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정책 궤도수정론②

[박상철의 정치클리닉]

경기대학교 박상철 특임 부총장 입력 : 2019.07.01 10:08

‘북한정책’이라는 용어는 기존의 ‘대북정책’이 남한 중심의 시각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에서 현재의 시대상황에 맞게 진화된 개념이라 하겠다. 특히 하노이 충격 이후 북한의 비핵화 및 제재완화 문제가 남·북·미 3자 해결방식에서 중국·러시아 등으로 다변화되면서, 남북관계론 못지 않게 국제정치·외교적 정책연구가 추가되어 이제는 ‘신북한정책론’ 연구를 본격화할 때가 되었다.


북한사회는 이미 비핵화와 경제개방의 길로 진입해가고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우리의 대북인식과 북한정책이 새롭게 수정되어야 한다. ‘북한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전망과 조망 없이 불변의 기존 대북정책에 계속 머물러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하노이 충격 이후에 본, 변화된 북한

소위 ‘하노이 충격’ 직후 한국사회에서는 과거회귀적인 대북논쟁이 상당기간 복원되었다. ‘북한은 결코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남한 정부는 들러리를 하고 있을 뿐이다’라는 류의 남남갈등적 대북논쟁이 되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하노이 정상회담 불발 이후 김정은 체제의 대응방식을 유심히 관찰할 때 북한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핵위협으로 대응하기보다는 대미 중심의 외교라인을 정비하고, 중국·러시아와의 관계를 돈독히 하며, 대미협상의 기한을 연말까지 길게 설정하는 등의 모습은 북핵협상과 제재완화를 통한 북한경제 발전에 강한 의지를 보여주고 있다. 북한정책은 변화된북한사회를 근거로 했을 때 유효하다. 베트남에서 북한이 어떻게 변할 것인가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그 유명한 월남전은 미국과 베트남 간의 치열한 전투였으며, 한국군 또한 베트남의 적이었다. 지금 미국과 한국을 빼고는 베트남 경제를 상상할 수 없다. 북한이 베트남처럼 될 개연성이 다분하다는 점에서 불변의 기존 대북정책은 수정할 때가 되었다.

6·25전쟁의 호국장병을 기념하는 것은 한국역사가 있는 한 영원할 것이지만, 이것이 북한사회의 변화를 외면하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북한사회는 어쩌면 베트남보다 더 큰 폭의 변화가 예견될 수 있다. 북미관계가 정상화되고 중국·러시아·아시아·유럽등과의 교류가 시작되면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발전이 예상된다. 여기에 북핵폐기와 제재완화 및 경제교류를 견인해줄 수 있는 남한이 있기에 북한의 변화 폭은 클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이후 관측되는 북한의 실체는 북한정책의 수정 필요성을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한반도평화협정론과 외교전쟁
미국 리퍼트 대사의 테러가 있기 전, 김기종 씨의 우리마당독도지킴이가 주관하고 국가인권위가 후원한 강좌에서 한반도평화협정론에 대한 강연을 한 적이 있었다. 그 당시만 하여도 한반도평화협정론이라는 말을 거론하는 것 자체가 종북좌파 성향으로 낙인되던 시절이었다. 강연에서 한반도평화협정론이 오직 북한을 위한 논리만이 아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한반도평화협정론의 당사자는 2자·3자·4자·6자·8자관계로 확대될 수 있고, 그 유형마다 한국에게 유·불리가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었다.

대학원 강의 때도 한반도평화협정론에 대한 토론을 자주 하였는데 학생 각각의 입장에 따라 한반도평화론 자체를 거론하는 것에 대해서 부담스러워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특히 보수적인 성향의 군 출신인 경우 공개적으로 거론하는 한반도평화협정론의 필요성에 대해서 당혹스러워하기도 했다. 그러나 토론을 할수록 평화협정론에는 북한에 유리한 것도 있지만 우리에게도 유리한 한반도평화협정론이 있을 수 있음을 인정하는 분위기였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한반도평화협정론은 금기시되었거나 부분적으로만 그 개념을 수용하는 정도였다. 이제는 한반도평화협정론의 당사자로서 남·북·미는 당연하고 여기에 중국이 추가되거나 러시아, 일본 등이 가세할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 한반도평화협정 논의는 북한과 미국, 그리고 중재자로서 남한이 같이 만들어낸 종전선언문 성격에서, 한반도를 축으로 하는 새로운 외교각축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이에 남북관계에만 치중하는 우리의 기존 대북정책은 시대적 상황에 맞지 않기에, 한반도에서의 외교전쟁을 가상·감안할 수 있는 새로운 차원의 북한정책으로 대체·보완되어야 할 것이다.

한반도의 축은 분명히 남한과 북한이지만 이미 외교전쟁이 시작되었다고 보아야 한다.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확실한 전략·전술이 있어야 하듯이 한반도 평화를 위한 우리의 전략과 대안 또한 분명하고,관철 가능한 설득력이 있어야 한다. 최근에 문재인 대통령이 제기한 ‘영변 핵폐기는 북핵해결의 입구이고 완전폐기가 출구이다’라는 단계적 북핵완전폐기 및 한반도평화론은 분명한 전략·전술의 가치를 가지고있다.

한반도평화협정 즉 종전선언을 협상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북한과 종전선언을 협상의 마무리로 간주하는 미국과의 간극을 매우 쉬운 설명으로 중재한 것이다. 종전선언을 협상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영변의 핵폐기가 시작치고는 큰 것을 준 것으로 생각하고, 종전선언을 협상의 끝으로 받아들이는 미국의 입장에서는 턱없이 부족한 것이다. 이에 북·미 간 충돌을 중재한 한국정부의 안을 보다 더 심플하게 천명할 경우, 주변국들의 지지와 동의를 얻을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 이러한 제안이‘기존의 대북정책’이 아닌 ‘새로운 북한정책’차원의 고민과 임무일 것이다.


박상철 경기대학교 특임 부총장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법학박사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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