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완 교수, “사주팔자는 ‘사람의 삶 분석’ 학문”

인문학 정착 위해 점술 아닌 심리·사회과학적 접근을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입력 : 2019.06.11 11:16
오늘의 운세, 관상 앱, 타로로 보는 연애운. 온·오프라인을 막론하고 언제든 생활 속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운명산업의 산물이다. 영국의 시사주간지인 <이코노미스트>가 지난해 한국의 점 시장 특집 기사를 내보내면서 한국 점술시장 규모를 약 27억 달러(한화 약 4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했다. 5G, AI가 등장하는 첨단기술 시대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운명학을 찾고 있다는 뜻이다.

운명이란 무엇일까? 동양철학 박사이자 사주명리학자인 대덕(大德) 김동완 교수는 “운명(運命)을 풀이하면 ‘목숨은 움직인다’는 뜻이다. 운명은 숙명과 달리 결코 타고난 삶을 그대로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그는 “운명학은 정해진 삶을 보는 것이 아니라 인간 삶의 변화를 예측하는 학문”이라고 강조했다. 그리고 “운명학을 과학적 통계에 기반을 두고 성격, 관계, 진로 적성, 건강까지 접근하는 등 예측이 아닌 미래 설계를 위한 상담심리학 측면에서 접근해야 인문학으로서의 명성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주명리학이란 무엇인가
▶태어난 생년, 생월, 생일, 생시를 만세력을 활용해 육십갑자로 뽑고 연주(年柱), 월주(月柱), 일주(日柱), 시주(時柱)의 사주(四柱)와 각주(柱) 두 자씩 여덟 자를 음양(陰陽), 오행(五行), 신살(神殺), 육친(六親) 등으로 하여 타고난 성격, 직업적성, 특성, 직무역량, 심리, 관계, 궁합 등 다양한 인간사를 분석하는 학문을 말한다.
기존의 사주명리학이 미래를 예측하는 데 급급하고 족집게에 초점을 맞췄다면 현대는 개인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사회에서 자신의 장점을 어떻게 발휘해나가고 기여할 수 있으며 더불어 살 수 있는가를 분석하고 연구하는 추세다.

-요즘은 길거리에서 쉽게 사주나 타로를 볼 수 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런 운명학에 관심을 갖고 있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약 70%(여성 약 80%, 남성 약 60%)는 1년에 한 번 사주를 본다는 통계가 있다. 국내 3대 중앙일간지엔 모두 오늘의 운세가 실려 있다. 사람들의 관심이 그만큼 높다는 의미다. 예나 지금이나 운명을 보는 사람이 많다. 역사 속 많은 백성은 토정비결, 사주팔자, 점 등에 관심을 보여왔다. 요즘 같은 첨단 과학의 시대에도 휴대폰 속 사주, 운세 앱이 인기를 끌고 있고 홍대, 압구정, 가로수길 등 번화가의 타로, 사주카페에는 젊은이들의 발걸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불황 경기 속에서도 ‘운명산업’은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왜 그럴까? 바로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과 초조함 때문이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를 경신하고 취업률은 여전히 바닥을 치고 있다. 젊은이들의 미래 불안감은 커지면서 연애와 결혼, 출산을 포기하는 것이 흔한 사회에 이르렀다. 이런 미래의 불안감과 절망감을 점이라는 도구로 채우려는 것으로 보인다. 젊은이들의 사회경제적 안정감을 보장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야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점을 보는 문화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시내 타로카페에서 역술인이 타로점을 보고 있다./사진=뉴시스
-어떤 계기로 운명학을 배우게 됐고, 어떻게 다양한 운명학에 정통하게 됐나
▶할아버지가 서당과 한의원을 하셨다. 할아버지 영향으로 어릴 적부터 한학, 사서삼경, 주역, 풍수, 사주명리학을 접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책으로 배운 이론을 실제 임상을 통해 검증해보고자 다양한 직업군을 경험했다. 구두닦이, 술집웨이터, 넝마주이, 신문배달부 등을 통해 다양한 사람들의 사주팔자를 모았고, 그들의 사주팔자와 삶의 일치 여부를 분석했다. 장례식장에서 염을 하면서 급작스럽게 돌아가신 분, 암으로 돌아가신 분들의 사주팔자를 모아 건강과 사주의 연관성을 살펴보기도 했다. 젊은 시절 공부할 때는 없었던 타로카드, 별자리 등을 배우기 위해서는 매일 새벽 3시에 일어나 학문에 매진하고 있다. 새로운 운명학 이론이 수입되거나 발견되기 때문에 꾸준히 연구하지 않으면 따라가기 힘들다.

