄에 비해 재범률이 높다. 5년 정도 두고 보면 30~40% 정도 재범을 저지른다. 수사하면서 상담을 할 때는 교도소를 나가면 죽어도 필로폰을 투약하지 않겠다고 맹세하지만 나오자마자 공급자들이 접근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나라에 22개의 마약류 중독자 지정 병원이 있는데 상습 투약자는 그곳에서 구금 상태에서 치료한다. 그곳에 있을 때는 다신 하고 싶지 않겠지만 교도소를 나오면 문제가 된다. 지속적인 치료와 예방 교육이 필요하다.

윤흥희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회 위원장
경찰청소속 치안발전포럼 이사
서울지방경찰청 마약 수사대 팀장
한성대학교 마약알코올학과 교수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semi409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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