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인규 나주시장, "삭힘의 미학 ‘홍어 1번지’는 나주"

“홍어 요리 다양화·현대화로 한국의 소울푸드 만들 것”

머니투데이 더리더 편승민 기자 입력 : 2019.07.12 09:30
편집자주독일 프라이부르크는 1970년대 초 정부가 시에서 20km 떨어진 곳에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자 시민 전체가 반대에 나섰다. 그들은 시의회를 구축해 환경운동을 펼쳤고 마침내 핵에너지가 아닌 태양에너지를 주 에너지원으로 하는데 합의했다. 1986년 프라이부르크는 ‘에너지 자립도시’를 선언하고 재생에너지 정책을 추진한 결과, 1992년 독일 환경도시경연대회에서 ‘독일 환경수도’로 선정됐다. 프라이부르크는 정책이 지역의 정체성을 만들고, 나아가 지역 자체를 바꿀 수 있음을 보여줬다. <더리더>는 지역을 바꾸는 정책을 발굴해 집중 취재하는 코너를 기획했다.
나주시 영산강에 위치한 영산포 선착장. 2011년 복원된 이곳은 옛 영산포구보다 확장되어 최고 200t급 선박 접안이 가능하다.
나주시청에서 영산대교를 건너면 오른쪽에는 옛 영산포구가, 뚝방길을 따라서는 알싸한 향이 코끝을 찌르는 ‘홍어의 거리’가 펼쳐진다. 나주 영산포 홍어는 숙성홍어 중에서도 최상의 품질을 자랑한다. 세 가지 맛이 이루는 최고의 조합을 뜻하는 ‘삼합’의 원조가 홍어와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를 같이 먹는 ‘홍어삼합’이니, 그 맛을 알면 안 먹어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먹은 사람은 없다고 한다.

나주시는 2018년부터 광주MBC와 함께 ‘핑크피쉬 프로젝트’를 통해 홍어에 대한 이미지를 변화시키고, 다양한 요리와 스토리텔링을 통해 영산포 홍어를 브랜딩하고 있다. 홍어는 더 이상 ‘마니아층의 전유물’이 아니라 전남을 대표하는 ‘소울푸드’이자 글로벌화할 수 있는 나주만의 브랜드로 진화 중이다. 강인규 나주시장은 영산포 홍어 마케팅과 함께 나주형 푸드플랜 사업에도 박차를 가하며 먹거리 정책으로 시를 재정립하고 있다. 그는 “이와 함께 새로운 미래를 견인할 ‘에너지밸리’ 조성을 통해 빛가람 도시 나주를 완성하겠다”고 말했다.

-나주 영산포 홍어는 600여 년의 역사를 자랑한다고 하는데 유래에 대한 설을 들려준다면
▶영산포 홍어의 유래는 홍어에서 느낄 수 있는 다양하고 독특한 맛처럼 여러 가지 설이 전해오고 있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왜구 침략을 피해 영산포로 피난 온 영산도 사람들의 이야기다. 조선시대 <신증동국여지승람>에 따르면 고려말엽 일본 해적들이 남해안 지역을 노략질할 때 흑산도 인근 영산도 사람들이 영산포로 피난 와 살면서부터 삭힌 홍어를 먹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당시 영산도에서 영산포까지는 뱃길로 보름 정도 걸렸다고 한다. 도착하고 보니 영산도에서 싣고 온 생선들이 부패가 심해 버려졌는데 유독 항아리 속 푹 삭은 홍어만큼은 먹어도 뒤탈이 없고, 먹을수록 알싸한 풍미가 있었다는 것이다.
1970년대 영산강 하구언 공사로 바다 물길이 막히기 전까지 흑산도 홍어는 물론 대청도 근해에서 잡힌 홍어의 종착지는 바로 영산포였다. 지금처럼 냉동·냉장시설이 없던 시절 홍어를 항아리에 담아 숙성시켜 먹는 조리법이 생겼고, 그 맛을 본 사람들이 조리법을 연구하고 발전시키면서 지금의 숙성홍어가 있게 된 것이다.

나주시 영산포 홍어거리 한 식당의 홍어 삼합
-홍어는 일부 마니아층만 먹는 음식이라는 인식이 있다. 우리나라 홍어 수요와 생산량은 얼마나 되는가

▶수많은 음식이 차려진 잔치상에도 ‘홍어가 없는 잔치는 잔치가 아니다’고 말할 정도로 숙성된 홍어는 전라도의 대표 음식이다. 과거 영산포 인근 장터에서 몸통째로 팔리던 홍어가 이제는 대형마트와 백화점, 온라인에서 잘 포장된 용기에 ‘썬 홍어’로 팔리고 있으며, 고급 한정식 식당과 뷔페 음식 단골메뉴가 됐다.
서너 집에 불과했던 영산포 지역 홍어상점은 이제 ‘홍어의 거리’를 조성할 정도로 증가했다. 현재 홍어의 거리를 비롯해 지역 내 40여 개 점포가 영업 중에 있고, 연간 3천 톤에 달하는 홍어가 전국에서 유통, 판매되고 있다.

