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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희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연수원 교수 사회학 박사 |
지난 5월 23일부터 26일까지 제9대 유럽의회 선거가 실시됐다. 5년 주기로 실시되는 이번 선거에서는 유럽연합(EU) 28개국 총 4억2700만 명의 유권자가 751명의 의원을 선출했다. 유럽의회의 의석수는 유럽연합 회원국들의 인구비례에 따라 국가별 최소 6석에서 최대 96석까지 배분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 결과, 수십 년간 유럽연합의 정치를 주도했던 중도우파 기독민주당 계열의 ‘유럽인당’(EPP, Group of the European People’s Party, Christian Democrats)과 중도좌파 ‘사회민주진보동맹’(S&D, Group of the Progressive Alliance of Socialists and Democrats in the European Parliament)이 세력을 잃고, 극우 성향 ‘유럽회의주의’(Euroscepticism) 정당들과 녹색당의 의석수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브렉시트를 둘러싼 갈등, 대량 난민 문제, 빈부격차 증가 등 EU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면서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지난 20년 이래 투표율이 50.62%로 최고치를 기록했다. 유럽의회 선거 투표율은 직접선거가 처음 도입된 1979년 61.99%를 기록한 후,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여 1984년 58.98%, 1989년 58.41%, 1994년 56.67%, 1999년 49.51%, 2004년 45.47%, 2009년 42.97%, 2014년 42.61%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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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현 집권당이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영국에서는 5위를 차지하였고, 프랑스에서는 2위를 차지했다. 큰 승리가 예상됐던 극우 포퓰리즘 유럽회의주의 정당들은 당초 예상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프랑스, 영국, 이탈리아, 폴란드, 헝가리에서 1위를 차지했다.
EPP는 전통적으로 유럽의회의 최대 정파 지위를 고수하고 있으며, 제2당인 중도좌파 S&D와 연정을 이루어 유럽연합 내 정책을 주도해왔다. EPP에는 독일의 ‘기독교민주당(CDU)/기독사회당(CSU)연합’, 프랑스의 공화당(LR), 폴란드의 ‘시민연단’(Platforma Obywatelska), 이탈리아의 중도우파 ‘포르차 이탈리아’(Forza Italia) 등이 속해 있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EPP는 24.23%의 득표율을 보여 전체 751개 의석 중에 182석을 얻어 유럽의회 내 1위의 자리를 지켰지만, 2014년 대비 34석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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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D는 20.37%의 득표율로 153석을 얻어 의석이 185석에서 38석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양대 정파의 의석수는 총 332석에 그쳐 과반인 376석에 훨씬 못 미쳤다. 이번 선거에서 S&D에 속하는 프랑스 사회당(PS)과 독일 사회민주당(SPD), 영국 노동당이 크게 패배했으나 스웨덴, 핀란드,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 등에서 사회당, 사회민주당이 높은 지지율을 얻었다. 이탈리아는 민주당(PD)이 2014년에 비해서는 13석 줄어드는 어려움을 겪었으나 경쟁 상대인 오성운동(M5S) 보다 높은 득표율을 보여 비교적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S&D의 참패가 예상되었으나 극우 세력의 집권을 막아야 한다는 유권자들의 투표 참여가 더 큰 패배를 막은 것으로 분석된다.
중도성향의 친EU를 표방하고 있는 ‘유럽자유민주동맹’(ALDE, Group of the Alliance of Liberals and Democrats for Europe)은 14.38%의 득표율로 106석을 획득해 3당의 지위를 차지했다. 이는 2014년 대비 의석수가 39석 증가한 결과이다. ALDE는 2019년 6월 명칭을 ‘리뉴유럽’ (Renew Europe, Renew Europegroup)으로 변경했다. ALDE는 EPP, S&D와 함께 유럽연합의 중심에 서서 대다수 회원국에서 중도좌파, 중도우파 정당과 연립정부를 이루며 유럽 정치를 이끌어왔다. 이 정치 그룹에서는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이 속한 신생정당 앙 마르슈(LREM)가 가장 큰 입지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네덜란드의 Democraten 66, 독일의 자유민주당(FDP), 영국의 자유민주당(Liberal Democrats) 등이 리뉴유럽에 속해 있다. EPP와 S&D가 과반을 획득하지 못한 상황이어서 이 정당 그룹의 정치적 영향력이 종전보다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유럽인들의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와 환경문제 등에 힘입어 친EU 성향의 생태주의 좌파인 ‘녹색당/유럽자유연대’(Greens/EFA, Group of the Greens/European Free Alliance)는 9.99%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이전보다 23석 증가한 75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Greens/EFA에는 독일 동맹90/녹색당, 프랑스 유럽생태당(Europe Écologie), 영국의 녹색당, Scottish National Party 등이 속해 있다. Greens/EFA 그룹은 위축된 급진좌파그룹의 지지자들의 표심을 잡으면서 S&D를 대체할 중도좌파 정치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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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큰 관심을 끌었던 반(反)난민·반(反)EU를 내세우는 3개의 유럽회의주의 극우 포퓰리즘 정치세력인(ID;구 ENF, ECR, EFDD)는 약 23.84%의 득표율을 보이며 이전보다 의석이 24석이 증가한 총 179석을 확보했다. 그중 ‘국가자유유럽당’ (ENF, Europe of Nation and Freedom Group)은 9.72%의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총 73석의 의석을 확보했다. 이는 의석수가 2014년 대비 37석 증가한 것이다. ENF에는 프랑스 국민연합(Rassemblement national), 이탈리아 Lega와 오스트리아 자유당(Freiheitliche Partei Österreichs)이 속해 있다. ENF는 2019년 6월 ‘정체성과 민주주의’(ID, Identity and Democracy)로 명칭을 변경했다.
