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xt Labor]정년 연장, 인구절벽의 숙명인가

#정년 연장#초고령화_대응#세대갈등_싸움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7.04 08:57
4월 2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앞에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요양서비스노동조합 주최로 ‘서울사회서비스원 정년 60세 폐지와 처우개선비 원상회복 촉구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사진=뉴시스
지난달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KBS <일요진단>에 출연해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정년 연장 논의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지금 정년 연장 문제를 사회적으로 논의할 시점”이라며 “범정부 인구구조 개선 대응 TF에서 정년 연장 문제를 집중 논의하고 있으며, 논의가 마무리되면 정부 입장을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년 연장 시 가장 큰 우려인 청년 일자리 감소에 대해서는 영향이 적을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 부총리는 “향후 10년간 노동시장에서 빠져나가는 베이비부머가 매년 80만 명, 10대가 노동시장에 들어오는 속도는 연간 40만 명임을 고려하면 이런 우려는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년층에 영향을 주지 않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사진=뉴스1
저출산·고령화 대책 및 정년 연장에 관련된 인구구조 개선 대응 TF의 논의 결과는 이달 중순까지 잇따라 발표될 예정이다. 또한 정부 관련 연구용역도 지난달부터 착수해 오는 9월까지 마무리할 예정인데 여기에 임금 구조 개편 방안까지 검토될 방침이다.


현행법에 따른 정년은
정년은 근로자가 일정 연령에 이르면 노사 의사와 관계없이 근로관계가 종료되는 것이다. ‘고용상 연령차별 금지 및 고령자 고용촉진에 관한 법률’ 제19조 제1항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의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정하여야 한다”고 나와 있다.
이법은 6년 전 개정된 것으로 정년 나이를 기존의 만 57세에서 만 60세로 올렸다. 그리고 시행 여력에 따라 300인 이상 사업장은 2016년부터, 300인 이하 사업장은 2017년부터 60세 정년을 시행했다. 당시에도 빠르게 진행되는 고령화를 반영한 것이었는데 이번 논의는 정년이 실제로 연장된 지 2~3년 만에 또다시 시작된 것으로 초고령화 사회의 심각성을 보여준다.

정년 연장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이유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을 기록했다. 사진은 서울 중구 제일병원 신생아실/사진=뉴스1
우리나라 합계출산율은 지난해 0.98명을 기록하면서 인구절벽이 현실화되고 있다. 출산율이 급격히 저하되면서 일하는 인구는 줄고, 노인인구는 급증하는 추세다. 통계청의 ‘장래인구특별추계’에 따르면, 2019년 20.4명을 기록한 노년부양비(15~64세 생산연령인구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세 이상 인구수)는 2030년 38.2명이 되고, 2050년엔 77.6명, 2065년 100.4명까지 늘어난다. 정년이 5년 연장된다고 할 경우 15~69세를 생산연령인구로 보고, 70세 이상을 부양해야 할 노인 인구로 설정된다. 이렇게 계산하면 2028년 노년부양비는 20.5명으로 현 수준과 비슷하게 나온다. 
정년이 5년 연장되면 노년부양비 부담 속도를 늦출 수 있으며, 노인 연령도 높아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정부의 재정지출 역시 줄일 수 있다는 예측이다.

김명수 대법원장이 지난해 11월 29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일반 육체 노동자의 가동연한에 관한 경험칙 등에 대한 전원합의체 공개변론에 입장하고 있다./사진=뉴시스
65세 정년 연장이 미치는 영향