-영산포 홍어는 숙성홍어 중 최상으로 친다. 숙성홍어의 효능이 궁금하다
▶조선시대 정약전 선생이 집필한 <자산어보>에서는 ‘나주 가까운 고을에 사는 사람들은 썩힌 홍어를 즐겨 먹는다’고 하면서, 나주 사람들과 숙성홍어의 긴 인연을 소개하고 있다. 또한 ‘배에 복결병(腹結炳)이 있는 사람은 썩은 홍어로 국을 끓여 먹으면 낫는다’는 효능에 대한 기록도 있다.
오래된 역사만큼이나 영산포 홍어는 차별된 숙성 방법에서 오는 맛의 깊이와 효능에서 단연 최고다. 홍어 숙성 방법은 집집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지만 전통적으로 추운 겨울에는 두엄(가축의 배설물에서 비롯된 유기물, 농업에서 비료로 사용된다) 속에 넣어 썩히고, 봄철에는 항아리에 먼저 짚을 넣고, 그 위에 홍어를 올린 다음 다시 짚을 넣어 삭혀서 먹는 것이 보편적이다.
숙성홍어는 많이 먹어도 탈이 나지 않으며, 항암, 다이어트, 피부미용, 산후조리 등 건강에도 탁월한 보양식이다. 오늘날 홍어를 ‘맛의 혁명’ ‘삭힘의 미학’ ‘발효가 탄생시킨 바다의 귀물’이라고 일컫는 이유다.

-홍어의 고장 나주시를 위한 계획은
▶저는 외조부님 밑에서 자라면서 홍어 삭히는 과정을 많이 봤다. 훈장님이셨던 외조부께서 가마니에 홍어를 넣어놓고 공부하시다가 두엄 속에서 뭘 꺼내서 가져다가 드시더라. 자라면서 그게 홍어란 것을 알았다. 홍어가 과거에 비해 많이 팔리고, 즐기는 인구가 많아졌지만 여전히 홍어를 꺼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지난해 광주MBC에서 ‘핑크피쉬’라는 제목의 특집 다큐멘터리를 기획했다. 송일준 광주MBC 사장은 “‘맛으로 생각의 경계를 넘어서는 여정’이란 주제로 누구에게나 사랑받을 수 있는 홍어 요리를 만들어 전라도를 대표하는 음식임을 알리고, 우리 사회가 가진 차별과 혐오를 극복하겠다는 데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저 또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다. 나주가 홍어의 본고장이고, 나주를 대표하는 브랜드로 가시화하기 위해 우리 시는 20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숙성홍어는 영산포를 상징하는 마스코트로 육성하고, 한국 전통 발효음식 문화의 전통을 계승하는 도시로 만들 계획이다. 나아가 홍어 음식의 다양화, 현대화를 통한 해외시장 진출 방안도 모색해나갈 것이다. 핑크피쉬 프로젝트와 같이 맛과 스토리텔링을 통해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는 것은 물론, 나주지역 홍어상인들과 함께 새로운 마케팅 전략과 포장용기 및 규격의 다양화, 가공식품 개발 등 소비층 확장을 위한 연구·개발에 주력하겠다.

-민선 7기 들어 나주시가 먹거리 정책인 나주형 푸드플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데
▶푸드플랜은 먹거리의 생산부터 최종 소비, 폐기(재활용)에 이르는 모든 과정이 지역 내에서 유기적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만드는 지역 단위의 종합 계획이다. 핵심은 농업과 먹거리가 갖는 공동체성, 다원적 기능 등 공익적 가치를 극대화하는 것이다. 먹거리를 소비재가 아니라 하나의 공공재로 보고 생산자와 소비자, 도시와 농촌이 상생하는 생태계를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건강한 먹거리 생태계는 지속가능한 사회의 바탕이 된다. 농업인들은 안정적인 생산기반과 판로를 갖추고, 소비자들은 직장과 가정에서 건강한 먹거리를 제공받을 수 있다. 또한 복지·학교급식 등 공공급식 강화를 통해 미래세대와 취약계층 먹거리 문제에 적극 대응할 수 있다.
우리 시는 작년 2월 푸드플랜 선도 지자체로 선정된 이후 연구용역, 생산기반 조성, 전담 부서 신설, 민관 거버넌스 추진위원회 구성 등 기초 작업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푸드플랜 패키지 지원 공모사업 1위로 선정돼 5년간 290억원의 사업비를 확보했다. 하반기까지 푸드플랜 종합계획을 수립하고 실행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면 농산물 생산, 가공, 유통으로 인한 부가가치 증대, 일자리 창출, 지역경제 진작 등 연간 700억원 규모의 관련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한다.