한편, ‘유럽보수개혁’(ECR, European Conservatives and Reformists Group)은 8.39%의 특표율을 보이며 이전보다 14석 감소한 63석을 차지했다. ECR은 중도우파와 극우 정당이 혼합되어 있는 정당이다. 반(反)이민, 반(反)난민, 반(反)이슬람을 표방하고 있지만 자유무역 및 친기업 성향을 가지고 있다. ECR에서 가장 큰 영향력이 있는 정당은 영국의 집권당인 보수당이다. ECR에 속한 폴란드 법과정의당(PiS)은 극우 성향의 정당이다. 이에 따라 ECR이 주로 극우로 분류되곤 한다. 이번 선거에서 폴란드에서 ECR이 45%를 득표했으며 스웨덴에서도 약진했으나, 덴마크와 영국에서의 참패 영향으로 14석이 감소했다.
‘유럽 자유직접민주주의’(EFDD, Europe of Freedom and Direct Democracy)는 5.73%의 득표율을 보이며 43석을 획득하면서 이전과 비슷한 의석수를 확보했다. EFDD는 영국의 브렉시트당, 이탈리아의 5성운동(M5S), 독일대안당(AfD)이 주축을 이룬다. 브렉시트당은 이번 선거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하지만 영국의 브렉시트당은 노딜 브렉시트를 주장하는 극우 정당으로 브렉시트가 결정되면 이들은 더 이상 유럽의회에 소속되지 않으므로, 그 경우는 EFDD와 ID를 합친 의석수는 대폭 축소될 전망이다.
한편, 급진 좌파 성향의 ‘유럽좌파연합과 북구녹색좌파’(GUE/NGL, Confederal Group of the European United Left/Nordic Green Left)는 이번 선거에서 가장 주목을 받지 못한 정파라고 할 수 있다. GUE/NGL은 5.46%의 득표율로 이전보다 11석 줄어든 41석을 획득했다. GUE/NGL 그룹은 크게 전통적인 좌파 사회주의 정당과 신생 좌파 포퓰리즘 정당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일랜드의 신페인(Sinn Fein), 독일의 좌파당(Die Linke), 프랑스의 Front de Gauche, 스페인의 포데모스(Podemos), 포르투갈의 Partido Comunista Português 등이 GUE/NGL에 속한다. 이번 유럽의회 선거에서 GUE/NGL은 녹색당과 S&D에도 지지자를 뺏기며 참패했다.
이번 선거에서 중도좌파 정당인 S&D가 크게 위축되고 그 자리를 녹색당 계열인 Greens/EFA가 채우는 경향이 나타났다. 또한, 이번 선거에서 영국에서는 브렉시트당이 1위를 차지했고, 집권 보수당은 10% 미만으로 참패했다. 그러나 영국의 전체 투표율이 약 36.90%로 낮게 나타나고 있어, 브렉시트당의 선전에는 보수적인 성향의 유권자들이 상대적으로 투표에 많이 참석한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한편, 프랑스의 집권당인 앙 마르슈도 1위를 차지하지 못했다. 프랑스에서는 최근의 ‘노란 조끼’ 시위 등 반정부 여론이 앙 마르슈에 대한 낮은 지지율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회는 앞으로 유럽회의주의 등 다변화하는 환경 속에서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유럽의회 내 의사결정체계 속에 녹여낼 수 있을지도 과제로 남아 있다. 또한, 이민과 난민 문제, 빈부격차, EU의 결속, 브렉시트 등 많은 이슈가 산적해 있다. 이와 함께, 녹색당, 극우 포퓰리즘 정당들의 선전으로 극단적인 경향을 가진 정파들이 세를 확대해가고 있는 상황이어서 유럽의회는 새로운 도전에 직면해 있다. 유럽통합론자들과 유럽회의주의자들의 갈등은 더 커질 것으로 예측되며 녹색당 계열이 세를 확대함에 따라 에너지, 기후 변화 등을 포함한 환경 문제 해결에 더 관심이 쏠릴 것으로 예측된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