-저서인 <사주명리 인문학>에서 관상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했는데, 무슨 뜻인가
조선시대 천재 관상가의 삶을 다룬 영화 <관상>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관상(觀相)은 수시로 변한다. ‘40이 넘으면 자신의 얼굴에 책임을 져라’는 말이 있다. 자신이 살아온 전 과정이 얼굴에 드러난다는 것이다. 사람은 살이 찌기도, 빠지기도 하고 얼굴의 색깔도 빛이 나다가 기미가 끼거나 변화가 심하다. 얼굴의 관상에 따라 삶이 변하기도 하지만 어떻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자신의 관상도 변화하고 삶도 변화한다.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최후의 만찬’에 숨겨진 일화가 유명하다. 다 빈치는 ‘최후의 만찬’ 모델을 찾아서 깨끗하고 선하게 생긴 19세 젊은이를 예수의 얼굴로 그렸다. 그 후 6년 동안 11명의 제자를 완성했는데 배반자 가롯 유다의 모델을 찾지 못했다. 다 빈치가 유다의 모델을 찾는다는 소식에 로마의 시장은 “로마 감옥에 가면 사형수들이 수백 명 있으니 거기서 모델을 찾아보라”고 했고, 다 빈치는 그곳에서 한 죄인을 선택했는데 그가 다 빈치 앞에 무릎을 꿇으면서 “내가 저 그림 속에 그려진 6년 전 예수의 모델이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성스럽고 선한 얼굴의 젊은이가 최악의 살인마 얼굴로 변해 있었던 것이다. 사람의 생각과 행동이 자신의 관상을 만든 예다.

-과거 우리 선조들은 왕가에 사주, 관상, 풍수지리 전문가를 들일 정도로 이를 중요하게 여겼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부분들이 왜 사라졌다고 보나
풍수지리를 소재로 조선말 흥선대원군의 가야사 사건을 재구성한 영화 <명당> 포스터/사진=네이버 영화
▶조선시대에는 천문(天文), 지리(地理), 역수(曆數), 기후관측, 각루(刻漏) 따위를 맡아보던 관상감(觀象監)이 있었다. 태양과 달, 별 등을 관찰해 기후를 예측하고 왕과 종친의 묏자리, 이장에 관한 일을 맡았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이를 미신으로 몰고 가며 탄압받았고, 그로 인해 음지에서 서민들을 대상으로 사주, 관상, 풍수 등을 상담하면서 실력 없는 사이비들의 미신으로 천대받는 학문이 됐다. 현대에는 사람에 대한 긍정적 삶을 연구하고 성격, 직업적성 등의 분석을 통해 희망을 전달하는 상담학자, 인문학자로서의 변화를 모색해야만 다시 전문가들이 대접받는 세상이 될 것이다.

-유교 경전 3경 중 하나인 <주역>은 많은 학자가 세상의 이치를 깨닫기 위해 읽었다. 운명을 점치는 점복술의 기본 저서로도 여겨지는데 운명학이 인문학으로 발전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주역은 의리역(義理易), 상수역(象數易)의 양대 축으로 발전했는데 유교 성리학(性理學)의 발전으로 의리학은 양지의 학문으로, 상수학은 음지의 학문으로 자리 잡게 됐다. 성리학의 발전이 상수학의 역학(易學), 점학(占學)의 발전을 저해한 것도 있지만 인문학으로 발전이 안 된 것은 상수학의 잘못도 매우 크다. 미래를 예측하는 점술서로만 발달하다 보니 주역의 상수학이 사람의 삶을 도와주고 희망을 주는 인문학적 번창보다 신비한 점복술로 족집게처럼 현혹하고 사람들에게 겁주고 협박하여 굿이나 부적을 강매하는 사이비로 전락하게 됐다.
이제라도 주역, 사주명리학 등의 학문들이 미래 예측의 점쟁이에서 사람의 성격, 특징, 장점, 직업적성, 관계성 등 심리적 접근이나 사회과학적 접근을 통해 인문학적 성장을 가져오면 좋겠다.