강인규 나주시장
-최근 나주형 푸드플랜의 성공적 추진을 위한 먹거리 정책 포럼을 개최했는데 이날 선언한 ‘나주시민 먹거리 기본권’이란 무엇인가

▶먹거리 기본권은 시민 누구나 건강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충분히 섭취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당위에서 출발한 개념이다. 먹거리 문제를 소비자 선택권이 아니라 보편적이고 평등한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해가겠다는 취지다. 지난 5월 17일에 발표된 ‘나주시민 먹거리 기본권 선언문’에는 이와 같은 시민적 권리의 관점에서 지역 먹거리 체계를 앞으로 어떻게 정립해가야 하는지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6가지 세부 실행 목표를 세웠다.
▷건강한 먹거리에 대한 시민적 권리 보장 ▷공공급식, 복지급식 강화 ▷유기적 연계성 강화를 통한 통합적 정책 실행 ▷가족농과 여성농에 대한 배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거버넌스 구축 ▷먹거리 기본권에 대한 시민 교육 및 연대 강화다. 앞으로도 나주시는 생산자와 소비자 등 시민과 행정이 폭넓게 참여하는 민관 거버넌스를 중심으로 먹거리 기본권 실현을 위해 함께 고민하고 노력해나갈 것이다.

-이처럼 지역을 대표하는 하나의 브랜드, 정책이 도시 정체성을 새롭게 한다. 이 외에 나주시 발전을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 혹은 계획하고 있는 정책이 있다면
▶나주시는 새로운 미래 천년을 견인할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 비전을 수립했다. 오는 2025년까지 글로벌 에너지산업 선도 도시 조성을 목표로 2조258억원 규모의 에너지밸리, 에너지시티, 에너지교육, 에너지복지 등 4대 분야 38개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현재까지 한전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설립, 혁신산단 내 산학융합지구 조성사업 등 9707억원 규모의 22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올해 상반기 에너지밸리 기업개발원 개원을 시작으로 하반기 목포대, 전남도립대 4개학과 대학생 350여 명이 이전하는 산학융합대학 개교를 앞두고 있다.
4대 분야 중 핵심은 ‘에너지밸리’다. 지역사회와 공동 발전하는 에너지 산업의 성장거점 조성을 목표로 3161억원 규모의 15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시는 에너지산업과 관련된 각종 지구지정 등 추진해 기업하기 좋은 도시 기반을 구축하고 2025년까지 기업 700개 유치, 일자리 창출 3만 명, 전문인력 3천 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또한 에너지신기술연구소, 에너지밸리산학융합지구 조성 등을 통해 에너지 신기술 연구역량 강화와 전문인력 양성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러한 사업들로 에너지 산업기반이 마련되고, 2022년 개교 예정인 한전공대를 통해 산학연이 연계된 에너지 신산업 생태계가 완성되면 나주는 명실공히 대한민국 에너지 수도로 도약할 것이다.

-다양한 정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무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직원들과 소통을 많이 하고 있다는데
▶민선 6기부터 시정을 맡아왔기 때문에 직원들과 늘 소통을 해왔으면서도 상하관계나 세대차이에서 오는 거리감이 있는 것 같았다. 또한 베이비부머 세대들이 퇴직하고 젊은 세대들이 들어오고 있다. 그래서 최근 8~9급 새내기 공무원 100명 이상과 모여 토크 콘서트 방식으로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보는 기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활용해 하고 싶은 말을 쓰면 익명으로 전송돼 화면에 띄우는 방식으로 직원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지난 5월 7일 강인규 나주시장은 시청 대회의실에서 8~9급 새내기 공직자와의 열린 대화 자리를 가졌다./사진=나주시청 제공
이날 스트레스 푸는 법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는데 나는 “무작위로 아무 생각 없이 걷는다”고 하면서 직원들은 어떻게 스트레스를 푸냐고 되물었더니 다양한 메시지를 보내왔다. “엽떡(아주 매운 떡볶이)으로 해결한다” “아바라(아이스바닐라라테의 줄임말)로 푼다” “문상(문화상품권)으로 해소한다” 등이 있었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는데 요즘 젊은 친구들이 쓰는 말도 배우고 솔직한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이 외에도 ‘가장 힘이 날 때’, ‘시장에게 하고 싶은 말’ 등 질문에 대한 진솔한 답을 들을 수 있었다. 그래서 얼마 전에는 6~7급 직원들과도 열린 대화를 해봤다. 이 자리에서 어떤 직원들은 “(여름철)반바지 입게 해달라. 시장님도 청바지 입으시면 안 되냐”는 이야기도 하더라.(웃음)
열린 대화를 통해 수렴된 직원들의 건의 사항들은 부서별 소통과 검토 과정을 거쳐 시정에 적극 반영할 계획이다. 격의 없는 소통의 시간을 통해 직원들과 관계가 견고해진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하며 앞으로도 이런 기회를 자주 마련할 생각이다.


강인규 나주시장
1955년 4월 10일생
초당대학교 경찰행정학과 졸업
반남농협 조합장
제4~5대 나주시의회 의원
제5대 나주시의회 의장
민주통합당 전라남도당 나주시 상임부위원장
민선 6기 나주시장

▶본 기사는 입법국정전문지 더리더(the Leader) 7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carriepyu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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