지난 2월 21일 대법원이 사망하거나 노동력을 잃은 피해자에 대한 손해배상액을 계산할 때 기준이 되는 육체노동자의 노동가동연한을 65세로 상향해야 한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렸다. 대법원의 이 같은 판결이 선고되자 지난 5월 보험업계는 65세 육체가동연한을 반영하면 추가로 지급되는 보험금이 1250억원에 달한다고 분석하고 자동차 보험료를 약 1.2% 인상했다.
정년 연장이 되면 국민연금 수급연령 공백을 줄일 수 있다는 예측도 있다. 현재 국민연금 수급연령은 62세부터다. 복지부는 수급 개시연령은 기존 계획대로 2013년부터 2033년까지 60세에서 5년마다 1세씩 연장해 최종 65세로 상향할 것이며 그 전에는 추가적인 논의는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만약 정년이 65세로 상향되면 퇴직과 연금수급 시기가 일치되면서 노인빈곤율이 감소하고, 연금 납입기간 역시 증가해 연금 고갈의 위험을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정년 연장은 과연 청년 일자리를 빼앗을 것인가
정년 연장이 될 경우 청년취업난은 공공부문에서 먼저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공공부문은 정년퇴직이 일반화되어 있어 정년이 연장되면 고령 근로자가 나가지 않아서 청년 몫이 줄어들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정년 연장으로 인해 고령층 고용이 이어지는 업종이 청년층이 희망하는 일자리와 달라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청년층 취업은 전문직, 사무직에 집중되어 있고, 중고령층은 제조업 생산직, 건설업, 운수업 등 전통적인 업무에 몰려 있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정년 연장을 할 경우 임금이나 고용조건 등을 함께 조정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제도의 개편 없이 정년을 연장해 기존 임금 호봉제를 적용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당연히 늘 수밖에 없고, 노동비용을 충당하려면 신규채용을 줄일 수 밖에 없다. 임금피크제 확대 시행, 근로시간 및 직무조건 변경 등 변화에 따른 완충장치를 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민들의 생각은
지난 5월 28일 리얼미터가 <오마이뉴스> 의뢰로 65세 정년 연장에 대해 실시한 국민여론 조사 결과, ‘찬성한다’는 응답이 66.4%로 ‘반대한다’는 응답 27.5%에 비해 2.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대 청년층의 찬성비율은 79%로 압도적인 결과가 나왔다.
찬성 응답자들은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감소와 노인빈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년 연장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반대 입장은 기업의 부담증가와 청년 일자리 감소 우려를 이유로 들었다.
이번 조사는 전국 19세 이상 성인 8007명에 접촉해 최종 501명이 응답을 완료해 응답률은 6.3%를 나타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4.4%p이다.

지난해 9월 19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2전시장에서 열린 '2018 60+시니어 일자리 한마당'에서 시니어 구직자들이 이력서를 작성하고 있다./사진=뉴스1
여당, 야당 입장은 
김해영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지난달 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가파른 인구구조 변화와 노인 빈곤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정년 연장 논의와 함께 청년 취업 대책을 마련할 책임이 국회에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여권에서 정년 연장은 ‘시기상조’라는 의견도 있다. 김기식 더미래연구소 정책위원장은 지난달 6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정년이 보장되는 일자리는 제일 좋은 일자리인데, 청년들은 질 낮은 일자리로 유입되고 있다”며 “가뜩이나 20대 일자리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에서 정년을 연장한다는 건 청년 상황에 비춰보면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야권은 정년 연장에 앞서 노동개혁, 임금피크제부터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3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정년 연장 논의에 대해 “본질적으로 우리 경제에 필요한 것은 정년의 개념이 무색할 정도로 누구나 마음껏 계약을 맺고 일할 수 있는 노동 시장”이라며 “꽉 막혀 있는 노동시장을 유연화하고 기업의 신규 고용을 방해하는 근로규제를 풀어야 한다. 그렇게 해서 80세, 90세도 능력만 있다면 마음껏 취업할 수 있는 자유노동시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혜훈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달 11일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우리나라의 피라미드식 연공서열제를 감안하면 임금피크제 없이 정년을 연장할 경우 기업의 부담이 가중되고, 청년 실업이 엄청나게 늘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의원은 “현재 임금피크제 시행률은 21.5%밖에 안 된 상황으로 갈 길이 한참 멀다”며 “임금피크제 도입에 총력을 기울여야 할 지금 정년 연장 카드를 꺼내는 건 우리 경제에 또 다른 재앙을 추가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PDF 지면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