-학문으로서 운명학의 가치는 어느 정도라고 평가하나
▶사주명리학 등 운명학의 학문적 가치는 매우 크고 중요하다. 사람을 분석하는 도구로서 서양의 애니어그램, MBTI 등과 비교해 더욱 자세하고 섬세하게 분석할 수 있다. 성격, 직업적성, 직무역량, 대인관계, 궁합 등 심리학적 분석의 활용과 통계학문으로서 사회과학적 접근을 확대한다면 엄청난 학문적 업적을 이루고 새로운 학문의 발전을 이루게 될 것이다. 다만 ‘내년에 죽어’, ‘아들 가출할 거야’ , ‘굿해야 해’, ‘부적해야 해’ 등 사이비 미래 예측에만 집중하면 운명학의 학문적 자리매김은 어려울 것이다.
최근 대학과 평생교육원 등에 학과가 생겨 학문적 접근이 확대되고 있음은 매우 긍정적이다. 다만 아직도 자기만의 비법이 있는 것처럼 과대포장하고 족집게처럼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고 하는 사이비들로 인해 천대받고 있다. 대학에서 정규과목이 생기고 국가 자격증 제도가 생겨 학문으로서의 운명학, 인문학으로서의 운명학이 정착됐으면 한다.

김동완 교수의 저서 <사주명리 인문학>
-사주명리학은 국가 자격증 제도나 전문가인지를 입증할 수 있는 부분이 없다는 말인가

▶원광대, 공주대, 대전대 등에 동양학과가 생겼고, 서라벌대, 경기대 등에는 석박사 과정이 생기는 등 어느 정도 사주명리, 풍수지리, 인상학, 성명학 등을 다루는 학과들이 생겼다. 그렇지만 국가자격증 개념은 아니다. 그 대학을 나와야만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사주명리학을 체계적으로 공부한 사람들이 학과를 만든 게 아니라 동양철학과가 인기가 없어 사주명리학과 혹은 풍수지리학과 등으로 이름을 바꿔 만드는 경우다. 수업도 <논어>, <맹자> 등을 공부한 교수들이 대체로 고전을 해석하는 수준이다. 사주라는 것은 통계적이고 논리적이어야 하는데 자칫 고전에만 기대어 해석하면 아주 위험하다. 이를테면 한의학도 통계를 내야 하는데 <동의보감>에 어떤 약이 기관지를 낫게 하는 데 좋다고 했기 때문에 무조건 좋다라고 하는 것은 비과학적이다. 아무리 훌륭한 책도 현대에 다시 검증하고 통계를 내야 한다. 그런 작업이 돼야 하는데 대학이나 대학원은 대체적으로 사서삼경 공부한 분들이 접근하다 보니 한계에 부딪힌다. 제 생각에는 조금 더 통계화하는 연습이 필요하다고 본다. 예를 들어 사주에 금(金)이 많은 사람을 1000명을 모았더니 공통적인 부분은 이렇다 하면서, 디테일한 것까지 맞히지는 못하더라도 일반적인 통계분석이 이뤄졌음 좋겠다. 학과 성격도 바뀌어야 한다. 동양철학 쪽 접근보다는 상담 쪽 접근이 낫다고 본다. 과학적 통계를 내서 성격이나 진로적성은 어떻고, 건강까지 접근하는 등 상담심리로서 접근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운명학에 대해 사람들이 어떤 인식과 마음가짐을 가졌으면 하는가
▶운명학자나 운명을 상담하고자 하는 사람 모두 운명(運命)을 고정불변의 학문이 아님을 직시하면 좋겠다. 운명(運命)은 삶을 변화시키는 학문이다. 움직일 운(運), 목숨 명(命)이라는 한자의 뜻을 잘 살펴보기 바란다. 결정론에 사로잡히면 학문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전혀 없다. 운명학에 담겨 있는 장단점을 잘 분석하고 인간의 가치와 표현활동을 탐구하는 학문으로 발전해나갔으면 한다. 자신의 노력은 전혀 필요 없이 사주팔자에 의지해 미래에 큰 재물이 생길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는 위험하다. 운명을 잘 활용하여 슬기롭게 자신의 삶을 변화시키고 더불어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인문학적 소양을 가졌으면 좋겠다.


김동완 동국대 평생교육원 교수
1962년 11월 15일, 충북 청주 출생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상담심리학 석사
길림대학교 경제대학원 세계경제학 박사과정 수료
동국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철학 박사
단국대학교 행정법무대학원 국가지도자양성과정(KLS) 수료
서울신문 명예논설위원
한국역학학회 회장
한국사주명리학회 회장
동국대학교 사회교육원 교수
現 동국대학교 평생교육원 겸임교수
現 대통령소속 국민대통합위원회 국민소통분과위원회 자문위원
現 (사)한국문화창작재단 이사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6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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